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만재능(Feat. 대한 TV)-95화 (94/331)

95화 <4강전>

투자에 대해 1도 모르는 대한은 그냥 에바에게 모든 것을 맡기기로 했다. 생각해 봐야 머리만 아픈 게 외환 거래였다.

―계획대로 포르낙스 회사에도 5억 원을 투자해 100% 지분을 사들였습니다.

‘회사 가치가 5억 원밖에 안 됐군.’

―처음에는 그것보다 훨씬 높았지만, 그동안의 실패로 결국 이렇게까지 떨어졌습니다.

‘앞으로 회생 가능성은 있어?’

―물론이죠. 제가 누구입니까!

‘그만! 알았으니까 요점만 간단히!’

―눼에에에! 스파이럴 제국에도 블록체인 기술이 있습니다. 가장 기초적인 블록체인 기술이라고 해도 지구에서 보면 백 년은 앞선 기술입니다.

‘아! 그러니까 에바가 블록체인 기술을 제공해서 단번에 회사를 정상화하겠다는 말이구나.’

―딩동댕! 정답입니다.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에바라면 충분히 가능했다.

‘그럼 이미 블록체인 기술은 개발에 성공한 거잖아.’

―그런 셈이지요. 제가 원천기술을 제공하고 포르낙스 회사에서 블록체인 기술을 개발하면 다양한 분야에 적용해 활용할 수 있습니다. 당장 암호화폐로 사용해도 지구에서 나온 그 어떤 암호화폐보다 뛰어날 겁니다.

‘앞으로 비트코인 살 일은 없겠군.’

―그렇습니다. 당장은 판로가 없어 조금 고전하겠지만 곧 어마어마한 거액의 돈을 벌어다 줄, 황금알을 낳는 기업이 될 것입니다.

에바는 유달리 장밋빛 미래를 연상케 하는 발언을 했다.

아마도 그만큼 자신이 있으니까 하는 말일 것이다.

‘에바가 그렇다면 그런 것이겠지. 그럼 이제 투자금 총액이 얼마나 되지?’

―현재 그레이트원 투자회사의 마스터 계좌에 들어있는 투자금은 전부 합해서 271억 원입니다.

‘271억 원!’

대한은 괜히 가슴이 다 뿌듯해졌다. 이제는 굳이 일하지 않아도 평생 먹고 살 수 있는 거금이 생겼다.

물론 그렇다고 아무 일도 안 하고 놀고먹을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먹지 않아도 배부르다는 말의 의미는 확실히 알 것 같았다.

―마스터! 조만간 연구소에 투자할 일이 생길 것입니다.

‘연구소? 무슨 연구소?’

―앞으로 제게 꼭 필요한 것들은 자체적으로 생산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종합 연구소를 하나 차리는 게 좋습니다. 이게 사람들의 시선도 덜 끌고 안전합니다.

‘투자액은 얼마나 예상하는데?’

―최소 12억에서 최대 24억 정도 보고 있습니다. 최악의 경우를 가정해도 30억 이상을 넘기지는 않을 것입니다.

‘알았어. 그렇게 해!’

대한은 에바가 꼭 필요하다고 하자 액수에 상관없이 두말하지 않고 허락해줬다.

둘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있을 때 대한민국 U-17 축구 대표팀의 상황은 점점 더 안 좋아지고 있었다.

“골!”

와아아아!

또 한 골을 먹었다.

아르헨티나의 공격수 에세키엘이 풍차처럼 팔을 휘돌리며 골 세레모니를 했다.

이번에도 수비수 브로노의 발끝에서 시작된 공격이 빠르게 골로 이어졌다.

치밀한 조직력과 약속된 플레이에 맞춘 킬패스 그리고 화룡점정을 찍은 에세키엘의 슛!

이 모든 게 아르헨티나에 승기와 자신감을 더해주고 있었다.

시간을 보니 전반전이 5분도 남지 않았다.

다시 경기가 시작됐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주심이 길게 휘슬을 불었다.

