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만재능(Feat. 대한 TV)-72화 (71/331)

72화 <포지션>

‘에바! 당장 재능을 흡수하자.’

―오산고의 미드필더 서지민 옆으로 서세요.

‘오케이.’

대한은 에바가 콕 찍어준 대상 옆으로 가서 섰다.

서지민이 그를 힐끗 한번 쳐다봤다. 하지만 이내 관심을 끊고 몸을 푸는 것에 전념했다. 옆에 있다 보니 대한의 손이 자연스럽게 서지민의 손이 닿았다.

‘에바!’

―피코셀을 주입했습니다. 재능 흡수 대상자 서지민의 DNA를 분석하고 있습니다.

‘가지고 있는 최대 재능이 뭐야?’

―‘축구 지능(SS)’입니다.

‘대박! 여기 보석이 숨어있었군. 이걸로 가자.’

―네, 마스터.

대한은 등급이 루키에서 솔저로 오르자 여유가 생겼다. 전에는 재능을 흡수하는 데 최대 4주에서 최소 2주가 걸렸다. 그런데 이제는 재능 흡수에 최대 2주에서 최소 1주밖에 걸리지 않았다.

1년은 52주다. 자신이 열심히 노력만 한다면 1년에 52개의 재능을 흡수할 수 있다. 그러니 자연 느긋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나, 둘, 하나, 둘!”

이곳에 모인 선수들은 다들 어떻게든 브라질을 가겠다고 열심이었다. 대한도 목적이 있으니 열심히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특출한 재능은 아무리 숨기려고 해도 저절로 돋보이는 법이다.

대한이 뛰는 모습을 바라보던 김대양 코치의 눈에서 이채가 흘렀다. 그가 알던 대한은 분명히 뚱보에다 프리킥밖에는 써먹을 데가 없는 선수였다. 그런데 지금 보니까 키도 크고 체격이 좋았다. 움직임도 가벼우면서도 묵직한 게 볼키핑과 돌파에 이상적인 체형이었다.

이런 생각은 김대양 코치만 하고 있었던 게 아니었다. 김수정 감독과 뒤늦게 합류한 김을남 코치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우웅!

대한의 머릿속에 반가운 공명음이 들렸다.

―마스터, 재능 흡수 대상자 서지민의 재능 ‘축구 지능(SS)’을 흡수했습니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포메이션과 축구 전술을 공부해야겠군.’

―그렇습니다. 준비는 제가 해뒀으니 주무실 때 업로드하겠습니다.

‘무슨 소리야? 잠을 자면서 축구 지능의 숙련도라도 올린다는 말이야?’

―정확한 표현입니다. 서지민의 경험과 기억을 수면 중에 업로드하면서, 축구 지능을 올리는 데 필요한 정보들을 같이 올리겠다는 말입니다.

‘대박!’

정말 대박이었다. 수면 중에 뭔가를 할 수 있다면 엄청 시간 절약이 될 것이다. 그는 갈수록 자신이 뭔가 먼치킨이 되어가는 느낌이었다.

훈련을 마치자 다들 각자 배정된 숙소로 향했다.

대한은 천막으로 돌아가 자신의 배낭을 챙겼다. 이후 숙소로 향했는데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대한의 숙소는 그만 사용하는 독방으로 배정되어 있었다.

쓸쓸하게 혼자 지내서 외롭거나 낙심이 되기는… 개뿔, 그는 편하게 혼자 지낼 수 있다는 게 오히려 기뻤다.

친목질 따위나 하러 이곳에 온 것이 아니다. 대한은 차라리 잘됐다며 당장 개인 방송을 준비했다. 그래도 일단 욕실에 들어가 샤워는 해야 했다.

쏴아아아!

온수가 시원하게 쏟아져 내리며 마사지하듯 몸을 두들겼다. 그러자 없던 피로까지 다 사라지는 기분이 들었다.

‘에바!’

―네, 마스터.

‘막간을 이용해서 구독자와 팔로워 상황 좀 보고해 봐!’

―예, 아메리카 TV의 평균시청자는 8만으로 변동 없습니다. 구독자는 110만으로 늘어났습니다. 풍력은 7만, 여캠 버프는 8만에서 10만입니다.

‘여캠이라고 해봐야, 모니카뿐이잖아?’

―앞으로 다른 여캠과 합방 안 하실 겁니까?

‘아니, 해야지.’

대한은 모니카 한 명으로 합방을 끝낼 생각이 없었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그에게 판도라 상자를 열도록 강요한 셈이 됐다.

―유티비 구독자 수가 1,333만이 넘어갑니다. 트워치도 562만입니다. 페이스노트 팔로워는 1,104만, 원스타그램 905만입니다.

‘많이 늘었네.’

―노래 3곡을 음원으로 낸 것이 주효했습니다. 현재 시너지 효과가 상당합니다.

‘중국은?’

―또위의 팔로워 810만, 롱주 765만, 판다 TV 720만, 유쿠 675만, 후야 630만입니다.

‘잘 나가고 있네.’

정말 잘 나가고 있었다. 그것은 당장 들어오는 수입으로 증명이 됐다.

