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만재능(Feat. 대한 TV)-81화 (80/331)

81화 <미녀와 함께 주짓수를>

원형의 공간은 마치 야외 레슬링장 같았다.

한쪽에 세워진 거대한 파라솔이 원형의 공간을 덮고 있었다.

낮의 뜨거운 태양과 소나기를 막아주는 용도였다.

가만히 살펴보니 한쪽에 ‘Made in Korea’라고 쓰여있었다.

대한민국의 어느 중소기업에서 만들어 수출한 모양이었다.

“여기 앉아보세요.”

“이렇게요?”

“네.”

대한은 얌전히 그녀의 지시를 따라 무릎을 꿇은 채 마주 보고 앉았다.

“제가 하나씩 주짓수의 기술을 걸어볼게요. 통증을 느끼거나 못 견디겠으면 바로 바닥을 두 번 치거나 제 몸을 두 번 치세요.”

“알겠어요.”

“그럼 시작합니다.”

“네.”

하이스는 대한을 향해 요염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대한도 마주 미소를 지었다.

순간 그녀는 갑자기 그에게 달려들더니 안겨 왔다. 대한이 반사적으로 그녀를 안았다. 하이스는 순식간에 그의 몸을 타고 뒤로 돌아가 대한의 목을 졸랐다.

한쪽 팔을 그의 목에 걸고 다른 팔로 단단히 잠갔다. 그녀의 두 다리는 대한의 허리에서 앞으로 나와 그의 허벅지에 걸렸다.

리어 네이키드 초크(Rear naked choke)라는 주짓수의 기술이었다.

브라질리언 주짓수는 관절 꺾기나 조르기 등을 이용해 상대방을 제압하는 무술이다. 주짓수의 공방은 크게 가드와 가드패스, 스윕과 에스케잎을 통한 포지셔닝을 통해 일어난다. 관절기나 조르기와 같은 서브미션으로 승부를 결정짓는다.

대한은 빠져나가려고 했지만 쉽게 벗어날 수 없었다.

힘으로 하면 당장이라도 가녀린 팔을 부러뜨릴 수 있었지만 그건 대한이나 하이스, 그리고 시청자가 원하는 그림이 아니었다.

탁탁!

대한은 그녀의 말대로 바닥을 두 번 쳤다.

하이스는 즉시 자세를 풀고 앞으로 돌아왔다.

“리어 네이키드 초크라는 기술이에요. 어때요?”

“한번 걸리니까 빠져나가기가 힘들었어요.”

“맞아요. 주짓수의 기술은 여자라도 얼마든지 치명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요. 이번에는 다른 것을 한번 해볼게요.”

“네.”

대한은 크게 흥미가 돌았다. 그녀의 뭉클한 몸이 자신의 몸에 닿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았다.

후다닥!

이번에는 대한의 한쪽 팔을 잡더니 뒤로 벌러덩 누웠다. 동시에 한쪽 다리는 대한의 목에 다른 한쪽 다리는 가슴에 올려놓았다.

탁탁!

팔꿈치 관절이 가동 범위 이상으로 꺾이자 대한은 즉시 바닥을 쳤다.

“이건 암바라는 기술이에요. 잘못 걸리면 팔이 부러질 수도 있으니까 조심해야 해요.”

“아! 정말 그럴 수도 있겠네요.”

대한은 하이스의 말에 맞장구를 쳐줬다.

“암바를 거는 것은 세 가지 방법이 있어요. 하나씩 보여드릴게요.”

“네.”

그는 아무것도 모르는 학생처럼 그녀의 말에 따라 자세를 취했다.

하이스는 빠르게 움직이며 암바를 거는 기술들을 보여줬다.

그녀의 주짓수 실력이 보통이 아니었다. 아마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한테 열심히 배웠나 보다.

그렇다고 시합에 나가서 우승을 차지할 정도는 아닌 것 같았다. 굳이 따지자면 호신용으로 써먹을 정도는 됐다.

