소설리스트

천만재능(Feat. 대한 TV)-104화 (103/331)

104화

상파울루(São Paulo).

브라질 최대의 도시이자 남반구에서 가장 큰 세계적인 도시다.

브라질 남부 상파울루주의 주도로 면적은 1,521.11km², 인구는 1,220만 명에 이른다.

상파울루 중심가 서쪽에 있는 이지에노폴리스(Higienópolis).

과거 대규모 단독주택 지역이었으나 지금은 대부분 아파트로 바뀐 상태다.

19세기 말, 커피 농장 경영주들을 위해 조성된 주택단지였다. 하지만 지금은 전 대통령을 비롯한 다수의 정치인과 연예인들이 거주하고 있었다.

이지에노폴리스 쇼핑몰에 있는 올리비에라 주짓수 도장.

찰스 올리베이라의 명성에 힘입어 브라질 전역에 도장이 없는 곳이 없었다.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확장을 거듭했고 이제는 종합 격투기 선수까지 길러내고 있었다.

퉁퉁 퉁퉁퉁 퉁퉁!

한쪽 링 위에 이질적인 동양인 한 명이 체격이 좋은 코치와 함께 몸을 풀고 있었다.

그의 주먹은 날카로웠고 발차기는 가벼웠다.

스텝을 밟고 움직이는 모습은 마치 비호처럼 빨랐다.

그러면서도 나오는 타격은 묵직하기 그지없었다.

“좋았어!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점검 봅시다.”

“예.”

대한은 찰스가 붙여준 종합 격투기 전문코치 페드루의 말에 힘차게 대답했다.

그는 처음부터 다시 잽과 원투 스트레이트, 좌우 훅과 어퍼컷을 연달아 날렸다.

이어 로우킥, 미들킥, 하이킥, 앞차기 등을 연속적으로 찼다.

페드루는 묵직한 타격음에 만족한 미소를 보였다.

대한도 같이 싱긋 미소를 지었다.

지난 일주일 동안 열심히 노력한 것이 절대 헛되지 않았다.

덕분에 현재 몸 상태는 최상이었다.

이대로 오늘 열리는 ‘UFC 브라질’에 출전하면 무조건 KO로 승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우웅!

그때, 기분 좋은 공명음이 느껴졌다.

―마스터! 축하합니다.

‘복싱을 획득한 거야?’

―네, 그렇습니다. 재능 ‘복싱(S)’을 획득하셨습니다.

‘다행이군. 어떻게 보면 완벽한 타이밍인가!’

대한은 가볍게 몸을 풀며 만족한 미소를 지었다.

일주일 전!

올리베이라 주짓수 도장에 도착하자마자 코치인 페드루에게 흡수한 능력이다.

전 브라질 복싱 미들급 챔피언 페드루!

교통사고를 당해 챔피언 벨트를 반납한 비운의 사나이였다. 그러나 곧 마음을 다잡아 지금은 종합 격투기 선수를 가르치는 최고의 코치 중 하나가 됐다.

그런 페드루의 재능 복싱을 그는 지금에야 획득하게 된 것이다.

신체 등급이 ‘워리어(B)’에서 ‘에스콰이어(A)’로 승급하면서 재능의 습득속도도 최대 일주일, 최소 사흘로 변했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재능 ‘복싱(S)’은 최대습득 기간인 일주일 만에 간신히 획득할 수 있었다.

―마스터, 상태 창을 띄울까요?

‘응, 한번 보자.’

대한은 에바가 보여주는 상태 창을 자세히 살펴봤다.

이름: 이대한

등급: 에스콰이어(A)

칭호: 가호(보호막·방어력↑100%), 워크라이(스탯 증폭↑20%), 투지의 신병(재능 부스터↑20%)

나이: 만 17세

직업: 없음

재능 ▶ 탄탈러스(SS), 크루세이더(SS), 푸르나(SS), 노래(S), 끈기(S), 인내(S), 미모(S), 지구력(S)

언어 ▶ 포르투갈어(S), 이탈리아어(S), 영어(S)

축구 ▶ 전술 이해도(S), 몸싸움(S), 순간 돌파(S), 양발잡이(S), 넓은 시야(S), 축구 지능(SS), 축구 재능(SS), 프리킥(SS), 축구 기본기(S), 드리블(S), 개인기(S), 패스(S), 골 결정력(S), 주력(S), 스프린트(S), 수비(S)

격투 ▶ 복싱(S), 주짓수(SS), 태권도(SS), 격술(SS), 검술(S), 종합 격투기(S)

스탯: 근력 104, 민첩 87, 체력 92, 지력 90, 마력 45

신장 185cm, 몸무게 83kg

격투에 이번에 획득한 ‘복싱(S)’이 들어왔다.

