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만재능(Feat. 대한 TV)-64화 (63/331)

64화 <맛집 탐방>

‘에바! 그런데 이적을 하면 돈을 얼마나 주는 거야?’

―아마 생각보다 많지는 않을 겁니다. 마스터의 효용 가치가 아직은 많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10만 원보다는 많이 주겠지!’

―득점왕 상금 때문에 좀 실망하신 모양이군요.

‘맞아, 이건 좀 너무했어. 10만 원이 뭐야!’

솔직히 10만 원 받으러 수원까지 내려온 시간과 기름값이 아까웠다. 물론 트로피와 메달을 건지긴 했지만 과연 이게 앞으로 그의 인생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모를 일이었다.

마침 돈 얘기가 나오자 대한은 그동안 번 돈에 관심이 갔다.

‘에바! 그동안 내가 얼마나 벌었지?’

―마스터께서 개인 방송을 시작하신 지 벌써 3달이 조금 넘었습니다. 현재 정산은 첫 번째 달과 두 번째 달만 받으셨습니다.

‘세 번째 정산일도 곧 다가오겠군.’

―맞습니다. 먼저 첫 번째 정산으로 3억 원을 버셨습니다. 두 번째 정산받은 돈은 14억 원입니다.

‘많이 벌었네.’

―꽤 많이 버셨습니다. 그리고 세 번째 정산은 더 많이 버시게 될 겁니다.

에바의 말에 대한은 절로 기분이 좋아졌다.

‘구체적으로 어디서 얼마나 들어왔지?’

―첫 번째 정산은 시작하는 단계라 넘어가고, 두 번째 정산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아메리카 TV에서 1억2천만 원, 유티비에서 3억3천만 원, 페이스노트 광고로 1억 원, 트워치에서 1억5천만 원, 원스타그램 광고로 1억 원, 중국의 또위에서 1억 원, 롱주 1억 원, 판다 TV 1억 원, 유쿠 1억 원, 후야 1억 원, 기타 광고와 배너로 1억 원, 합계 14억 원을 버셨습니다.

‘중국에서만 5억 원을 벌었네.’

―대륙에서 마스터의 인기가 대단합니다. 물론 인구가 많아서 수익도 많아진 것도 있습니다.

구체적인 숫자를 들어보니 확실히 많이 벌었다는 게 실감이 났다.

‘지출은 얼마나 나갔지?’

―저에게 투자하신 게 1억 원, 이번에 부모님을 모신 빌라 매매 대금 1억8천만 원, 스튜디오가 있는 오피스텔 보증금 3천만 원, 율율 법무법인 1천만 원, 회계법인 1천만 원, 장비 구매비 1천만 원, 기타 오피스텔 월세와 리스 및 부대비용으로 1천만 원이 나갔습니다. 총 3억5천만 원입니다.

생각보다 지출이 많았다.

‘참 많이도 썼네.’

―그동안 번 17억 원에서 3억5천만 원을 제하면 13억5천만 원이 남아있습니다.

‘세금은?’

―앞으로 내야지요. 5억 원 정도는 세금이라 생각하시고 잊어버리세요.

‘그럼 8억5천만 원이 내가 쓸 수 있는 돈이구나.’

―일단은 그렇습니다.

대한은 17억 원에서 순식간에 돈이 반 토막 나자 어깨가 축 늘어졌다.

‘이 돈으로 내가 건물주가 될 수 있을까?’

―혹시 창조주 위에 건물주라는 말 때문에 그러십니까?

‘응.’

―서울 근교의 작은 2층 건물 정도라면 아마 가능할 겁니다.

그는 에바의 말에 도리질했다.

‘아니, 그런 거 말고. 강남에 있는 10층짜리 멋진 빌딩을 가지고 싶어.’

―마스터 현실을 깨우쳐드리겠습니다. 강남구 압구정동의 31평짜리 아파트 매매가가 23억 원입니다.

