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만재능(Feat. 대한 TV)-97화 (96/331)

97화 <눈물의 아르헨티나>

‘에바,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쉽게 말씀드려서 다리와 발목이 강철만큼 단단하고 강해지셨습니다. 이제는 오히려 마스터를 노리는 저 가여운 영혼들의 명복을 빌어주셔야 합니다.

에바는 아주 재미있는 표현을 했다.

대한은 에바의 긴급조치로 다리뼈와 발목이 강해지자 더는 두려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안심하고 경기에 임했다.

경기가 재개되자 아르헨티나 팀은 예상대로 파상공세로 나왔다. 어떻게든 골을 넣어서 동점, 아니 역전을 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대한민국 팀도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수비에 집중하면서 기회가 나오면 즉시 빠른 역습으로 들어갔다. 그로 인해 두 팀의 공방은 살짝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다.

그때 에바의 다급한 경고성이 터졌다.

―마스터! 뒤를 조심하세요. 후안의 태클이 들어옵니다.

‘알았어.’

대한은 볼을 가지고 있다가 백태클을 당했다. 누가 봐도 아주 위험하고 섬뜩한 살인 태클이었다. 그런데 대한은 미리 백태클에 대비하고 있었다.

사실 백태클 자체를 아예 회피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계속 다른 선수들도 백태클을 걸어올 것이다.

이럴 때는 아주 따끔한 본보기를 보여줘야 한다.

“악!”

대한은 비명을 지르며 허공으로 붕 떠올랐다. 그는 눈을 감고 허공에서 땅으로 떨어져 내렸다. 물론 에바를 통해 대한은 눈을 감고 있어도 사방이 훤히 다 보였다.

떨어지면서 그는 팔꿈치를 후안의 다리에 가져다 댔다.

쿵!

“으아악!”

대한이 땅으로 떨어지자 이번에는 후안의 비명이 터졌다. 후안은 한쪽 다리를 잡고는 미친 듯이 비명을 질렀다.

“악! 내 다리, 내 다리…….”

다리가 부러져 본 사람만이 그 고통을 안다.

주심은 경기를 멈추고 급히 의료진을 경기장 안으로 불러들였다.

양측의 의료진이 동시에 들어와 각각 자기 선수들을 살폈다.

대한은 발목을 잡고는 아픈 척 연기를 했다. 놀란 의료진들이 열심히 살펴보며 스프레이를 살포했다.

시간이 지나자 다리가 부러진 것은 아니라서 다행이라는 표정들이었다.

한편 아르헨티나 의료진은 사색이 됐다. 딱 봐도 후안의 다리가 부러져있었다. 거기에다 발목에도 강한 통증을 느끼는 것이 절대 심상치가 않았다.

그들은 조심스럽게 후안을 들것에 싣고 급히 병원으로 달려갔다.

한참 후에 대한이 일어났다.

살짝 절뚝거리면서도 걸어가는 그의 모습!

대한의 이런 모습에 관중들의 우렁찬 박수가 쏟아졌다.

전광판에는 지금도 대한이 당한 살인 백태클의 동영상이 무한 반복되고 있었다.

이건 그냥 빼박이었다.

아무리 아르헨티나에 편파적인 주심이라고 하더라도 이건 용납할 수 있는 수위를 훨씬 넘긴 악랄한 행위였다.

주심은 단호하게 레드카드를 뽑아 들었다.

후안은 다리도 부러지고 레드카드를 받아 퇴장당했다.

물론 후안은 이미 경기장에서 퇴장해 병원 응급실로 달려가고 있었지만 말이다.

대한이 데안을 바라봤다.

데안은 잔뜩 겁을 집어먹고는 벤치를 바라봤다.

아르헨티나 코치는 살짝 고개를 옆으로 돌려 데안의 시선을 피했다.

‘저놈 겁먹었지?’

―네, 그런 것 같습니다. 그래도 절대 경계를 늦추지 않겠습니다.

에바의 말에 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이대로 끝낸다면 호구나 다름없었다.

당했으면 갚아줘야 한다.

‘이대로 넘길 수는 없지.’

―경기가 끝나고 나면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의 방송국에 익명으로 직캠 영상 하나를 뿌리겠습니다.

‘혹시 거기에 아르헨티나의 파블로 감독과 에이마르 코치가 한 대화가 담겨있어?’

―그것뿐만 아니라 에이마르 코치가 후안과 데안에게 직접 마스터의 다리를 부러뜨리라고 한 말까지 담겨있습니다.

‘잘했어.’

대한은 싸늘한 시선으로 아르헨티나의 파블로 감독과 에이마르 코치를 노려봤다.

파블로 감독은 대한이 자신을 노려보자 오히려 눈에 힘을 보고는 인상을 팍 썼다.

이유는 모르지만 알 수 없는 적대감을 느낀 모양이었다.

경기가 재개됐다.

대한은 일부로 볼을 몰아 데안을 향해 다가갔다. 데안이 겁에 잔뜩 질린 표정으로 주춤주춤 물러섰다. 조금만 더하면 아마 멘탈이 산산이 부서질 것이다.

