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만재능(Feat. 대한 TV)-103화 (102/331)

103화 <상파울루로>

새로운 길을 찾아가려는 대한!

그는 이렇게 부모님의 전폭적인 지지로 첫발을 내디뎠다.

―자퇴서는 어떻게 할까?

“당장 내야지요. 하지만 숭신고에서 어떻게든 핑계를 대서 안 받으려고 할 거예요.”

―그럼 어떻게 해?

“정반석 변호사를 보낼 테니 같이 상의해서 처리해 주세요.”

―자퇴하는데, 변호사까지 써야 해?

“하루라도 빨리 일을 처리하는 게 좋아요. 그래야 제가 움직이기가 편해요.”

―그래. 알았다.

이태산과 김혜영은 대한의 말에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나머지는 정반석 변호사를 만나서 의논하면 될 일이었다.

그는 이후로 부모님과 30분을 넘게 통화를 하고 화상통화를 끊었다.

“어휴!”

생각보다 자퇴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절차야 정반석 변호사가 알아서 잘해줄 것이다. 하지만 부모님께 실망감을 주지 않고 감정을 건들지 않으려다 보니 신경을 배로써야 했고 말도 아주 조심해야 했다.

어쨌든 부모님의 허락을 받았으니 나머지는 빠르게 일을 처리하는 것만 남았다.

‘에바!’

―정반석 변호사에게 연락하라는 말씀이시죠?

‘맞아. 오늘 중으로 자퇴서 내고 확실하게 처리하라고 해줘!’

―알겠습니다.

빠른 일 처리는 역시 에바가 최고다.

그녀는 당장 율율 법무법인에 연락해서 정반석 변호사를 출동시켰다. 그리고 정말 숭신고의 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기어코 자퇴서를 하루만에 처리하고 말았다.

그사이 대한은 다시 풀장으로 내려갔다.

비치 의자에 누은 그는 다시 햇빛으로 몸을 태우며 한가한 시간을 즐겼다.

그때 하이스와 그녀의 친구들이 그에게 몰래 다가왔다.

대한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냥 모른 척했다.

“잡아라!”

“대한의 팔다리를 잡아!”

“끌고 가자.”

“와아아아!”

하이스는 마치 골목대장이라도 되는 것처럼 친구들을 선동해 대한의 팔과 다리를 잡아 들었다.

“하이스! 뭐 하는 거야?”

“호호! 대한을 물에 빠뜨리고 말겠어요.”

“안 돼!”

대한은 크게 비명을 지르며 몸부림을 쳤다. 하지만 하이스와 친구들은 그의 반항을 무시해버렸다. 그리고는 대한의 몸을 들어 풀장에 던져 빠뜨려버렸다.

첨벙!

“호호호!”

“깔깔깔!”

하이스는 신난다고 웃었다.

그녀의 친구들도 재밌다고 배꼽을 잡았다.

대한은 물속에 깊이 빠져들며 개구쟁이 같은 미소를 지었다.

져줄 생각이 아니었다면 하이스가 백 명이 와도 그를 풀장에 던져 넣을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대한도 뜨거운 혈기가 넘치는 나이였다.

미녀들의 장난을 굳이 거절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꺄악!”

첨벙!

대한은 물속에서 빠르게 튀어나와 하이스를 잡아끌었다.

하이스는 비명을 지르며 물속으로 빠져들었다.

“도망쳐!”

그녀의 친구들이 놀라서 뿔뿔이 도망쳤다.

대한이 다시 물 위로 나오자 이미 풀장 근처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때 하이스가 그의 뒤로 다가와 그의 머리를 잡고 안으로 푹 집어넣었다.

그는 굳이 반항하지 않고 물속에 들어가 줬다.

“야호!”

하이스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두 손을 번쩍 들었다.

대한이 물속에서 나와 그녀에게 물을 뿌렸다.

하이스도 지지 않고 열심히 그에게 물을 뿌렸다.

둘은 서로에게 물을 뿌리며 장난을 쳤다.

두 사람은 풀장 안에서 쫓고 쫓기며 즐거워했다.

“이야! 이거 분위기 죽이는데!”

그때 이 블링블링한 핑크빛 분위기를 단박에 깨는 훼방꾼이 나타났다.

바로 올리버 올리베이라였다.

올리버는 포마드를 바른 것처럼 올백의 머리를 하고 있었다. 입고 있는 것도 알록달록한 하와이 티셔츠였다.

그는 건달 같은 복장의 올리버를 보자 불퉁한 표정을 지었다.

“넌 뭐야? 네가 왜 여기 나타나?”

대한의 싸늘한 말에 올리버는 즉시 껄렁한 표정을 지웠고 대신 그를 항해 환하게 웃었다.

“내가 여길 왜 왔겠어? 당연히 너를 보고 싶어 왔지.”

“무슨 개소리야. 난 남자 안 좋아해!”

“하하하! 나야말로 남자는 절대 사절이라고. 내 소중한 엉덩이를 그딴 놈들에게 바칠 수는 없지. 너라면 혹시 모르니까 한번 생각은 해볼게.”

“야! 이 미친 새끼야! 당장 꺼져!”

