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만재능(Feat. 대한 TV)-90화 (89/331)

90화 <청부 VS 차도 살인>

에에에엥! 에에에엥!

갑자기 경기장에 경찰차 몇 대가 사이렌 소리를 울리며 들어왔다.

대한을 비롯한 선수들은 훈련을 받다가 모든 동작을 딱 멈췄다.

경찰차에서 경찰들과 푸짐한 몸매의 여자 한 명이 내렸다. 여자는 뒤뚱거리며 곧장 대한을 향해 직진해 왔다.

“아! 여기 계셨군요.”

“당신은 아침에 봤던 그 여자분이군요.”

“네, 마리아라고 불러주세요.”

“그렇게 하죠.”

마리아는 대한을 보자 덥석 그의 몸을 끌어안았다.

“CCTV를 보고 아침의 상황이 얼마나 위험했는지 깨달았어요. 만약 당신이 나를 도와주지 않았다면 난 아마 이미 죽어있을 거예요.”

“아!”

이미 모든 상황을 알고 온 터라 대한은 그냥 웃기만 했다.

두 사람의 앞으로 건장한 체격의 제복을 입은 사내가 다가왔다.

“반갑습니다. 나는 고이아니아 주경찰청장 오스왈도입니다. 내 여동생을 구해줘서 고맙습니다.”

“아! 네.”

인제 보니 푸짐한 아줌마, 아니 마리아의 오빠가 주(州)경찰청장이었다.

브라질에서 이 정도면 권력이 대단한, 상당한 고위직이었다. 어쨌든 좋은 연줄을 하나 가지게 됐으니 그는 기분 좋게 오스왈도와 악수를 했다.

“고이아니아 경찰청에서 시민상과 포상금을 드릴 겁니다.”

“그건 정중히 사양하겠습니다.”

“안됩니다. 좋은 일 하셨으니, 당연히 보상을 받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정의 사회를 구현할 수 있겠습니까?”

솔직히 대한은 오스왈도를 믿을 수 없었다. 공무원의 부정부패가 만연한 중남미였다. 경찰부터 정말 정직한 공무원인지 의심이 갔다. 그러니 그의 시선이 절대 고울 수가 없었다.

대한의 옆으로 김수정 감독이 다가왔다.

“무슨 일이니?”

“아침에 소매치기를 잡은 것을 가지고 시민상과 포상금을 준다고 합니다.”

“그래? 잘됐구나.”

“잘된 게 아니라 위험한 거예요. 혹시라도 소매치기 일당이 보복을 해오면 어떻게 해요. 차라리 아예 아무것도 받지 않고 그냥 모른 척 넘어가는 게 제일 좋아요.”

대한은 혹시나 소매치기 일당이 보복을 해올까 두려웠다.

혼자라면 어떻게든 지켜낼 수 있었다. 하지만 괜히 동료 선수들이 해코지라도 당한다면 나중에 크게 후회할 것 같았다.

끝내 대한은 마리아까지 합세한 오스왈도의 강권을 사양하고 말았다. 그러자 두 남매는 은근히 감격한 표정을 지었다. 브라질에서 상금을 준다는데 거절하는 경우는 처음 본 것이다.

“그럼 우리 집에 초대할 테니 저녁을 같이하는 것은 어때요?”

“당장은 시합을 앞두고 있어서 곤란합니다. 대신 호텔로 오시면 제가 맛있는 저녁을 대접하겠습니다.”

“그럴 수야 없지요. 식사는 당연히 저희가 사야죠. 어쨌든 현재로선 그게 제일 좋은 방법이네요.”

이미 대한이 누군지 대충 알아본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가 유명한 유티버라는 것까지는 아직 모르고 있었다.

결국, 대한은 익명으로 포상금을 받아 전부 고아원이나 양로원에 기부하기로 했다. 그 말에 두 사람은 더욱 감동해서 돌아갔다.

한편, 경찰에 체포된 소매치기는 너무 화가 났다. 누군가 발을 건 것까지는 확실하게 기억이 났다. 그런데 돼지 같은 여자에게 폭행을 당한 뒤부터는 자꾸 기억이 가물가물했다.

