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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만재능(Feat. 대한 TV)-93화 (92/331)

93화 <화려한 발차기>

‘에바! 이 새끼 뭐야?’

―중·고등학교 브라질리언 주짓수 챔피언 출신입니다. 현재 종합 격투기 선수로 전향해서 브라질에서 열린 UFC(Unlimited Fighting Championship) 대회에서 3연승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럼 이놈이 종합 격투기 프로 선수라는 말이잖아.’

―네, 그렇습니다.

대한은 올리버를 묘한 눈빛으로 쳐다봤다. 가만히 살펴보니 자신과 비슷한 키와 체격을 가지고 있었다.

“주짓수를 얼마나 잘 배웠는지 나와 스파링 한번 해봅시다.”

“스파링이요?”

“찰스 삼촌에게 배웠다면 뭔가 좀 다른 게 있지 않겠습니까?”

“좋습니다.”

대한은 기습적인 올리버의 제안에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찰스는 말리려다가 대한의 말에 그만 입을 꾹 다물고 말았다. 사실 그도 대한의 실력을 한번 제대로 확인해 보고 싶었다.

“도복 입고 할래요? 벗고 할래요?”

“난 상관없습니다. 원하는 대로 하세요.”

“그럼 도복 입고 한번 해봅시다.”

올리버에 제안에 대한은 기꺼이 고개를 숙였다.

“심판은 내가 보겠다.”

“좋습니다. 내려가서 도복과 장비를 가져올게요.”

“그렇게 해라.”

올리버는 신이 나서 피트니스 센터 훈련실을 나갔다. 사실 피트니스 센터의 훈련실은 아무나 들어올 수 없었다.

오늘 하루 찰스가 전세를 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브라질에서 나름 유명 인사인 올리버가 자신의 삼촌을 만나러 왔다는 말에 프리패스를 해버린 것이다.

“절대 자존심 세우지 말고 제대로 기술이 걸렸다 싶으면 탭 쳐라.”

“네, 그렇게 할게요.”

찰스가 대한에게 도복을 입혀주는 사이 올리버는 커다란 가방 두 개를 들고 헐레벌떡 들어왔다.

그는 단번에 입고 있던 옷을 벗어 던지고 도복을 걸쳤다. 그러더니 중앙으로 나와 대한을 향해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들어오세요.”

대한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어디 영화에서 본 장면을 흉내 내는 게 틀림없었다.

그는 천천히 올리버에게 다가갔다. 올리버는 대뜸 테이크다운을 시도했다. 대한은 반사적으로 무릎으로 얼굴을 차버리려고 했다. 그러나 그건 주짓수의 기술이 아니다. 그래서 마음을 접고 그냥 사이드스텝을 밟으며 놈의 뒤를 잡았다.

대한과 올리버는 엎치락뒤치락했다. 서로 뒤를 잡거나 마운트의 상위 포지션을 잡으려고 애를 썼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힘과 힘이 부딪치고 몸에 익은 기술들이 튀어나왔다.

대한이 기무라 락을 성공시키자 올리버는 바로 탭을 쳤다.

올리버가 암바를 성공시키자 대한도 바로 바닥을 손으로 두 번 때렸다.

이번에는 대한이 올리버의 뒤를 잡아 리어 초크를 성공시켰다.

다음에는 올리버가 트라이앵글 초크로 탭을 받아냈다.

찰스는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대한과 올리버의 스파링을 구경했다.

말이 스파링이지 정말 실전과 다를 바가 없었다. 둘은 정말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백중세를 이어갔다. 그렇지만 시간이 지나갈수록 실력 차가 명백하게 드러났다.

일단 대한의 이마에는 땀이 별로 나지 않았다. 하지만 올리버의 이마는 벌써 땀이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만큼 힘을 많이 쓰고 있다는 간접 증거였다. 그런데도 백중세를 계속 이어가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이건 누군가가 봐주지 않으면 절대로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다.

