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만재능(Feat. 대한 TV)-73화 (72/331)

73화 <스포츠는 실력>

‘에바! 다음 재능은 뭘 배우는 게 좋을까?’

―서지민이 가지고 있는 ‘양발잡이(SS)’가 좋을 것 같습니다.

‘하긴 현재까지 발견한 가능 높은 등급의 재능이지.’

―이미 피코셀이 주입되어 있으니 원하시면 당장 재능을 흡수하겠습니다.

‘그렇게 해!’

―네, 마스터. 재능 ‘양발잡이(SS)’를 흡수합니다.

에바는 즉시 서지민의 재능 하나를 또 흡수하기 시작했다.

서지민은 대한에게 아낌없이 주는 나무였다. 고마운 마음에 그는 서지민을 향해 엄지 척을 했다. 서지민이 달려가다가 우연히 그 모습을 목격했다. 뒤를 돌아보며 어리둥절한 모습이 꽤 귀여웠다.

삐이익!

주심이 휘슬을 길게 불었다. 전반 40분이 끝난 것이다. 스코어는 1대1 그대로였다.

“대한아! 몸 풀어라!”

“네? 아! 네.”

대한은 깜짝 놀랐다. 설마 자신을 후반전이 시작하자마자 바로 내보낼 줄은 몰랐다. 그는 미소를 지으며 재빨리 카메라를 꺼내고 삼각대를 설치했다.

‘이거 아주 재미있어지네.’

―마스터! 파이팅!

에바는 치어리더 복장을 하고 나타나 공중에서 열심히 응원했다.

U-17 대표팀 선수들은 모두 잔디 위에 앉아 휴식을 취했다. 하지만 대한은 스트레칭을 시작으로 열심히 몸을 풀었다.

삐익!

후반전이 시작됐다.

대한은 공격수인 노유상과 교체로 들어갔다. 수비수와 미드필더도 각각 두 명씩 교체됐다.

대한은 2주 동안 김수정 감독을 비롯한 두 코치에게 여러 가지 훈련을 받았다. 빌드업도 배우고 미드필더들과의 연계 플레이도 연습했다. 특히 세트 플레이를 연습할 때는 절대 빠지지 않았다.

U-17 대표팀 부동의 스트라이커인 최민석과도 꾸준히 발을 맞췄다. 모르긴 해도 대한을 후반전에 내보낸 것은 시험의 성격이 강했다.

이번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 대한은 중용될 것이다. 그러나 생각보다 별로라고 판단되면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후반전 경기 끝나기 15분 전에나 경기장을 밟을 신세가 된다는 말이다.

후반전이 시작되자 연세대의 파상 공세가 재개됐다.

연세대 선수들은 전후반 90분을 뛸 수 있는 성인 축구 선수들이었다. 전후반 80분을 뛰는 U-17 대표팀보다 확실히 체력이 좋았다.

대한은 중앙선과 연세대 페널티 에어리어 사이를 왔다 갔다 했다. 감독도 대한에게 굳이 수비를 바라지 않았다. 대신 공격수 최민석이 간간이 수비하러 중앙선을 넘어갔다.

기회는 영 찾아오지 않았다. 무료한 시간이 지나가고 있었다. 그러다가 연세대의 중거리포가 터졌다.

“골이다.”

“이런!”

“방심했어.”

U-17 대표팀 벤치에서 안타까운 탄성이 터져 나왔다. 어쩐지 다들 어깨가 축 늘어진 것 같았다. 대한도 마음이 별로 좋지 않았다.

‘아무래도 안 되겠다. 내가 나서야겠어.’

―압박하시려는 겁니까?

‘응, 이놈들 힘 좀 빼놓아야겠어.’

대한은 일단 ‘지구력(B)’에 재능 부스터를 켰다. 이제 10분 동안 지구력이 10% 증폭하게 될 것이다.

그는 이내 본격적으로 경기장을 쑤시고 돌아다녔다.

상대 팀도 처음에는 대한을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자꾸 수비수들의 신경을 긁고 있었다.

