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만재능(Feat. 대한 TV)-74화 (73/331)

74화 <원유 선물>

“사장님!”

“조 매니저님!”

“고생하셨습니다.”

“고생은요. 나름 재미있었습니다.”

두 사람은 서로 악수를 하고는 차를 탔다.

그들이 집으로 가는 도로를 질주할 때, 국제축구연맹(FIFA) 브라질 U-17 월드컵에 출전하는 대한민국 U-17 축구 대표팀의 최종 명단이 발표됐다.

공격수 자리에 대한의 이름이 당당하게 들어가 있었다.

―마스터! 축하합니다. U-17 축구 대표팀 최종 명단에 들어가셨습니다.

‘고마워!’

대한은 싱긋 미소를 지었다. 지난 2주 동안 정말 열심히 했다. 하지만 오늘 아침까지도 100% 확신이 들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 두 골을 넣고는 이렇게 되리라 짐작했다.

사실 그전부터 2주간의 훈련을 통해 감독과 코치들의 마음속엔 대한의 이름이 꽂혀 있었다.

“피곤하실 텐데 한숨 주무세요.”

“네, 부탁합니다.”

후반전만 뛰었지만 그래도 좀 피곤했다. 극도로 긴장을 한 상태라서 그런지도 몰랐다.

대한은 의자를 뒤로 빼고 편하게 누우며 만족한 미소를 지었다.

‘에바! 그동안의 성과를 좀 살펴보자.’

―네, 마스터.

에바는 눈을 감고 있는 그를 위해 톤을 낮추고 자장가처럼 속삭였다.

―마스터께서 개인 방송을 시작한 지 넉 달이 조금 넘었습니다.

‘와우! 벌써 그렇게 됐구나.’

시간은 유수와 같다더니 정말 빨리 갔다.

―구독자와 팔로워 숫자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래.’

―아메리카 TV 평균시청자 8만, 구독자 110만, 풍력 7만, 여캠 버프 8만에서 10만입니다.

‘아메리카 TV는 조금도 바뀐 게 없네.’

―이미 한계에 도달했습니다. 그러나 유티비의 구독자는 꾸준히 늘어 1,599만을 기록했습니다. 지금도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요새는 유티비가 효자였다.

구독자가 늘자 조회 수도 빠르게 올라갔다. 이제는 가만히 놔둬도 자기가 알아서 눈덩이처럼 잘 굴러가고 있었다.

‘언제까지 성장할지 정말 궁금하다.’

―기왕 시작했으니 최고가 되어야죠.

‘그건 맞아.’

―트워치 구독자도 674만이 됩니다.

‘그동안 게임 방송을 많이 못 했는데도 구독자가 늘어났네.’

―아무래도 사람들이 마스터의 게임 스타일을 좋아하는가 봅니다.

‘기회를 봐서 배그 대회라도 한번 나가봐야겠다.’

―제가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에바는 계속해서 보고를 이어갔다.

―페이스노트 팔로워가 1,325만, 원스타그램의 팔로워가 1,086만이 됐습니다.

‘양대 SNS가 모두 천만을 돌파했구나.’

―아주 고무적인 일입니다. 현재 광고 문의가 소나기처럼 쏟아져 들어오고 있습니다.

‘슬슬 사무실도 한번 알아봐야겠네.’

―원하시면 즉시 알아보라고 하겠습니다.

광고만큼 짭짤한 것이 없다.

대한은 돈을 버는 일이라면 굳이 놓치고 싶지 않았다.

‘아무래도 광고 전담팀이 하나 있으면 좋겠지. 그렇게 해.’

―네, 마스터.

‘중국의 상황은 어때?’

―팔로워 수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습니다. 또위 972만, 롱주 918만, 판다 TV 864만, 유쿠 810만, 후야 756만입니다.

‘역시 쪽수는 중국이야.’

―겹치는 팔로워도 좀 있습니다만 그래도 새롭게 유입되는 팔로워의 숫자가 많이 늘어났습니다.

리나를 통해 중국에 빨대를 꽂은 대한은 요새 아주 신나게 위안화를 쓸어 담고 있었다. 리나와 대한의 합작 회사도 특별한 어려움 없이 순항했다.

동시 송출에도 문제가 없었고 송금도 때가 되면 재까닥 들어왔다. 지난달에만 들어온 수익금이 5억이나 됐다. 그런데 이번 달에는 벌써 그 배를 넘기고 있었다. 리나가 통화하면서 웃음을 멈추지 못하는 이유가 되기도 했다. 세 번째 달 정산금까지 합치면 현재 대한의 수익은 30억이 넘어갔다.

대한은 에바를 통해 자세한 보고를 들었다.

그는 이 돈을 당장 어디에 어떻게 쓸 건지 고민했다.

‘돈이 많이 들어와도 문제네.’

―그럴 리가요. 딱 1억만 남겨두고 투자하십시오.

‘또 그레이트원 투자 회사에 투자하라고?’

―네, 그렇게 하십시오.

에바가 강하게 권유하자 대한의 귀가 슬며시 얇아졌다.

‘이번엔 또 뭐야? 무슨 건수야?’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일본의 검은 자금이 투입된 작전 세력이 포착됐습니다.