“면회다.”

“예에?”

“면회라고 이 새끼야.”

“아! 예! 감사합니다.”

경찰은 짜증 난다며 소매치기의 뒤통수를 후려쳤다.

딱!

“어이쿠!”

“빨리 좀 대답해!”

“죄송합니다.”

경찰은 소매치기를 끌고 면회실로 갔다. 책상 앞에 앉혀놓고는 뒤쪽으로 물러나서 만화책을 보기 시작했다. 그러자 앞의 문이 열리며 인상이 날카로운 키다리 한 명이 들어왔다.

소매치기는 키다리를 보자 눈을 동그랗게 뜨며 잽싸게 일어났다.

“앉아, 호르헤!”

“고맙습니다.”

“어떻게 된 거야?”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순식간에 당한 일이라서요.”

키다리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비웃음을 흘렸다.

“네가 지금 누굴 건든 줄 알아?”

“그게 무슨 소립니까?”

“작업하더라도 상대를 보고 해야 할 거 아니야!”

“뭔가 문제가 생겼습니까?”

“너는 오스왈도 주경찰청장의 여동생인 마리아를 건드렸어.”

“이런 제기랄!”

그제야 호르헤는 자신의 처지가 막장으로 치닫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정도면 거의 빼박이었다.

“그나저나 누가 널 방해했다며?”

“그렇습니까?”

“이 새끼 이거 하나도 기억을 못 하는구먼.”

“죄송합니다.”

“몇 달 조용히 푹 썩고 있어. 나중에 살짝 빼줄 테니까 말썽부리지 말고.”

“알겠습니다.”

키다리는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하고는 밖으로 나갔다.

“감히 어떤 새끼가 우리 페드로 조직을 건든 거야?”

키다리는 스마트폰을 들어 어디론가 전화를 했다.

“알아봤어?”

그는 한동안 가만히 서서 말을 듣더니 피식 웃음을 흘렸다.

“수고했어. 돈은 같은 계좌로 보내줄게.”

키다리는 통화 종료 버튼을 누르며 묘한 미소를 지었다.

“대한민국 U-17 축구 대표팀의 이대한 선수! 크크크, 뭐야 이거! 완전히 개망신 감이잖아. 이걸 어떻게 하지?”

키다리는 살짝 고민이 됐다.

상대는 외국인이다. 그것도 U-17 브라질 월드컵에 참여하고 있는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 선수였다.

잘못 건드렸다간 경찰이 아니라 브라질 연방경찰이 나서게 될지도 모른다.

“할 수 없군. 나 페드로가 한발 양보해야지. 그렇다고 그냥 넘길 수는 없고 다리 하나만 딱 부러뜨려주지. 부에노에게 의뢰를 해야겠어. 베네수엘라 난민 조직을 이용한다면 걸려도 내가 했다는 것은 절대로 모를 거야. 크크크!”

키다리, 아니 페드로는 뭐가 그리 좋은지 혼자 킥킥댔다.

확실히 정상은 아닌 놈이었다. 그런데 페드로는 전혀 몰랐다. 누군가 그를 비밀리에 감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페드로는 느긋하게 경찰서를 나와 뒷골목으로 사라졌다. 하늘 위에서 뭔가 반짝이는 것들이 그의 뒤를 졸졸 따라가고 있었다.

* * *

―마스터!

‘응, 에바!’

대한은 호텔 욕실에서 반신욕을 즐기고 있었다.

―급히 보고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뭔데?’

―소매치기 일당이 마스터를 노리고 있습니다.

‘뭐라고?’

대한은 깜짝 놀랐다.

설마 했던 우려가 현실로 드러난 것이다.

‘자세히 설명해봐!’

―마스터의 스마트폰을 잠시 사용할 수 있게 허락해 주십시오.

‘그렇게 해.’

대한이 허락하자 에바는 즉시 그의 스마트폰에 키다리 페드로와 부하들 그리고 그들이 의뢰한 베네수엘라 난민 범죄 조직인 부에노의 일당들의 사진과 동영상을 띄웠다.

