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만재능(Feat. 대한 TV)-85화 (84/331)

85화 <처절한 응징>

뭔가 음침해 보이려고 노력했지만 에바에게는 전혀 그런 분위기가 나오지 않았다.

‘김을남 코치, 대한축구협회 그리고 부회장 노재정까지 모두 비리를 철저히 조사해서 터트려버리자!’

―알겠습니다. 이건 제 전문 분야이니 맡겨주십시오.

에바는 최대한 음침한 미소를 지었다.

대한은 썩소를 지으며 그녀를 쳐다보다 고개를 살래살래 흔들었다.

―로티 그룹은 어떻게 할까요? 전수 조사를 시작할까요? 아마 뒤를 캐면 비리가 고구마처럼 줄줄이 튀어나올 겁니다.

‘일단은 그냥 놔두고 개입하려는 움직임이 보이면 그때 먼저 선수를 쳐야지. 나를 건들지 않으면 모를까 일단 건들면 얼마나 참혹해지는지 철저히 깨닫게 해줄 거야. 최소한 그룹의 오너와 직계 가족 및 경영진은 싹 날려버리자!’

―예, 그럼 미리 로티 그룹의 비리를 조사해 놓겠습니다.

대한은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가 내뱉었다. 그러곤 차가운 눈으로 이를 갈았다.

‘대한민국에는 진짜 기자들이 다 죽어버린 것만 같아. 한번 대대적으로 물갈이를 해주는 게 좋은데.’

―설마 저보고 대한민국의 언론 개혁을 하라는 말씀은 아니시죠?

에바는 눈을 동글하게 뜨며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대한은 연기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그냥 모른 척해 주었다.

‘그건 아니야. 다만 기레기들과 그들을 부리는 사주들에게 뜨거운 맛을 보여주자는 거지.’

―좋습니다. 제가 이번에 연루된 모든 언론과 기레기들을 탈탈 털어버리겠습니다. 특히 사주들의 비리를 집중적으로 파고들겠습니다. 그 정도면 아마 언론 개혁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을 수 없을 겁니다.

‘워낙 여우 같은 놈들이니까 쉽게 걸려들지는 않을 거야. 그러니까 결정적인 비리 증거를 찾아서 잘 터트려야 할 거야.’

―제가 누굽니까! 아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벗기고 벗겨서 홀딱 발가벗기고 말겠습니다.

에바는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대한은 그런 그녀의 머리를 가만히 쓰다듬어주었다.

에바는 부끄럽다며 몸을 잔뜩 꼬아댔다.

‘그렇다고 에바에게만 모든 일을 맡길 생각은 아니야. 나에게도 힘이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해.’

―그럼 대한 TV를 이용해 맞불을 놓으실 생각입니까?

‘일단은 해명 방송을 해야지. 정확히 증거를 제시하고 구체적인 정황 설명을 해야 할 거야.’

―김수정 감독이 외출을 허락한다는 말을 녹음해 놓았습니다. 또한, 미리 개인 방송을 허락하지 않으면 대표팀에 합류하지 않겠다는 한 것도 증거를 제시할 수 있습니다.

‘그럼 나머지는 김을남 코치가 제보한 것이 거짓이었다는 것에 초점을 맞춰서 방송하면 되겠군.’

―알겠습니다. 당장 준비해 놓겠습니다.

에바의 준비가 끝나자 대한은 즉시 개인 방송을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대한 TV의 대한입니다.”

방송을 시작하자 그의 구독자들과 팔로워들이 무서운 속도로 유입됐다. 그들은 하나같이 신문과 방송에서 떠들어대는 가짜 뉴스와 악질적인 보도들에 크게 분노하고 있었다.

[코란도짱: 대한아! 이게 어떻게 된 거니?]

[화가난다: 아니, 왜 이런 기사가 난 거야?]

[비도깨: 신문사들이 모두 약을 처먹었나 보다.]

[대폭주: 어떤 놈이 널 모함하고 있는 거지.]

[만수르SUH: 대한아! 형이 지켜줄게.]

[닥공: 내가 전부 스크랩해 두고 있다. 나중에 하나씩 전부 목을 쳐버리자.]

[우리두리: 우리 대한이 불쌍해서 어떻게 해?]

[어벤저스: 축협 폭파!]

[톰과제리: 기레기 새끼들 전부 고소해라!]

[꼬끼오: 기레기들 유치장 가즈아!]

대한은 채팅 창을 보자 기운이 났다.

“여러분! 영상 제목에서 보셨듯이 지금은 해명 방송을 하려고 나왔습니다. 저를 믿어주시고 응원해주신 분들께 이 자리를 빌려서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꾸벅 절을 했다. 그리고는 본격적으로 해명을 시작했다.

“먼저 지금까지 언론에 나온 것 중 99%는 가짜 뉴스이거나 악의적으로 날조된 기사들입니다. 여러분도 다 같이 지켜보셨다시피 제 개인 방송을 보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이런 일이 터진 것은 전적으로 대한축구협회와 언론사의 책임입니다. 저는 결코 저의 명예를 더럽힌 자와 조직을 용서하지 않을 것입니다.”