‘설마 주식 작전판이야?’

―네, 그렇습니다. 아주 악질적인 놈들로 벌써 여러 번 한국 증시에서 개미들의 고혈을 빨아먹었습니다.

‘이놈들을 응징도 하고 돈도 벌겠다는 얘기로군.’

―네, 그렇습니다.

자세히는 모르지만, 주식을 가지고 장난을 치면 나쁜 놈이다. 기본적으로 대한은 이런 놈들을 혼내주는 것에 동의했다. 하지만 괜한 짓을 하는 것은 아닐까 후환이 두렵기도 했다.

‘잘못 걸려서 인생 끝장나는 건 아니겠지?’

―절대 그럴 일은 없습니다. 이미 저들의 수법을 파악했고 계좌 및 자금 투입 경로, 작전 시나리오까지 전부 입수한 상태입니다. 현재는 이들의 동태를 실시간으로 감시 중입니다.

이미 에바는 작전 세력의 머리 꼭대기에 올라가 있었다. 이 정도면 실패할 확률은 거의 없다고 봐야 했다.

‘그렇다면 당연히 우리도 한발 담가야지.’

―탁월한 판단이십니다. 다시는 대한 해협을 건너지 못하도록 뼈아픈 교훈을 새겨주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해! 두 번째는 뭐야?’

―두 번째는 ‘포르낙스’란 회사에 투자할 계획입니다.

‘포르낙스? 어디서 많이 듣던 이름이네.’

―‘헤스티아’란 블록체인을 만든 스타트업 기업입니다.

‘블록체인에 투자하는 것은 문제가 많다고 들었는데…….’

이번에도 걱정이 앞섰다. 매스컴에서 하도 떠들어 대놔서 대한은 될 수 있으면 위험한 투자는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에바에게는 전혀 위험한 투자가 아니었다.

―아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많은 돈이 들어가는 투자도 아니고 실패해도 큰 손해는 나지 않을 겁니다. 개발이 완료된 블록체인을 그냥 우리가 써도 됩니다.

대한은 블록체인을 우리가 쓴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머리가 복잡할 때는 그냥 에바에게 맡기는 것이 제일 좋다.

‘알았어. 그럼 에바가 알아서 잘 투자해 줘!’

―마스터의 계좌에서 1억 원을 제외한 나머지 전액을 그레이트원 투자 회사의 투자 계좌로 송금합니다. 허락하시겠습니까?

‘응, 그래.’

―32억을 송금했습니다. 지난번에 투자한 13억을 합치면 총투자금은 45억입니다.

‘우와! 인제 보니 나 엄청난 투자가였네.’

벌써 그레이트원에 투자한 투자금의 액수가 상당했다.

‘그런데 지난번에 투자한 13억은 어떻게 됐어?’

―원유 선물에 투자했는데 사우디아라비아의 정유 시설이 드론과 미사일의 공격을 당해 원유 가격이 20% 폭등했습니다.

원유 선물에 투자했는데 원유 가격이 올랐다니 눈이 번쩍 뜨였다.

‘그럼 얼마나 번 거야? 13억에 20% 올랐으니까 2.6억을 벌었다는 거네.’

―자세히 말씀드리면 싱가포르 거래소에서 브렌트유 선물을 샀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선물에 투자했습니다. 여기에 증거금 10%를 적용받아 10배의 레버리지를 걸었습니다.

‘10배의 레버리지? 그래서 도대체 수익이 얼마라는 거야?’

에바의 설명에도 대한은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의 톤이 살짝 올라가자 그녀는 즉시 설명을 이어갔다.

―더는 욕심부리지 않고 오늘 깔끔하게 모두 정리했습니다. 방금 새롭게 투자한 투자금을 제외하고, 투자 계좌에 39억이 들어왔으니까 26억을 벌었네요.

‘헉! 13억을 가지고 26억을 벌었다는 거야?’

―네, 마스터. 수익금을 정산할까요? 아니면 재투자할까요?

‘며칠이나 됐다고 정산을 해. 그냥 재투자할게.’

대한은 일단 재투자하기로 했다. 에바가 하는 짓을 보니 이건 많이 투자할수록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컸다.

사실 그는 주식이나 채권 투자에 대해서 1도 모른다. 그러니 당연히 선물이나 파생상품, 레버리지에 대해 알 턱이 없었다.

만약 에바가 없었다면 대한은 절대 선물에 손대지 않았을 것이다. 아니, 주식조차 아예 거들떠보지 않을 가능성이 컸다.

―현재 그레이트원 투자 회사, 마스터의 투자 계좌에는 투자금이 71억이 들어있습니다. 내일 오후에 작전이 시작되면 이 투자금으로 작전주를 매입하고 포르낙스 회사에도 일부 투자하겠습니다.

‘응, 알아서 해!’

알아야 면장도 한다고 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대한이 지금 할 말은 알아서 하라는 것밖에는 없었다. 어쨌든 이제 그의 개인 통장에 남은 돈은 1억 원뿐이다. 사무실도 새로 얻고 직원들 월급 주고 나면 아마 얼마 남지도 않을 것이다.

