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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만재능(Feat. 대한 TV)-65화 (64/331)

65화 <라면 먹고 갈래?>

그는 준비한 주머니칼로 테이프를 사정없이 잘랐다. 포장지가 벗겨지며 안에서 자두만 한 작은 나무상자 하나가 나왔다. 뚜껑을 열어보니 안에 호두알만 한 은백색의 금속이 들어있었다.

‘에바, 이게 뭐야?’

―란타늄(Lanthanum)이라는 희토류입니다. 원소 기호 La, 원자 번호는 57입니다. 하이브리드 엔진, 금속 합금, 형광체, 렌즈 등을 만드는 데 들어갑니다.

‘에바는 왜 이게 필요한데?’

―피코셀을 증식시키고 안정시키는 데 필요합니다.

‘어쨌든 에바가 필요하다고 하니 잘 챙겨둬야겠네.’

―고맙습니다, 마스터!

에바가 간단히 설명을 해주긴 했지만 솔직히 대한은 100% 이해하지 못했다.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다.

‘그런데 첩보 영화의 한 장면처럼 물건을 꼭 이런 곳에 숨겨둬야 하는 거야?’

―재미있지 않습니까?

‘크으, 재미는 개뿔!’

그는 은백색의 금속, 란타늄을 호주머니 안에 넣었다. 나무상자와 갈가리 찢긴 테이프는 휴지통에 던져버렸다.

손을 씻고 화장실에서 나와 방으로 들어갔다. 문을 열자 모니카가 얌전히 앉아 있었다.

“나갈까요?”

“아니요. 배도 부르니 잠깐 앉아 있다가 가요.”

“그래요, 그럼.”

대한은 방문을 닫고 맞은 편으로 가서 앉았다. 모니카가 냉큼 옆으로 다가와 앉더니 미소를 지었다.

‘어! 이건…….’

대한은 뭔가 묘한 분위기가 되자 그녀의 손을 슬며시 잡았다.

모니카는 힘이 하나도 없는 사람처럼 그에게 딸려왔다. 그러더니 부끄러워하는 얼굴로 대한의 가슴을 한 손으로 만지작거렸다. 그제야 분위기를 파악한 그는 머릿속에 ‘데이트’라는 단어를 떠올렸다.

“영화 보러 갈 거죠?”

“네, 어떤 영화를 볼지는 모니카가 정하세요.”

“아니에요. 난 대한과 같이 보는 거라면 어떤 영화라도 괜찮아요.”

“알겠어요. 그럼 영화관에 가서 보고 결정해요.”

“네.”

대한과 모니카는 서로 주먹을 내밀어 허공에서 가볍게 한번 부딪치고 일어났다.

밖으로 나가자 가게 주인과 매니저가 다가와 인사를 했다.

“이거 돈 안 받으려고 했는데…….”

“아니에요. 그럼 저희가 정확하게 맛집인지 판단할 수가 없어요.”

“맛있게 드셨습니까?”

“그럼요. 저희 방송하는 거 보셨죠?”

“네, 봤습니다. 맛집으로 소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는 제가 해야죠. 이렇게 맛있는 꽃등심과 육회비빔밥을 먹을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하하하!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정말 힘이 납니다. 오늘부터 저희 모두는 대한 TV의 구독자가 되기로 했습니다. 물론 모니카 님도 마찬가지입니다.”

대한과 모니카는 이들의 말에 환한 웃음으로 대답했다.

“정말 감사합니다. 이제는 제 고객이 되셨네요.”

“다음에 오시면 제가 서비스 팍팍 넣어드리겠습니다.”

“네, 그럼 또 꽃등심 먹으러 오겠습니다.”

둘은 가게 주인과 매니저의 환송을 받으며 맛집을 나섰다.

입구에 조동혁이 미니밴을 대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대한과 모니카가 차에 타자 그는 살짝 백미러를 보면서 물었다.

“어디로 가실 겁니까?”

“영화관에 갈 거예요.”

“네, 알겠습니다.”

조동현은 내비게이션을 켜고 영화관을 검색했다. 가까운 거리에 코엑스 영화관이 있었다.

“코엑스 영화관으로 가겠습니다.”

“그러세요.”

조동혁은 대한에게 말하고 곧바로 코엑스를 향해 차를 몰았다.

대한은 그사이, 미니밴 안에 있는 카메라를 켜고 방송을 시작했다. 두 사람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앉았다.

“하위! 저희는 지금 코엑스 영화관으로 가고 있습니다.”

“멀지 않은 곳이라 금방 도착하겠네요.”

“모니카가 그걸 어떻게 알아요?”

“실은 코엑스에 몇 번 와봤어요.”