찰스는 어렵지 않게 대한이 올리버를 지금 많이 봐주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신과 연습할 때는 충분히 빠져나가던 것도 그냥 걸려주고 바로 탭을 쳤다. 하긴 이따위 스파링에서 이겨봤자 자존심 외에는 챙길 게 없는 대한이다. 그보다는 어떻게든 이 기회를 살려 실전 연습을 하는 게 더 큰 이득이었다.

대한과 올리버는 주짓수의 온갖 기술을 다 사용했다. 힘과 기술로 정정당당하게 맞서다 보니 올리버도 대한이 자신을 봐주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그러자 그의 눈빛이 조금은 더 진지해졌다. 대한도 사실 올리버를 통해 많이 배우고 있었다. 찰스와는 달리 올리버는 거칠고 힘이 있었다. 그래서 기술 자체는 같아도 적용하는 단계나 상황은 판이했다.

무엇보다 올리버는 종합 격투기 선수로 전향한 프로 선수이다. 그냥 주짓수 선수와는 확실히 뭔가 느낌이 달랐다.

“그만!”

찰스가 틈을 보다가 즉시 스파링을 중단시켰다. 어느새 시간이 20분이나 지나있었다. 두 사람은 물을 마시고 휴식을 취했다.

올리버는 대한을 바라보다가 새로운 제안을 했다.

“종합 격투기 한판 하실래요? 물론 보호 장구는 전부 착용하고.”

“좋아요.”

대한은 기꺼이 승낙했다. 올리버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들고 온 커다란 가방을 활짝 펼쳤다.

거기에는 두 사람분의 보호 장구가 들어있었다.

처음부터 이러려고 아예 작정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올리버가 나이와 상관없이, 대한은 그가 하는 짓이 참 귀엽게 느껴졌다.

찰스는 올리버를 보고는 썩은 미소를 지어댔다.

“스파링은 3분 3라운드만 한다. 나머지는 UFC 규정에 따른다.”

“좋습니다.”

“네.”

찰스의 말에 올리버와 대한은 동시에 대답했다. 둘은 마우스피스를 끼고 글러브를 착용한 후 헤드기어를 썼다.

낭심 보호대까지 차고 나자 찰스는 바로 스파링 시작을 선언했다.

휙휙! 퍽퍽퍽!

주짓수에서 종합 격투기로 종목을 바꾸자 올리버는 펄펄 날아다녔다. 그는 신나게 스트레이트를 날리며 들어왔다. 미들킥과 로우킥도 계속 섞어 찼다.

대한은 침착하게 방어하거나 스텝을 밟아서 올리버의 공격을 피했다.

‘마스터, 칭호를 사용하시겠습니까?’

―아니. 전혀 그럴 필요가 없을 것 같아.

막상 싸워보니 알 수 있었다. 자신이 얼마나 강해졌는지를 말이다.

그동안 주짓수를 배우느라고 제대로 힘을 써본 적이 없었다. 괜히 잘 가르쳐주는 찰스의 팔다리를 부러뜨릴 수는 없지 않은가!

지금도 마찬가지다. 이상하게도 올리버의 펀치와 킥이 다 보였다. 좀 심하게 말해서 하품이 나올 정도로 느려터졌다. 그러니 원한다면 한 대도 안 맞을 자신이 있었다.

물론 이건 올리버가 약하거나 느려서가 아니다. 대한이 그만큼 강해져서 일어나는 현상이었다. 그동안 스탯이 올라가면서 몸이 변했다.

에바에게 기초 강화를 받아 전신이 강화됐다. 이제는 알파로메오를 연성하고 마력까지 생겼다. 동체 시력과 반응 속도가 몇 배나 빨라졌다. 그러니 그의 움직임이 절대 평범할 리 없었다.

대한은 2분 동안 수비만 했다. 그런 후 자신의 글러브를 서로 부딪쳐 소리를 냈다.

팡팡!

올리버가 그 모습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의 모습은 전혀 데미지를 입은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탓!

대한이 허공으로 훌쩍 떠올랐다. 올리버는 이게 무슨 망측한 짓인가 싶었다. 종합 격투기에서 함부로 허공으로 뛰어오르는 것은 위험하다. 잘못 걸리면 온갖 기술에 당해 너덜너덜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한은 달랐다. 그는 S등급의 격술과 태권도를 응용해 허공으로 뛰어오른 다음 연속으로 발차기를 날렸다.