‘31평짜리 아파트가?’

놀라운 일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31평밖에 되지 않는 아파트다. 그걸 23억 원이나 주고 산다는 게 말이 되지 않았다.

‘미쳤다. 왜 그 돈을 주고 저런 아파트를 사는 거지?’

―강남의 아파트는 가지고 있으면 무조건 오른다는 믿음 때문입니다.

‘그럼 우리도 강남 아파트를 사서 가지고 있으면 돈 벌겠네.’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나은 투자 방법도 많습니다.

강남 불패라더니 정말 부동산 투기는 정상이 아닌 모양이다.

‘아파트는 그렇다고 치고 빌딩은 얼마나 하는데?’

―청담동 명품거리에 지하 1층, 지상 5층, 350평짜리 빌딩이 100억 원 내외입니다. 역삼동에 지하 3층, 지상 10층, 1,279평짜리 빌딩이 230억 원에 나왔습니다. 청담동 명품거리 대로변에 있는 지하 2층 지상 8층, 708평짜리 빌딩 매매가가 350억 원입니다.

‘전부 100억 대가 넘네.’

―매물의 가격이야 천차만별입니다만, 강남에서 10층짜리 빌딩을 사려면 최소한 150억 원은 있어야 합니다.

‘어느 세월에 150억 원을 벌어! 어휴! 내가 아직 갈 길이 멀구나.’

대한은 에바의 현실적인 말에 남모를 한숨을 내쉬었다. 17억 원을 벌어서 거금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강남의 31평 아파트도 사지 못하는 돈이었다. 정말 세상에는 부자가 참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스터, 빌딩을 살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뭔데? 무슨 좋은 방법이라도 있어?’

에바의 미끼를 대한이 냉큼 물었다.

―투자하시면 됩니다.

‘주식이나 채권 같은 거 말이야?’

―네, 그렇습니다. 마스터가 투자한 자금을 종잣돈 삼아 현재 세계 10대 교역국에 투자 회사를 세워놓았습니다.

그녀의 말은 놀라웠다.

‘한국에도 있어?’

―있습니다. 영국령 케이맨 제도에 세운 페이퍼 컴퍼니가 투자하는 형식으로 투자 회사를 하나 만들어 놓았습니다.

‘이름이 뭔데?’

―그레이트원 투자 회사입니다.

대한은 대번에 회사의 이름의 의미를 알아챘다.

‘어? 이거 내 이름을 영어로 바꿔놓은 거 아냐?’

―맞습니다. 마스터께서 투자하신 회사이니 당연히 마스터의 이름을 써야지요.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그럴 수도 있지요. 하지만 마스터가 소유한 회사라고는 아마 생각하지 못할 것입니다. 아니, 설사 그렇게 생각한다고 해도 증거가 없으니 따지지도 못할 겁니다.

생각해 보니 혼자만의 기우였던 모양이다.

‘으음, 뭐 그렇다면야 내가 걱정할 일은 아니네.’

―마스터께서는 그저 그레이트원 투자 회사에 편안하게 투자하시면 됩니다. 나머지는 모두 제가 알아서 처리하겠습니다.

대한은 에바가 자꾸 투자하라는 말에 주목했다.

‘혹시 무슨 좋은 건수라도 생겼어?’

―네, 조만간 상장하게 될 회사가 몇 군데 있습니다.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상당한 기업으로 이들에게 투자하고 비상장 주식을 인도받을 예정입니다. 또한, 비상장 주식을 장외거래로도 매수할 것입니다.

‘상장이 안 된 주식도 거래가 가능한 거야?’

―그렇습니다. 비상장 주식을 저렴하게 사서 상장한 후에 매도하면 대박을 터트릴 수도 있습니다.

대충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았다.

―그것뿐만이 아닙니다. 조만간 석유 가격이 폭등할 것입니다.

‘아니, 왜?’

―사우디의 석유 정제 시설이 드론 공격을 당하게 될 겁니다.

