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화 <대한의 반격>
“이런 선수가 앞으로 대한민국 축구계를 이끌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대한 선수가 대한축구협회의 징벌위원회에 부쳐졌다는 소식도 있던데 알고 계십니까?”
“그거 다 헛소리입니다.”
두 사람은 마치 작정이라도 한 듯 대한의 스캔들을 언급했다.
“제가 신문과 뉴스에서 떠드는 것을 보고 나름대로 확인해봤습니다. 대한 TV라고 이대한 선수가 어려운 시절 집을 돕겠다고 시작한 개인 방송이 있어요. 거기 가면 전부 다 나옵니다.”
“저도 봤습니다. 초고도 비만으로 시작해서 살을 빼는 과정이 자세히 나오더군요.”
“그거뿐만이 아닙니다. 축구를 처음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포텐이 빵빵 터진 것을 한눈에 볼 수가 있었습니다. 김을남 코치와 축협이 너무 성급했어요.”
“맞습니다. 제대로 확인조차 하지 않고 어린 선수를 매장하려고 들었으니 그 후폭풍이 아마 만만치 않을 겁니다.”
정광용과 박승재의 브레이크 없는 질주에 시청자들은 시원한 통쾌감을 느꼈다. 물론 PD는 당황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말이다.
일부 내용을 모르는 시청자는 즉시 ‘대한 TV’를 검색해봤다. 덕분에 대한의 이름이 실시간 검색어 순위 1위를 곧바로 탈환하고 말았다.
주춤하던 대한의 구독자와 팔로워 수도 급격히 늘어나는 시너지 효과를 봤다.
이미 해외에서는 대한축구협회와 김을남 코치 그리고 악의적인 기사를 쓴 언론사와 기레기들이 죽일 놈으로 박제되고 있었다.
국내는 아직도 대한을 욕하고 악의적인 프레임을 씌우려는 시도가 남아있었다. 물론 그것도 정반석 변호사와 율율 법무법인의 조치로 곧 사라지게 될 것이다.
삐익!
경기가 재개되자 프랑스는 의외로 신중하게 나왔다.
스코어는 2:2.
동점 골을 먹은 상황이라 한 골을 더 먹으면 위험하다고 판단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건 프랑스의 문제일 뿐이었다.
신이 난 대한민국 선수들은 열심히 대한에게 볼을 배급했다. 아무리 프랑스 선수들이 막으려고 해도 그는 어떻게든 볼을 지켜냈다. 그러니 안심하고 대한에게 볼을 패스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자 그가 공격수인지 미드필더인지 알 수가 없게 됐다. 그러나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
대한은 볼을 받자마자 곧바로 순간 돌파를 했다. 증폭된 민첩과 부스팅 된 개인기 재능은 이럴 때 탁월한 효과를 냈다.
“앗!”
“막아!”
“빠졌어.”
프랑스 선수들은 대한의 좌충우돌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대한은 돌파만 잘하는 선수가 아니었다. 킬패스도 능해서 조금만 방심하면 섬찟한 킬패스가 나왔다.
최민석이 아깝게도 몇 번이나 문전 앞에서 실축해서 빈축을 샀다. 하지만 대한은 그런 최민석에게 아낌없이 킬패스를 했다. 그래도 계속 그가 유효 슈팅을 쐈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순간!
최민석에게 패스한 볼이 리턴되어 돌아왔다. 그때 대한은 이미 페널티 에어리어 안쪽으로 들어온 상황이었다.
최민석은 대한에게 패스한 후 뒤쪽으로 돌아 골대의 반대편에 가 있었다.
퉁!
대한은 가볍게 볼을 위로 올려 찼다. 그러자 축구공이 허공을 날이 골대 반대편 모서리로 들어갔다.
아미하드 골키퍼는 힘껏 몸을 날려보았지만 닿지 않았다.
볼이 골대 안으로 들어가려는 순간, 최민석이 머리를 가져다 댔다.
툭!
축구공은 골대 안에 들어가 있었다. 최민석이 두 손을 허공으로 들더니 골 세레모니를 했다.
대한도 그에게 다가와 포옹을 하며 축하해 줬다.
―마스터, 이건 골을 강탈당한 겁니다.
‘알아. 그래도 골을 넣었잖아. 이기면 돼!’
대한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런데 곧 VAR 판정으로 대한의 골로 인정됐다. 최민석의 머리가 닿기 전 이미 볼은 골대 안에 들어가 있었다.
“축하한다. 그리고 미안하다.”
“아니야. 어떻게 됐든 우리가 이기면 돼!”
“그건 맞아.”
최민석은 쿨하게 사과를 했다. 대한도 웃으며 악수를 하고 넘어갔다.
스코어는 이제 3:2.
프랑스는 다급해졌다.
삐익!
프랑스가 전면 대공세로 나왔다. 대한민국은 빗장을 걸어 잠그고 수비에 전념했다. 그런데 이게 오히려 프랑스에 치명적인 독이 됐다. 다 좋은데 대한을 그냥 혼자 풀어놓았기 때문이다.