대한이 인상을 팍 쓰고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올리버는 ‘앗 뜨거워라!’하는 표정을 지었다.

급히 두 손을 설레설레 젓는 올리버!

어쩔 수 없이 빠르게 찾아온 용건을 털어놓았다.

“사실은 찰스 삼촌 심부름 왔어. 네 출전 날짜가 정해졌어.”

“뭔 소리야? 난 종합 격투기 대회에 참가한다는 소리를 한 적이 없어.”

“참가하지 않겠다고 말한 적도 없잖아.”

올리버는 풀장 근처로 다가왔다.

하이스가 그를 쳐다보더니 고개를 옆으로 팩 돌렸다.

사촌지간인 두 사람은 별로 사이가 좋지 않은 듯했다.

촤아악!

대한은 수영으로 물을 가르며 올리버를 향해 다가왔다.

하이스는 그가 자신에게서 멀어지자 입술을 꼭 깨물며 올리버를 노려봤다.

한창 분위기 좋았는데 그걸 이렇게 깨 놓으니 그녀가 화날 만도 했다.

“올리버! 그렇다고 내가 참가하겠다고 약속한 적도 없어.”

“알아. 하지만 이건 정말 좋은 기회라고. 너라면 잠깐 나가서 1라운드에 상대를 KO 시킬 수 있을 거야. 그냥 딱 5분만 투자해!”

“음.”

진짜 피곤한 스타일이었다.

U-17 브라질 월드컵이 끝나자 긴장이 풀려서 그런지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

오죽하면 이틀 동안 개인 방송도 하지 않고 있었겠는가!

다시 뭘 시작하려는 마음이 생기기도 전에 이런 일이 일어나니 짜증이 앞섰다.

대한이 정말 싫은 티를 내자 올리버는 긴장했다.

찰스 삼촌에게 대한을 설득해오겠다고 큰소리를 팡팡 쳤던 것이다.

이러다간 모든 게 말짱 도루묵이 될 것 같았다.

“대한! 제발 부탁이니까 딱 한 번만 뛰어봐! 너라면 할 수 있어. UFC를 따 씹어먹을 수 있을 거라고.”

더는 안 되겠는지 올리버는 이제 애원을 시작했다.

자신보다 나이도 많은 놈이 저렇게 불쌍한 표정을 짓자 대한은 괜히 마음이 살짝 약해졌다.

“시합은 언제야?”

“일주일 뒤야.”

“뭐?”

이건 빨라도 너무 빨랐다. 어떻게 일주일 만에 종합 격투기 대회를 준비할 수 있겠는가?

“아무 걱정하지 않아도 돼! 상대는 나이를 먹어서 힘이 다 빠진 놈이야. 아주 하수라고. 네 주먹 한 방이면 바로 뻗어버릴 거야.”

“그래도 일주일은 좀…….”

“그렇지? 아무래도 일주일은 좀 무리지. 그래도 기왕이면 세계 최고의 종합 격투기 경기인 UFC에서 데뷔하는 게 좋은데.”

UFC 브라질 대회가 열린다는 것은 찰스를 통해 이미 알고 있었다.

대한도 종합 격투기를 보는 것을 좋아해서 UFC의 위상과 명성을 전혀 모르는 바가 아니었다.

‘에바! 올리버가 하는 말 사실이야?’

―네, 이미 마스터의 이름이 ‘UFC 브라질’ 대회 측에 올라가 있는 상태입니다.

‘벌써?’

대한은 살짝 황당해졌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종합 격투기 대회에 참가하는 것 자체에 호기심이 생겼다.

―마스터! 저는 대찬성입니다. 한 번쯤 종합 격투기 대회에 참가해서 실전경험을

대신하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이틀 동안 재능을 흡수하지 못했는데 이게 종합 격투기에 필요한 재능 복싱을 얻으라고 일어난 일 같습니다.

‘에바! 너한테 물어본 적 없다.’

―눼에에에!

에바는 바로 뒤로 넘어가면서 눈물을 흘리는 포즈를 취했다.

대한은 그녀의 모습에 속으로 고소를 지었다.

“그래. 한번 해보자.”

“정말, 정말이지?”

“이제는 참가하겠다고 해도 의심을 하네.”

“아니야. 너무 기뻐서 그래.”

“내가 UFC 브라질 대회에 참가하는데 네가 왜 기쁜데?”

“그거야 나도 참가하거든.”

“그럼 설마 내가 너와 붙는 거야?”

“아니지. 그건 나도 곤란하지.”

대한이 눈을 가늘게 뜨고 쳐다보자 올리버가 급히 말을 이었다.

“나 이번에 라이트헤비급으로 올렸어. 체중 감량 하는 게 몸에 무리가 가더라고.”

“체중 감량 하는 게 싫어서가 아니고?”

“헤헤! 그것도 있지만, 코치도 동의한 일이야.”

올리버는 자신이 불리해지는 것 같아지자 즉시 코치를 팔았다.

대한은 그냥 피식 웃었다.

사실 대한도 마음만 먹으면 라이트헤비급으로 출전할 수 있었다.