스탯은 근력, 민첩, 체력, 지력이 모두 하나씩 올라갔다.

마력 스탯도 7개가 올라 45가 됐다.

그동안 복싱을 배우고 주짓수를 비롯한 종합 격투기를 연습했다. 그러면서도 새벽과 밤에는 혼자 ‘탄탈러스(SS)’와 ‘크루세이더(SS)’ 그리고 ‘푸르나(SS)’를 빼놓지 않고 연마했다.

그로 인해 기본 스탯은 비록 얼마 오르지 않았지만, 숫자로는 알 수 없는 전투력을 키우고 마력도 꾸준히 늘릴 수 있었다.

한 가지 특이한 것은 지구력(S)이 축구에서 재능으로 넘어갔다는 점이다.

‘에바! 언제까지 나이프와 식칼 그리고 목검으로 ‘크루세이더(SS)’를 연마할 수는 없잖아.‘

―죄송합니다. 마스터! 조만간 그럴듯한 검을 받아보시게 될 겁니다.

에바는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이미 대한을 위해 진검의 제작을 의뢰해놓았다.

하지만 주문제작이 돼놔서 하루 이틀 만에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앞으로도 일주일이 더 있어야 받아볼 수 있었다.

“대한!”

“올리버!”

“여기서 뭘 하고 있어? 빨리 경기장으로 가야지.”

“알았어.”

대한은 갑자기 쳐들어온 올리버의 등쌀에 못 이겨 샤워실로 들어갔다.

그는 몸을 씻고 물기를 닦은 뒤!

올리버가 준 검은 팬츠와 화려한 가운을 걸쳤다.

“올! 멋있는데.”

“뭐 보통이지.”

대한은 올리버의 말에 조금도 겸손한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그냥 자신감이 넘치는 표정으로 그의 어깨를 가볍게 쳤다.

아직도 그날의 공포가 남아있었는지 어깨를 두드릴 때마다 올리버의 몸이 움찔거렸다.

그 희한한 모습에 코치 페드루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천방지축 올리버가 두려워하는 사람이 있다는 게 믿기지 않는 모양이었다.

대한은 올리버와 같이 체육관 바깥으로 나갔다.

밖에는 하얀 리무진과 검은 밴이 대기하고 있었다.

그들이 다가가자 커다란 덩치를 가진 운전사가 문을 열어주었다.

대한과 올리버는 리무진에 타고 페드로를 비롯한 코치진은 뒤의 밴을 탔다.

부우웅!

리무진이 움직이자 올리버가 대한을 보고 물었다.

“찰스 삼촌의 집은 어때?”

“가정부와 요리사에 집사까지 있어서 아주 편해!”

“뭐야? 이지에노폴리스에 그런 거 없는 집이 어디 있어?”

올리버는 대한이 당연한 소리를 한다며 투덜거렸다.

브라질은 인건비가 저렴하다. 그래서 이지에노폴리스 같은 부촌에는 가정부, 유모, 집사, 요리사 등을 두고 있는 가정이 많았다.

그로 인해 이지에노폴리스의 변두리 지역은 월 소득 250달러 미만의 저소득층 거주지가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었다.

둘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보니 어느새 특급호텔인 르네상스에 도착했다.

덜컹!

리무진이 멈춰 서고 차의 문이 열렸다.

그러자 호텔 앞에 깔린 레드 카펫에서 미친 듯이 플래시가 터져 나왔다.

단 일주일 만에 아주 제대로 광고를 한 모양이었다.

“이건 바라던 모습이 아닌데……”

“확실히 내가 기대했던 모습이야.”