대한은 수건으로 몸에 물기를 닦고 머리를 말렸다. 준비해 온 옷으로 갈아입고 카메라를 세팅했다. 모든 준비가 끝나고 그는 저녁 식사 시간이 될 때까지 즐겁게 개인 방송을 시작했다.

같은 시간, 김수정 감독과 3명의 코치가 회의실에 모여앉았다. 그들은 서로 가지고 있는 정보를 부지런히 교환했다. 누가 어떤 포지션에 적합한지도 의논했다. 그러다가 자연스럽게 대한의 얘기가 나왔다.

“감독님! 이대한을 프리킥 전용 키커로만 활용하실 생각입니까?”

공우공 골키퍼 코치가 조심스럽게 물어봤다. 김수정 감독은 손에 든 자료를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

“무슨 좋은 아이디어라도 있습니까?”

“꼭 그런 것은 아닙니다. 다만 오늘 뛰는 것을 보니 공격수로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승운이도 대한의 프리킥 실력에 혀를 내둘렀고요.”

그의 말은 잔잔한 호수에 돌을 던진 격이 됐다.

“저는 반대입니다. 가뜩이나 축협에서 의구심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검증되지도 않은 대한을 공격수로 기용해 문제를 만들 필요는 없습니다. 그냥 처음 계획대로 프리킥 전용 키커로만 쓰면 될 것 같습니다.”

김을남 코치의 냉정한 말에 회의실 안은 잠시 무거운 침묵으로 번져갔다. 눈치를 보던 김대양 코치가 어렵게 입을 열어 분위기를 바꿨다.

“현재까지 이대한의 활용도는 오직 프리킥입니다. 그래도 확실한 득점원이니 일단 1점을 가지고 경기를 시작한다고 해도 무방할 것입니다. 오늘 프리킥을 차는 것을 보고 전 소름이 다 돋았습니다.”

“나도 그랬어요.”

김대양의 말에 공우공이 맞장구를 쳤다. 김을남이 뭐라고 말을 하려고 했다. 하지만 김수정 감독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자 즉시 입을 다물었다.

“우리에겐 최민석이라는 확실한 공격수가 있습니다. 노유상도 실력이 나쁘지 않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조금 더 다듬어야 합니다. 특히 페널티 에어리어 안에서 골을 결정짓는 능력은 그냥 가르친다고 다 배워지는 게 아닙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고 싶다는 겁니까?”

김수정이 눈에 힘을 주자 김대양이 즉시 자기 생각을 말했다.

“최민석과 투톱으로 세우는 방안을 연구해 봤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노유상을 빼자는 말입니까?”

“그건 아닙니다. 로테이션 자원으로 써도 되고, 일단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2주간 훈련을 한번 시켜보자는 겁니다. 성공하면 우리에게 또 하나의 선택권이 주어지는 것이고 안 되면 그냥 처음 계획대로 밀고 나가면 될 것입니다.”

“하긴 꼭 공격수가 아니라고 해도 상관은 없겠군요. 공격형 미드필더로 뛰어주면 참 좋겠는데…….”

공격수만큼 필요한 자원이 중원을 지키고 골 배급을 해줄 공격형 미드필더였다.

공우공이 고개를 끄덕이며 첨언을 했다.

“대통령배 전국 고등학교 축구 대회에서 대한이 뛰는 동영상을 훑어봤습니다.”

“음, 나는 아직 다 살펴보지 못했는데 공 코치가 참 부지런하군요.”

“어차피 매번 경기가 끝나기 15분 전쯤에 들어갔기에 살펴보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김수정의 칭찬에 공유공은 얼굴을 붉히며 손을 흔들었다.

“확실히 숭신고 최정규 감독은 대한을 그렇게 써먹었죠.”

“그런데 전부 프리킥만으로 골을 넣은 게 아니었습니다.”

“그래요?”

“네, 패스가 기가 막혔습니다. 또한 볼이 근처에 있으면 마치 프리킥처럼 강하고 정확하게 볼을 차 넣더군요.”

김수정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물어봤다.

“수비나 빌드업도 참여했습니까?”

“아닙니다. 제가 볼 때 최정규 감독은 그런 쪽으로는 아예 가르치지도 않은 것 같았습니다.”

“흐음. 일단 수비는 꽝이로군요.”

공유공이 다시 말을 이었다.

“제 개인적인 생각은 잘 가르치면 공격수나 공격형 미드필더로 대성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알겠습니다. 그 의견을 수용해서 2주 동안 이대한의 또 다른 가능성을 한번 점검해봅시다.”

“네, 감독님.”

김을남 코치도 마지못해 대답했다. 그러나 얼굴빛이 그리 좋지는 않았다.

김수정 감독은 슬쩍 김을남을 한번 쳐다보고는 화제를 다른 쪽으로 돌렸다. 김대양 코치가 감독의 마음을 눈치채고 얼른 맞장구를 쳐줬다. 그렇게 소집 첫날 파주 NFC는 바쁘게 하루가 돌아갔다.

* * *

삐익!