―이자는 소매치기 일당의 두목인 페드로입니다. 그의 옆에 서 있는 놈들은 그의 심복들입니다. 살인, 납치, 강도, 강간, 마약 판매 등 온갖 중범죄를 밥 먹듯이 저지르는 놈들입니다.

‘거! 새끼들 인상 더럽게도 생겼네.’

―옆의 놈들은 이번에 페드로에게 고용된 베네수엘라 난민 범죄 조직 부에노입니다. 난민들의 고혈을 빨아먹는 악질 폭력 조직으로 돈이 되는 것은 뭐든 하는 놈들입니다.

‘뭐든 다 한다고?’

―그렇습니다. 살인, 납치, 강도, 강간은 기본이고 매춘, 마약 판매, 청부 살인, 인신매매, 장기 밀거래, 밀입국 등 정말 돈만 주면 뭐든 다합니다.

‘설마 이놈들이 날 암살이라도 하겠다는 거야?’

―최소한 다리 하나는 부러뜨리겠다고 했습니다. 물론 그런 상황에서 정말 다리만 부러뜨리고 끝낼지는 미지수입니다.

‘미친놈들이군.’

대한은 크게 화가 났다. 세상에 자신의 다리를 생으로 부러뜨리겠다는 얘기를 웃고 있을 놈은 없을 것이다.

‘에바!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상대를 바꾸는 게 어떻겠습니까?

‘그게 무슨 말이야?’

그는 언뜻 에바의 말이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들이 마스터를 노리는 게 아니라 마리아를 노린다고 정보를 조작해서 오스왈도 주경찰청장에게 넘기는 겁니다.

‘우와! 진짜 사악한 차도 살인 방법이로구나.’

―마스터를 노린 놈들이니 당연히 이렇게라도 우리는 자기방어를 해야지요.

대한은 에바의 계획이 참 마음에 들었다. 손 안 대고 코 푸는 격이니 얼마나 우아한 방법인가!

‘즉시 시행해!’

―네, 마스터! 만약 작전이 실패하면 직접 응징하겠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행동 범위를 설정해 주십시오.

‘다른 사람을 해치는 것을 업으로 삼고 있는 놈들이니 목숨을 빼앗는 것만 빼고는 뭐든 괜찮아.’

―네, 마스터.

대한은 여기서 큰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목숨을 빼앗지 않는다고 해서 다 좋은 게 아니었다. 때로는 죽는 게 사는 것보다 나을 때가 있었다. 에바는 대한과는 달리 간단하고 효율적인 방법을 추구하는 존재였다.

에바는 일단 보유하고 있는 정보를 살짝 가공해서 오스왈도 주경찰청장에게 넘겼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오스왈도는 불같이 화를 냈다. 감히 쓰레기 같은 소매치기들이 자신의 여동생에게 테러하려고 하다니. 이건 절대 묵과할 수 없는 일이었다.

오스왈도는 즉시 자신이 동원할 수 있는 최고의 패를 꺼내 들었다. 바로 고이아니아 주경찰청 기동 타격대였다.

“A팀은 무장한 악질 소매치기 집단을 소탕한다.”

“B팀은 테러를 계획하고 있는 베네수엘라 난민 범죄 집단 부에노를 때려잡는다.”

오스왈드의 명령에 고이아니아 주경찰청 기동 타격대 A팀과 B팀이 동시에 출동했다.

그러나 페드로가 주경찰청에 심어놓은 부패한 경찰관 한 명이 이 사실을 즉각 페드로에게 알렸다.

페드로는 전화를 받고는 즉시 현장을 떠났다.

에바는 이 사실을 확인하고 즉각 플랜 B를 가동했다.

그녀가 택한 방법은 드론과 염산의 조합이었다.

이미 익명으로 1대에 수백 불이나 하는 드론을 10대나 확보해 놓았다. 거기에다 익명으로 화공약품 업체에다 염산을 발주했다. 그리고 알바를 고용해서 미리 준비한 통에 염산을 넣고 드론에 매달게 했다.

