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만재능(Feat. 대한 TV)-99화 (98/331)

99화 <에스콰이어(A)>

전신이 시원하고 몸이 너무 가벼웠다. 당장 하늘을 날라고 하면 날 수도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에바, 이거 몸이 아주 완전히 달라졌는데.’

―헤헤! 조금 더 살펴보세요.

에바의 말에 대한은 욕실에 설치된 거울을 쳐다봤다. 하지만 몸에 덮인 끈적끈적한 액체와 냄새가 그의 신경을 자극해왔다.

‘아이쿠! 일단 청소부터 해야겠다.’

대한은 바닥에 깔린 커다란 수건을 먼저 걷었다. 그리고 샤워기를 틀어 몸에 묻은 분비물 같은 것을 씻어내렸다.

전보다 악취가 심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열심히 샤워해서 깔끔해졌다.

‘시원하다.’

―이제 거울을 한번 보세요.

‘응.’

대한은 에바의 말대로 전신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몸을 쳐다봤다.

“와우!”

그는 깜짝 놀랐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너무도 달라져 있었던 것이다.

‘세상에! 이게 나 맞아?’

―네, 맞습니다.

에바의 확신에 찬 말에 대한은 반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봐도 믿기 힘든 사실이었다.

균형 잡힌 몸은 압축된 근육으로 뒤덥혀 강인해 보였다.

피부는 어린아이처럼 하얗게 깨끗했고 얼굴은 투명하고 뽀얗게 변해 광채가 나고 있었다. 얼굴도 진짜 자신의 얼굴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잘생겨 보였다. 심지어는 사타구니 사이의 상징까지 너무 당당하고 멋져서 감탄했다.

처음에는 무척 놀란 표정이었다. 하지만 이내 자신의 얼굴과 몸에 적응한 그는 점차 입꼬리가 귀에 걸려버렸다.

잡티 하나 없는 깨끗한 피부가 도저히 축구 선수 같지 않았다. 아마 연예인도 이 정도로 관리를 하지는 못할 것 같았다.

―그만 좀 보세요. 거울 뜷어지겠습니다.

‘크크크! 아무리 봐도 좋아서 그렇지.’

―상태 창은 확인하지 않을 생각입니까?

‘아니지. 당연히 확인해야지. 에바! 상태 창 띄워줘!’

―네, 마스터.

대한은 오늘 두 번째로 상태 창을 확인했다.

이름: 이대한

등급: 에스콰이어(A)

칭호: 가호(보호막·방어력↑100%), 워크라이(스탯 증폭↑20%), 투지의 신병(재능 부스터↑20%)

나이: 만 17세

직업: 학생(숭신고등학교 2학년)

재능 ▶ 탄탈러스(SS), 크루세이더(SS), 푸르나(SS), 노래(S), 끈기(S), 인내(S), 미모(S)

언어 ▶ 포르투갈어(S), 이탈리아어(S), 영어(S)

축구 ▶ 전술 이해도(S), 몸싸움(S), 순간 돌파(S), 양발잡이(S), 넓은 시야(S), 축구 지능(SS), 축구 재능(SS), 프리킥(SS), 축구 기본기(S), 드리블(S), 개인기(S), 패스(S), 골 결정력(S), 주력(S), 스프린트(S), 지구력(S), 수비(S)

격투 ▶ 주짓수(SS), 태권도(SS), 격술(SS), 검술(S), 종합 격투기(S)

스탯: 근력 103, 민첩 86, 체력 91, 지력 89, 마력 38

신장 185cm, 몸무게 83kg

일단 등급이 ‘워리어(B)’에서 ‘에스콰이어(A)’로 바뀌어져 있었다.

새로운 칭호도 생겼는데 이름이 ‘가호’였다.

보호막과 방어력을 100% 증강시켜 주는 효과를 지닌 칭호였다.

‘에바! 보호막과 방어력이라니? 이게 대체 무슨 말이야?’