대한과 하이스는 그렇게 원 안에서 엎치락뒤치락했다. 그 바깥에서 동혁이 열심히 둘의 모습을 촬영하고 있었다. 물론 주변으로 하이스의 친구들이 부러운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에바! 이거 생각보다 괜찮은데.’

―주짓수에 흥미를 느끼시는 모양이군요.

‘맞아. 태권도와 격술은 타격기잖아. 종합 격투기 경기를 보면 그래플링 기술들이 많은데 레슬링은 아니라도 주짓수는 한번 배워보고 싶다.’

―그럼 조금만 기다리십시오. 마누엘의 막냇동생인 현 브라질리언 주짓수 마스터인 찰스 올리베이라가 저택으로 오고 있습니다.

‘주짓수 마스터?’

대한은 에바가 언급한 주짓수 마스터라는 말에 눈을 빛냈다. 모르긴 해도 그 정도라면 꽤 등급이 높을 것이 분명했다.

그렇다고 하이스에게 소홀히 하진 않았다.

당장 전 세계에 대한 TV 시청자들이 새파랗게 눈을 뜨고 시청하고 있었다. 그들은 주짓수보다는 주짓수를 배우면서 엎치락뒤치락하는 대한과 하이스를 구경하고 있었다. 이게 은근히 재미있는 장면이 많이 나왔다.

물론 대한과 하이스는 무척 진지했다.

대한은 당장 팔과 다리에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느껴졌다. 하지만 지금은 그녀를 통해 주짓수 기술을 하나라도 더 배우는 게 이득이었다.

에바는 두 사람이 주짓수를 배우고 가르치는 장면을 카메라 3대를 이용해 적당히 편집해서 내보냈다.

덕분에 대한 TV의 시청자들은 주짓수의 기술도 배우고 시각적으로 흥미로운 영상도 볼 수 있었다.

“이건 하프 가드라고도 불리는 meia guarda에요.”

“포르투갈어군요. 두 다리로 한 다리를 제어하는 기술인가요?”

“맞아요.”

처음에는 서로의 몸이 닿아 민망하고 부끄러워했다.

하지만 그녀는 의외로 금세 진지해졌다.

아무래도 가문의 자랑스러운 무술이라서 그런지도 몰랐다.

―마스터! 찰스 올리베이라가 도착했습니다.

‘알았어. 이리 오면 미리 얘기해줘!’

―네.

대한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하이스의 ‘기무라 락’이 들어왔다. 다음에는 그녀의 ‘트라이앵글 초크’에 당했다.

그는 그저 부지런히 손으로 바닥을 치기에 바빴다. 하지만 아무도 이런 대한을 무시하거나 비웃지 않았다.

잘생기고 멋진 몸매를 가진 대한과 예쁘고 아름다운 하이스!

둘의 조합은 그 자체만으로도 화보이자 드라마 같았다.

―마스터! 마누엘과 찰스가 같이 오고 있습니다.

‘오케이.’

대한은 즉시 한 손을 들어 하이스의 접근을 막았다.

그녀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어봤다.

“어디 아프세요? 내가 너무 심하게 했나요?”

“아니에요. 목이 말라서 물 좀 마시고 하자고요.”

“아! 그래요.”

하이스는 다행이라는 표정을 지으며 얼른 물을 가져왔다.

그녀는 마치 자신이 대한의 여친이라도 되는 것처럼 그에게 물을 따라줬다.

대한은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는 물을 마셨다.

“대한! 나도 주짓수 할 줄 알아요. 이번에는 내가 가르쳐드릴게요.”

“아니야. 내가 할 거야.”

장내는 금세 여자들의 치열한 경쟁터로 변해 갔다.

대한은 잠시 하이스의 친구들을 쳐다보다 고개를 흔들었다. 아무리 그녀의 친구들이 예쁘고 아름다워도 하이스가 단연 군계일학이었다. 무엇보다 대한은 하이스에게 초대를 받았다는 사실을 잊지 않고 있었다.

“여기 있었구나.”

“아빠! 찰스!”