UFC의 체급규정에 따르면 미들급의 최소 체중은 170파운드(77.1kg), 최대 체중은 185파운드(83.9kg)이고, 라이트헤비급의 최소 체중은 185파운드(83.9kg), 최대 체중은 205파운드(93kg)였다.

대한의 체중은 83kg이다.

0.9kg만 늘이면 바로 라이트헤비급이 된다는 소리다.

올리버는 대한과 체격이 비슷해 보이지만 실질적으로 키와 골격도 조금 더 컸다.

그동안 체중감량으로 인해 많은 스트레스를 받아왔다. 그런데 대한과의 스파링으로 인해 올리버는 한계를 절감했다. 그래서 과감히 자신의 몸도 편하고 대한도 피해갈 수 있는 전략으로 체급을 올린 것이다.

“일주일간 같이 훈련하면서 내가 많이 도와줄게.”

“네가 나를?”

“아이고, 나 무시하지 마! 한번 졌다고 영원히 승자는 아니잖아.”

“그거야 그렇지.”

“종합 격투기 선수는 시합만 잘한다고 좋은 게 아니야. 아니 시합 이전에 어떻게 준비를 하느냐에 따라서 이미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대한은 올리버를 새로운 눈길로 쳐다봤다. 성질만 급한 놈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나름 머리를 쓸 줄도 아는 녀석이었다.

“그래서 앞으로 내가 뭘 어떻게 해야 하는데?”

“당장 짐을 싸서 상파울루로 가야지. 거기에 필요한 모든 준비가 다 되어있어.”

“흐음.”

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비토리아가 참 아름답고 좋았다. 하지만 브라질 최고의 대도시인 상파울루도 구경하러 가고 싶었다.

그의 시선이 옆으로 돌려졌다.

하이스가 어느새 대한에게 다가와 옆에 바짝 붙었다.

매끄러운 피부와 뭉클한 감촉이 동시에 느껴졌다.

“대한! 같이 상파울루에 가요.”

“하이스도?”

“네, 사실 모델 건으로 상파울루에 가봐야 할 일이 있어요.”

“잘됐네요.”

대한은 하이스가 같이 간다고 하자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입 안에 혀처럼 굴어주는 그녀의 존재!

브라질 생활에 있어 이제는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사람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사실 하이스는 당장이라도 상파울루에 가서 일을 해야 했다. 그러나 대한 때문에 그동안 차일피일 미루고 가지 않았다.

이제 더는 미룰 수 없게 된 상황에 부닥치자, 그에게 어떻게 말을 해야 좋을지 몰랐다.

그런데 대한이 상파울루에 갈 일이 생기자 옳다구나 하고 끼어들었다.

“하이스! 너도 가려고?”

“왜? 난 가면 안 돼? 거기에 내 아파트도 있다고.”

“끙.”

올리버는 입술을 삐죽이면서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둘 사이에 뭔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딱 봐도 올리버와 하이스는 앙숙이었다.

“머물 곳은 있겠지?”

“당연하지. 내 아파트에서 나와 같이 지내면 돼!”

“미쳤냐? 내가 왜 너와 같이 살아.”

“살자는 게 아니라 상파울루에 있을 때만 머물라는 말이야.”

“싫어. 사양하겠어.”

대한의 강경한 말에 올리버는 눈을 크게 뜨면서 하이스를 가리켰다.

“설마 너 하이스와 같이 있겠다는 말은 아니겠지?”

올리버의 말에 그녀는 당장 얼굴을 발갛게 물들이며 대한을 쳐다봤다.

그는 고개를 돌려 하이스의 눈을 봤다.

뭔가 기대와 두려움, 기쁨과 설렘 같은 감정이 공존하고 있었다.

대한은 팔을 뻗어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마음은 굴뚝 같지만 그렇게 했다간 아마 하이스의 아버지에게 난 총 맞아 죽게 될 거야. 그러니 깔끔하게 특급 호텔에 방 좀 잡아줘!”

“아!”

“어휴!”

두 개의 의미가 다른 감탄사가 동시에 터져 나왔다.

대한은 대놓고 올리버 앞에서 하이스의 볼에 가볍게 입맞춤을 했다.

그녀는 실망한 표정을 짓다가 그의 키스에 금세 얼굴이 다시 풀어졌다.

결론부터 말하면 대한은 결국 상파울루에 있는 호텔로 가지 못했다.

당장 찰스가 올리버에게 노발대발하며 상파울루에 있는 자신의 펜트하우스를 내줬다.

대한과 하이스는 즉시 짐을 싸서 상파울루행 비행기를 탔다.

두 사람은 비행기 안에서 알콩달콩한 시간을 보내려고 했다. 하지만 올리버가 끼어드는 바람에 실패했다.

올리버는 멋대로 두 사람의 비즈니스 클래스를 퍼스트 클래스로 업그레이드시키는 만행(?)을 저질렀다.

하이스는 크게 화를 냈고 올리버는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

대한만 둘 사이에 끼어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상황에 썩소를 지어야 했다.

이코노믹 클래스인 조동혁만이 좁은 좌석에 앉아 이런 사태를 모른 채 새로운 여행에 잔뜩 들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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