도도도도도!

순간 대한은 데안을 지나치며 순간돌파를 시작했다. 데안은 꼼짝도 하지 못하고 그를 그냥 보내줬다. 귓가에는 대한의 목소리가 아직도 생생하게 들려오고 있었다.

“너도 나한테 살인 태클을 하려고 그러냐?”

데안은 마치 정신이 나간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뒤로 돌렸다.

얼빠진 데안의 반응에 아르헨티나 벤치에서 욕이 터져 나왔다.

간단히 어린 영혼 하나를 죄책감의 늪에 빠뜨려버린 대한은 빠르게 골문을 향해 파고들었다.

대한의 옆으로 최민석이 든든하게 달려갔다.

둘은 일대일 패스를 하면서 아르헨티나의 수비를 무용지물로 만들었다. 그러다가 페널티 에어리어 바로 앞에서 대한이 슛을 찼다.

뻥!

축구공은 반쯤 쪼그라들며 강하게 압축됐다. 그리고는 번개처럼 아르헨티나 골문을 향해 쏘아졌다.

로코는 힘차게 몸을 왼쪽으로 날렸다.

하지만 얼마나 강하게 찼는지 손에 맞고도 볼은 힘을 잃지 않고 그대로 골대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골!”

와아아아!

경기장은 우레와 같은 함성으로 뒤덮였다.

관중들은 대한을 향해 박수를 보내며 혀를 내둘렀다. 대한민국에서 온 어린 전사가 옆집의 강력한 경쟁자를 상대로 해트트릭을 기록했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는 전통적인 경쟁자이자 라이벌이다. 라이벌의 슬픔은 곧 나의 즐거움이다.

브라질 관중은 대한의 활약에 대놓고 기뻐했다. 하이스와 치어리더팀도 대한이 해트트릭을 달성하자 기뻐서 눈물을 흘렸다.

누구보다 열심히 응원한 보람이 느껴졌다. 대한도 이를 알았는지 그들에게 달려가 하트를 뿅뿅 날려줬다.

“골이다.”

“해트트릭이다.”

“지렸다.”

“시원한 강슛이었다.”

“무조건 이겼다.”

대한민국 벤치는 난리가 났다.

스코어는 4대2

비록 U-17 축구 대표팀이긴 하지만 CONMEBOL U-17 우승국인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뽑아낸 점수로는 아주 훌륭했다.

아니, 기대 이상으로 잘해 주었다.

그 중심에는 오늘 해트트릭을 기록한 대한이 있었다. 그렇지만 대한은 이대로 경기를 끝낼 생각이 전혀 없었다.

자신의 다리를 부러뜨리려고 한 팀이다. 이런 놈들이 뭐가 예쁘다고 적당히 끝내주겠는가!

마침 에바가 대한에게 현재 시각을 알려줬다.

―마스터! 경기 종료 10분 전입니다. 호칭을 쓰려면 지금이 마지막 기회입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당연히 써야지. 민첩을 증폭하고 패스(A)를 부스팅한다.’

대한은 칭호 워크라이와 투지의 신병을 사용했다.

민첩 스탯 79가 86으로 증폭되고, 재능 패스를 부스팅해 S등급에 육박했다.

대한은 대한민국과 아르헨티나 페널티 에어리어 라인 사이를 빠르게 움직였다.

이때부터 대한의 킬패스가 폭발적으로 터지기 시작했다.

“쏴!”

대한의 지른 소리에 미드필더 서지민이 반사적으로 중거리 슛을 찼다.

뻥!

로코 골키퍼는 놀라서 급히 몸을 날렸다.

간신히 손으로 막은 볼이 골라인을 넘어갔다. 슈퍼세이브라고 자찬을 할 사이도 없이 코너킥이 올라왔다.

이번에는 최민석이 날아올라 헤더를 날렸다. 하지만 또다시 로코 골키퍼에게 가로막혔다. 그러나 골키퍼에게 계속해서 운이 따라주진 않았다.

흘러나온 볼을 잡은 대한이 슬쩍 수비수인 이태선에게 밀어줬다.

이태선은 좋다고 시원하게 볼을 찼다. 바로 앞에 텅 빈 골문이 있었으니 어떻게 차도 다 들어갈 상황이었다.

골!

이제는 관중들도 전처럼 크게 흥분하지 않았다. 손뼉을 치며 잘했다고 휘파람을 불어주는 정도였다.

스코어는 5대2.

아무리 17세 이하 축구대회라고 해도 아르헨티나를 이런 점수 차로 이긴다는 것은 분명 기분 좋은 일이었다.

주심이 시합을 재개시켰지만, 분위기 반전은 없었다.

대한은 끝없이 킬패스를 날리며 아르헨티나 문전을 위협했다.

이제 아르헨티나 선수들은 제발 그만 이대로 경기가 끝나길 바랄 정도였다.

최민석은 아주 신이 나서 슛을 때렸다.

운이 좋지 않아서 골대를 두 번이나 때렸다.

