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화 <결승전>
“지금 보시다시피 이곳 경기장은 입추의 여지도 없이 관중이 꽉 차 있습니다.”
“수용 인원이 20,310명이라고 했는데 제가 보기엔 그보다 더 많이 들어온 것 같습니다.”
“어쨌든 이렇게 꽉 찬 경기장에서 결승전을 하게 되어서 참 기쁩니다.”
“무엇보다 우리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17세 이하 축구 대표팀이 결승전을 치른다는 것이 기쁘기 한량없습니다.”
정광용 축구캐스터와 박승재 아나운서는 감개무량한 표정을 지으며 목소리에 살짝 감정을 실었다.
“이제 대한민국 선수들이 입장하고 있습니다.”
“브라질 선수단도 들어오고 있네요.”
두 사람의 중계방송과 함께 결승전은 실시간으로 대한민국에 전송되고 있었다.
아니 세계 각국의 방송사가 브라질에서 보내주는 영상을 받아 생방송을 진행하고 있었다.
그만큼 이번 결승전은 세계적으로 관심이 지대한 경기였다.
조동혁은 VIP 좌석에서 대한을 찍고 있었다.
어차피 그에게 U-17 브라질 월드컵 결승전은 관심 밖이었다.
자신의 보스이자 오늘 경기의 관전 포인트인 대한의 움직임을 찍어 보내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했다.
그가 따로 설치해놓은 2대의 카메라에서도 대한의 모습이 잘 잡히고 있었다.
물론 이것을 조정하는 동혁이 아니라 에바였다.
‘에바! 오늘 어때?’
―마스터! 분위기 좋습니다.
‘그거 말고 나 말이야.’
―지구의 언어로 환골탈태나 바디체인지를 말하는 것입니까?
‘당연하지.’
―잘 생기셨습니다. 멋지십니다. 판타스틱합니다.
‘푸하하하!’
대한은 속으로 웃음을 참지 못했다.
겉은 멀쩡했지만, 에바의 말에 마음속으로는 파안대소를 터트리고 있었다. 아닌 게 아니라, 정말 화면에 비친 대한의 외모는 완벽에 가까웠다. 그래서인지 오늘따라 유난히 대한 TV의 시청자들이 흥분하고 있었다.
[사고친언니: 우리 대한이 오늘따라 왜 이렇게 멋있냐?]
[느낌이쏙쏙: 아오! 대한이 존잘!]
[조각조각: 조각 미남이 따로 없네.]
[치즈케익: ㄱㅅㄲ! 얼굴에 광이 나네.]
[소아과의사: 꺄아! 대한이 너무 멋져!]
[소프트미녀: 피부 자체발광! 미친 외모다.]
[기초영어: 지금 보고 있는 사람이 내가 알고 있는 대한이 맞냐?]
[공정선거: 변해도 너무 변했네. 존잘 ㅇㅈ]
[떡실신: C발! 왜캐 잘 생겼어.]
[얼빵미녀: 우와! 대한이 살아있네!]
남자들은 질투에 눈이 멀어 욕을 하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여자들은 하나같이 대한의 외모에 감탄했다. 그건 오늘도 변함없이 경기장을 찾아준 하이스와 치어리더팀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사랑에 빠진 소녀처럼 대한에게 열광했다.
“대한 만세!”
“대한 해트트릭!”
“대한 넘버원!”
그녀들은 이처럼 소리높여 열심히 응원하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대한민국보다 브라질을 응원하는 사람이 훨씬 많았다.
아무래도 브라질과 결승전을 치르다 보니 브라질 관중들이 자국 선수단을 응원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축구에 관한 한 세계 최강을 자부하는 브라질이다.
물론 U-17의 경우는 아르헨티나와 칠레에 치어서 밀려나고 말았지만 말이다. 그래도 유망주의 보물창고 브라질 팀은 여전히 강했다.
양측 선수단이 나와서 서자 각국의 국가가 연주됐다. 선발 출전한 대한도 가슴에 손을 대고 애국가를 불렀다.