펑! 펑! 펑펑! 펑! 펑! 펑펑!

올리버는 뒤로 쭉쭉 밀리는 자신을 발견했다.

대한은 로우킥, 미들킥, 하이킥은 물론이고 돌려차기, 앞차기, 찍어차기 등, 온갖 태권도의 화려한 발차기를 쉴 새 없이 날려댔다.

발은 손보다 길다. 파워는 주먹보다 몇 배나 더 강하다.

올리버가 옆으로 피하려고 하면 바로 미들킥이나 하이킥이 날아왔다.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도무지 피할 수가 없었다. 간격을 줄이려고 다가들면 여지없이 앞차기가 나왔다. 명치나 턱에 걸리면 그대로 케이오가 되는 무시할 수 없는 기술이었다.

올리버는 어쩔 수 없이 뒤로 물러나야 했다. 그러자 대한은 올리버를 코너에 몰아넣고 신나게 두들겨 팼다.

그렇다. 대한은 지금 올리버를 두들겨 패고 있었다. 그것도 발로, 복싱 선수가 잽을 날리고 훅과 스트레이트를 연타하는 속도로 말이다.

이것인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런데 실제로 대한은 이 어려운 것을 잘도 해내고 있었다.

올리버는 잔뜩 웅크리며 몸을 보호했다. 하지만 가드 위를 쳐도 뼛속까지 충격이 파고들어 왔다.

‘이건 절대 못 막는다. 아니, 막아도 쓰러진다.’

올리버는 도저히 막을 자신이 없어졌다.

점점 가드를 하는 두 팔이 저릿저릿해지기 시작했다. 이 이상했다간 팔다리가 부러질 것 같았다.

그가 서서히 공포에 물들 무렵, 급히 찰스가 달려들었다.

“그만!”

긴장이 풀린 올리버는 그대로 주저앉았다. 그의 눈은 공포로 물들어 있었다. 대한을 바라보는 눈빛은 마치 괴물을 보는 듯했다.

종합 격투기는 절대 태권도가 설칠 수 없는 영역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인제 보니 꼭 그런 것도 아니었다.

대한이 쓰는 태권도의 발차기 기술은 가공할 정도였다.

어떤 무술을 쓰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 누가 어떻게 쓰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만약 보호 장구를 착용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모르긴 해도 아마 발차기를 열 번도 채 막지 못하고 무너져 내렸을 것이다.

그것도 이미 많이 봐준 것이다.

대한이 만약 진짜 제대로 발차기를 했다면 아마 그의 턱은 남아나지 않았을 것이다.

“스파링은 여기까지만 하자.”

“네.”

대한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원하는 것은 다 얻었다. 알고 싶은 자신의 힘을 명백하게 깨달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기뻤던 것은 자신이 의외로 싸우는데 재능이 있다는 사실이다.

그는 자신의 두 발을 쳐다봤다. 발차기로 올리버를 쳤을 때 느꼈던 감촉이 그대로 살아 있었다.

‘이거 축구만큼 재미있네.’

―원래 사람을 자주 패다 보면 중독된다는 말도 있습니다.

‘그럼 내가 변태가 됐다는 거야?’

―그런 뜻이 아니오라 아무래도 마스터께서 사람 치는 맛을 알게 된 것 같습니다.

아주 위험한 말이었다.

사람을 치는 맛을 알다니…….

아이러니하게도 대한은 쉽게 에바의 말을 반박하지 못했다.

덥석!

그때 올리버가 대한의 두 손을 꽉 잡았다.

“대한! 종합 격투기 시합에 나갑시다!”

“네에?”

“이거 100% 통합니다. 세상에 이토록 화려하고 무거운 발차기는 없습니다.”

“아아!”

대한은 올리버의 말에 피식 웃음을 흘렸다.

무시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당장 축구 시합을 앞둔 사람이 어떻게 종합 격투기 시합에 나가겠는가!