―나중에 저절로 아시게 됩니다. 지금은 일단 상태 창만 확인하세요.

에바는 당장 그의 궁금증을 풀어주지 않았다.

대한은 다시 시선을 칭호로 돌렸다. 새로운 칭호만 생긴 것이 아니라 기존 칭호의 효과도 좀 달라져 있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기존의 스탯 증폭과 재능 부스터!

능력치와 시간이 동시에 증가했다는 점이다. 전에는 최대 10분에 10%였는데 에스콰이어로 등급이 오르자 20분에 20%로 늘었다.

이건 정말 엄청난 일이었다. 축구 경기에서 이미 칭호의 효과를 뼈저리게 느낀 대한이다.

10%와 10분이 더 늘어난 칭호의 효용성은 누구보다 그가 제일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재능 칸을 확인하다 놀란 눈이 아주 찢어질 듯 커져버렸다.

‘에바! 새로운 재능이 생겼어.’

―스파이럴 제국기사단의 비전 무공 ‘탄탈러스(SS)’와 검법인 ‘크루세이더(SS)’를 전수해드렸습니다.

‘둘 다 무려 더블 S등급이군.’

―등급이 문제가 아니라 스파이럴 제국기사단의 수백년의 노하우와 비전이 녹아있다는 것입니다.

‘쉽게 상상이 안 가네.’

―머릿속으로 떠올리면 저절로 깨달아질 겁니다.

대한은 에바의 말대로 머릿속으로 ‘탄탈러스(SS)’와 ‘크루세이더(SS)’를 떠올렸다. 그러자 머리가 시원해지며 마치 오래전부터 익혀온 것 같은 한 가지의 무공과 한 가지의 검법이 떠올랐다.

놀라운 것은 당장이라도 두 가지를 완벽하게 펼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는 찰스와 올리버를 떠올리며 스파링을 생각했다.

‘조만간 진가를 확인할 수 있겠군.’

대한은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다시 상태 창에 시선을 고정했다.

‘알파로메오(S)’가 사라지고 그 자리에 ‘푸르나(SS)’가 들어와 있었다.

그는 에바에게 묻기 전에 ‘푸르나(SS)’를 생각해 봤다. 곧바로 뇌리에 푸르나에 대한 정보가 떠올랐다.

‘푸르나(SS)는 알파로메오(S)의 상위호환 버전이구나.’

‘맞습니다. 알파로메오(S)가 기초적인 오러·마나 연공법이라면 푸르나(SS)는 기사(Knight)를 위한 본격적인 전투 연공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뭐가 다른지는 잠시 집중해 보는 것만으로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이제부터 알파로메오(S)를 대신해 푸르나(SS)를 연공하면 될 것이다.

신체 등급이 에스콰이어(A)로 올라서인지 재능의 등급들도 대부분 한 단계씩 올랐다.

언어에서 포르투갈어(A)가 포르투갈어(S)로 변했다.

축구는 축구 지능(S), 축구 재능(S), 프리킥(S)이 각각 축구 지능(SS), 축구 재능(SS), 프리킥(SS)로 한 단계씩 등급이 올랐다.

또한 순간 돌파(A), 축구 기본기(A), 드리블(A), 개인기(A), 패스(A), 골 결정력(A), 주력(B), 스프린트(B), 지구력(B), 수비(B)가 모두 순간 돌파(S), 축구 기본기(S), 드리블(S), 개인기(S), 패스(S), 골 결정력(S), 주력(S), 스프린트(S), 지구력(S), 수비(S)로 승급했다.

격투는 신체 등급의 승급에 영향을 받아 주짓수(S), 태권도(S), 격술(S)이 단번에 주짓수(SS), 태권도(SS), 격술(SS)로 올라갔다.

거기에다 새로운 격투 재능인 검술(S)과 종합 격투기(S)가 발아했다.

‘개이득!’

―그동안 신체가 받쳐주지 못해 등급이 오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제 충분히 몸이 받쳐주니 저절로 등급이 조정된 것입니다.