마침 대한에게 좋은 기회가 찾아왔다. 골키퍼가 던진 볼을 유승연이 받아 서지민에게 전달했다. 서지민은 최민석에게 보냈고 그는 바로 대한에게 볼을 패스했다.

대한의 발에 볼이 놓였다. 페널티 에어리어 왼쪽 모서리 부근이었다. 연세대 수비수 둘이 다가와 강하게 부딪쳤다.

쿵, 쿵!

하지만 대한은 무너지지 않았다. 그의 근력은 현재 92다. 올림픽이나 세계선수권 대회의 메달리스트에 해당하는 힘과 파워! 당연히 일개 대학팀의 수비들에 밀릴 이유가 전혀 없었다.

‘어라! 얘들 왜 이러냐? 이놈들 지금 나랑 장난치는 건가?’

―아닙니다. 마스터의 근력 때문에 전혀 밀리지 않아서 그럽니다.

‘오오!’

그제야 상황을 이해한 대한이었다.

힘에서 밀리지 않자 당연히 볼을 지킬 수 있었다. 여유가 생기자 ‘축구 지능’과 ‘넓은 시야’가 콤보로 작동했다.

머릿속에서 자동으로 시뮬레이션이 돌고 사방에 눈이 달린 것 같은 느낌, 여기에 에바가 전해 주는 실시간 정보가 합쳐졌다. 축구장 안이 장기판처럼 훤히 읽혔다.

그때 연세대 수비들 사이를 재빠르게 달려가는 최민석이 보였다. 대한은 바로 빠르고 낮고 강한 패스를 날렸다.

퉁! 촤아아아!

잔디를 가르며 날아가는 축구공!

그것은 마치 대지를 가르며 달리는 적토마같이 시원한 킬 패스였다.

“와아!”

U-17 대표팀 벤치에서 비명 같은 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들은 잔뜩 기대감을 높이며 최민석을 쳐다봤다.

최민석이 멋진 퍼스트 터치 후에 힘차게 볼을 찼다.

뻥!

맞고 죽으라고 찬 볼이 정확히 골키퍼의 겨드랑이 사이로 빠져나갔다.

“와아아아!”

“골이다!”

“죽였다.”

“끝내줬어.”

“동점 골이다.”

U-17 대표팀 선수들이 모두 힘차게 두 손을 치켜들었다. 대한의 카메라를 통해 방송을 시청하는 사람들도 환호성을 질렀다. 반대로 연세대 벤치는 아쉬운 탄성이 터져 나왔다.

“대한아! 패스 좋았어.”

“어! 그래. 너도 잘 찼다.”

최민석은 골을 넣자마자 대한에게 달려와 그를 끌어안았다.

대한도 최민석을 끌어안고 같이 기뻐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최민석은 대한의 실력을 이미 잘 알고 있었다.

사실 2주 동안 매일 발을 맞추는데 모를 리가 없었다. 미드필더진도 이미 눈치를 채고 있었지만 다들 쉬쉬하는 상황이었다. 어차피 대한은 감독이 데려가기로 했다. 그래서 아예 경쟁 대상에서 열외를 시켜 놓은 것이다.

대한의 활약으로 공격수인 노유상의 얼굴에 불안감이 스쳤다.

삐익!

시합이 재개됐다. 아까보다 더욱 치열한 접전이 벌어졌다. 하지만 이번에도 미드필더가 대한에게 볼 배급을 하는 데 성공했다.

또다시 연세대 수비들이 달라붙었다. 대한의 입가에 살짝 미소가 돌았다. 마치 어른과 아이의 몸싸움처럼 그들이 걸어온 어깨 싸움은 전혀 그에게 통하지 않았다.

열이 받은 연세대 수비가 그의 발을 자꾸 찼다. 분명한 반칙이지만 대한은 굳이 드러눕지 않았다. 그보다는 최민석의 위치를 확인했다. 역시 최민석은 대한을 실망하게 하지 않았다.

