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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만재능(Feat. 대한 TV)-92화 (91/331)

92화 <개인 교습>

이날 저녁 이탈리아에서는 난리가 났다. 다혈질의 이탈리아 사람들은 도저히 믿기지 않는 패배에 절망하고 말았다.

선수들이 자국으로 들어오면 모두 죽여버리겠다고 칼을 갈아대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다.

결국 이탈리아 U-17 축구 대표팀은 곧바로 자국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그냥 브라질에서 경기가 끝날 때까지 버티기로 했다. 그들도 괜히 귀국했다가 개죽음을 당하기는 싫었던 것이다. 참 불쌍한 이탈리아 팀이었다.

4경기 17골!

대한의 무시무시한 골 결정력에 전 세계 축구팬들은 깜짝 놀랐다. 물론 이것은 이탈리아 대표팀 선수들이 멘탈이 박살 나서 일어난 현상이다.

그들이 이렇게 빨리 정신줄을 놓지 않았다면 아마 기껏해야 서너 골 정도만 먹고 말았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일은 결과가 중요했다.

대한민국은 승리했고 강호 이탈리아는 졌다.

대한민국 U-17 축구 대표팀은 또다시 이변을 만들었다. 그리고 당당히 U-17 브라질 월드컵에 태풍의 핵으로 부상했다.

대한민국에서도 난리가 났다. 4강에 올라가는 것이 목표였는데 진즉에 목표를 달성해 버렸다. 이제는 우승이 가시권 안에 들어온 상태다.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대한과 대한민국 U-17 축구 대표팀이 나란히 1위와 2위를 차지했다.

대한은 축구계의 신성으로 떠오르며 대한민국 축구의 차세대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그런 가운데 대한민국 U-17 축구 대표팀은 흥분을 가라앉혔다.

그들은 적절히 컨디션을 조절하며 차분하게 4강전을 준비했다.

* * *

브리스톨 에비던스 호텔, 피트니스 센터 훈련실.

“드릴 100회 실시!”

“네.”

대한은 찰스 올리베이라와 함께 드릴을 시작했다.

드릴(Drill)이란 주짓수에서 기본적인 기술을 향상하기 위해 실시하는 반복 훈련이다.

주짓수는 대부분의 훈련을 사람과 함께한다. 그래서 파트너와 반복적으로 하는 드릴 연습이 매우 중요했다.

휘익, 탁! 휘익, 탁! 휘익, 탁! 휘익, 탁…….

찰스는 속으로 매우 놀랐다. 대한이 반복훈련을 하는 드릴의 속도가 무시무시했기 때문이다.

보통 사람은 감히 따라 할 수조차 없을 정도로 빨랐다. 누가 보면 실전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의 속도였다.

‘대한을 무조건 잡아야 해!’

찰스는 여자도 아닌 대한에게 애정이 마구 솟아나려고 했다. 물론 남녀 사이의 애정은 아니었다. 제자로 삼아 제대로 가르치고 싶다는 사람 욕심 같은 것이었다.

찰스는 이미 자신이 브라질리언 주짓수 마스터라는 자존심을 버렸다.

마스터인 자신의 제자로 들어오라고 해도 거절하는 게 대한이라는 인간이다. 주짓수 마스터로 대접받으려는 생각은 망상에 불과했다.

그동안 그는 일부러 시간을 내어 대한을 쫓아다녔다. 축구 경기가 있는 날은 쉬고, 없는 날은 낮에 훈련이 끝나면 무조건 호텔로 찾아갔다.

억지로라도 자꾸 부딪치고 기술을 가르치다 보면 주짓수에 애정이 생길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가 있었다.

다행히 대한은 주짓수에 관심이 많았다. 입식 타격은 격술과 태권도가 있기에 그래플링에 필수인 주짓수를 배우고 싶어 했다.

그렇다고 쉽게 틈을 내주진 않았다. 조금이라도 강요한다는 생각이 들면 어떤 핑계를 써서라도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갔다.

이런 현상이 몇 번 반복되자 이제는 찰스가 을이 되고 대한이 절대적인 갑으로 변했다.

그래도 찰스는 좋았다. 이처럼 뛰어난 재능을 가진 사람을 가르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그만! 가드(Guard) 자세를 취해봐!”

“네.”

대한은 배울 때만큼은 찰스의 말을 순순히 잘 따라줬다.

찰스는 클로즈가드(Close guard)와 오픈가드(Open guard)를 다시 한번 점검하고 주의해야 할 사항을 친절히 설명해 줬다.

이미 대한이 알고 있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찰스는 다른 사람들이 간과하기 쉬운 여러 가지 유용한 기술과 팁을 이해하기 쉽게 잘 가르쳐줬다. 그래서 항상 그가 하는 말은 주의 깊게 듣고 있었다.

주짓수에서 가드는 시술자는 누워있는 상태이고 상대방은 시술자의 하체 사이에 위치하거나 시술자의 상체를 제압하지 못한 상태이다.

반대로 상대방이 시술자의 하체 밖으로 회피하고 시술자의 상체를 제압했으면 가드패스라고 한다.