대한은 과감히 대한축구협회와 언론사에 선전포고했다. 일부 팬들은 걱정했지만, 대부분은 그의 분연한 용기에 박수를 보냈다.

“이건 제 팬 중 한 분이 제게 보내주신 겁니다. 김을남 코치가 대한축구협회에 제보한 투서 원본을 카피한 것을 공개합니다.”

그는 처음부터 강공으로 시작했다. 이어서 김수정 감독이 외출을 허락하는 말을 녹음한 것을 틀어줬다. 거기에다 처음부터 개인 방송을 허락해 주지 않으면 U-17 축구 대표팀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증거도 보여줬다.

이것만 봐도 대한이 지금 억울한 누명을 쓰고 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다.

“현재 대한민국의 많은 언론사와 방송은 제 친구인 하이스 양과 그녀 친구들의 모습을 무단으로 퍼서 사용 중입니다. 현재 이에 관해 변호사와 상의 중입니다. 저는 물론이고 아마 하이스 양과 그녀의 친구들의 부모님도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대한의 말에 채팅 창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자주국방: 캬아! 사이다.]

[카리스마: 이거 대한이 잘못 건드려서 기레기들 개털리겠다.]

[No재팬: 하이스가 사는 집을 보면 엄청 부자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브라질파워: 너희들 다 죽었어. 올리베이라 가문 장난 아니야. 국제고소 가즈아!]

[하이스존버: 하이스만 부자냐? 그녀의 친구들 또한 엄청 부자야! ㅋㅋ]

[핵인싸: 축협과 기레기들 X됐다.]

[낼름: 이제 국제적인 망신을 당하겠군.]

[말벌봉준: 그동안 저작권 무시하던 놈들 제대로 털리겠다.]

[다섯공무원: 시원하게 두들겨 패라!]

[손톱이빨개: 아이 시원해! 나만 그래?]

[여친찾았다: ㅋㅋ 개시원]

사람들은 절대 언론 편이 아니었다. 이미 대한민국의 언론은 사망 선고를 받아도 무방할 정도였다. 정론 기사는 물론이고 기획 기사와 르포도 없었다. 기자들은 기사를 쓰는 게 아니라 그저 소설을 쓰고 있었다.

이들이 전부 판타지 소설 업계로 뛰어든다면 아마 세기의 명작도 많이 나올 것이다. 워낙 머릿속으로 상상만 해대는 종자들이라서 말이다.

대한축구협회 또한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아무도 축협 편을 들지 않았다. 그만큼 축협의 비리와 문제가 많다는 말이다.

“다른 것은 다 용서한다고 해도 마약 관련 기사만큼은 절대 용서하지 않겠습니다.”

대한은 주먹을 불끈 쥐며 카메라를 노려봤다. 부리부리한 눈에 마력이 살짝 깃들자 보는 사람이 다 뜨끔할 정도였다. 그의 카리스마가 폭발하자 채팅 창의 반응이 참 뜨거웠다.

[민트러브: 어우야! 너무 멋있잖아.]

[밍밍: 꺅! 대한이 멋져!]

[부르나이여행객: 개존잘!]

[개좋앙: 너무 좋앙!]

[인사동언니: 개좋앙, 너 여자냐 남자냐? 정체를 밝혀라!]

[도쿄여자: 대한사마! 각고이!]

[하트뽑기: 내 마음을 가져버렷!]

[제주해녀3: 잘 생겼다.]

[터프한여자: 카리스마 쩌네.]

[치킨보미: 너무 머리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콜라끊었다: 대박! 이거 재미있겠다. 링크 뿌려야지.]

[패션일번가: 감히 대박을 건드려! 니들 두고 보자.]

대한의 해명 방송은 30분도 지나지 않아 끝났다. 하지만 그 여파는 어마어마했다.

일단 해명 방송은 아메리카 TV와 트워치 그리고 유티브 라이브에 동시 송출됐다. 거기에다 에바가 페이스노트, 원스타그램에 링크와 요약본을 올렸다. 그리고 중국의 플랫폼을 시작으로 세계 각국의 포털에 자국의 언어로 번역본을 뿌렸다. 인터넷을 이용해 카페와 블로그 및 SNS에도 무차별 살포했다.

에바가 한 일도 대단했지만, 대한의 팬들도 절대 가만히 있지 않았다.

주 브라질 한국대사관도 홍역을 치렀다. 올리베이라 가문을 시작으로 브라질의 유력인사들이 모두 대한민국에서 일어나는 언론사와 기자들의 쓰레기 짓에 우려를 표명했다. 그것도 브라질에 힘이 있는 사람들이 하는 말이다. 절대 흘려들을 수도 없는 일이었다. 말이 우려지 정·재계를 총동원한 협박이나 마찬가지였다.

대한민국은 브릭스라고 불리는 거대한 브라질 시장을 놓칠 수 없었다. 당연히 정부에 압력이 가고 재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언론사에 직간접적으로 보이지 않는 압력이 들어갔다. 기자들은 그제야 부랴부랴 동영상을 내리고 사진을 삭제했다.