해외에 나와 이렇게 한 나라의 대표로 경기를 뛴다는 게 참으로 가슴 뭉클했다. 그는 뿌듯해진 마음을 부여잡고 꼭 승리하리라 다짐했다.
지금, 이 순간! 아마 모든 대한민국 선수들의 마음이 이와 같을 것이다.
삐이익!
주심의 휘슬이 울렸다.
와아아아!
경기장은 거대한 함성의 물결로 휩싸였다. 드디어 국제축구연맹(FIFA)이 주관하는 U-17 브라질 월드컵 결승전이 시작됐다.
브라질은 전통적인 4:4:2 진형으로 나왔다.
이에 맞서는 대한민국은 4:2:3:1 진형이었다.
특이한 것은 원톱에 대한이 아니라 최민석을 세웠다는 것이다.
대신 대한은 중앙에서 공격형 미드필더처럼 움직였다. 그런데 그는 굳이 포지션에 구애받지 않았다. 마치 프리롤이라도 되는 양 자유롭게 멋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런 대한의 움직임이 브라질 선수들을 상당히 헷갈리게 했다.
‘이 새끼들 나한테 전담 마크도 안 붙였네.’
―그만큼 자신들의 실력을 자신하나 보네요.
‘독일에 그렇게 개털리고 나서도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어요.’
―그럼 마스터께서 한 번 더 털어주세요.
에바의 말에 대한은 싱긋 미소를 지었다.
“민석아!”
퉁!
그는 최민석의 이름을 부르면서 노룩 패스를 했다.
대한을 쳐다보던 브라질 수비들은 기겁했다.
뻥!
최민석은 패스를 잡지도 않고 그대로 볼을 후려갈겼다.
아깝게도 크로스바를 살짝 벗어나는 슈팅이었다.
“미안!”
“괜찮아. 계속 패스해줄 테니까 열심히 움직여!”
“당연하지.”
대한의 위로에 최민석은 금세 기운을 되찾았다.
브라질은 처음부터 파상공세를 펼쳤다. 하지만 오늘 대한민국 수비진은 평소와는 달랐다.
무슨 약이라도 빤 것처럼 전보다 훨씬 기운차고 치밀하게 움직였다. 아무래도 우승에 목을 맨 것 같았다. 덕분에 대한과 최민석은 살맛이 났다.
반대로 브라질 수비진은 죽을 둥 말 둥 했다.
“으헥!”
대한과 최민석은 그라운드가 좁다며 전설의 적토마처럼 뛰어다녔다. 강한 전방 압박은 수비에 부담을 덜어주고 상대 팀의 빌드업을 방해한다.
지금의 대한은 이미 예전의 몸이 아니었다. 근력 스탯은 100대를 넘겨 이미 인간의 한계를 초월했다.
체력은 올림픽이나 세계선수권 메달리스트나 가질 수 있는 90대였다.
민첩은 이제 세계 정상급 선수들과 비교해도 지지 않을 80대이다.
그에 더해 알파로메오(S)가 사라지고 대신 자리 잡은 푸르나(SS)!
정수리에서 꼬리뼈까지 끊임없이 진자운동을 펼치며 그에게 쉴 새 없이 시원한 기운을 전해줬다. 덕분에 피로가 금세 풀리고 온몸이 가볍고 시원했다. 이러니 아무리 뛰어다녀도 힘들지가 않았다.
브라질 선수들은 대한을 무슨 괴물 보듯 쳐다봤다. 벌써 20분이나 지났는데도 대한이 쌩쌩하게 돌아다니자 질렸다는 표정들이었다.
“억!”
그러다가 결국 브라질 선수의 실수가 튀어나왔다. 아니, 대한의 강한 전방압박에 볼을 빼앗긴 것이다.
“달려!”
그는 크게 소리치며 브라질 골문을 향해 달려갔다.
최민석이 대한이 지른 소리를 듣고는 신나게 달리기 시작했다.