에바의 설명을 들으며 이번에는 스탯을 확인했다. 근력, 민첩, 체력, 지력이 모두 5개씩 대폭 상승했다.

마력도 14개가 늘어 38이 됐다. 그제야 대한은 자신이 단순히 겉만 변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당장 주먹만 쥐어봐도 예전에 느끼던 힘과는 차원이 달랐다.

―축하합니다. 마스터!

‘고마워, 에바!’

―천만에요. 앞으로 꾸준히 푸르나(SS), 탄탈러스(SS), 크루세이더(SS)를 연마하시면 좋은 일이 일어날 것입니다.

대한은 에바의 말에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그렇게 할게. 하지만 당장 이것 좀 처리하자. 냄새나 죽겠다.’

―호텔 뒤쪽으로 가시면 소각장이 있습니다. 거기 가셔서 수건을 태우세요.

‘오케이.’

그는 욕실을 나오면서 갑자기 길어져버린 머리카락을 손질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옷을 걸친 대한은 가방에서 모자 하나를 꺼내썼다. 그런 후 호텔에 비치된 쓰레기 비닐을 찾아 냄새나는 수건을 담았다.

방을 나와 승강기를 타고 로비로 내려갔다.

호텔 뒤쪽으로 돌아가자 정말 소각장이 나왔다. 대한은 소각장에서 일하는 직원에게 팁을 주고 수건을 바로 태워버렸다.

원래 태우는 게 자신의 일인데 팁까지 주니 직원은 좋다고 수건을 아예 재로 만들어버렸다.

환골탈태를 한 증거를 없앤 대한은 근처에 있는 미용실을 찾아갔다.

잘생긴 동양 청년이 들어오자 서로 자신이 하겠다고 잠시 소란이 일었다. 결국 주인이 나와서 직접 대한을 맡자 그대로 깔끔히 정리됐다.

그는 짧고 단정하게 머리카락을 자르고 호텔로 돌아왔다.

‘오늘은 그냥 일찍 자야겠다.’

―내일을 위해 푹 쉬는 것도 좋습니다. 강화된 몸이 안정을 찾는 데도 도움이 될 겁니다.

대한은 여러 가지 이유로 오늘은 개인 방송도 하지 않고 푹 쉬기로 했다.

* * *

서울 로티 그룹 본사 부회장실.

쾅!

노동규는 주먹으로 탁자를 세게 쳤다.

“말이야, 막걸리야?”

“죄송합니다.”

노재정은 두 손을 앞으로 가지런히 모으며 고개를 푹 숙였다.

한쪽에 서 있는 비서가 다가와 노동규에게 서류를 내밀었다.

노동규는 잠시 서류를 살펴보더니 노재정에게 넘겼다.

“이걸 계획이라고 가져온 거야?”

“충분히 가능성이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야구팀밖에 없잖아.”

“그러니까 계약을 잘해야지요.”

노재정의 말에 노동규는 눈을 가늘게 떴다.

솔직히 이런 사소한 일에 끼어들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조카인 노재정의 상황이 많이 안 좋았다. 그래서 약간의 도움을 주기로 결정했다.

“계획을 다시 한번 설명해봐!”

“네, 부회장님.”

노동규의 허탈한 목소리에 노재정은 신나게 자신이 세운 계획을 설명했다.

한참 동안 그의 말을 듣던 노동규가 자신의 비서를 쳐다봤다.

“고 비서! 어때?”

“아주 가능성이 없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노재정 부회장님의 복수와 함께 적지 않은 이득도 취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입니다.”

“걔가 그렇게 돈이 된다고?”

“내일 U-17 브라질 월드컵, 결승전에서 우승이라도 한다면 아마 몸값이 천정부지로 뛰어오를 것입니다.”

전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인 노재정은 믿을 수 없다. 하지만 자신과 평생을 같이해온 고 비서의 말은 믿을 수 있었다.

“으음, 그럼 한번 추진해 보자. 돈이 많이 들어가는 것도 아니니까.”