이 모든 것을 에바는 전화와 SNS 그리고 계좌이체를 통해서 해결했다.

드론에는 카메라까지 달려있어서 찍어 놓은 놈들을 놓칠 염려는 없었다. 이제 목표를 조준하고 신호만 보내면 즉시 염산이 발사될 것이다.

위이이잉! 위이이잉! 위이이잉! 위이이잉…….

하얀 드론 10대가 공중을 날았다.

이미 드론의 비행 프로그램을 손봐서 움직이는 게 아주 부드럽고 자연스러웠다. 중국의 드론 생산 업체가 이걸 봤다면 아마 놀라서 기절했을 것이다. 아니, 돈이 얼마가 들어간다고 해도 반드시 비행 프로그램을 사려고 했을 것이다.

어쨌든 드론 10대는 하늘에서 각각 두 패로 갈라졌다. 한쪽은 페드로를 쫓고 다른 한쪽은 부에노 일당의 뒤를 쫓았다.

먼저 부에노 일당은 고이아니아 주경찰청 기동 타격대 B팀에 의해 일망타진됐다.

체포에 순순히 협조할 리 없는 놈들이니 당연히 격렬히 저항했다. 하지만 기동 타격대를 상대로 전투에서 승리할 수는 없었다.

당연히 무기를 들고 있는 놈들은 예외 없이 모두 사살됐다. 그러나 우려한 대로 A팀은 패드로와 일당을 검거하는 데 실패하고 말았다.

“크크크, 병신들! 우리가 그렇게 쉽게 당할 줄 알고.”

“형님, 역시 선견지명이 대단하십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줄 알고 미리 첩자를 심어두셨습니까?”

“브라질은 되는 것도 없고 안되는 것도 없는 나라야. 하지만 돈이 들어가면 안 되는 것도 매끄럽게 다 되게 되어있지.”

페드로와 그 일당들은 밴을 타고 고속도로를 달렸다. 고이아니아를 벗어나려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달리던 차의 시동이 꺼져버렸다.

끼익! 끼이익!

운전대를 잡고 있던 놈은 놀라서 급히 브레이크를 밟았다. 밴이 쓰러질 것처럼 격렬히 흔들렸다. 다행히 급제동에 성공한 페드로 일당은 간신히 차를 세울 수 있었다.

“뭐야? 이 똥차 왜 이래?”

“죄송합니다. 형님. 차가 고장 난 것 같습니다.”

“그럼 빨리 택시라도 불러야 할 거 아냐!”

“네, 형님.”

페드로는 부하들에게 마구 짜증을 냈다. 그들은 모두 밴에서 빠져나와 도로 한쪽에 있는 커다란 나무 아래에 앉았다.

그때 하얀 드론 다섯 대가 조용히 일당의 머리 위로 다가왔다.

위이이잉! 위이이잉! 위이이잉! 위이이잉…….

그리고 곧 하늘에서 뜨겁고 화끈한 비가 쏟아져 내렸다.

치익… 치이익… 치이이익…….

“으악!”

“크악!”

“아악!”

“크아악!”

페드로와 일당은 염산의 비를 맞고 참혹한 비명을 질러댔다.

결과는 한마디로 끔찍했다. 염산에 당한 얼굴이 뭉개지고 피부가 녹고 생살이 타버렸다. 이건 정말 사람이 할 짓이 아니었다.

물론 에바는 사람이 아니긴 했다.

놀란 패드로와 일당은 급히 사방으로 달아났다. 그러나 아무리 빨리 달려도 드론보다 빠를 수는 없었다.

그들은 정말 딱 죽지 못해 살만큼 중상을 입었다. 특히 페드로는 염산이 사타구니 사이에 쏟아져 중심이 완전히 녹아버렸다.

남을 해코지하려고 한 인간에게 내려진 처절한 인과응보의 순리였다.

에바는 이들이 다시는 범죄를 저지르지 못할 상태가 됐는지 꼼꼼히 확인했다.

그런 후 조용히 드론을 거두어들였다.

브라질 갱단을 공포로 몰아넣을 ‘염산마’의 등장을 알리는 최초의 사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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