“그래요? 난 처음인데…….”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둘은 편하게 대화를 나눴다. 달달하다는 평이 압도적으로 채팅 창을 채워갔다.

가끔 고리나와 류연은 언제 오느냐고 초를 치는 인간들도 있었다. 하지만 대한은 깔끔히 무시해 줬다.

모니카도 이제 제법 한국어를 잘했다. 가끔 한국어로 말을 할 때면 귀엽다고 채팅 창에서 난리가 났다.

끼이익!

코엑스 앞에 미니밴이 멈춰 섰다.

대한과 모니카가 내리자 조동혁은 얼른 주차장으로 차를 몰았다. 둘은 서로 다정하게 팔짱을 끼고 걸어갔다. 가끔 대한과 모니카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손을 흔들었다. 일부는 환호성을 지르고 지나갔다.

“대한모니카! 존버!”

“대모 파이팅!”

“대한 오빠! 잘생겼어요.”

“모니카! 너무 예뻐요.”

이런 소리를 들을 때마다 둘은 고개를 숙여 팬들에게 인사를 했다.

그들은 영화관 앞에 도착했다. 새로 나온 수많은 영화가 그들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었다.

“대한, 어떤 거 보고 싶어요?”

“청산리 전투요.”

“그래요, 그럼.”

모니카는 쿨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대한은 영화비를 내고 팝콘과 콜라도 샀다. 두 사람은 예매한 커플석을 찾아 상영관 안으로 들어갔다. 조동혁은 이미 봤다면서 그냥 밖에서 기다리겠다고 했다.

커플석에 도착하자 대한은 방송을 즉시 중단했다.

“이 영화의 스포일러가 될 수는 없으니 오늘은 여기서 방종을 해야겠습니다. 여러분! 안녕!”

“여러분! 바이바이!”

대한과 모니카는 손을 흔들다가 하트 모양을 만들며 방송을 종료했다.

카메라를 끄자 둘은 서로를 향해 편하게 몸을 기댔다. 체온을 통해 따뜻한 온기가 전해졌다. 두 사람의 손을 어느새 깍지를 끼고 있었다. 모니카는 기분이 좋아졌는지 그의 어깨에 살짝 머리를 기대며 흥얼거렸다. 가만히 들어보니 대한의 노래인 ‘더 빠르게’ 영어 버전이었다.

“모니카! 그 노래가 좋아요?”

“물론이죠. 난 대한의 노래 다 좋아해요.”

그는 미소를 짓지 않을 수가 없었다. 리나도 예쁘고 류연도 아름다웠다. 하지만 모니카만큼 귀엽고 사랑스럽진 않았다.

물론 당장 눈앞에 있는 게 모니카라서 그런 생각이 드는지도 몰랐다.

그때 스마트폰이 진동했다. 메시지를 확인해 보니 유아영 대리였다.

[사장님, 정말 이들의 요구가 끝이 없습니다. 살려주세요.]

[제안만 받아놓고 손절하세요. 아직 이적할 생각 없어요. 물론 이건 우리만의 비밀입니다.]

[알고 있어요. 그런데 자꾸 여기저기에서 전화가 와요.]

[대한 TV가 매니지먼트 겸 엔터테인먼트 회사가 된 거 아시죠? 나중에 모니카도 끌어들일 생각이니까 필요한 직원 채용하시고 로드매니저도 여자로 한 분 구해 보세요.]

[야호! 사장님! 사랑해요. 즉시 인원을 충원하겠습니다.]

유아영 대리는 하트 이모티콘을 마구마구, 뿅뿅 날려댔다. 대한은 그걸 보고는 가볍게 혀를 찼다.

조명이 꺼지고 영화가 시작됐다. 대한과 모니카는 스마트폰이 진동으로 되어 있는지 다시 한번 확인하고는 호주머니에 넣었다.

영화관이 어둠에 휩싸이자 그녀는 슬그머니 그의 품속으로 안겨 왔다. 부드러운 여체가 밀려오자 대한은 흠칫 몸을 떨었다. 하지만 이내 팔을 뻗어 그녀를 편하게 품에 안았다.

두 사람은 팝콘을 먹고 콜라를 나눠마시며 영화를 관람했다.

대한은 모니카의 부드러운 손을 잡고 만지작거렸다.

그러자 절로 달달한 분위기가 피어올랐다.

그녀는 어두운 영화관의 솜사탕 같은 분위기에 금세 물들었다.

모니카는 대한의 눈치를 살피다가 슬쩍 그의 목에 얼굴을 묻었다.

강한 수컷의 진한 페르몬의 향기가 느껴졌다.