하나의 현상을 두고 판이한 두 사람의 의견이었다.

올리버가 먼저 리무진에서 내려 온갖 똥폼을 다잡아댔다.

부끄러움은 왜 내 몫이 되는지 모르겠다!

대한은 더는 안 되겠다 싶어 얼른 내려서 레드 카펫을 밟았다.

파파파팟! 파파파팟! 팟팟팟팟!

지금까지는 장난이었다는 듯.

호텔 입구가 환해질 정도로 플래시가 터졌다. 거기에다 기자들이 마이크를 내밀며 물었다.

“이대한 선수! 축구를 그만두신다는 게 정말입니까?”

“이대한 선수! 종목을 바꾼 이유가 뭡니까?”

“이대한 선수! 마피아에 의해 축구를 관뒀다는 말이 맞습니까?”

“이대한 선수! 종합 격투기 선수로 승리를 자신하십니까?”

“이대한 선수! 브라질에 귀화한다는 소문이 있는데 사실입니까?”

“이대한 선수! 하이스 올리베이라 양과 약혼은 언제 하실 예정입니까?”

대한은 기자들의 질문에 황당함을 느꼈다. 확실히 어디를 가나 쓰레기들은 있는 모양이다. 말도 안 되는 개소리를 기자라는 놈들이 참 잘도 지껄여댔다.

그는 이들을 상대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저리 비켜!”

“좀 지나가게 옆으로 물러나!”

“호텔 경비원들은 뭐 하는 거야?”

다행히 검은 밴이 뒤따라 도착하자 코치진이 나서서 급히 사태를 수습했다.

뒤늦게 도착한 호텔의 경비원들도 기자들을 레드 카펫에서 밀어냈다.

대한과 올리버는 그 사이 부지런히 발을 놀려 호텔 안으로 들어갔다.

‘이따위로 하려면 레드 카펫은 왜 깔아놓은 거야?’

―그거 원래부터 바닥에 깔려있던 건데요.

‘그, 그래?’

대한은 에바의 말에 뻘쭘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코치진에 휩싸여 UFC 브라질 대회가 열리는 크리스털 볼륨을 지나쳤다.

선수 대기실에 들어온 그는 한국산 대형 LED TV를 통해 크리스털 볼륨 안을 살펴볼 수 있었다.

르네상스 호텔 크리스털 볼륨은 이미 수천 명의 인파로 가득 찼다.

얼마 전에 끝난 U-17 브라질 월드컵!

그 우승의 주역인 이대한 선수가 종합 격투기 선수로 UFC에서 데뷔전을 가진다고 하니 사람들이 크게 호기심을 느낀 모양이었다. 그래서 비싼 입장료도 마다하지 않고 구경하러 온 사람이 꽤 많았다.

하지만 대한의 경기는 이번 대회의 메인 카드는 되지 못했다.

메인 카드가 시작되기 직전, 코메인 카드로 순서가 정해져 있었다.

“오말 악메도브는 UFC에 데뷔한 지 6년이나 되는 백전노장입니다. 그러니 신중하게 경기를 풀어가세요.”

“알겠습니다.”

대한은 계속 가볍게 몸을 움직이면서 페드루 코치의 말을 경청했다.

페드루가 언급한 대로 오늘 대한과 경기가 잡힌 오말은 19승 4패의 전적을 가지고 있었다.

비록 나이가 조금 많은 31살이었지만 그만큼 경기경험도 풍부했다.

처음에 상파울루에 와서 그 사실을 알았을 때!

대한은 올리버를 때려죽이려고 했다.

전혀 대한의 데뷔전에 나올만한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UFC 미들급 순위도 무려 15위나 됐다.

이런 상대를 자신의 데뷔전 상대로 정했으니 찰스나 올리버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전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물론 그렇다고 오말이 두렵진 않았다.

싸우면 반드시 승리할 자신이 있었다.

―마스터! 카메라 세팅이 끝났습니다.

에바가 조동혁이 VIP 좌석에서 카메라를 준비해놓았다는 사실을 알려왔다.

‘화질이 걱정이다.’