‘돈은 또 벌면 된다.’

급할 게 없었다. 빚이 있는 것도 아니고 목돈이 들어갈 곳도 없었다. 개인 방송으로 매달 거액이 들어오고 있으니 사기를 당하거나 엄한 곳에 돈을 낭비하지만 않으면 먹고 사는 데 지장은 없었다.

대한은 에바의 말을 끝으로 휴식을 취했다. 흔들리는 차의 진동이 마치 요람처럼 잠을 불러왔다. 그는 기분 좋게 꿈나라로 날아가 마음껏 하늘을 날았다.

* * *

은평 종합 격투기 체육관.

“안녕하세요?”

“어서 와라! 오랜만이다.”

오광래는 대한을 보자 싱긋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를 마주한 대한은 왠지 섬뜩한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체육관에 나오지 않았다고 화라도 난 걸까?

대한은 오늘 조심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인사를 마친 대한이 탈의실로 가서 옷을 갈아입고 나왔다.

펑, 펑! 펑펑!

밖으로 나오자 링 위에서 강한 타격음이 들려왔다. 소리가 나는 곳으로 대한이 눈을 돌렸다. 그곳에는 온몸이 단단한 근육으로 이뤄진, 반바지를 입은 대머리 사내가 코치가 대주는 미트를 빠르게 치고 있었다.

대한은 잠시 멍하니 그 모습을 쳐다봤다.

“너 뭐하냐?”

“구경하는데요.”

오광래의 물음에 대한이 당연한 것을 왜 물어보냐는 듯 대답했다.

“그동안 체육관은 왜 안 왔어?”

“제가 말씀 안 드렸나요? 파주 NFC에 가서 훈련한다고.”

“그런 말 못 들었는데.”

“조광조 관장님에게 전화했어요. 아마 전 해주는 것을 깜빡 잊어버리셨나 보네요.”

대한의 당당한 말투에 오광래는 뻘쭘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사실 파주 NFC가 뭐 하는 곳인지 몰랐다.

“무슨 훈련 받았는데?”

“축구요.”

“너 축구 선수냐?”

“일단은 그렇습니다.”

오광래는 인상을 팍 썼다.

그는 나름 대한을 제자처럼 생각했다. 그런데 축구를 한다고 하니 심사가 불편해진 것이다. 하지만 오광래도 대한에게 한 번도 자기 생각을 내비치지 않았다. 그러니 당연히 대한은 오광래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네 정도 실력이면 태권도 대회를 나가야지 왜 축구를 하는 거야?”

“저 축구도 잘하는데요?”

“네가?”

“예.”

오광래는 믿을 수 없었다. 대한의 몸으로 태권도와 축구를 동시에 잘한다는 것을 말이다.

“장래 희망이 축구 선수냐?”

“글쎄요.”

“아직 모른다는 말이야?”

“네.”

대한은 솔직하게 말했다.

그런데 오광래는 그의 말을 태권도에 아직 관심이 많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격술 대회가 있다면 고등부에서 네가 1등을 했을 거다.”

“격술 대회가 있었다면 아마 여럿 죽어 나갔을 거예요.”

대한은 자신도 모르게 치를 떨었다. 오광래에게 시달림을 당했던 일이 기억났던 것이다.

“할 수 없이 태권도 대회에 내보내야겠군.”

“누구요? 저요?”

“그동안 배운 게 있으니 결과가 그리 나쁘진 않을 거야.”

“한번 생각해 볼게요.”

말은 생각해 본다고 했지만, 대한은 태권도 대회에 나갈 생각이 전혀 없었다.

대한의 시선이 다시 링 위로 향했다.

오광래도 같이 링 위를 쳐다보다 물었다.

“종합 격투기에 관심 있냐?”

“재미있잖아요.”

대한은 오광래의 질문에 돌려서 대답했다. 사내치고 종합 격투기를 싫어하는 사람은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보기만 해도 피가 뜨거워지는 화끈한 수컷들의 결투이기 때문이다.

“하긴 종합 격투기는 그래도 싸우는 맛이 있지. 스포츠 중에서는 가장 격투기다운 시합이야.”

“사범님도 한번 나가보세요.”

“난 손발 묶어놓고 싸우는 짓에는 관심 없다.”

오광래는 딱 잘라 말했다.

생각해 보니 오광래 사범의 말이 맞다. 종합 격투기에 격술을 접목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사람의 급소를 치고 때리는 기술을 다 빼면 격술은 더 이상 격술이 아니다.

그냥 태권도와 비슷한 스포츠의 하나가 되어 버린다. 아마 오광래는 이미 그런 사실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아예 종합 격투기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구경하는 것까지 싫어하는 것은 아니었다.

“저 친구는 양주동이라고 우리 체육관에서 키우는 ACE FC 격투기 선수야! 다 좋은데 발차기가 영 꽝이야. 너 정도만 됐어도 실력이 배로 늘었을 거야.”

“제 발차기가 그리 나쁘지 않은 모양이네요.”

“누구한테 배웠는지 잊었어?”

대한의 말에 오광래가 발끈했다.

나름대로 자부심이 대단한 사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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