미드필더진도 경기하는 것이 아닌 슛 때리는 연습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어린 선수들이라 사기에 미치는 영향이 아주 컸다.

삐이익!

주심의 길게 분 휘슬로 경기는 마침내 끝나고 말았다.

관중들은 일제히 일어나 손뼉을 치며 승리 한 대한민국 선수들을 축하했다. 하이스와 치어리더팀도 마지막으로 열심히 응원하며 대한의 이름을 외쳤다. 그러나 만신창이가 된 아르헨티나 선수들은 모두 잔디에 주저앉았다.

그들의 눈에는 굵은 눈물이 흘러내렸다.

자신감이 가득히 경기에 임했건만 막상 대한민국과 붙어보니 얼마나 자신들이 교만했었는지 잘 알 수 있었다.

다들 아르헨티나에서는 천재라는 이름의 유망주들이었다. 하지만 진짜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선수를 만나자 그동안 잘난 척을 한 게 얼마나 한심했는지 절로 반성이 됐다.

“경기 끝났습니다.”

“대한민국 U-17 축구 대표팀은 아르헨티나를 맞아 5:2로 대승을 거뒀습니다.”

정광용 축구캐스터와 박승재 아나운서는 속이 시원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어린 선수들이 정말 열심히 뛰어줬습니다. 전반전만 하더라도 0대2로 패색이 짙었습니다.”

“맞습니다. 그때 생각만 하면 아찔합니다.”

“후반전에 이대한 선수가 나오면서 극적인 반전을 이뤘습니다.”

둘은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잘도 말을 이었다.

“아르헨티나도 전반전에는 참 잘했습니다. 그렇죠?”

“네, 그렇습니다. 전통적인 남미의 강호답게 보통 실력이 아니었어요. 하지만 대한민국의 투지와 이대한 선수의 대활약에 멘탈이 먼저 무너져버렸습니다.”

“이대한 선수가 성인 무대로 가면 어떻게 될지 정말 궁금해집니다.”

“대한민국도 20세 이하 세계 무대에서는 나름 강팀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문제는 성인 무대로 올라가기만 하면 펄펄 날았던 재능이 눈 녹듯 사라진다는 점입니다.”

시청자들도 이들의 생각에 동감했다.

샛별처럼 반짝이던 대한민국의 수많은 유망주가 이제는 다들 어디로 갔는지 제대로 보이지도 않았다.

“이대한 선수 정말 가공할 화력입니다.”

“오늘 해트트릭을 기록해서 이제 20골이 됐습니다.”

“이변이 없다면 이대한 선수가 득점왕이 되겠네요.”

“EPL의 손 선수를 제외하고 이처럼 시원하게 골을 넣어주는 선수가 거의 없었던 것 같습니다.”

“갈색의 폭격기라는 차범근 선수가 생각나네요.”

정광용 축구캐스터와 박승재 아나운서는 열심히 대한을 칭찬해주다가 중계를 마쳤다.

채팅 창은 대한의 대활약에 만족하는 분위기였다.

[비트코인재앙: 아르헨티나를 5:2로 박살 냈다. ㅎㄷㄷ]

[채소좋앙: 20골! 미쳤다. 정말 가공할 화력!]

[피팅모델: 결승전도 해트트릭 가즈아!]

[707특임대: 이제 결승만 남았다.]

[국밥천국: 우승 가즈아!]

[열도침몰: 결승 상대는 아마도 브라질?]

[트럼프사기꾼: 브라질이고 뭐고 우승은 어차피 이대한! ㅋㅋ]

[모두조사해: 넘사벽 이대한! 파이팅!]

[퍼펙트워먼: 대한이 존잘, 졸귀, 졸멋, EPL 가즈아!]

[도시전설333: 아오! 나의 장래희망! 대한이! 대박!]

대한은 선수들과 포옹을 하고 축하를 나누며 벤치로 돌아왔다.

김수정 감독은 이례적으로 대한을 비롯한 선수들을 일일이 안아줬다.

“잘했다. 잘했어.”

이걸 보고 코치들도 즉시 감독을 따라 했다.

그러자 분위기가 정말 화기애매(?) 해졌다.

“이렇게 맨입으로 넘어가려고 하지 마시고 차라리 고기를 쏘세요.”

“맞아요. 오늘은 고기 먹고 죽읍시다.”

“가자! 그깟 고기 못 사주겠냐!”

“와아아아!”

최민석의 요구에 김수정 감독은 흔쾌히 허락했다.

대한민국 대표팀은 이날 우르르 레스토랑에 몰려갔다.

그들은 배가 터지도록 고기를 먹을 수 있었다. 다행히 국내와는 달리 브라질의 고깃값이 저렴해 참 다행이었다.

경기가 끝나자 선수들은 각자 숙소로 가고 관중들은 집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아직도 남아서 쉬지 않고 일하는 이들도 있었다.

바로 각 구단이 파견한 스카우터들이었다. 이들은 대한의 활약상을 담은 동영상과 보고서를 급히 써서 구단으로 보냈다.

그로 인해 대한을 향한 각 구단의 구애는 점점 가열차게 변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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