대한축구협회의 홈페이지도 비난의 글로 도배가 됐다.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악의적인 모함을 사실로 만들었다면서 욕을 해댔다. 거기에다 패색이 짙은 팀을 승리로 이끈 선수를 모욕하고 죽이려 했다고 분개했다.

이건 축협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축협의 제보를 인용해서 온갖 근거 없는 생각으로 소설을 써댔던 언론사들도 마찬가지였다.

구독자 천만 대군과 팔로워 천만 대군의 화력은 정말 무시무시했다. 하루 동안 신나게 대한을 씹어대던 언론사는 무섭게 변한 여론을 느끼고는 즉각 태세 전환에 나섰다.

‘대한축구협회의 중대 실수! 어린 영혼을 더럽히다.’

‘축구 영웅! 마녀 사냥을 당하다!’

‘검증 없는 뇌피셜 기사 이대로 좋은가?’

‘이대한은 축협의 억울한 누명을 썼다.’

‘인간 승리, 이대한! 역경을 딛고 일어서다!’

‘축협은 각성하라! 이대한은 무죄다!’

‘억울한 축구 선수! 코치 때문에 생매장될 뻔하다.’

‘U-17 대표팀 김을남 코치, 제자를 테러하다!’

‘대한축구협회 부회장 노재정이 숨은 몸통이었다.’

‘축협 부회장, 유망주를 죽이려고 한 이유는?’

박쥐 같은 기레기들은 일제히 자신들을 대신할 희생양을 찾았다. 당연히 축협 부회장 노재정과 김을남 코치가 천하에 죽일 놈이 됐다.

언론사와 기레기들을 욕하는 사람이 점점 늘어났다. 그나마 자정 기능이 조금이라도 남아있는 언론사는 대한과 관련된 기사가 잘못됐다고 사과문을 올렸다. 하지만 99%의 언론사는 절대 사과문 따위는 작성하지 않았다.

대신 축협과 김을남 코치만 죽어라고 까댔다. 그렇게 대한과 기레기들과의 치열한 한판 대결이 시작됐다.

* * *

이스타지우 다 세히냐 경기장.

브라질 고이아니아(Goiânia)에 위치한 다목적 경기장이다. 주로 축구 경기에 사용되며 고이아스 스포츠 클럽(Goiás Esporte Clube)의 홈 경기가 개최된다.

와아아아!

경기장은 함성으로 뒤덮였다.

U-17 브라질 월드컵 C조 조별경기가 벌어지고 있다.

이미 최대 수용 인원인 만 명을 훌쩍 넘겨 경기장은 입추의 여지 없이 꽉 들어찼다.

“대한아!”

“감독님.”

대한은 몸을 풀고 있다가 김수정 감독이 부르자 얼른 달려갔다. 김수정 감독은 미안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봤다.

“미안하다.”

“뭐가요?”

“모든 게 다 미안하다.”

“전 괜찮습니다.”

김수정의 사과에 대한은 오히려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김수정 감독은 대한이 겪고 있는 문제에 관해 얘기를 하는 게 아니었다.

“대한축구협회에서 너를 징벌위원회에 부쳤다.”

“징벌위원회요?”

“응, 미안하다. 일이 이렇게 되어서.”

“하하! 괜찮습니다. 제가 뭐 잘못한 게 있어야지요.”

“내가 뭐라고 할 말이 없다.”

김수정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럼 저는 오늘 경기에 못 나가는 겁니까?”

“글쎄다. 나도 이걸 어떻게 받아드려야 할지 모르겠구나.”

김수정 감독은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번 팀은 아이티 같은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U-17 브라질 월드컵의 강력한 우승 후보인 프랑스였다.

대한은 누가 뭐라고 해도 대한민국 U-17 축구 대표팀의 부동의 득점원이다.

아이티전에서 벌써 2골을 기록했다. 그것도 한 골은 대한의 전매특허인 프리킥이 아니라 발리킥이었다. 이 발리킥의 장인이라는 이동국이 와서 찼다고 해도 믿을 만한 멋진 골이었다. 그런데 죄도 없는 대한을 징벌위원회에 부쳐졌다는 이유만으로 출전을 시키지 않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일까?

그렇다고 징벌위원회에 부쳐진 선수를 그냥 경기에 출전시키는 것도 나중에 문제가 될 여지가 있었다. 이번 일을 잘못 처리하면 자신의 목도 날아갈 수 있는 민감한 문제였다.

사실 김수정 감독의 고민은 바로 여기에 있었다.

대한은 이런 김수정 감독이 참 안쓰러웠다.

‘에바! 아무래도 우리가 좀 도와주자.’

―네, 마스터. 징벌위원회에 부쳐진 사정을 알아보고 즉각 대응하겠습니다.

‘언론 플레이도 좀 하고 정반석 변호사에게 연락해서 실질적으로 이 문제를 풀어봐!’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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