마누엘과 찰스가 다가오자 하이스는 벌떡 일어나 달려갔다. 그녀는 막냇삼촌인 찰스의 품에 안기더니 어리광을 부렸다. 찰스는 그런 그녀의 볼에 키스를 남발하며 환하게 웃었다. 그러다가 대한을 슬쩍 쳐다봤다.

대한도 이미 일어나서 찰스의 앞에 섰다. 그 사이 에바는 이미 광고를 내보내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이대한입니다.”

“반갑습니다. 찰스 올리베이라입니다.”

찰스는 대한의 손을 잡고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악수하며 수작을 부리는 마누엘과는 달리 그는 매너가 있었다.

‘에바!’

―피코셀을 주입했습니다. 재능 흡수 대상자 찰스 올리베이라의 DNA를 분석하고 있습니다.

역시 에바였다.

이제는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알아서 척척 움직였다.

‘최대 재능이 뭐지?’

‘역시 주짓수(SSS)입니다.’

―우와아아! 트리플 S등급이다.

현존하는 브라질 최고의 주짓수 마스터답게 찰스 올리베이라의 재능은 탁월했다.

‘이 정도면 나도 S등급은 획득할 수 있겠구나.’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대한은 에바의 말에 만족한 미소를 지었다.

“오면서 얘기는 들었습니다. 유명한 유티버라고요?”

“그렇습니다. 이번에 U-17 브라질 월드컵에 참여하는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 선수이기도 하고요.”

“정말입니까?”

“네, 정말입니다.”

대한의 말에 찰스뿐만 아니라 마누엘까지 큰 관심을 보였다.

“아니 아까는 왜 그런 얘기를 해주지 않았습니까?”

“물어보지 않으셔서 굳이 말씀을 드리지 않았습니다.”

마누엘은 마치 따지듯이 물어왔다.

그러다가 하이스의 제지를 받았다.

“그럼 지금은 왜…….”

“아빠!”

“크흠! 알았다, 알았어. 그렇게 무서운 눈으로 보지 말아라.”

마누엘은 딸 바보도 보통 딸 바보가 아니었다.

모르긴 해도 아내에게 줄 사랑까지 전부 딸인 하이스에게 줘버린 모양이었다.

“제 조카도 이번에 U-17 브라질 축구 대표팀에 뽑혔습니다.”

“스포츠와 무술에는 일가견이 있는 대단한 가문이군요.”

“하하하! 그렇게 생각해 주시니 고맙습니다.”

대한과 찰스는 의외로 죽이 잘 맞았다.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며 친분을 쌓아갔다.

“지금 개인 방송을 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방해가 된 것은 아닙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광고를 내보내고 있어서 괜찮습니다.”

“일단 방송이 끝날 때까지 저희는 저쪽으로 물러나 있는 게 좋겠네요.”

“고맙습니다. 방송이 끝나면 다시 대화를 나누도록 하죠.”

찰스는 마누엘을 끌고 수영장 한쪽으로 물러났다. 그러자 하이스가 얼른 다가와 대한의 팔짱을 꼈다.

“대한! 이제 노래를 불러주세요.”

“어떤 노래가 듣고 싶어요?”

“당연히 ‘더 빠르게’죠.”

“알겠어요. 하이스를 위해 제 노래를 들려드릴게요.”

대한은 하이스의 요청에 즉각 응답했다.

에바가 MR을 켜자 카메라를 바라보며 그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 매력적인 얼굴에 시청자들, 특히 여자들의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LoveManiac: 꺅! 존잘!]

[Jeldagirl: 멋지다.]

[MARIANA: 심쿵했어!]

[요꼬치: 원더풀!]

[예홍: 너무 멋져!]

[LINA1234: 가슴이 두근두근!]

[Jolly: 잘 생겼다. 대한이가?]

[마리에뚜: 영화배우같아.]

이런 반응은 비단 시청자들뿐만이 아니었다.

하이스를 비롯한 그녀의 친구들도 비슷했다.

특히 그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자 다들 슈퍼 스타를 앞에 둔 소녀들처럼 두 손을 가슴에 모으고 대한을 그윽한 눈으로 쳐다봤다.

