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화
“대한아! 지렸다.”
“2골째야.”
“잘 넣었다.”
“오늘 브라질 아예 통째로 삶아 먹으려고 그러냐?”
“살살해라! 크크! 해트트릭만 해!”
“나도 좀 넣자.”
그들은 하나같이 사기충천한 모습으로 미소를 지었다.
미소를 짓고 있는 것은 정광용 축구캐스터와 박승재 아나운서도 마찬가지였다.
“멋진 골이 들어갔습니다.”
“정말 환상적인 무회전 슛이었습니다.”
“패스를 받고 슛을 하는 일련의 동작이 정말 물이 흐르듯 자연스러웠어요.”
“대한민국에 이처럼 보석 같은 선수가 있다는 게 축복입니다.”
“앞으로 이대한 선수가 얼마나 더 성장할지 궁금해집니다.”
“이 경기를 시청하고 계신 시청자들께서 얼마나 즐거워하실지 상상이 갑니다.”
“오늘 이렇게 가다간 해트트릭도 가능하겠지요?”
“물론입니다. 이제 겨우 전반전입니다. 해트트릭은 물론이고 브라질 팀에서 제대로 이대한 선수를 막지 못한다면 대패를 당할 수도 있습니다.”
정광용 축구캐스터는 예언처럼 브라질 팀에 강력히 경고했다.
물론 브라질 팀이 그의 말을 들을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그래서인지 브라질 선수들은 크게 바뀐 것 없이 경기에 임했다.
삐익!
주심의 휘슬로 경기가 속개됐다.
브라질 팀은 다급하게 공격을 전개했다.
움직임에서 마음이 급하다는 게 느껴졌다.
“모두 정신 차려!”
“수비수 라인 잘 지켜!”
“우승이 눈앞이다. 모두 힘내자!”
신승운 골키퍼와 수비진은 서로를 격려하며 경기에 집중했다. 우승이 가시권 안에 들어왔다고 생각하자 더욱 분발하고 힘을 내는 것이다.
거기에다 대한과 최민석이 몸을 아끼지 않고 전방압박을 해주고 있었다.
미드필더진도 내일은 없다는 심정으로 목숨을 걸고 뛰어다녔다.
이렇게 되는 팀은 모든 게 하나가 되어 아름다운 조화를 이뤘다.
하지만 안 되는 팀은 작은 실수에도 불평과 불만을 터트리고 삐거덕거렸다.
“앗! 놓쳤다.”
“거기서 나한테 패스를 해야지.”
“너나 잘해!”
팀워크보다 개인기를 중시하는 브라질 축구 선수들!큰 대회에서조차 하나가 되지 못하고 금세 서로 반목하고 질시했다. 이게 브라질이 가진 최고의 단점이었다.
브라질 선수들은 그냥 패스하면 될 것을 무리하게 개인기로 뚫고 들어가려다 몇 번이나 대한민국 수비진에게 볼을 탈취당했다.
빼앗긴 볼은 곧바로 미드필더진을 통해 최민석이나 대한에게 뿌려졌다. 그리고 둘은 어떻게든 브라질 골문으로 가져가 유효슈팅을 날렸다.
“아오!”
“아깝다.”
최민석이 쏜 회심의 강슛이 아깝게도 크리스티안 골키퍼에게 막혔다.
대한은 최민석을 격려하며 빠르게 물러났다. 그러다가 볼이 기어 나오자 즉시 전방압박을 시작했다.
워낙 몸싸움이 강한 대한이라 브라질 선수들은 그가 달라붙자 질색을 했다. 몸이 차돌처럼 단단해 부딪치기만 하면 온몸이 쑤시고 아팠다. 그러니 대한과 가까이하려는 브라질 선수들은 아예 존재하지 않았다.
브라질 선수들은 동양인 축구 선수들이 몸싸움에 약하고 체력이 떨어진다는 소리를 들었다. 하지만 오늘 보니 다 헛소리에 불과했다.
