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화 <수영장 파티>
그러다 이게 방송이라는 것을 깨닫고는 얼른 속도를 늦췄다. 대한은 급변하는 그녀의 속도에 맞춰 달리기를 조절했다.
동혁은 카메라 안에 두 사람을 담기 위해 신경을 곤두세웠다.
“잡았다.”
“어이쿠! 잡혔네요.”
하이스는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대한은 일부러 잡혀줬으면서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시청자들도 뻔한 설정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재미를 위해 그냥 넘어가 줬다.
“제가 이렇게 졌으니 원하는 게 있으면 말하세요.”
“이게 그 소원권이라는 건가요?”
“그건 아니지요. 하지만 뭐 그것과 비슷한 권리가 있는 것으로 하죠.”
대한의 말에 하이스는 순수하게 고민했다. 어떤 소원을 말해야 좋을지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다가 두 손으로 손뼉을 치면서 말했다.
“노래를 불러주세요.”
“알겠어요. 그런데 목이 좀 마르네요.”
“그럼 우리 수영장으로 가서 음료수를 마셔요.”
대한의 말에 하이스는 그의 팔에 수갑처럼 팔짱을 단단히 꼈다. 그러곤 수영장으로 대한을 이끌었다.
―마스터, 수영장에 하이스의 친구들이 와 있습니다.
‘그래?’
―그런데 모두 비키니 차림입니다.
‘아오! 이거 난리 나겠군. 아 참! 나 수영복도 없는데…….’
그는 설마 하이스의 집에서 수영할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그럼 빌려달라고 하세요. 설마 이 큰 집에 남자 수영복 하나 없겠어요?
‘아!’
생각해 보니 맞는 말이었다.
‘에바! 광고를 내보내.’
―예, 마스터.
대한은 일단 광고를 내보내고 카메라를 껐다. 그런 후 하이스의 어깨를 살짝 잡았다.
“하이스! 나 수영복을 가져오지 않았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그럴 줄 알고 안소니 집사보고 준비해 놓으라고 했어요. 수영장에 가면 원하는 것으로 골라 입으세요.”
“오케이!”
하이스는 나름 준비성이 철저했다.
대한은 만족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등을 토닥거렸다.
수영장에 도착하자 안소니 집사가 그에게 손짓했다. 대한은 안소니에게 다가가 열 개나 되는 새 수영복을 받았다.
대한이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탈의실로 들어간 사이, 동혁은 카메라를 들고 수영장으로 들어왔다. 수영장으로 들어선 그의 눈앞에 신세계가 펼쳐져 있었다.
꿀꺽!
수영장 안에서 수다를 떨고 있는 비키니 미녀들!
동혁은 그녀들을 보며 침을 삼켜야 했다.
‘대한 TV에 입사하길 참 잘했다.’
동혁은 그 어느 때보다 자신의 직장이 마음에 들었다.
그때 하이스도 수영장 안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비키니를 입고 당당하게 몸매를 드러낸 친구들과 반갑게 인사했다. 그런 후, 방금 자신이 대한과 어떤 일을 했는지 털어놓았다.
입에 거품을 물고 자랑을 해대는 하이스. 그녀의 친구들은 그걸 듣고 부럽다며 다들 꺅꺅 대기 시작했다.
대한은 탈의실에서 베이지색 반바지를 벗었다. 대신 무난한 디자인의 검은 사각 수영복을 입었다. 쇼핑백에 자신이 입던 반바지를 담아서 나오자 안소니가 그걸 인계받았다.
“이건 제가 보관하고 있다가 돌아가실 때 드리겠습니다.”
“고마워요.”
“천만에요.”
대한은 안소니에게 깍듯이 인사를 하고 수영장으로 들어갔다.
‘에바! 시작하자.’
―네, 마스터. 촬영을 재개합니다.
꺄악!
누군가 대한을 보더니 비명부터 질렀다. 그러자 여자들은 너도나도 덩달아 소리를 질러댔다.
“꺅! 대한이다.”
“어머! 정말 대한이야.”
“대한! 반가워요.”
“대한, 팬이에요.”
“대한 사랑해요!”