―걱정하지 마세요. 나름 재미있게 볼 수 있게 만들겠습니다.

대한은 에바의 말을 듣고도 걱정이 앞섰다.

UFC는 대한의 개인 방송인 대한 TV에 경기장면을 송출하는 것을 막았다.

대신 VIP 좌석에서 조동혁이 직접 찍은 대한의 경기방송은 괜찮다고 했다.

그것도 대한이라는 이벤트성이 높은 상품을 잃기 싫어서 억지로 허락해준 것이었다.

그렇다고 VIP 좌석에서 찍은 경기장면이 UFC에서 찍은 경기장면보다 좋을 수는 없었다.

일단 위치가 옥타곤 바깥이고 찍는 각도도 아래쪽이라 화질이 만족스럽지 않았다.

다만 에바가 개입해 최대한 실감 나게 연출해 부족한 점을 만회하기로 했다.

처음 계약서를 작성할 때 그는 사실 다 때려치울까도 생각했었다.

대전료도 생각보다 적고, 자신이 나오는 경기장면도 송출할 수 없다고 하니 짜증이 났었다.

그런데 스타 기근에 시달리고 있는 UFC에서는 어떻게든 대한을 끌어들이고 싶었다.

그래서 보통 대한민국 선수들이 UFC 데뷔전에 받는 기본수당인 1만 달러의 다섯 배인 5만 달러를 제시했다.

하지만 대한은 코웃음을 쳤다.

그는 말없이 대한 TV의 구독자와 팔로워 수를 보여줬다.

눈이 똥그랗게 변한 UFC 측은 바로 갑절을 불렀다.

그래서 기본수당이 10만 달러, 승리수당이 10만 달러가 된 것이다.

대한이 그래도 만족하지 않자, VIP 좌석에서 경기를 직접 찍어 송출한다면 허용하겠다고 제안을 했다.

거기에다 대한의 경기를 보기 위해 구매한 페이퍼뷰(PPV) 수익의 5분의 1을 배분하겠다는 파격적인 제안을 했다.

페이퍼뷰는 25달러짜리 온라인 스트리밍 동영상과 50불짜리 유료 케이블TV 등의 판매수익을 말했다.

‘에잇, 다음에는 협상 전문가를 영입해야겠다.’

―저보다 더 뛰어난 협상가는 없습니다.

‘그래서 페이퍼뷰 수익을 5분의 1밖에 배분받지 못한 거야? 맥 아저씨는 3분의 1 배분받았다고 하던데.’

―그거야 맥 씨가 UFC의 톱스타 위치를 인정받았기 때문이잖아요. 마스터는 지금 데뷔전을 치르는 겁니다. 그것도 미국이 아닌 브라질에서요.

‘그래도 난 인지도라는 게 있잖아.’

―인지도가 아니라 흥행성이겠지요. 대한 TV의 구독자와 팔로워 수가 많고, UFC에서 PPV 수익이 얼마 나올 것 같지 않아서 통 크게 양보하는 거예요. 다른 선수라면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일이었습니다.

이제 말로는 에바를 이기기 힘들어졌다.

하나같이 맞는 말을 하니 핑곗거리가 궁색해졌다.

“대한! 뭐 하고 있어? 어서 나가자고.”

“네가 왜 여기에 있어?”

올리버가 들어와 그의 팔을 잡아끌었다.

페드루 코치가 고개를 살짝 흔들며 말했다.

“다음 시합이에요. 천천히 나가셔도 됩니다.”

“들었지. 이 팔 놓아라.”

대한의 말에 오히려 올리버는 혀를 찼다.

“저기 TV를 봐! 내가 볼 땐 금방 끝날 거예요. 어서 나가서 네 실력을 보여주라고.”

“아오! 이런 꼴통. 넌 시합 안 하냐?”

“나야 메인 카드니 네 뒤에 하겠지.”

“뭐? 왜 내가 네 앞이야.”

“그거야 넌 데뷔전이고 난 벌써 3연승째잖아. 그것도 전부 KO나 항복(submission)을 받아낸 거라고.”

올리버 말을 듣고 보니 자신이 UFC에서 데뷔전을 치른다는 게 확실히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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