퉁!

대한이 살짝 옆으로 볼을 패스했다. 그제야 수비들의 눈이 일제히 최민석에게 갔다. 이제는 아무도 대한에게 신경 쓰는 수비수가 없었다. 그 순간 대한은 재빠르게 골대를 향해 달려갔다.

“민석아!”

그의 이름을 부르는 순간!

최민석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뻥!

슛인지 패스인지 모를 모호한 볼이 최민석의 발을 떠나갔다. 총알처럼 쏘아지는 축구공은 골대 왼쪽으로 날아갔다.

골키퍼가 막으려고 몸을 던졌다. 가만히 놔두면 아슬아슬하게 골대를 벗어날 상황! 하지만 대한이 번개처럼 달려와 왼발을 툭 가져다 댔다.

퉁!

축구공은 마치 빨랫줄처럼 직선으로 쏘아졌다. 골키퍼는 골대로 들어가는 볼을 그냥 눈으로 쳐다봐야만 했다. 대한이 찬 볼이 반대쪽 코너로 날아갔기 때문이다.

“와아아아!”

U-17 대표팀 벤치에서 커다란 함성이 일어났다.

“역전 골이다.”

“또 넣었어.”

“기가 막힌 발리킥이야.”

김수정 감독도 두 손을 번쩍 치켜들었다. 이건 정말 악 소리가 나오는 골이었다.

그의 시선이 최민석을 따라 대한에게 넘어갔다. 김수정 감독의 옆으로 김대양 코치와 공우공 코치가 다가왔다.

“감독님! 어때요?”

“죽이는데요.”

“제가 볼 때도 확실히 잘 먹힐 것 같습니다.”

셋은 동시에 눈을 마주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대한 TV 시청자들도 혀를 내둘렀다.

[자주국방: 예전의 대한이 아니다.]

[카리스마: 이렇게만 성장해라. EPL 금방이다.]

[No재팬: 국대 가즈아!]

[핵인싸: 대박! 실력이 급성장했다.]

[유럽여행: 프리킥의 마법사가 변신했네.]

[축협개혁: 대한민국 축구의 장래가 밝다.]

[개극혐: 이 새끼 못하는 게 뭐야?]

[아리따운: 대한이 너무 잘생겼어.]

[아리랑볼: 그래 봐야 고등 축구!]

[마하라자: 장난치냐? U-17 월드컵에 나가는 대표팀이다.]

채팅 창은 대한의 급격한 성장에 기대감이 증폭됐다.

스코어는 3대2가 됐다. 이제는 연세대 선수들도 악을 쓰며 달려들었다. 어떻게든 동점이라도 만들려는 의도였다.

대한에게는 전담 마크를 붙이고 공격에 집중했다. 하지만 공격에 신경을 쓰다 보면 수비가 약해지기 마련이다. 그 틈을 대한이 노렸다.

“볼 줘!”

“받아라!”

최민석이 수비 둘이 붙은 대한에게 볼을 패스했다. 대한은 열심히 어깨로 밀어대는 연세대 수비들을 상대로 어렵지 않게 볼을 키핑했다. 그러다가 수비의 다리 사이로 축구공을 넣고는 옆으로 돌아갔다.

그의 앞쪽으로 최민석이 달려가고 있었다. 여기서 패스가 이루어진다면 무조건 골키퍼와 1대1 싸움이 된다. 다급한 연세대 스위퍼가 대한의 팔을 휙 잡아당겼다.

‘어! 이놈 봐라!’

―마스터! 쓰러지세요.

에바는 그가 충분히 견딜 수 있음에도 쓰러지라고 했다. 대한도 머리가 번개처럼 돌아갔다.

“악!”

그는 연세대 스위퍼에게 팔이 잡혀 중심을 잃고 쓰러졌다. 아니, 그렇게 명연기를 했다.

삐익!

주심은 가차 없이 휘슬을 불었다.

“아깝다.”

“한 발짝만 더 갔다면 페널티킥이었는데.”