♬ 내가 널 볼 때마다 시선이 날 부르고 있어 세워둔 계획은 아무 필요가 없어 심장이 떨리는 건 나만 그런 게 아니야 누구라도 널 사랑하지 않을 수 없어 ♭

대한의 목소리가 경쾌한 리듬을 타고 흘러나왔다.

라틴 음악처럼 심장을 두드리는 박자에 다들 엉덩이를 들썩였다.

듣기만 해도 몸이 리듬을 타버렸다.

묵직한 저음이 파고들자 심장이 두근거렸다.

롤러코스터를 탄 것 같이 위아래로 널뛰는 고음이 속을 시원하게 만들었다.

그러다 보니 이미 수영장에 있는 모든 비키니 미녀들은 몸을 흔들고 있었다.

아니, 시청자들도 함께 노래를 따라부르며 발을 굴렀다.

♪난 너를 원해 난 네게 미쳐 난 더 빨리 누구보다 더 빠르게 다가가 너에게 키스할 거야 소리를 지를 거야 이성이 날아갈 때까지 널 사랑한다고 고백할 거야 더 빠르게 누구보다 더 빠르게 달려가♩

이제는 완연한 가수의 느낌이 풀풀 났다.

하이스는 자신의 몸을 주체하지 못하고 춤을 추기 시작했다.

음악에 따라 박자에 맞춰 노래를 따라 부르며 흥얼거렸다.

귀에 팍팍 꽂히는 가사와 심장이 터질 것 같은 비트!

삼바에 베이스를 둔 전형적인 남미의 엉덩이 바운스!

리듬을 타고 흔들리는 가슴과 비대칭으로 움직이는 상체와 하체의 언밸런스!

옆을 돌아보니 어느새 그녀의 친구들이 모두 모여 춤을 추고 있었다.

서로를 바라보는 눈길에는 기쁨과 환희가 가득했다.

짝짝짝짝!

노래가 끝나자 하이스는 힘차게 물개박수를 쳤다. 그녀의 친구들도 이에 질세라 손바닥이 터지라고 손뼉을 쳤다. 채팅 창도 박수 이모티콘에 의해 완전히 점령됐다.

대한은 미소를 지으며 카메라와 청중을 향해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우웅!

그때 반가운 공명음이 뇌리를 스쳤다.

―마스터! 재능 주짓수(SSS)를 흡수했습니다.

‘에바! 수고했어.’

적절한 때에 터져 준 재능 흡수 알림에 대한의 얼굴이 환해졌다.

순간 기다렸다는 듯이 달풍선과 비트 및 후원금이 쏟아졌다.

대한은 카메라를 보며 다시 한번 고개를 숙였다.

그의 얼굴이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다.

* * *

하얀 리무진이 쇼핑몰 앞에 섰다.

거대한 덩치의 운전사가 나와서 차 문을 열어줬다.

상아처럼 하얗고 긴 다리 한 쌍이 주홍빛 구두와 함께 바닥에 내렸다.

뒤이어 주홍빛 원피스를 입은 하이스가 고개를 내밀며 나왔다.

“대한! 빨리 나와요.”

그녀는 밖으로 나오자마자 대한을 보채기 시작했다. 하지만 대한은 느긋하게 차에서 내렸다.

하이스가 냉큼 그의 한쪽 팔에 팔짱을 끼더니 어디론가 끌고 갔다. 그는 기가 막힌다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힘없이 끌려갔다.

“여기에요.”

하이스가 대한을 데려간 곳은 그녀가 사는 부촌 안에 있는 유일한 쇼핑몰이었다. 안전하기도 했고 온갖 사치품을 파는 곳이라 생각보다 사람이 많았다.

안에는 영화관을 시작으로 각종 유명 업체의 상품을 파는 명품관이 보였다. 하지만 가장 인기가 있는 곳은 역시 세계적인 보석 브랜드와 금은방이 즐비한 거리인 ‘주얼리 스트리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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