모니카는 그를 한번 힐끗 쳐다보고는 붉게 물든 노을같이 변한 자신의 얼굴을 스크린으로 돌렸다.

어두운 영화관 안이라서 참 다행이었다. 그렇지 않다면 그녀는 아마 많이 부끄러웠을 것이다.

“아! 재미있었다.”

“나도요.”

모니카의 말에 대한은 그녀의 얼굴을 빤히 쳐다봤다. 눈이 마주치자 그녀는 이상하게도 얼른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자신이 말하고도 뭔가 무안했던 모양이다.

둘은 영화관을 나와 거리로 나섰다. 조동혁이 미니밴을 몰고 와 그들의 앞에 댔다. 대한이 차를 타기 전에 모니카에게 물었다.

“집에 갈 거죠?”

“네.”

“데려다줄게요.”

“네.”

어째서인지 그녀의 대답이 전부 단답형이었다.

대한이 차 문을 열려고 손잡이를 잡았다. 그때 모니카가 그의 손위에 자신의 손을 올려놓았다.

“라면 먹고 갈래요?”

“…….”

대한은 순간 눈을 동그랗게 떴다. 둘 사이에 몇 초간 침묵의 장벽이 세워졌다. 하지만 그의 고갯짓 한방에 침묵은 산산이 조각나버렸다.

“좋아요.”

“…….”

둘은 나란히 미니밴에 탔다.

조동혁이 목적지를 물었다.

“어디로 모실까요?”

“모니카의 집으로 가주세요.”

“네.”

미니밴은 부드럽게 도로 위를 미끄러졌다. 코엑스 영화관에서 모니카의 집까지는 금방이었다.

한강 옆에 우뚝 선 최고급 아파트, 그 입구에 미니밴이 서자 대한은 모니카와 같이 내렸다. 그리곤 조동혁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

“오늘 수고하셨어요. 조동혁 매니저는 여기서 바로 퇴근하세요.”

“그럼 미니밴을 오피스텔에 주차해 놓겠습니다.”

“아닙니다. 집으로 가져가셨다가 내일 출근할 때 가져오세요.”

“감사합니다.”

조동혁은 대한이 자신의 편의를 봐주자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안녕히 가세요!”

“네, 모니카! 나중에 봬요.”

모니카와의 인사를 끝으로 조동혁은 미니밴을 몰고 사라졌다.

대한이 고개를 돌리자 그녀는 그의 손을 잡아끌었다. 두 사람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아파트 안으로 들어갔다.

승강기에 타자 모니카는 맨 위층인 펜트하우스를 눌렀다. 지문 인식이 되는 거라 아무나 누른다고 작동하는 것이 아니었다. 물론 대한은 그런 사실을 전혀 몰랐다.

띵!

승강기가 펜트하우스에 도착하자 벨 소리를 냈다. 문이 열리자 신기하게도 또 다른 문이 보였다. 모니카는 지문 인식을 한 번 더하고 비밀번호를 눌렀다. 그러자 미닫이문이 자동으로 옆으로 밀려났다. 그녀는 그때까지 대한의 손을 꼭 붙잡고 놓지 않았다.

‘헬렌과 제니퍼가 미국으로 돌아가서 정말 다행이야.’

모니카는 텅 빈 집으로 그를 이끌었다. 벽에 있는 스위치를 누르자 화려한 펜트하우스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대한은 이렇게 고급스러운 아파트는 처음 봤다.

“집이 근사하네요.”

“고마워요.”

그녀는 싱긋 미소를 지으며 그를 거실로 인도했다. 큼지막한 가죽 소파에 앉자 건너편 벽에 초대형 LED 벽걸이 TV가 보였다. 남자라면 당연히 욕심이 날만 한 크기였다. 이런 곳에서 게임을 한다면 당연히 재미가 배가될 것이다.

“그냥 집에서 영화를 볼 걸 그랬나 봐요.”

“아니에요. 그래도 영화는 스크린에서 보는 게 더 나아요.”

대한은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마음속으로는 쉽게 동의하지 못했다. 그가 볼 때는 영화관 스크린보다 초대형 LED TV의 화질이 더 나을 것 같았다.

“저 옷 좀 갈아입고 나올게요.”

“예, 나도 손 좀 씻을게요.”

“화장실은 이쪽이에요.”

모니카가 옷을 갈아입으러 가자 대한도 화장실로 들어갔다. 그는 시원하게 일을 보고 깨끗이 손을 씻었다.

거울을 보니 살짝 긴장한 녀석이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이거 오늘 신세계를 경험하는 건가?’

대한은 긴장 반 흥분 반으로 거칠어진 숨을 가다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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