“돈보다는 아무래도 인맥의 힘이 필요한 일입니다.”

고비서의 잔잔한 말에 노동규는 검버섯이 나기 시작한 자신의 얼굴을 한번 쓸었다.

“그 애새끼가 다니고 있는 학교가 어디라고 했지?”

“은평구에 있는 숭신고입니다.”

“거기 감독 이름이 뭐라고?”

“최정규 감독입니다.”

“고등학교 축구부 감독 한 명을 대학교 축구부 감독으로 만드는 것은 일도 아니지.”

“맞습니다.”

노재정은 노동규의 말에 두 손을 비비며 맞장구를 쳤다.

노동규는 살짝 짜증이 났지만 꾹 참았다. 조카만 아니었으면, 아니 손자인 노유상만 연관이 없었으면 아마 당장 내쳤을 것이다.

“숭신고 축구부 감독으로 들어갈 자는 믿을 만한 거야?”

“네, 유성렬 코치라고 제 심복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뒤통수 맞을 일은 없다는 말이겠지?”

“물론입니다.”

“숭신고 교장은 잘 구워삶았어?”

“네, 얼마 전에 만나서 확답을 받아놓았습니다.”

일단 판은 잘 깔아놨다. 이제 이대한이라는 싸가지 없는 새끼만 잘 설득하면 된다.

숭신고를 K리그2에 속한 모 구단의 유소년 클럽으로 만들어버리면 이적료가 발생할 것이다.

돈이 조금 들어가고 인맥을 이용해 약간의 장난만 쳐놓으면 중국 구단에 비싼 값으로 놈을 팔아서 합법적으로 막대한 이적료를 챙길 수 있게 된다.

이건 정말 손 안 대고 코 푸는 일이다. 아니, 그동안 손자인 노유상이 당한 모욕에 대한 완벽한 복수이자 손쉬운 비즈니스였다.

“이적료는 얼마나 받을 수 있을까?”

“어떤 구단에 파느냐가 중요합니다. 하지만 지금의 인기와 실력을 보면 작게는 10억에서 많게는 수십억까지 챙길 수 있습니다.”

“들어가는 돈에 비하면 꽤 많이 남길 방법이 되겠군.”

“그렇습니다. 숭신고에 몇천 넣어주고 유소년 구단에 몇억 넣어주면 끝입니다. 나머지는 전부 우리의 몫이지요.”

노재정의 눈이 마치 뱀의 그것처럼 번들거렸다. 노동규는 슬쩍 고 비서를 쳐다봤다. 고 비서는 묵묵히 서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말리지 않는 것을 보면 최소한 손해가 날 게 없는 상황이었다.

“좋아! 한번 추진해 보자. 대신 절대 이걸 우리가 기획했다는 증거를 남겨선 안 돼!”

“물론입니다. 쥐도 새도 모르게 처리하겠습니다. 하하하!”

“흥! 푸훗!”

노재정이 신이 나서 웃어 재끼자 노동규도 어이없는 실소를 흘렸다.

깜빡, 깜빡!

노재정과 노동규의 스마트폰이 조용히 깜빡였다.

그들은 쥐도 새도 모를 줄 알았지만 두 사람이 나눈 대화와 동영상은 모조리 바이너리 패킷 형태로 이미 태평양을 건너가고 있었다.

* * *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박승재 아나운서입니다.”

“반갑습니다. 정광용 캐스터입니다.”

“여기는 2019 국제축구연맹(FIFA)이 개최하는 U-17 브라질 월드컵 결승전이 열리는 브라질리아의 베제항 경기장(Estadio Bezerrão)입니다.”

정광용 축구캐스터와 박승재 아나운서는 살짝 흥분된 얼굴로 중계를 시작했다.

오늘은 대한민국 U-17세 축구 대표팀이 브라질 대표팀과 결승전을 벌이는 역사적인 날이다. 그러니 중계를 하는 두 사람도 긴장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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