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화 <득점왕>
“예전에 유행했던 1초 식스팩의 주인공이네.”
“맞다. 언제 이렇게 살을 뺀 거지?”
“열심히 다이어트와 운동을 했구나.”
“살만 빠진 게 아니야. 키도 컸어.”
“원래 이렇게 잘 생겼었니?”
“어라! 정말 잘생겨졌다.”
“여기 축구 동영상도 있네!”
“대한 TV! 한번 들어가 봐야겠다.”
노래를 들은 많은 사람들이 링크를 따라 대한 TV로 유입됐다. 유티버 구독자 수가 천만을 넘기고 다소 주춤했던 분위기가 일변했다.
음원 다운로드와 음원 스트리밍의 버프를 받은 대한TV는 다시 힘차게 날개를 펴고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아메리카 TV의 평균 시청자 수는 8만 명, 구독자는 76만 명이다. 유티비 구독자도 빠르게 늘어나 1,166만 명이 됐다.
트워치 구독자는 448만 명으로 늘어났다. 페이스노트 팔로워는 924만 명으로 거의 천만에 육박했다. 원스타그램 팔로워로 무섭게 늘어 660만 명이다.
중국의 스트리밍 플랫폼도 아주 분발하고 있었다.
또위 팔로워 360만 명, 롱주 340만 명, 판다 TV 320만 명, 유쿠 300만 명, 후야 280만 명……. 중국의 팔로워 숫자를 다 합치면 무려 1,600만 명이 넘었다. 정말 엄청난 구독자와 팔로워 수가 아닐 수 없었다.
상황이 급변하자 국내 음원 스트리밍 업체에서도 난리가 났다. 그들은 대한의 음원을 놓친 것을 땅을 치고 후회했다. 척 보기에도 디지털 음원이 모두 밀리언셀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음원 다운로드 말고도 스트리밍의 파워는 더욱 대단했다. 그것도 한 곡이 아니라 무려 세 곡이었다. 한국어는 물론이고 영어 버전도 있었다. 그러니 최종적으로 여섯 곡이 됐다.
뒤늦게 메론, 쟈니, 네버, 코코아, 밀키, 엔넷, 벽스 등, 국내 7대 음원 스트리밍 업체가 경쟁에 뛰어들었다.
그로 인해 유아영 대리는 갑자기 살이 5kg이나 빠져버렸다. 얼마나 이들의 등쌀에 시달렸으면 이렇게 됐을까? 정말 믿을 수 없는 다이어트 효과였다. 대한은 이렇게 음원 시장에서도 강자로 등극하게 됐다.
* * *
수원월드컵경기장 보조 경기장은 뜨거운 열기에 휩싸였다. 대통령배 전국 고등학교 축구 대회 결승전이 열리고 있었던 것이다.
“막아!”
“공격!”
에탄고와 포항고는 치열한 접전을 벌였다. 우승을 목표로 뛰어왔던 지난날의 고생을 생각하면 절대로 질 수 없는 한판 대결이었다.
스코어는 3대2로 에탄고가 한 점 앞서고 있었다. 결승전답게 펠레 스코어가 만들어져서 무척 흥미로운 경기였다. 하지만 무엇보다 흥미를 끄는 것은 따로 있었다.
“아!”
“그만 줘도 되는데…….”
말은 그렇게 했지만, 대한은 입을 냉큼 벌렸다. 모니카는 화사한 웃음을 지으며 김밥을 그의 입으로 넣어줬다.
대한 입을 오물거리며 김밥을 맛있게 먹었다. 목마르다고 생각하자 눈앞에 시원한 탄산수가 나타났다. 그녀가 그의 마음을 귀신처럼 읽고 한 행동이다.
그 다정한 모습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자신도 모르게 입맛을 다셨다. 당연히 대한 TV의 시청자들도 대한의 입만 쳐다보며 침을 삼켜야 했다.
심지어는 옆에서 촬영을 하는 유아영 대리와 조동혁 매니저도 마찬가지였다.
“대한! 상은 언제 줘요?”
“경기가 끝나면 주겠죠.”
“대한이 축구 경기를 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는데…….”
“나도 당장 저기 가서 뛰고 싶어요. 하지만 4강 경기에서 에탄고에게 졌잖아요. 어쩔 수 없으니 우린 그냥 구경이나 합시다.”
모니카는 대통령배 전국 고등학교 축구 대회 결승전 따위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대한이 상을 받는다기에 축구장에 따라왔을 뿐이다.
오늘 두 사람의 합동 방송 콘셉트는 데이트다. 다양한 데이트가 있겠지만 이번에는 겸사겸사 축구장을 찾았다.
날씨가 좀 서늘해져서 축구 경기를 관람하기 아주 좋았다. 다만 그녀가 좀 헐벗게 입고 와서 주변의 시선을 끌고 있는 게 문제일 뿐이었다.
삐이익!
주심이 휘슬을 길게 불었다. 드디어 경기가 끝났다.
“와아아아!”