전반전이 끝난 것이다.

대한민국 대표팀 선수들이 벤치 앞으로 몰려왔다.

모두 힘들어 죽겠다는 표정이었다.

“수고했다.”

“물 마셔!”

“앉아서 쉬어라!”

“고생했다.”

코치들과 후보 선수들이 몰려와 따뜻한 말과 함께 시원한 물과 수건을 나눠줬다.

대한은 슬그머니 일어나 몸을 풀기 시작했다. 김수정 감독이 그걸 보고도 굳이 뭐라고 하지 않았다. 김대양과 공우공 코치는 김수정 감독의 얼굴을 쳐다보며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이들도 대충 상황을 짐작하고 있었다.

그때 최민석이 김수정 감독의 얼굴에 지진이 날 질문을 던졌다.

“감독님! 후반전에 대한이 안 나와요?”

갑자기 주변의 공기가 북극처럼 싸늘하게 얼어붙었다.

“…….”

“…….”

김수정 감독은 최민석의 열정에 불타는 눈을 쳐다봤다.

도저히 쳐다볼 수 없어 고개를 푹 숙였다.

하지만 격한 감정에 휩싸인 듯 두 주먹을 꼭 쥐고는 부르르 떨어댔다. 그러다가 갑자기 고개를 위로 치켜들더니 크게 소리를 질렀다.

“X발! 나도 모르겠다. 후반전은 노유상 빼고 대한이 들어간다.”

“와아아아!”

대한민국 벤치에서 환호성이 터졌다. 그 모습에 아르헨티나 벤치에서 인상을 쓰고 쳐다봤다. 하지만 대한민국 벤치의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다.

노유상만 얼굴을 잔뜩 찌푸린 채 감독의 말을 탐탁지 않게 생각했다.

―마스터! 경기에 나가게 되셨군요.

‘당연히 나가게 될 줄 알았어. 보기와는 달리 김수정 감독은 반골이거든. 전형적인 외유내강 스타일이지.’

―그렇습니까? 난 전혀 몰랐습니다.

‘어쨌든 내겐 잘된 일이야. 이제 나가서 아르헨티나 대표팀을 부숴버리겠어!’

―마스터! 파이팅!

대한은 스트레칭을 시작으로 의욕적으로 몸을 풀었다. 마력까지 동원하자 점차 온몸에 열이 나고 근육이 적당히 긴장했다.

후반전이 시작되기 직전, 김수정 감독이 대한을 향해 걸어왔다.

대한도 김수정 감독을 보며 마주 다가갔다.

“대한아! 미안하다. 그리고 후반전을 잘 부탁한다.”

“네, 감독님의 결정이 결코 잘못된 게 아니라는 것을 이번 기회에 확실히 보여드리겠습니다.”

“그래. 너만 믿는다.”

김수정 감독은 대한의 어깨에 손을 한번 올렸다가 몸을 돌렸다.

아마도 그가 선택한 길의 대가는 혹독할 것이다. 하지만 최소한 후회로 잠을 설치진 않을 것이다.

대한은 마음속으로 김수정 감독을 응원했다. 그리고 자신이 뭘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지 한번 생각해 보기로 했다.

삐이익!

주심의 휘슬로 후반전이 시작됐다.

대한이 공을 잡자 관중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보냈다. 특히 오늘도 빠지지 않고 나온 하이스와 치어리더팀은 광적인 반응을 보였다.

덕분에 비록 0대2로 지고 있지만, 대한민국 대표팀의 사기는 나쁘지 않았다.

그때, 에바가 대한에게 좋은 정보를 제공했다.

―마스터, 골키퍼가 앞으로 많이 나와 있습니다.

‘성공 확률과 궤적을 보여줘!’

―정확하게만 차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대한은 최민석에게 볼을 넘기면서 다시 달라고 신호를 보냈다.

최민석은 그에게 볼을 받아 좌우를 한번 살펴보더니 다시 대한에게 리턴패스를 했다. 그 짧은 시간 대한은 아르헨티나 골키퍼의 위치를 확인했다. 예상했던 것보다 정말 훨씬 많이 내려와 있었다.