특히 대한은 유럽의 최정상급 선수들에 못지않은 하드웨어와 몸싸움 실력을 지니고 있었다.
“대한아!”
그때, 최민석이 전방압박으로 볼을 탈취했다.
대한은 즉시 골문을 향해 달려갔다.
곧바로 최민석의 킬패스가 이어졌다. 이번에는 허공을 가로질러 날아오는 빠른 공중볼이었다.
대한은 힐끗 골대를 한번 쳐다보고는 떨어지는 볼에 힘차게 발을 가져갔다.
뻥!
시원하게 축구공을 패는 소리가 터졌다.
놀랍게도 허공을 날라온 볼은 대한의 발에 의해 더욱 빠른 속도로 쏘아졌다.
크리스티안 골키퍼가 힘차게 몸을 날리며 볼을 막았다. 하지만 축구공은 이미 골문을 넘어선 후였다.
와아아아!
대한민국 응원단이 들불처럼 일어나며 크게 환호성을 질렀다.
TV를 보고 있는 시청자들도 치맥을 먹다 말고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괴성을 질러댔다.
아니, 대한민국 곳곳에서 함성이 터져 나왔다. 안에서 격정이 터져 올라오며 가슴이 탁 풀렸다. 10년 묵은 체증이 내려간 것같이 속이 시원했다.
“골!”
“골입니다.”
“세 번째 골이 터졌어요.”
“이대한 선수가 기가 막힌 발리슛으로 골을 넣었습니다.”
“해트트릭입니다. 정말 무시무시한 골 결정력입니다.”
“이대한 선수! 진짜 대단합니다.”
“오늘 완전히 날 잡은 것 같습니다.”
“이대로 가다간 브라질은 아예 박살이 나버릴 것 같습니다.”
“이미 반쯤은 갈려 나갔어요. 저쯤 되면 선수들의 멘탈이 유리처럼 산산조각이 났을 겁니다.”
정광용 축구캐스터와 박승재 아나운서는 격앙된 목소리로 대한을 칭찬했다.
반대로 브라질 선수들의 멘탈이 박살 나는 것을 걱정해줬다.
대한 TV의 시청자들도 환호성을 지르며 좋아했다.
유티비 라이브의 채팅 창도 폭발하듯 터져나가기 시작했다. 특히 유럽과 남미의 반응이 아주 굉장했다.
[Mineiro: 또 골을 먹었다. 브라질 대참사!]
[Gustavo: 아이와 어른이 시합하는 것 같다. 이게 뭐냐?]
[Flamengo: 브라질 선수들 다 나가 뒈져라!]
[EnglandFoever: 크크크! 브라질 아주 박살 나네.]
[Atlético: 도대체 대한이 누구냐? 외계인이야!]
[Santos: 제발 한 골이라도 좀 넣어라!]
[Juan: 대박! 이게 브라질의 현주소다. 이 선수 조만간 EPL에서 보겠네.]
[Nathan: 와우! 해트트릭이다. 대한, 정말 잘한다. 브라질 폭격당했네. :)]
[Deugol: 역시 라틴 아메리카 놈들은 안돼! 독일에 개망신을 당하고도 아직 버릇을 못 고쳤어.]
[Venecia: 브라질이 이렇게 무너지는구나. 대한 Good job!]
브라질 팬들은 절망했다.
이웃인 중남미 국가들의 시청자는 브라질의 졸전에 한심하다는 반응이었다.
유럽의 시청자들은 브라질이 대패할 것으로 보이자 고소해했다.
대한민국 벤치는 열광의 도가니로 변했다. 브라질을 3:0으로 이기고 있으니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김수정 감독의 얼굴에 미소가 걸리고 코치들은 대놓고 웃음을 터트렸다. 노유상조차도 대한민국 대표팀의 분위기에 기꺼워하는 표정이었다.