경기가 시작됐다. 선공은 연세대였다. 그들은 무리하지 않고 침착하게 빌드업을 전개했다. 이겨봤자 본전이고 혹시라도 지면 개망신인 상황이었다. 그러니 굳이 모험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세상일이 마냥 생각하는 대로 돌아가지는 않았다.

U-17 축구 대표팀의 수비수 이태선이 과감하게 태클로 볼을 빼앗았다. 그리곤 바로 미드필더인 서지민에게 볼을 보냈다. 서지민은 볼을 받자마자 다시 공격수인 최민석에게 패스했다.

“막아!”

“이쪽이다.”

“빨리 달려!”

경기를 시작한 지 채 5분도 되지 않아 연세대는 위기를 맞았다.

풀백들이 달려 나왔다. 하지만 최민석은 노유상에게 볼을 넘기고 돌파해 들어갔다.

연세대의 스위퍼가 최민석에게 따라붙었다. 노유상은 볼을 받자마자 최민석에게 리턴패스를 했다.

최민석은 스위퍼가 몸싸움을 거는데도 잘 버텼다. 그는 중심을 잃고 넘어지면서 기어코 슛을 때렸다.

“와아아아!”

U-17 대표팀 벤치에서 환호성이 터졌다. 대한도 의자에서 일어나 힘차게 손뼉을 쳤다. 누가 봐도 이번 골은 잘 짜인 조직력과 개인기가 돋보인 골이었다.

김수정 감독과 코치들도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만족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경기가 재개되자 상황이 급변했다.

한 골 먹은 연세대 선수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대충 설렁설렁하겠다는 마음은 이제 사라졌다. 절대 고삐리들에게 질 수 없다는 의지가 고개를 치켜들었다.

연세대 선수들은 빠르게 빌드업을 전개하며 활발하게 공격을 시작했다. 그러자 U-17 대표팀 벤치의 분위기도 급격히 무거워졌다.

‘연세대도 만만치 않네.’

―아무래도 나이 차이가 있으니 호락호락하지 않을 겁니다.

‘쉽지 않은 경기가 되겠어.’

대한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연세대의 파상 공세가 이어졌다. 결국 연세대 공격수 김한샘이 10분 만에 동점 골을 터트렸다.

분위기는 점점 달아올랐다. 양측은 이제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접전을 벌였다.

‘게임이 재밌어지네.’

―U-17 대표팀이 재능과 개인기에서 앞서고 있습니다. 하지만 조직력과 체력 그리고 경험은 연세대가 우위를 점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연세대 선수들이 손발을 맞춰본 시간이 길어서 그렇겠지.’

에바의 분석에 대한도 한마디 보탰다.

우웅!

그때 반가운 공명음이 뇌리에 울려 퍼졌다.

‘나이스 타이밍!’

―축하합니다. 재능 ‘넓은 시야(S)’를 획득하셨습니다.

‘하하하! 이거 수비형 미드필더인 유승연의 덕을 보게 됐네.’

―서지민을 통해 획득한 재능 ‘축구 지능(S)’까지 콤보가 터졌네요.

파주 NFC에 들어온 지 2주 만에 두 개의 S등급 재능을 획득했다.

대한이 크게 기뻐하자 에바는 허공에서 춤을 췄다. 그의 눈앞에 폭죽을 터트려주는 것은 이제 기본이었다.

‘상태 창을 띄워봐!’

―네, 마스터. 상태 창을 띄웁니다.

대한은 기대 섞인 눈초리로 허공에 떠오른 투명한 상태 창을 살폈다.

이름: 이대한

등급: 솔저

칭호: 투지의 신병(재능 부스터↑10%)

나이: 만 17세

직업: 학생(숭신고등학교 2학년)

재능 ▶ 노래(S), 끈기(S), 인내(S), 미모(S), 폭풍 성장(S)

언어 ▶ 포르투갈어(A), 이탈리아어(S), 영어(S)

축구 ▶ 넓은 시야(S), 축구 지능(S), 축구 재능(S), 프리킥(S), 축구 기본기(A), 드리블(A), 개인기(A), 패스(A), 골 결정력(A), 주력(B), 스프린트(B), 지구력(B), 수비(B)

격투 ▶ 태권도(S), 격술(S)

스탯: 근력 92, 민첩 72, 체력 77, 지력 81, 마력 0

신장 183cm, 몸무게 83kg

확실히 등급이 솔저로 오르자 재능 흡수 속도가 빨라졌다. 축구 칸에 ‘넓은 시야(S)’와 ‘축구 지능(S)’이 보였다.

스탯은 파주 NFC에 들어올 때 비해 크게 올랐다. 근력, 민첩, 체력, 지력이 무려 7개씩 증가했다. 재능을 획득하고 체계적인 훈련과 연습을 한 결과였다.

근력이 최초로 90대를 돌파했다. 근력만 따지면 올림픽이나 세계선수권 메달리스트의 힘과 파워를 가지고 있다. 민첩도 이제 프로선수에 못지않은 속도를 가지게 됐다.

키도 2cm나 자라서 183cm가 됐다. 갑자기 키가 커서 밸러스를 잡기가 좀 힘들었다. 하지만 에바의 도움으로 대한은 빠르게 변해 가는 자신의 몸에 익숙해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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