‘어디서 그런 정보를 용케 주워왔구나.’

―정보는 곧 돈이자 힘입니다. 싱가포르 거래소에서 브렌트유 선물을 사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선물에 투자할 예정입니다.

에바가 구체적인 계획과 함께 강력히 투자를 권했다. 이건 무조건 투자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알았어. 그럼 에바를 믿고 투자할게.’

―탁월한 선택이십니다. 그럼 13억5천만 원에서 비상금으로 5천만 원은 남겨두고 13억을 그레이트원 투자 회사에 투자금으로 넣겠습니다.

‘세금 5억은 어떻게 하고?’

―당장 세금 내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나중에 세금 낼 때가 오면 그때 현금화시켜 드릴 테니 일단은 13억 원을 투자해 주세요.

‘알았어. 그렇게 할게.’

대한은 에바의 권유에 그만 홀라당 넘어가고 말았다. 이제 그의 계좌에는 딱 5천만 원만 남아 있었다.

솔직히 뭔가 좀 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이건 100% 대한이 이득을 보는 일이었다. 만약 투자가 실패한다고 해도 에바는 얼마든지 복구시킬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최악의 경우, 전 세계의 휴면 계좌를 통해 빼돌린 주인 없는 돈과 검은돈을 세탁해서 숨겨둔 비자금으로 보상해 줄 수도 있었다.

어쨌든 대한은 합법적으로 번 돈을 합법적인 투자회사에 합법적으로 투자했다. 모르긴 해도 아마 투자금은 그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크게 불어나게 될 것이다.

끼이익!

미니밴은 1시간도 되지 않아 청담동에 도착했다. 대한이 선택한 곳은 육회비빔밥으로 유명한 맛집이었다.

대한과 모니카가 입구에서 내리자 조동혁은 주차장에 미니밴을 주차했다.

두 사람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점심시간이 살짝 지난 타이밍이라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어서 오세요!”

젊은 여자 종업원이 반갑게 인사를 했다.

“저희 두 사람인데 방으로 주세요.”

“네, 이쪽으로 오세요.”

그들은 일단 방을 잡고 안으로 들어갔다. 조동혁이 뒤늦게 와서는 식당 매니저와 대화를 나눴다. 대한과 모니카가 유명한 스트리머라는 것을 알게 되자 식당 안의 분위기가 돌변했다.

촬영해도 되냐는 말에 주인까지 와서 대찬성했다. 돈을 받겠다는 것도 아니다. 그냥 알아서 찍고 방송으로 무료 광고까지 해주겠다는 걸 싫어할 사람은 없었다.

단, 맛이 없으면 가게 이름과 장소에 대한 언급은 편집하겠다고 했다. 그 말에 주방장까지 나와서 걱정하지 말라고 호언장담을 했다.

조동혁이 방으로 들어가 카메라 3대를 세팅해 놓고 나갔다. 그 뒤 중년의 식당 매니저가 직접 들어와 주문을 받았다.

“뭐로 드릴까요?”

“소고기 전문점이니 꽃등심 2인분과 육회비빔밥으로 할게요.”

“네, 감사합니다.”

주문을 받고 나가자 모니카는 대한을 쳐다봤다.

“꽃등심은 알겠는데… 육회는 뭐예요?”

“육회는 회의 일종으로 채를 친 쇠고기를 익히지 않고, 갖은 양념으로 버무려 먹는 음식이에요.”

그녀의 질문에 대한은 친절하게 설명했다. 하지만 모니카는 육회의 정체를 알게 되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놀라워했다.

“그럼 고기를 익히지 않고 생으로 먹는 거네요?”

“왜요? 야만적이라고 생각해요?”

“그건 아니지만 그런 음식이 있다는 사실에 좀 놀랐어요.”

“일단 먹어보고 얘기합시다.”

“좋아요.”