하이스를 포함해 열 명의 여자들이 대한을 향해 우르르 몰려들었다.
대한은 속으로 살짝 겁이 났다. 하지만 그래도 미소로 그들을 맞이했다. 다들 비키니를 입고 있어서 눈을 어디에다 두어야 할지 몰랐다.
확실히 유유상종인가보다.
하이스의 미모도 장난이 아니다. 그런데 친구들의 미모도 하나같이 범상치 않았다. 특히 전체적으로 전통적인 중남미 미녀의 특징을 그대로 가지고 있었다.
육덕지다 못해 폭발해버릴 것 같은 몸매의 미녀들! 이들이 이제 갓 성인이 됐다는 것을 도저히 믿을 수 없을 만큼 정말 발육이 대단했다.
“그만!”
그때, 하이스가 날카롭게 소리쳤다.
대한의 몸을 만지거나 바짝 붙어서 육탄공세를 하고 있던 미녀들의 동작이 일제히 멈췄다.
“대한은 내 손님이야. 모두 예의를 지켜줬으면 좋겠어.”
“어머! 미안해!”
“내가 너무 흥분했나 보다. 하이스! 미안!”
“죄송해요. 대한!”
하이스의 말 한마디에 그녀의 친구들이 모두 이성을 되찾았다. 대한은 아쉬움과 안도감이 섞인 눈빛으로 하이스를 쳐다봤다.
살짝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도 살짝 고개를 숙였다.
“여기 마실 것을 가져왔어요.”
“고마워요.”
하이스는 재치있게 시원한 음료수를 건넸다. 대한은 음료수로 목을 축이며 카메라를 쳐다봤다.
“여러분! 여기 있는 세기의 미녀들이 모두 하이스의 친구들입니다.”
그는 멘트를 잠시 끊고 고개를 돌려 하이스와 그녀의 친구들을 쳐다봤다.
“우리 다 같이 한목소리로 시청자분들에게 인사해 볼까요?”
“Bom dia!”
그녀들은 모두 엄마의 말을 잘 듣는 아이처럼 한목소리로 인사를 했다.
그제야 대한은 속으로 살짝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카메라가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미녀들의 태도가 돌변했다. 이성을 찾은 여자들은 카메라를 보며 온갖 예쁜 자세를 취했다. 본능적으로 자신을 부각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채팅 창은 갑자기 등장한 남미 미녀들로 인해 난리가 났다.
[만수르SUH: 대한아! 고맙다.]
[닥공: 오우야!]
[우리두리: 뭐냐 이거!]
[어벤저스: 우리 대한이 클래스 좀 보소! 이젠 남미까지 진출했다.]
[톰과제리: 대한건아! 파이팅!]
[자주국방: 대한아! 그래도 지킬 것은 지켜야 한다.]
[카리스마: 아오! 이건 뭐 눈이 다 호강이네.]
[No재팬: 방사능 어패류 대신 이런 거나 좀 수입하자.]
[핵인싸: 워매 좋은 거!]
[낼름: 이 ㅅㄲ 오늘도 낼름하겠네.]
[왕봉준: 개부럽]
[다섯공무원: 다들 졸라 예쁘다.]
[손톱이빨개: ㅗㅜㅑ! 그냥 ㅎㄷㄷ]
대한은 자연스럽게 이들을 인도해 가며 방송을 진행했다.
“해가 떨어졌는데도 여전히 덥네요.”
“그래서 수영장에 왔잖아요.”
“다들 참 시원하게 입었네요.”
“이제 대한도 수영복이 있으니까 우리 다 같이 수영할까요?”
“좋아요.”
하이스의 말에 그는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여러분! 너무 덥네요. 지금부터 하이스와 그녀의 친구들과 함께 수영하겠습니다. 시원하게 봐주세요.”
대한의 말에 채팅 창에서 불이 났다. 다들 욕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기대가 컸다. 그러다가 그만 말하고 어서 수영이나 하라고 졸라댔다.
대한은 싱긋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티셔츠를 벗었다.
대한의 배에 선명한 왕(王) 자가 보였다. 명품 복근을 시작으로 근육으로 뒤덮인 역삼각형의 상체가 드러났다.
“꺄악!”
“엄마!”