대한은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그라운드를 누비고 다녔다. 그러다 프랑스 공격수 캘리앙이 볼을 빼앗기자 뻥 축구가 시작됐다. 수비수 이한별이 그 주인공이었다.
뻥!
허공을 날아간 축구공은 중앙선을 넘어갔다. 그리고 그 볼을 열심히 쫓아가는 대한이 있었다.
“막아!”
“빨리 달려가!”
프랑스 수비진은 똥줄이 탔다. 마지막 수비수, 스위퍼가 뚫리면 바로 골키퍼와 1:1이었다.
대한은 차분하게 드리블을 했다. 칭호 효과가 끝나서 이제는 가지고 있는 실력만으로 승부를 봐야 했다. 하지만 이미 그에게는 수비수 한 명을 제칠 충분한 힘과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
‘앗!’
스위퍼 앞으로 다가가는 척하다가 대한은 순간 돌파를 시도했다. 프랑스의 스위퍼는 옆으로 지나가는 대한을 잡으려고 손을 뻗었다. 하지만 대한은 이미 선제적으로 그의 손을 막고 앞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드디어 골키퍼와 1:1 상황이 됐다.
아미하드는 골키퍼는 사색이 되어 앞으로 달려 나왔다. 공격수의 공격 각도를 줄이기 위함이다.
이게 효과가 있는 행동이긴 했다. 그러나 이미 모든 상황을 꿰뚫고 있는 대한에게는 오히려 패착이었다.
그는 골키퍼를 지켜보다 발바닥으로 슬쩍 볼을 옆으로 굴렸다. 그러자 눈앞에 골대가 훤하게 드러났다.
아미하드 골키퍼는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대한은 빠르지도 늦지도 않게 가볍게 볼을 찼다.
축구공은 데굴데굴 굴러 골대의 중앙으로 들어갔다.
“와아아아!”
경기장은 흥분의 도가니로 변했다. 모든 관중이 일어나 환호성을 질렀다. 특히 기꺼이 치어리더로 분한 하이스와 그녀의 친구들은 눈물을 흘리며 좋아했다.
대한민국 벤치도 흥분을 이기지 못하고 제자리에서 방방 뛰었다.
정광용 축구캐스터와 박승재 아나운서도 흥분된 목소리를 누르지 못했다.
“골! 골입니다.”
“정말 재치있는 골이었습니다.”
“역시 이대한 선수네요.”
“이러면 해트트릭 아닙니까?”
“맞습니다. 대한민국 축구의 장래가 참 밝습니다.”
채팅 창도 난리가 났다.
[여친구함: 와! 골이다. 잠을 안 자고 축구를 본 보람을 느낀다.]
[널찾았다: 대한이 대단하다.]
[작업남: 대한이 만세다.]
[젤리젤로: 해트트릭! 미쳤다.]
[개좋앙: 아오! 대한이 멋지다. 속이 다 시원하다.]
[미쿡여자: 이거 실화냐!]
[해골바가지: 당장 성인 무대로 가도 되겠다.]
[축협개혁: 세계 무대에서 이렇게 해트트릭을 해버리다니. 그것도 프랑스를 상대로!]
[대한사랑회: 대한축구만세! 축협폭파! 기레기 즉참! 김을남 자폭해라!]
[회개한목사: 주여! 고맙습니다. 대한 만세!]
[치킨먹자: 이렇게 골을 잘 넣는 대한을 그냥 묻어버리려고 하다니. 축협 극혐!]
대한이 해트트릭하자 달풍선이 쏟아졌고 비트도 와르르 떨어져 내렸다.
후원금도 백만 단위가 넘어갔다. 그야말로 미친 화력과 금력이 아닐 수 없었다.
이 거대한 흐름에 대한축구협회는 서서히 갈려 나가고 있었다.
삐이익!
주심의 긴 휘슬 소리로 경기는 끝났다.
프랑스 선수들은 모두 눈물을 흘리며 땅에 주저앉았다. 하지만 대한민국 선수들은 다들 신이 나서 웃고 떠들었다.
승패가 명확하고 기쁨과 슬픔이 상반되는, 아니 공존하는 경기장이었다.
거기에다 관중들까지 프랑스 편이 아니었다. 다들 브라질이 승리한 것처럼 기뻐했다. 이 많은 사람 중 오직 프랑스 팀을 제외하고는 모두 대한민국의 승리를 함께 기뻐했다.
대한은 이날 경기에서도 MVP가 됐다. 거기에다 아이티전에서 넣은 골까지 합치면 벌써 5골째다. 당연히 U-17 브라질 월드컵에서 득점 선두에 이름을 올렸다.
대한민국은 점점 대한과 국뽕에 취하기 시작했다.
* * *
[대한축구협회 부회장 노재정 사퇴 의사를 밝히다.]
[정말 대한에게 징벌위원회가 필요했을까?]
[어린 축구 선수의 미래를 짓밟는 축협, 개혁이 필요하다.]