양쪽에서 동시에 달려들자 브라질 수비수들이 크게 당황했다.
“쿠스타보! 막아!”
“헨리! 차단해!”
브라질 골키퍼 크리스티안은 급히 수비수들을 나눠서 움직였다.
그의 지시는 현명했다. 하지만 크리스티안보다 대한과 최민석의 움직임이 더욱 빠르고 효과적이었다.
퉁!
대한은 마치 슛을 때릴 것처럼 동작을 취했다가 빠르게 옆으로 패스했다. 그러곤 즉시 오른쪽 골대를 향해 달려갔다.
최민석이 패스를 받자마자 살짝 볼의 밑을 찍어 차 허공으로 로빙패스를 했다. 둥실 떠오른 볼은 골대의 오른쪽으로 날아왔다.
크리스티안 골키퍼가 급히 달려와 각도를 줄였다. 하지만 이미 대한은 날아오는 볼을 향해 온몸을 날린 후였다.
퉁!
축구공은 대한의 머리에 맞아 그대로 오른쪽 골문을 갈랐다.
와아아아!
대한민국의 응원단은 크게 환호성을 질렀다. 대한민국 대표팀 벤치도 일제히 자리를 일어나며 만세를 불렀다.
“골! 골! 골입니다. 이대한 선수가 헤더로 골을 넣었습니다.”
“바로 이거죠. 이것 때문에 우리가 이대한 선수를 보는 겁니다.”
정광용 축구캐스터와 박승재 아나운서가 입에 침을 튀기어가며 신나게 떠들어댔다.
“남아메리카의 축구 맹주 브라질에 통렬한 일격을 선사했습니다.”
“냉정하게 따지면 U-17 대표팀은 아르헨티나가 브라질보다 강팀이에요. 그러니 이런 결과가 나오는 겁니다.”
“이대한 선수! 정말 센스가 넘칩니다.”
“패스를 주고 들어간 모습 좀 보세요. 마치 들판을 달리는 적토마 같지 않습니까?”
“제가 볼 때는 날아다니는 비호처럼 보입니다.”
“우리가 이렇게 편파방송을 해서는 안 되지 않습니까?”
“안 되지요. 하지만 정말 어쩔 수 없는 날도 있는 겁니다.”
둘은 환하게 웃으면서 대한을 물고 빨아줬다.
반대로 브라질 팀은 열심히 찧고 빻았다.
채팅 창은 환호성 일색이었다.
[만수르SUH: 우리 대한이 이제 국위 선양하네.]
[닥공: 골이다. 왠지 골을 넣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나만 그런가?]
[우리두리: 대한이 이렇게 성장한 것을 보니 눈물이 나오려고 하네요.]
[어벤저스: 대한아! 오늘도 해트트릭 가즈아!]
[톰과제리: 우승이 멀지 않았다.]
[꼬끼오: 아오! 축구 개잘함.]
[자주국방: 미친 공결정력이다. 이제 대한을 국대로 보내야 한다.]
[카리스마: 국대는 개뿔! EPL 보내자.]
[핵인싸: EPL은 너무 빡세서 안된다. 차라리 J리그로 보내자.]
[No재팬: No재팬! 대한에게 방사능 먹일 일 있어? 사과해라!]
[핵인싸: 생각해보니 좀 그렇네. 진솔! 사과한다. ㅠㅠ]
하이스와 치어리더팀은 평소처럼 기뻐하지 못했다. 그래도 자국인 브라질 팀이 골을 먹었다고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삐익!
주심이 경기를 재개시켰다. 브라질 선수들의 움직임이 빠르게 변했다. 이제는 대한을 무시하고 개인기를 무기 삼아 빠르게 빌드업을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대한민국 수비진이 쉽게 뚫리진 않았다. 오히려 빠르게 전개되는 상황 속에 볼을 흘려서 역습의 기회를 줬다.
“대한아! 달려!”
최민석이 수비수 홍성우에게 볼을 받자 곧장 드리블을 치고 달렸다.