“골이다.”
“대박! 해트트릭이다.”
“대한 만세다.”
“감독님이 대한을 데려오지 못했다면 어쩔 뻔했냐?”
“괴물이 따로 없네.”
“저놈은 빨리 유럽으로 가는 게 우릴 도와주는 거다.”
“적으로 만났을 때의 대한을 생각하니 정말 끔찍하다.”
“하하하! 그런 건 나중에 생각하자. 우승이 눈앞이다.”
그들은 우승이 코앞으로 다가오자 흥분으로 들뜨기 시작했다.
삐이익!
경기가 재개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주심이 휘슬을 불었다.
전반전 40분이 끝난 것이다.
스코어는 3대0.
브라질 같은 강팀과 싸웠다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점수였다.
“다들 수고했다.”
“앉아서 좀 쉬어라!”
대한과 최민석을 비롯한 대한민국 선수들이 벤치 앞에 모여 앉았다.
코치들과 교체명단에 들어간 선수들이 물과 수건을 가져와 나눠줬다.
김수정 감독은 연신 환한 웃음을 지으며 선수들을 격려했다.
“모두 열심히 잘 뛰어줬다. 수비도 좋고 공격도 활발하다. 미드필더진도 최선을 다하는 게 느껴진다. 후반전도 이렇게만 하면 우승은 우리 것이다. 그러나 아직 방심하기는 이르다. 브라질은 후반전에 파상공세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 수비에 치중하다가 역습을 노린다면 우리는 느긋하게 경기운영을 해나가면 된다.”
“…….”
“하지만 브라질은 분명히 역전을 위해 대공세를 펼칠 것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수비에 치우치면 오히려 브라질의 공격을 도와주는 꼴이 된다. 그러니 전반전과 마찬가지로 전방압박을 계속하고 공격에 집중한다.”
대한은 절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기고 있는 팀은 점수를 지키고자 하는 의지가 강해진다. 그래서 공격보다는 수비를 강화한다. 그러다가 오히려 공격의 빌미를 제공하고 역전패당하는 수가 있다.
김수정 감독은 그런 일말의 가능성을 아예 제거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래서 한두 골을 먹더라도 더 골을 집어넣어서 점수 차를 유지하는 전략을 썼다.
대한은 이 작전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그는 조금도 공격을 늦추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민석아! 후반전에 골 좀 넣게 조금만 더 뛰어라!”
“알았어. 나 탈진해서 쓰러질 때까지 미친 듯이 뛰어다닐 테니까 제발 킬패스 좀 해줘!”
“이 새끼야! 내가 전반전에 너한테 넣어준 킬패스가 몇 개인 줄 알아? 줘도 못 먹어놓고 패스 탓을 하네.”
“그런 뜻이 아니잖아. 그냥 전반전처럼만 패스를 해줘. 이번에는 꼭 넣을게.”
대한은 웃으면서 최민석의 머리를 헝클어뜨렸다. 예전 같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친해져서 이 정도는 그저 애교에 불과했다.
삐이익!
주심의 휘슬로 후반전이 시작했다.
와아아아!
브라질 관중은 자국의 대표팀을 응원하기 위해 크게 함성을 질렀다. 하이스와 치어리더팀도 결국 브라질 팀을 응원하기 시작했다.
대한은 별로 섭섭해하지 않았다. 그녀들이 브라질을 응원하는 게 아주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자신이라도 이런 상황이면 당연히 대한민국 선수들을 응원했을 것이다.
“막아!”
“한쪽으로 몰아!”
“전방압박!”
대한민국 선수들은 계속 서로 소통하면서 조직적인 수비를 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브라질 선수들의 공세가 강력했다.
어느새 흐름이 완전히 브라질로 넘어갔다.
몇 번의 위기를 맞이했다. 하지만 신승운 골키퍼의 선방으로 점수를 내주지는 않았다.