가드패스를 당하지 않고 가드를 잡고 있으면 공격, 방어, 회피가 자유롭게 가능하므로 누워있지만, 전혀 불리한 상태가 아니다.

물론 종합 격투기에선 파운딩이란 기술이 있으므로 하프가드 잡는다고 깝죽거리다간 그대로 파운딩에 맞아 골로 간다.

“가드는 이쯤 하면 된 것 같고, 사이드(Side control)를 보자.”

“예.”

대한은 찰스의 요구대로 상대방의 몸의 측면에서 압박, 고정하는 자세인 사이드 포지션을 잡았다.

대한은 상위에서 찰스의 상체를 걸쳐서 엎드리며 무게중심을 찰스의 가슴에 위치시켰다.

찰스는 대한의 어깨, 팔꿈치, 골반, 무릎 등에서 나오는 다양한 압박을 느낄 수 있었다.

많은 서브미션 기술들이 사이드 포지션에서 나온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두 사람은 순식간에 엎치락뒤치락하면서 온갖 다양한 기술을 걸었다.

“휴우! 그만! 다음은 (풀) 마운트(mount)로 넘어가자.”

찰스는 땀을 닦으며 바닥에 누웠다.

대한이 기다렸다는 듯이 찰스의 상체를 깔고 앉았다. 마운트에서 상위포지션을 차지한 사람은 공격, 방어, 회피가 자유롭고 자세가 안정적이며 체중을 넓게 퍼뜨리는 것부터 한점에 집중시키는 것까지 가능하다.

상체 역시 마음대로 세워서 공격할 수 있어 승기를 잡았다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는 위협적인 자세가 된다.

반대로 하위 포지션의 사람은 공격, 방어, 회피가 어려운 상태가 된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찰스는 마운트를 교묘하게 잘 빠져나왔다.

물론 대한이 기술을 좀 더 자세히 보고 배우려고 일부러 넘어가 준 점도 있었다. 정말 제대로 힘을 줬다면 찰스는 아마 이렇게 쉽게 빠져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파닥, 파다닥, 파닥, 파다닥!

시간이 갈수록 찰스의 힘이 빠지는 것이 느껴졌다. 아니나 다를까 찰스는 곧 백(Back position)으로 넘어갔다.

“헉헉! 이제 백으로 넘어가자.”

“넵.”

이번에는 찰스가 대한의 백을 잡았다.

백은 말 그대로 상대방 뒤에 위치하는 형태다. 그렇다고 단순히 뒤에 있으면 안 되고 시술자의 다리가 상대방의 양다리에 훅을 걸고 있는 형태가 되어야 한다.

찰스가 뒤에서 심하게 압박하자 대한은 방어, 회피가 힘든 상태가 됐다.

반대로 찰스는 공격을 받을 일이 적어서 매우 유리한 포지션이었다.

찰스는 백에서 목이나 얼굴을 조이는 기술을 어떻게 회피하고 방어하는지 친절하게 알려줬다. 더불어 초크(Choke) 즉, 상대방의 목을 졸라서 호흡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뇌로 향하는 혈액의 흐름을 막아 상대방을 실신시키는 기술도 점검했다.

이건 매우 위험한 기술 중 하나다. 기술이 제대로 들어가면 조금만 시간이 지연돼도 상대방의 목숨을 빼앗을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

경동맥을 일정 시간 압박만 하면 되기 때문에 초크 기술에 사용되는 부위도 손, 팔목, 다리, 옷깃 등 다양하고 파생된 초크 기술도 수백 가지에 달했다.

물론 대한은 이미 다 알고 있는 기술들이었다. 하지만 확실히 찰스의 비법이 담긴 초크는 일반 초크와는 아주 달랐다.

아니, 비슷하게 보이긴 했지만, 그 정교함과 강력함은 비교조차 할 수 없었다. 역시 같은 기술도 고수가 쓰느냐, 하수가 쓰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모양이다.

이어지는 것은 서브미션(Submission)으로 상대의 탭(항복 사인)을 받기 위해 관절을 꺾거나 조르는 행위다.

상대방을 때리지 않고도 치명적인 피해를 줄 수 있는 주짓수의 대표적인 기술이기도 했다. 특히 관절기는 격술에서 배운 것과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어 사용과 응용을 쉽고 빠르게 익힐 수가 있었다.

“테이크다운(Take down)을 해보자!”

“오늘 무슨 날이에요?”

“왜 그런 소리를 하는 거지?”

“꼭 어디 죽으러 가는 사람 같아서 그래요.”

대한의 말에 찰스가 웃음을 지었다.

“내가 며칠간 미국에 갈 일이 있어서 그래.”

“아! 그러시구나.”

찰스가 테이크다운을 시도하고 대한이 방어했다.

테이크다운은 상대방을 넘어뜨리는 기술이다. 유도나 레슬링처럼 단순히 상대방을 넘어뜨리는 게 아니라 동시에 상위포지션을 점유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대한은 상위 포지션을 잡히면 바로 스윕(Sweep)을 했다. 이건 상위 포지션의 상대를 뒤집는 기술이다. 테이크다운과 같이 상위포지션을 점유하는 것을 목적으로 했다.