[법무법인 율율, 언론사와 기자들을 무더기로 고소.]
[김을남 코치, 중도하차!]
[귀국길에 오른 김을남의 미래는?]
[조성일보 사주의 비밀이 벗겨지다.]
[대동아신문 조학령 기자, 축협과 비밀거래!]
[검찰, 일부 언론사와 기자들의 비리포착, 내사 착수!]
대한민국은 몸살을 알아야 했다.
매일 터져 나오는 대한축구협회와 언론사의 비리! 거기에다 일부 기자들의 갑질과 검은 커넥션 및 검은 거래!
검찰은 더는 안 되겠다 싶었는지 즉시 내사에 착수했다. 그리고 그 소식이 전해지자 언론은 즉각적으로 검찰 때리기에 들어갔다.
검찰과 언론은 서로 한 대씩 치명타를 쳐가며 기 싸움을 시작했다. 덕분에 대한과 관련된 기사들이 살짝 묻히는 감이 없지 않았다.
―마스터, 어떻습니까?
‘잘했어.’
대한은 기꺼이 에바를 칭찬했다.
그녀가 열심히 축협과 언론사 및 기자들의 비리를 털어준 덕분에 그가 이렇게 편하게 쉐라톤 비토리아 호텔 스위트룸에서 지내게 된 것이다.
프랑스를 격파한 대한민국 U-17 축구 대표팀은 곧바로 다음 경기가 있는 비토리아로 돌아왔다. 그런데 호텔이 쉐라톤 비토리아 호텔로 등급이 바뀌어 있었다.
전에 쓰던 호텔이 아니라 호텔비가 두 배나 더 비싼 특급에 해당하는 호텔이었다. 거기에다 대한은 호텔 측으로부터 특별히 스위트룸을 제공받았다.
김수정 감독은 당연히 이를 수락했다. 대한은 모든 이의 부러움을 사며 스위트룸으로 혼자 올라왔다.
이를 가장 기뻐한 것은 동혁이었다. 그동안 윗전인 대한보다 좋은 호텔에 묵는다는 게 은근히 부담스러웠다. 그러나 이제는 편하게 잠을 잘 수가 있었다.
같은 호텔이지만 사장 방이 그의 것보다 더 등급이 높았기 때문이다.
“대한, 아!”
“아!”
대한은 하이스의 말에 입을 벌렸다. 입 안으로 동그란 포도알이 들어왔다. 그는 포도알을 이빨로 깨물었다. 안에서 달착지근한 포도즙이 탁 터져 나왔다.
대한은 굳이 눈을 뜨지 않았다. 다만 가만히 그 감촉을 느끼고 즐길 뿐이었다.
대한이 눈을 떴을 때, 하이스의 예쁜 얼굴이 홍당무처럼 붉어져 있었다. 하지만 대한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빤히 그녀를 쳐다봤다.
하이스의 얼굴은 무척 예뻤다.
“하이스, 이제 슬슬 나가봐야겠어요.”
“어머!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요.”
“그러게 말이에요. 오늘도 파이팅!”
“대한도 힘내요!”
대한은 아쉬움이 가득한 하이스를 뒤로하고 짐을 챙겼다.
아이티 전과 프랑스전 사이에는 이틀 동안 휴식 시간이 주어졌다. 하지만 프랑스전과 칠레전 사이에는 겨우 하루밖에는 휴식 시간이 없었다. 더구나 칠레는 브라질과 얼마 멀지도 않은 같은 남미에 속한 국가였다.
당연히 컨디션이 대한민국보다 좋을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다들 어린 나이라 회복이 빨라서 다행이었다.
“참! 스위트룸 고마워요!”
“헉! 알고 있었어요?”
“당연하죠. 쉐라톤 호텔에서 내가 뭐가 이쁘다고 스위트룸을 주겠어요.”
“헤헤! 잘 지내세요.”
“알았어요. 있는 동안 잘 쓸게요.”
대한은 하이스에게 다가가 그녀의 볼에 가볍게 키스를 해줬다. 그러자 하이스도 대한의 볼에 마주 볼키스를 했다.
“뭐에요, 이거?”
“인사에요. 브라질에서는 친구와 이렇게 인사해요.”
하이스는 자신도 억지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대한은 아무것도 모르는 표정으로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그럼 하이스 친구들과도 이렇게 인사해야겠다.”
“그건 안 돼요.”
“왜요?”
“그러니까, 음…….”
하이스는 크게 당황해하면서도 마땅한 대답을 찾지 못했다.
대한은 그 모습에 속으로 웃음이 나왔다.
“뭐 하이스가 싫다면 안 하면 되죠.”
“맞아요. 바로 그거예요.”
“그래도 하이스에게는 인사를 해야겠죠?”
“무, 물론이죠.”
결국, 하이스는 고개를 푹 숙이며 목덜미까지 붉어지고 말았다.
대한은 이런 그녀를 한번 꼭 안아주고 스위트룸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