‘겁도 없는 새끼로군.’

―그러게 말입니다. 멍청한 새끼!

에바는 대한의 눈치를 보며 은근슬쩍 같이 욕을 했다. 최민석이 준 볼을 잡지도 않고 대한은 바로 프리킥을 차듯 세게 차버렸다.

뻥!

축구공은 빨랫줄처럼 공중을 날아갔다.

경기장 안의 선수들과 모든 관중의 시선이 하늘을 나는 볼로 향했다. 그제야 아르헨티나 골키퍼 로코는 빠르게 날아오는 볼을 발견했다.

기겁한 로코는 뒤로 빠르게 물러났다. 하지만 그것으로는 도저히 안 되겠는지 서둘러 골대를 향해 달려갔다. 마지막에는 점프까지 해대며 골을 막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그러나 너무도 허무하게 골대 안으로 볼이 쏙 들어가 버렸다.

와아아아!

경기장은 뜨거운 함성으로 들끓었다. 너무나 황당하고 기가 막힌 골이었다. 아르헨티나 응원단은 장례식장에 온 듯 얼굴을 굳혔다. 아르헨티나 벤치는 폭탄이라도 터진 듯 암울한 기색이었다.

파블로 감독은 마구 욕을 해댔고, 에이마르 코치는 발로 바닥을 팍팍 내려찍었다. 그러나 대한민국 벤치는 일제히 만세를 부르며 환호했다.

하이스와 치어리더팀도 미친 듯이 소리를 지르며 좋아했다.

“골!”

“골입니다.”

“바로 이거죠.”

“이대한 선수가 후반전에 나오자마자 단박에 분위기를 바꿔버렸습니다.”

“정말 센스있는 골이었습니다. 이렇게 머리 좋은 선수가 축구를 해야 합니다.”

“아르헨티나의 방심을 찌른 단 한 방의 슛! 그것이 골로 이어졌습니다.”

“이제 전열을 가다듬어 공세로 나서야 합니다. 겨우 한 골 차이예요.”

“이대한 선수가 키(key) 플레이어이자 해결사입니다. 이 선수를 보면 자꾸 기대하게 됩니다.”

정광용 축구캐스터와 박승재 아나운서도 흥분한 목소리로 방송을 중계했다.

“골이다! 아오! 정말 미쳤어.”

조동혁은 두 주먹을 불끈 쥐며 미소를 지었다.

채팅 창을 확인하자 반응이 아주 뜨거웠다.

[날름: 이렇게 한 골 날름해버리네.]

[개좋앙: 우앙! 너무 좋아.]

[홍콩처녀: 아르헨티나 골키퍼 바보!]

[늑골뽑기: 그냥 한 골 먹었다. ㅋㅋ]

[흑해: 대한이 센스 지린다.]

[터프가이: 골이다. 역시 대한이다.]

[지수사랑: 쉽게 넣건 어렵게 넣건, 한 골 만회했음.]

[부부젤라: 승리의 나팔을 불어라!]

[고로쇠물: 축구 개잘함.]

[코란도: 대한 만세!]

후반전이 시작된 지 채 1분도 지나지 않아 만회 골을 넣은 대한민국 대표팀은 이제는 해볼 만하다는 듯 눈에 전의가 불타올랐다.

축구는 실력이 중요하지만, 이처럼 기세도 매우 중요했다.

삐익!

주심의 휘슬로 경기가 재개됐다. 전반전과는 달리 대한민국 선수들은 역동적으로 움직였다.

특히 전방 압박을 하는 대한과 최민석 투톱은 정말 미친 야생마 같았다. 그로 인해 아르헨티나 선수들도 조금은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빌드업에 간신히 성공한 아르헨티나 선수들이 일제히 대한민국 진형으로 밀려들어 갔다. 그러다가 아르헨티나 윙어가 대한민국의 수비수 유승연에게 걸려 볼을 빼앗겼다.