대한과 최민석이 입맛을 다셨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그에게는 페널티킥이나 프리킥이나 난이도는 비슷했다.

삐익!

주심이 휘슬을 불자 대한이 빠르게 달려갔다. 연세대 수비벽은 일제히 하늘로 뛰어올랐다.

뻥!

그런데 대한이 찬 볼이 수비벽의 우측으로 날아갔다. 어이없는 실축이었다.

아니, 다들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축구공은 환상적인 곡선을 그리며 대각선으로 떨어져 내렸다.

“어!”

아차 하는 사이에 반전이 일어났다. 골키퍼는 한 발짝도 못 움직였다. 우측 골대 상단으로 꽂히는 축구공을 그냥 바라보고만 있어야 했다.

“와아아아!”

U-17 대표팀 벤치에서 괴성이 치솟았다.

“골이다.”

“UFO 프리킥이다.”

“미쳤다.”

“실화냐!”

“맙소사!”

이번에는 U-17 대표팀과 연세대 벤치를 막론하고 다들 감탄사를 터트렸다.

“아니, 뭐 이런 자식이 다 있지?”

“이건 그냥 괴물이네.”

“뭐야, 저 자식!”

“듣보잡인줄 알았는데 물건이다.”

대한 TV 시청자들은 신이 났다. 우리 편이 이기는 경기는 언제봐도 즐겁다. 더구나 대한을 보러 온 이들이다. 이렇게 그가 골을 팍팍 넣으니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방송이 미치도록 재미있었다.

스코어는 4대2로 승기는 이제 U-17 대표팀으로 넘어왔다. 연세대 벤치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선수들에게 자제를 요청했다.

경기에서 이기는 건 이제 그들에게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았다. 오늘은 승리가 아니라 U-17 대표팀의 연습 경기를 하러 왔다. 괜히 U-17 대표팀 선수들이 부상이라도 당한다면 세상의 욕이란 욕은 다 들어먹을 것이다.

연세대의 변한 분위기가 감지되자 김수정 감독은 즉시 대한과 최민석을 뺐다. 대신 공격형 미드필더 둘을 넣고 공격 능력을 테스트했다.

“수고했다.”

“두 골이나 넣었어.”

“기가 막힌 프리킥이었어.”

“난 발리킥도 좋았어.”

벤치로 들어가니 지금까지와는 달리 완전히 대접이 달라졌다. 역시 스포츠는 실력이다. 이렇게 실력으로 증명해 버리니 쓸데없는 잡소리가 없어서 좋았다.

대한은 손을 내미는 선수들에게 손을 쳐줬다. 칭찬을 해오는 선수에게는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코치들도 다들 그의 어깨와 엉덩이를 한 번씩 두들겼다.

김수정 감독은 너무 기뻐서 그의 몸을 꼭 품에 안았다.

“앞으로도 딱 오늘만큼만 해라!”

“네.”

대한은 가슴이 벅차올랐다. 이렇게 누군가에게 인정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 그를 바라보는 모든 사람의 시선이 따뜻하기 그지없었다. 눈칫밥을 먹고 산 대한이 그걸 모를 리가 없었다.

삐이익!

주심의 긴 휘슬과 함께 경기가 끝났다. U-17 대표팀 선수들은 환호했고 연세대 선수들은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비록 연세대와의 연습 경기지만 U-17 대표팀은 기분 좋은 승리를 거뒀다.

이번 연습 경기는 최민석의 공격 능력을 재점검하는 좋은 기회였다. 대한의 골 결정력과 킬 패스, 볼키핑력과 공격 본능도 확인했다. 옥석이 가려지고 포지션 변화의 성과도 있었다.

경기가 끝난 후, 명단에 포함되는 선수들은 출국 날짜와 시간에 잘 맞춰서 나오라는 당부의 말과 함께 U-17 대표팀은 해산했다.

대한도 숙소를 비워주고 주차장으로 갔다. 조동혁이 미니밴을 몰고 와 대기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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