중간에 종종 리커버리(Recovery)도 썼다. 가드패스 당할 것 같거나 마운트, 사이드, 백 포지션 등을 빼앗길 것 같을 때 다시 가드로 되돌아가는 방법이었다.

가드패스를 당하면 마운트, 사이드, 백 포지션 등을 빼앗겼을 때 탈출하는 방법인 이스케이프(Escape)를 썼다.

리커버리랑 비슷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시점이 빼앗긴 뒤라는 게 달랐다.

리커버리가 가드로 돌아가는 것이라면, 이스케이프는 상대를 뒤집는 것까지 의미했다. 쉽게 말해 포지션을 빼앗긴 뒤에 하는 회피법을 의미했다.

“다시 드릴 100회 실시!”

“예!”

대한은 찰스를 상대로 다시 드릴을 했다. 아까보다 더 빠른 속도로 해대는 반복 훈련에 찰스는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이런 재능을 썩히고 축구를 한다는 게 정말 못마땅했다. 그러나 그는 결코 자기 생각을 입 밖으로 내뱉지 않았다.

2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찰스는 온몸이 땀으로 푹 젖었다. 그런데 대한은 별로 땀도 흘리지 않았다. 축구 선수라서 그런지 정말 체력이 장난이 아니었다.

“허억! 허억!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자.”

“네, 수고하셨습니다.”

“너도 수고했다.”

비록 제자로 삼지는 못했지만, 주짓수의 기술을 배운다는 사실은 인정했다.

이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비웃을지 모른다. 하지만 찰스는 대한이 언젠가 반드시 주짓수 세계를 평정할 것으로 믿었다.

그때가 오면 당연히 자신의 이름이 주짓수의 역사에 한 획을 그을 인물을 키우는 데 이바지했다고 나오게 될 것이다.

그때 피트니스 센터 훈련실의 문이 활짝 열렸다.

“마스터! 여기서 뭐 하십니까?”

고개를 돌려보니 단단한 체구를 지닌 거한이 들어와 큰소리를 치고 있었다.

“올리버! 네가 여긴 웬일이냐?”

찰스는 사내를 보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마누엘 삼촌이 찰스 삼촌 여기 있다고 가르쳐줬어요.”

“그렇구나. 잘 왔다. 인사해라! 내게 주짓수를 배우고 있는 이대한이다.”

듣고 보니 둘은 삼촌과 조카 사이인 듯했다.

“반갑습니다. 올리버 올리베이라입니다.”

“저도 반갑습니다. 이대한입니다.”

올리버와 대한은 서로 손을 잡고 굳게 악수를 했다. 아귀힘이 상당한 것을 보니 주짓수를 익힌 고수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상당히 부자이신가 봐요.”

“네에?”

올리버는 대한에게 대뜸 황당한 소리를 지껄였다.

“우리 삼촌이 어지간해서는 이렇게 개인 교습해 주지 않으시는데 말이에요.”

“올리버! 너 지금 그게 무슨 소리야? 버릇없게…….”

“아! 죄송합니다.”

찰스가 큰 소리를 내며 혼을 내자 올리버는 바로 대한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눈빛만큼은 전혀 사과하는 기색이 아니었다.

대한은 굳이 이런 녀석과 아옹다옹할 생각이 없어서 그냥 가만히 있었다. 오히려 찰스가 대한의 눈치를 보면서 올리버에게 말했다.

“올리버! 네가 지금 오해하고 있는 거야. 대한은 돈을 내고 배우는 것이 아니라 내가 원해서 기술을 가르쳐주고 있는 거야.”

“주짓수 마스터인 찰스 삼촌이 뭐가 아쉬워서 공짜로 기술을 가르쳐줘요.”

“솔직히 말하면 대한은 내가 가르쳐주기 전에 이미 하이스로부터 기술 대부분을 통달했어.”

“하이스요?”

올리버의 얼굴에 비웃음이 가득했다. 아마도 하이스가 여자라서 그런 거 같았다. 하이스가 이 꼴을 봤다면 아마 올리버의 얼굴에 오선지가 그려졌을 것이다.

찰스는 올리버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렇지만 이 이상 뭐라고 변명을 하기엔 자존심이 허락지 않았다.

“나중에 따로 얘기해줄 테니 그만 돌아가라.”

“왜 절 쫓아내시려고 해요. 그러지 말고 나도 좀 삼촌이 꼭꼭 숨겨두고 있는 기술 좀 가르쳐주세요.”

“그런 게 어디 있어? 내가 말했지. 마스터가 되려면 가장 기초적인 기술부터 다시 숙달하라고.”

“제가 어디 하루 이틀 주짓수 배웠습니까? 기초는 무슨 기초에요.”

올리버는 기초부터 다시 숙달하라는 소리에 크게 자존심이 상한 듯했다.

당연히 대한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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