유승연은 즉시 볼을 줄 곳을 찾았다. 대한이 어느새 중앙선을 넘어와 오른쪽 라인에서 손을 흔들고 있었다. 유승연은 별 고민도 하지 않고 바로 볼을 차버렸다.

뻥!

거친 패스였지만 그래도 방향은 정확했다.

대한은 가슴으로 볼을 받으면서 몸을 옆으로 돌렸다. 그러자 축구공이 정확히 아르헨티나 진형으로 튀어 나갔다.

도도도도도!

그때부터 대한의 치달이 시작됐다.

아르헨티나 수비수들이 빠르게 다가와 그의 앞길을 막았다. 하지만 대한은 말 그대로 볼을 라인을 따라 앞으로 툭 차고는 신나게 달리기 시작했다.

수비수는 급히 그의 몸을 잡으려고 손을 뻗었다. 그러나 대한은 오히려 라인 바깥쪽으로 나가더니 전력으로 질주했다.

와아아아!

제일 먼저 관중들이 뭔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깨닫고 소리를 질렀다.

대한은 정말 열심히 라인을 따라 올라갔다. 민첩 스탯이 79면 어지간한 프로 선수들보다 빠르다.

그는 굳이 칭호 효과를 쓰지 않고도 어렵지 않게 중앙선을 넘었다.

아니, 아르헨티나 진형 깊숙이 들어올 수 있었다.

“막아!”

“끝으로 몰아붙여!”

이제는 대한의 돌파를 막으려고 하지 않고 그냥 코너로 몰아붙이려고 했다.

대한은 굳이 아르헨티나 수비수들과 경합하지 않고 계속 달려갔다.

다다다다다!

거의 코너킥을 쏘는 오른쪽 모서리 끝까지 달려갔다. 그러다가 갑자기 볼을 골대 방향으로 툭 쳤다.

라인을 따라 축구공이 또르르 굴러갔다.

쫓아오던 아르헨티나 풀백이 놀라서 급히 급정거하며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순간 대한은 몸을 튕기듯 방향을 바꿔 풀백의 옆을 스치고 지나갔다.

반사적으로 손을 내밀어 대한의 옷을 낚아챈 풀백! 하지만 대한은 팔로 가볍게 그의 손을 쳐서 막았다.

페널티 에어리어 안이라면 모를까 여기서 쓰러지면 죽도 밥도 되지 않는다.

대한이 라인을 타고 골대를 향해 전진하자 다른 수비수가 다가왔다. 그러면서도 그가 패스할 최민석에 대한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물론 그건 아르헨티나 수비수들의 생각일 뿐이었다.

대한은 전혀 패스할 생각이 없었다. 그는 과감하게 페널티 에어리어 안으로 볼을 치고 들어갔다.

수비수가 어깨를 집어넣고 몸싸움을 시도했다. 대한은 급히 멈춰 섰다가 다시 빠르게 앞으로 움직이며 팬텀 드리블을 시도했다.

너무나 부드러운 움직임에 수비수는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말았다.

이번에는 수비수 브로노가 앞에 나타났다.

이미 페널티 에어리어 안이라 신중하게 대한의 진로를 막았다. 그런데 그는 그냥 앞으로 다가갔다.

브로노의 몸이 움찔했다. 잘못 막으면 반칙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 짧은 순간!

대한은 부딪칠 듯 다가서다가 오른쪽 뒷발로 볼을 왼쪽으로 넘겼다. 그러더니 한발을 옆으로 딛고 순간적으로 왼발로 슛을 때렸다.

축구공은 브로노의 가랑이 사이로 빠지며 골대를 향해 날아갔다.

브로노로 인해 시야가 막혀 있던 아르헨티나 골키퍼 로코!

갑자기 아래에서 튀어나온 볼을 보자 로코는 급히 두 다리를 오므렸다.

하지만 로코의 움직임보다는 대한이 찬 축구공이 훨씬 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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