결승전에서 승리한 에탄고의 벤치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에탄고 축구부 선수들의 가족과 친척, 관계자들도 일제히 함성을 질러댔다. 얼마 되지 않은 관중들도 손뼉을 쳐서 그들을 축하해줬다.
대회 관계자들은 시간에 쫓기고 있는 듯 서둘러 시상식을 거행했다.
“대통령배 전국 고등학교 축구 대회 득점상은 숭신고의 이대한 선수입니다.”
시상식의 사회를 맡은 사람이 대한의 이름을 불렀다. 대한이 자리에서 일어나 시상식 무대로 올라갔다.
축구 협회의 이름 모를 간부가 그에게 트로피와 메달 그리고 상금을 수여했다. 대한은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 트로피와 메달 그리고 상금을 받았다.
찰칵! 찰칵! 찰칵!
스포츠신문과 방송국 기자들이 그를 향해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그들은 대한을 보고 처음에는 누군지 몰랐다가 득점상을 받는 것을 보자 이번 대회에서 15골을 몰아넣은 득점왕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안 그래도 프리킥의 마술사로 이름을 좀 날리고 있는 대한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상을 받는 다른 선수들에 비해 유난히 사진을 많이 찍혔다.
대한은 카메라를 향해 두 손을 활짝 든 포즈를 취하다가 내려왔다.
“대한! 축하해요!”
모니카가 뽀로로 다가와 그의 볼에 키스를 했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서양 미녀가 대한에게 볼 키스를 하자 기자들이 관심을 가졌다. 그들은 누구의 허락도 받지 않고 모니카를 향해 마구 셔터를 눌러댔다.
‘에바! 저 개념 없는 새끼들 손 좀 봐줘!’
―네, 마스터.
함부로 사진을 찍는 것은 엄연히 불법이다. 더구나 모니카는 대회와 전혀 관계없는 사람이었다. 거기다 이건 엄연한 초상권 침해였다.
에바는 불법을 저지른 기자들이 가지고 있는 디지털카메라와 전자기기에 살짝 장난을 쳤다.
섬네일로 보면 멀쩡한 사진이다. 하지만 그걸 다른 기기로 옮기는 순간, 주변의 모든 전자기기들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처럼 모두 19금 사진으로 도배되면서 결국 먹통이 되어 버리고 말 것이다. 그로 인한 피해는 에바가 전혀 신경 쓸 일이 아니었다.
“우리 밥 먹으러 가요. 내가 살게요.”
“배고파요?”
“조금요.”
대한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모니카가 산다고 했으니 당장 돈이 굳었다. 그는 기분 좋은 웃음을 지으며 잠깐 경기장 한쪽에 앉았다. 조동혁 매니저가 다가와 그의 손에서 트로피와 메달을 받아갔다.
“대통령배 전국 고등학교 축구 대회 우승, 에탄고!”
“와아아아!”
마지막으로 우승한 에탄고의 수상식이 펼쳐졌다. 에탄고 축구부 선수들은 모두 기뻐서 방방 뛰며 소리를 질렀다.
대한은 솔직히 그 모습이 좀 부러웠다. 하지만 지금은 득점상을 받은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아차!”
그는 갑자기 상금을 받은 게 생각나 하얀 봉투를 꺼내 열어봤다.
“에게!”
“얼마에요?”
“10만 원이요.”
“진짜 적다.”
“하긴 우승상금이 300만 원에 불과하니…….”
대통령배 전국 고등학교 축구 대회 우승상금이 3,000만 원도 아니고 겨우 300만 원이었다. 그에 비하면 득점상 상금 10만 원이면 적은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대한은 살짝 고개를 흔들며 오만 원권 두 장을 호주머니에 집어넣었다. 나중에 모니카와 영화를 볼 때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대한! 다 끝났으면 이제 우리 밖으로 나가요.”
“그래요.”
모니카는 배가 많이 고팠는지 자꾸 나가자고 보챘다. 대한도 더는 이곳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었다.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팔짱을 끼고 출구로 향했다.
그때, 대한의 앞으로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저 이대한 선수죠?”
“네, 그런데요.”
“수원 프로 축구팀 스카우터 왕재선입니다. 잠시 얘기 좀 나눌 수 있을까요?”
“FC 서울의 장재윤 스카우터입니다. 저희 팀으로 모시고 싶어서 그럽니다. 시간 좀 내주세요.”
“이게 뭐 하는 짓이야? 내가 먼저 말한 거 안 보여?”
“왜 소리를 지르고 그래요? 우리 이대한 선수 놀라잖아요.”
대한은 정말 깜짝 놀랐다. 설마 K리그의 스카우터들이 나타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저는 J리그 마쓰모토 야마가의 야스다 이무니다. 저와 잠깐만 얘기했으면 좋겠스무니다.”
“에에?”
이번에는 일본 사람이었다. J리그라고 했으니 J리그 마쓰모토 야마가의 스카우터인 모양이었다. 그런데 이게 전부가 아니었다.