“어멋!”
“대한!”
대한이 티셔츠를 벗자 여자들은 다시 꺅꺅대기 시작했다.
이제는 누가 봐도 잘생긴 얼굴에다 잘 빠진 몸을 가지고 있었다.
조각 같은 그의 몸을 본 하이스와 친구들은 하나같이 몽롱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니, 카메라를 통해 보는 시청자들까지도 감탄사를 마다치 않았다.
채팅 창은 뜨겁게 불타올랐다.
[작업멘트: 너 누구냐? 내가 아는 대한이 맞냐?]
[부부졸라: 와우! 인간개조네. 존잘!]
[개좋앙: 몸 봐라! 여자들이 침을 질질 흘린다.]
[일본여자: 대한사마! 앙! 가지고 싶어.]
[늑골뽑기: 개 존잘! 몸매 개 멋짐. 진짜 인간승리다.]
[베링해: 얘가 대한이라고?]
[터프가이: 천지개벽이네.]
[치킨효린: 오우야! 대한이 너무 좋아.]
[판타워먼: 꺅 부끄러워!]
[코란도일: 미쳤다. 역시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구나.]
[화가난다: C발 막 화가 나네. 하지만 노력은 ㅇㅈ]
[비도깨: 부러우면 지는 거야.]
[대폭주: 난 졌다.]
[코만도: 이걸 어떻게 이기냐. 남자인 내가 봐도 미친 보디다.]
하나같이 놀라는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난쟁이 똥자루에 초고도 비만으로 극혐의 아이콘이었던 대한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할리우드의 미남 배우들이 와서 울고 갈 것 같은 미친 외모를 가지게 됐다.
처음부터 대한을 응원했던 시청자들은 극 반전으로 변한 그의 모습에 다들 눈물을 흘릴 것처럼 좋아했다.
아니, 시청자 대부분이 대한의 잘생긴 얼굴과 매력적인 체형에 이미 매료되어버렸다.
하이스는 말까지 더듬대며 동그란 눈으로 쳐다봤다.
“대, 대한! 정말 몸이 멋져요.”
“고마워요. 하이스도 수영복으로 갈아입어야죠.”
“아! 네.”
그녀는 대한의 말에 그 자리에서 입고 있던 옷을 벗어 던졌다.
살 색의 비키니를 입은 완벽한 몸매의 여신!
다른 것은 몰라도 몸매만큼은 가히 최상급이었다.
에바가 괜히 장래가 촉망된다고 한 게 아니었다.
“와우! 하이스! 대단해요.”
“고, 고마워요.”
그녀는 평상시와는 달리 살짝 몸을 비비 꼬았다.
부끄러워서 그런 것은 알겠는데 그런 행동이 대한을 비롯한 수많은 시청자를 불끈하게 만들고 있었다.
“모두 수영장으로 돌진!”
“꺅!”
대한은 크게 소리를 지르며 하이스의 손을 잡아챘다. 그러더니 힘차게 수영장 안으로 뛰어들었다.
그녀도 좋다고 함께 몸을 허공으로 날렸다. 뒤이어 남미의 글래머 미녀들이 풀장 안으로 일제히 쇄도했다.
첨벙, 첨벙! 첨벙, 첨벙!
사방으로 물이 튀고 깔깔 웃은 소리가 진동했다. 대한 TV는 갑자기 한여름의 물놀이 방송이 되어 버렸다.
동혁은 수영장 바로 앞까지 가까이 다가갔다. 그는 대한을 비롯한 브라질 미녀들의 수영하는 모습을 열심히 촬영했다. 덕분에 시청자들도 같이 환호성을 지르며 즐길 수 있었다.
각각의 매력이 넘치는 미녀들이 수영하는 장면이 최상의 화질로 전 세계에 송출됐다. 사심 가득한 동혁의 촬영은 큰 인기와 무시할 수 없는 반향을 불러왔다.
먼저 하이스의 이름이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그리고 그녀의 친구들도 TV와 영화 및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주목하게 됐다. 물론 이건 시간이 조금 지난 후의 일이다.
어쨌든 대한은 생전 처음으로 미녀들과 풀장에서 물놀이를 즐겼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그는 아직 수영할 줄 모른다는 것이다.