모니카는 용감했다. 일단 먹어보고 평가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했다. 둘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

곧 방문이 열리고 꽃등심이 들어왔다. 갖은 반찬과 양념이 테이블에 세팅됐다. 여종업원이 친절하게 꽃등심을 직접 구워줬다. 대한과 모니카는 입에 살살 녹는 꽃등심의 맛에 신이 났다.

“맛있어요.”

“네, 정말 맛있네요. 2인분 더 주세요.”

그는 즉시 꽃등심을 추가로 주문했다. 둘은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꽃등심 4인분을 순식간에 먹어치웠다.

곧이어 육회비빔밥이 들어왔다. 대한은 육회비빔밥을 잘 비빈 후에 크게 한 숟가락을 떠서 모니카에게 넘겨줬다. 그러고는 모니카가 먹든 말든 신경도 쓰지 않고 열심히 육회비빔밥을 먹었다.

“오! 맛있네요.”

육회비빔밥을 먹는 그의 모습에 채팅 창에서는 대한이 너무 냉정하다고 투덜댔다. 하지만 대한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모니카는 몇 번이나 숟가락을 들었다 놓기를 반복했다. 나름대로 고민이 되는 모양이었다. 그러다가 결국 수저로 반쯤 담아서 입 안에 넣고 말았다.

잔뜩 긴장한 모습으로 입을 오물거리는 게 참 귀여웠다.

“어때요?”

“맛있어요. 그런데 생고기가 안 씹혀요.”

익히지 않은 생고기가 들어가 있어서 아주 질길 것으로 생각했었나 보다.

대한은 그녀를 바라보면서 육회비빔밥을 빠르게 비워냈다.

이제는 아주 복스럽게 잘 먹는다고 채팅 창에 칭찬이 자자했다. 바람 앞에 갈대처럼 흔들리며, 변덕이 죽 끓듯 하는 시청자들이었다.

디저트로 수정과가 나오고 서비스로 커피까지 마셨다. 모니카는 상당히 만족해하는 표정이었다. 오늘의 맛집 탐방은 성공이었다.

더럽게 맛없는 가짜 맛집을 만나 실패할 가능성도 있었는데 다행히 이번은 확실하게 맛집이었다.

“여긴 육회비빔밥으로 유명한 청담동 새벽 하우스입니다. 확실한 맛집이에요.”

“꽃등심이 아주 맛있어요. 여러분도 꼭 한번 오셔서 맛을 보세요.”

“그럼 잠시 방송을 중단하고 이따가 영화관 앞에서 다시 방송을 시작하겠습니다.”

대한과 모니카는 카메라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에바가 카메라를 끄자 곧 조동혁이 안으로 들어왔다.

“카메라를 끄겠습니다.”

“그러세요.”

이미 꺼져 있었지만, 조동혁은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어쨌든 매니저답게 조동혁은 카메라를 수거해 미니밴으로 가져갔다.

모니카가 백을 들고 잠시 화장실에 갔고 대한은 계산대로 가서 식사비를 내려고 했다. 그런데 모니카가 벌써 계산을 끝내놓은 상태였다.

‘빠르네.’

그는 피식 웃으면서 화장실로 들어갔다. 밥을 먹고 나서 바로 이빨을 닦는 게 좋다. 방송을 자주 하다 보니 이제는 아예 습관이 되어버렸다.

이를 깨끗이 닦은 다음, 그는 슬쩍 화장실 문을 잠갔다.

―두 번째 문입니다.

‘알았어.’

대한은 에바의 말에 화장실에 있는 세 개의 문 중에서 두 번째 문을 열었다.

그는 변기의 물탱크를 열었다. 한 손을 차가운 물 속으로 넣고 휘저었다. 안에서 뭔가 매끈한 물건이 손에 잡혔다.

대한은 그것을 밖으로 끄집어냈다. 그가 건져 올린 것은 테이프로 단단히 감겨있는 주먹만 한 정육면체의 물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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