대한은 이미 중앙선을 넘어 대각선으로 달리고 있었다.
뻥!
최민석은 그에게 바닥으로 낮게 깔리는 패스를 했다. 브라질 선수들 사이를 교묘하게 빠져나간 볼은 대한에게 정확히 배달됐다.
“나이스 패스!”
그는 미소를 지으며 부드럽게 퍼스트 터치를 했다. 빠르게 다가오던 볼이 힘을 잃고 골대를 향해 부드럽게 방향을 바꿨다.
대한은 골문이 보이자 지체없이 강슛을 때렸다.
뻥!
축구공이 터질 것처럼 압축되었다가 쏜살처럼 골대를 향해 날아갔다.
브라질 크리스티안 골키퍼는 미친 속도로 날아오는 볼을 향해 한 손을 쭉 뻗었다. 그런데 당연히 막을 수 있을 거로 생각했던 축구공이 갑자기 아래로 뚝 떨어졌다.
“골!”
와아아아!
대한민국 응원단은 일제히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페널티 에어리어 밖에서 쏜 중거리 슛이 빨랫줄처럼 날아가 골문에 꽂히는 모습!
그것은 보는 것 자체로 가슴을 시원케 하는 카타르시스였다.
“저 새끼 뭐야?”
카를로스 감독은 순식간에 또 한 골을 먹자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너무 기가 막혀서 그런지 아예 화도 나지 않았다.
옆에서 마테우스 코치가 고개를 흔들었다.
“동양에 저런 괴물이 숨어 있었네요.”
“귀화라도 시켜야 하는 거 아니야?”
“한번 시도해 봐야겠습니다.”
카를로스 감독은 대한의 능력을 정확히 이해했다. 비록 아르헨티나에 졌지만, 브라질은 여전히 강팀이었다. 그런데 개인기가 뛰어난 브라질 선수들을 압박하는 모습을 보니 도저히 17세 이하 선수 같지가 않았다.
사실 덩치만 봐도 이미 프로리그에서 뛰는 선수 못지않았다. 하드웨어는 이미 완성된 상태였고 기량도 아주 뛰어났다. 이런 선수와 싸우느니 차라리 귀화를 시켜서 품는 게 정석이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음모(?)가 진행되는 줄도 모르고 결승전 경기를 시청하는 대한 TV의 시청자들은 맛있게 치킨을 뜯고 시원하게 맥주를 마셔대며 즐거워했다.
[작업남1: 골! 개사이다.]
[부부는졸라싸운다: 미친 중거리포다.]
[개좋앙: 와아! 정말 속이 다 시원하다.]
[대마도여자: 한국 사람 멋있어요. 졸귀!]
[늑골뽑기: 축구경기에는 역시 치맥이지. 아! 좋아.]
[동해소녀: 져봐라! 그딴 소리가 나오나. 이기니까 맛있는 거야.]
[빈대중생: 이래서 내가 대한 TV를 본다니까. 대한 만세!]
[치킨효린: 크크크! 브라질 개박살 난다. 아이유! 고소해!]
[초정리광천수: 아이유가 왔다고?]
[대한대박이: 난독증 걸린 분 꺼져!]
[화사팬임: 아싸! 골이다.]
[도깨비형: 정말 손 형 이후 최고의 스트라이크다.]
[대폭주: 넌 그냥 골 제조기로구나. ㅋㅋ]
[아보카도: 뚱보에서 장래희망이 됐다. 인간승리! 존잘!]
달풍선이 절로 터지고, 비트가 폭우처럼 쏟아졌다. 후원금이 미친 듯이 올라가고, 엄지 이모티콘이 채팅 창을 점령해 갔다.
골도 넣고 돈도 벌고 인기와 인지도도 올라가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몸값 올라가는 소리까지 들렸다.
대한은 최민석에게 달려가 그를 끌어안았다.
최민석도 좋다고 세게 안겨 왔다.
곧이어 대한민국 선수들이 우르르 몰려와 축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