“대한! 혹시 수영 못해요?”
“네, 아직 한 번도 배워보지 못했어요.”
“그럼 내가 가르쳐줄까요?”
“그래 줄래요?”
“당연하죠.”
대한은 기쁜 마음으로 하이스의 도움을 받았다.
―마스터, 수영 재능을 흡수할까요?
‘아니. 이번에는 그냥 내가 한번 배워볼래.’
―네, 빨리 배울 수 있도록 제가 자세만 교정해 드리겠습니다.
‘그래 주면 나야 고맙지.’
수영선수가 될 것도 아닌데 재능을 흡수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등급이라도 높다면 모를까 어째 재능 낭비에 가깝다고 느껴졌다. 무엇보다 대한은 그냥 순수하게 수영을 한번 배워보고 싶었다.
하이스는 친절했다. 그리고 그녀의 친구들은 너무 과하게 친절했다.
도와주는 척하면서 은근히 그의 몸을 터치하며 사심을 채웠다. 하이스는 그런 친구들의 모습에 살짝 배신감을 느꼈다. 하지만 아마추어처럼 굳이 티를 내지는 않았다. 오히려 대범하게 넘기며 대한에게 점수를 따는 데 집중했다.
하이스와 미녀 친구들의 도움으로 대한은 빠르게 수영을 배울 수 있었다. 이 모든 과정이 카메라에 담겨 대한 TV 채널을 통해 퍼져 나갔다.
촤악, 촤악, 촤악!
대한은 하이스와 함께 물살을 가르고 나아갔다. 중간중간 에바가 대한의 자세를 교정해 주고 모자라는 부분을 채워줬다. 그러자 놀라운 속도로 수영에 익숙해졌다.
하이스는 깜짝 놀랐다.
“대한은 천재인가 봐요. 어떻게 수영을 이렇게 빨리 배우죠?”
“내가 빨리 배우는 편인가요?”
“물론이죠. 누구도 이렇게 빠르게 수영을 배울 수는 없을 거예요.”
그녀의 놀람에 대한은 싱긋 미소를 지었다. 아닌 게 아니라 그는 정말 빠르게 자유형을 배웠다. 그리고 수영을 하면 할수록 점점 능숙해졌다. 물론 그렇다고 갑자기 수영대회에 나가서 상을 휩쓸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나 최소 몇 년은 수영을 꾸준히 한 사람처럼 근사하게 수영을 하고 있었다.
“하이스는 달리기도 잘하고 수영도 참 잘하네요.”
“제가 아버지를 닮아서 운동 신경이 좋아요.”
“아버지가 운동을 잘하시나 보죠?”
“어머! 모르셨어요? 우리 아버지 주짓수 선수로 유명하신데.”
“그러시구나.”
솔직히 전혀 몰랐다. 아니, 별로 알고 싶지도 않았다.
“지금은 저희 막냇삼촌이 더 유명해요. 아마 주짓수로는 브라질에서 최강자일 거예요.”
“오오! 그 정도예요?”
대한은 과하게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그게 이상하게 역효과를 냈다.
“제가 주짓수 가르쳐드릴까요?”
“네에?”
갑작 주짓수가 웬 말인가? 그런데 이상하게도 한번 배워보고 싶었다.
“그럼 나가서 도복으로 갈아입을까요?”
“아니에요. 오늘은 그냥 간단히 가르쳐드릴 테니 이대로 해요.”
하이스는 말이 끝나자마자 서둘러 풀장 밖으로 나갔다.
약간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굳이 그걸 따지지는 않았다.
풀장 밖으로 나가자 안소니가 재빨리 다가와 커다란 수건을 내밀었다.
대한은 머리와 몸의 물기를 닦고 하이스를 쳐다봤다. 그녀는 수영장 한편에 설치된 원형의 공간으로 걸어갔다.
대한은 동혁에게 눈짓한 후 하이스를 향해 다가갔다.
비록 물기를 닦기는 했지만 비키니를 입은 그녀의 몸매는 여전히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그런데도 하이스는 굳이 주짓수를 가르쳐주겠다고 대한과 스킨십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