10분쯤 지나자 브라질 공격수들의 움직임이 느려졌다.
대한민국의 미드필더진이 살아나고 전방압박이 이뤄지자 공격의 날이 무뎌진 것이다.
대한은 이제 흐름을 다시 가져올 때라는 것을 깨달았다.
‘에바! 칭호를 써야겠어.’
―드디어 다시 골 사냥입니까?
‘응.’
그는 칭호 가호, 워크라이, 투지의 신병을 차례로 썼다. 사실 가호는 어떤 효능인지 잘 알 수 없었다. 보호막은 아예 모르겠고 방어력이 올라간다니 일단 좋은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워크라이로 민첩 스탯을 증폭해 103이 됐다. 투지의 신병으로 재능 스프린트(S)를 부스팅하자 등급이 SS급에 육박했다. 올라간 민첩과 스프린트(S)는 곧 환상적인 시너지 효과를 냈다.
“최민석 선수가 드리블해 올라가고 있습니다.”
“어! 이대한 선수 갑자기 중앙선을 넘어 침투합니다. 그런데 속도가 무지하게 빠릅니다.”
정광용 축구캐스터와 박승재 아나운서가 기대감에 취해 목소리의 톤을 높였다.
“최민석 선수 이대한 선수를 향해 얼리크로스를 올렸습니다.”
“이대한 선수 수비수들을 지나쳐 볼을 향해 몸을 날립니다.”
“헤더!”
“골입니다.”
“우와아! 골이 들어갔습니다.”
“무지막지한 헤더입니다.”
정광용과 박승재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만큼 대한의 헤더는 대단했다.
중앙선을 넘기 시작해 무서운 속도로 스프린트!
최민석이 얼리크로스를 올려주자 그걸 잡지 않고 그대로 몸을 날려 헤더를 때렸다.
얼마나 세게 날아갔는지, 프리킥을 찬 것처럼 빠르게 날아가 골문 좌측에 꽂혀버렸다.
채팅 창은 난리가 났다.
[유리의생일: 야호! 골이다.]
[주머니가득: 4:0이다. ㅎㄷㄷ]
[따로또같이: 대포알 같은 헤더였어. ㅎㄷㄷ]
[봄이왔어요: 대한 오빠! 최고!]
[시니크염소: 오빠가 확실한 거지? ㅋㅋ]
[역사바로서기: 동네 축구도 아니고 브라질 바보! ^^]
[동의보감: 미쳤다. 미친 게 확실합니다. 대한은 골에 미쳤습니다. ㅋㅋ]
[다빈치좋아: 와우! 개시원!]
[강남미용사: ㅇㅈ 이야아! 골을 보니 스트레스가 쫘악 풀린다.]
[베이비폭스: 4골! 이제 축구라면 이대한 밖에 생각날 것 같지 않다.]
[지구여행자: 나 오늘부터 이대한 선수 빠한다.]
[주말강습: 대한 TV 먼저 구독해라! 그래야 진정한 빠다.]
경기장은 이제 브라질 팀을 포기하는 분위기가 만연했다. 그래서인지 대한이 골을 넣자 오히려 박수가 쏟아졌다.
하이스와 치어리더팀도 마음속으로 기쁨과 축하를 보냈다. 감히 관중의 눈이 무서워서 대한을 연호하지는 못했다.
“이 새끼야! 좋냐? 좋냐고? 골 혼자 넣으니까 좋지.”
“얼리크로스 죽였다.”
“헤헤! 그렇지. 내가 도움 하나 기록했다.”
처음에는 시비조로 나온 최민석!
대한의 한마디 말에 금세 태세전환을 했다. 그의 말대로 도움 하나를 기록했으니 만족스러웠다.
그런데 브라질 선수들은 이미 멘탈이 박살 났다. 3:0까지는 어떻게 버텼는데 4:0이 되자 마음속으로 이미 졌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