“음, 나도 인정하기는 싫지만, U-17 브라질 월드컵 끝나고 경험 삼아 종합 격투기 시합에 한번 나가보는 것도 좋을 거야.”

“그 말 진심이에요?”

“그럼 내가 지금 자네에게 농담 따먹기를 하겠는가?”

찰스까지 나서서 대한을 부추겼다.

그러자 대한도 안 된다는 생각을 잠시 보류하기로 했다.

“한번 생각해 볼게요.”

“생각해 볼 게 뭐 있습니까? 제가 알아서 시합 잡아놓을게요.”

올리버는 당장이라도 대한을 종합 격투기 시합에 내보내고 싶었다. 그래서 그런지 막무가내로 밀어붙였다.

“저 축구 선수입니다.”

“네에?”

대한의 말에 올리버가 입을 딱 벌렸다. 브라질에서 축구 선수의 위상은 차원이 다르다. 찰스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된 올리버를 위해 대한에 관하여 친절하게 설명을 했다.

모든 말을 다 듣고 나자 올리버의 눈빛이 확 변해버렸다. 그런데 이건 어디선가 많이 보던 눈빛이었다.

“대한! 존경합니다. 세상에 나만 한 천재가 없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진정한 천재가 여기 있었군요.”

“이거 좀 놓고 말씀하세요.”

그의 손이 아직도 올리버에게 붙잡혀 있었다. 대한의 말에 깜짝 놀란 올리버가 급히 그의 손을 놓았다.

“방금 말씀드린 대로 한번 생각해 보겠습니다. 일단 U-17 브라질 월드컵은 끝내야지요.”

“네, 알겠습니다. 기다리겠습니다. 그러면서 그럼 찰스 삼촌과 상의해 일을 잘 진행해 보겠습니다.”

말을 귓구멍으로 듣는지 콧구멍으로 듣는지 모를 자식이었다.

대한은 올리버를 노려보며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찰스도 그의 심정을 이해한다는 듯 어깨를 가만히 토닥거렸다.

“참! 그런데 미국에는 왜 가시는 거예요?”

“미국에 주짓수 체인 도장을 열려고 가는 거야.”

“아!”

나름 원대한 목적으로 미국행을 결정한 찰스였다.

대한은 찰스와 올리버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피트니스 센터 훈련장을 나왔다.

다음을 기약하자는 말에 올리버는 팬심 가득한 얼굴로 새끼손가락을 걸었다.

살짝 닭살이 돋았다. 하지만 찰스를 봐서 간신히 얼굴에 주먹을 날리지는 않았다.

―마스터! 정말 종합 격투기 시합에 나갈 겁니까?

‘응, 재미있을 것 같지 않아?’

―태권도의 발차기가 아주 화려했습니다.

에바의 말에 대한이 만족한 미소를 지었다.

―빠른 속도와 강한 힘을 가진 발차기 한 방이면 어지간한 펀치와는 비교할 수 없는 충격을 줄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종합 격투기 시합을 보는 관중이 아주 좋아할 것입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에바의 맞는 말에 대한도 순순히 동의했다.

―다른 것은 몰라도, 에바는 마스터께서 격투기를 하는 것을 전적으로 찬성합니다. 원래 제 용도가 기사(Knight)를 키우는 게 목적이니까요.

‘U-17 브라질 월드컵 끝나고 나서 한번 진지하게 고민해 보자.’

―예, 마스터. 참고로 제대로 된 종합 격투기 선수가 되려면 복싱, 킥복싱, 무에타이, 레슬링 등 필요한 재능을 좀 더 획득하는 게 좋습니다.

‘그것도 포함해서 생각해 볼게.’

대한은 혼자 묵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와 욕실로 들어갔다.

샤워를 하고 나서는 바로 알페로메오(S)를 연공했다.

저녁을 먹을 시간이 되자 식당에 내려가 밥을 먹었다. 그러고는 다시 호텔 방으로 올라와 개인 방송을 시작했다.

대한 TV의 구독자와 팔로워들이 반갑게 그를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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