“이대한 선수! 중국 슈퍼리그 광저우 헝다에서 온 가오린입니다. 잠시 말씀을 나누고 싶습니다.”
“중국인이다.”
대한은 자신도 모르게 가오린을 가리켰다. 그러자 뒤에서 사십 대 중반의 사내가 다가왔다.
“이대한 선수!”
“네?”
“나는 성남FC 유소년 클럽인 풍생고 축구부 함흥천 감독입니다. 전학 갈 생각 없습니까?”
“전학이요?”
대한은 그만 입을 딱 벌리고 말았다.
‘에바, 이거 다들 왜 이래?’
―마스터의 플레이가 그만큼 인상적이었나 봅니다. 프리킥 100% 성공률이 흔한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고등학교 축구 대회니까 그렇지. 설마 프로리그에 가서도 그게 이어지겠어?’
―그거야 해보기 전까지는 모르는 거 아닙니까?
에바는 생각보다 강하게 나왔다. 대한은 그녀의 말에 살짝 자신의 생각을 수정했다.
‘어쨌든 날 프리킥 전담 선수로 스카우트하러 온 거란 말이지?’
―네, 그렇습니다. 하지만 굳이 이들과 당장 협상을 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적을 하려면 최정규 감독의 허락이 필요합니다. 그러니 일단 유아영 대리를 내세워서 연락처만 받아놓도록 하세요.
‘알겠어.’
대한은 유아영 대리를 불러서 에바의 말을 그대로 전했다. 그녀는 길게 한숨을 내쉬더니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이대한 선수의 매니저입니다. 이적이나 스카우트 및 전학 문제는 전부 저와 상의하셔야 합니다.”
“아니, 벌써 에이전트가 생겼어?”
사람들은 유아영의 말에 놀란 표정이었다.
그녀가 대신 총대를 멘 사이, 대한과 모니카는 잽싸게 주차장으로 튀었다. 조동혁 매니저가 눈치 빠르게 미니밴을 몰고 왔다.
둘은 미니밴을 타고 경기장을 즉시 빠져나갔다. 하지만 대한의 스카우트 파동은 이제 막 서막이 올랐을 뿐이다.
부우웅!
미니밴은 용인서울고속도로를 타고 질주했다.
“어디로 모실까요?”
“강남구 청담동으로 가주세요.”
“네.”
대한은 일단 모니카의 집과 가까운 청담동을 선택했다.
“대한! 고마워요!”
“천만에.”
그녀는 싱긋 미소를 지으며 그윽한 눈빛으로 쳐다봤다. 그러자 대한은 가만히 모니카의 손을 잡고 깍지를 꼈다. 둘 사이에 묘한 핑크빛 기류가 흘렀다.
“크흠.”
분위기가 이상해지자 조동혁이 헛기침을 했다. 모니카는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조동혁의 뒤통수를 살짝 째려봤다.
조동혁은 괜히 온몸이 으스스해지는 기분에 몸을 떨어야 했다. 대한은 그 모습에 속으로 킥킥대며 웃었다.
‘모니카 하는 짓 좀 봐! 웃긴다.’
―마스터를 좋아하는 게 분명합니다.
‘그건 이미 나도 알고 있어. 이렇게 대놓고 신호를 보내는데 어떻게 내가 모르겠어.’
―맞는 말씀입니다.
그는 에바를 쳐다보다가 눈을 빛냈다.
‘아까 스카우터들이 몰려왔잖아.’
―네.
‘그런데 정말 나를 스카우트하려고 온 걸까?’
―그럼 누구를 스카우트하려고 왔겠습니까?
‘믿기지 않아서 그래.’
―마스터께서 아직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본인이 가지고 있는 뛰어난 프리킥 능력을 의심하시는 건 곤란합니다.
‘으음.’
에바의 말에 대한은 나름대로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마스터, 저들은 전문적인 스카우터들입니다. 절대 허투루 돈을 써서 사람을 데려갈 자들이 아니에요. 다 필요하고 써먹을 데가 있으니 이적료를 내고 계약금을 주고 스카우트하려는 겁니다.
‘그렇겠지?’
대한은 에바에게 금세 설득당하고 말았다.
표정이 좀 풀린 그는 이제 시야가 좀 열리는 듯했다.
‘그래도 당장 어딘가로 이적하는 것은 좀 곤란하지 않을까?’
―결정은 마스터가 하는 겁니다. 굳이 이적하고 싶지 않다면 그냥 숭신고에 남아 있어도 됩니다. 졸업하려면 아직 1년도 넘게 남아 있지 않습니까?
‘프리미어리그나 분데스리가의 유소년 시스템이 그렇게 좋다고 하던데…….’
―아까 왔던 스카우터들은 한·중·일 삼국의 스카우터 뿐이었습니다. 아! K리그 유소년 축구팀의 감독도 한 명 있었군요.
대한은 축구 때문에 굳이 중국이나 일본으로 가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만약 간다면 유럽으로 가고 싶었다. 아무래도 축구 유소년 시스템은 유럽이 훨씬 앞서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