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만재능(Feat. 대한 TV)-62화 (61/331)

62화 <음원 강자>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제목은 ‘이번만 부탁해’입니다.”

“이번만 부탁해!”

그녀는 두 손을 가슴으로 모았다. 모니카는 기대 만발한 표정으로 대한을 바라봤다. 덕분에 시청자들도 자연스럽게 그를 향해 시선을 집중시킬 수 있었다.

에바는 준비한 MR을 틀고 화면에 노래방처럼 가사를 띄워줬다.

♬ 내 사랑을 만났어. 그게 마지막 사랑인 줄 알았어. 하지만 사랑은 언제나 헤어짐을 동반하잖아. 날개 꺾인 천사의 아픔처럼 익숙한 고통도 사랑인 거야. ♪

잔잔하게 흐르는 음악과 그 사이를 타고 통통 튀는 박자들! 묵직한 저음의 목소리는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모니카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생각지도 못한 반전의 멜로디와 멋진 노래였다. 이게 대한의 자작곡이라는 사실에 그녀는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세상에! 대체 대한이 못하는 건 뭐야? 어떻게 이런 멋진 곡을 만들어 냈지?’

그녀의 눈빛이 점차 사랑에 빠진 소녀의 그것처럼 변해 갔다. 그런데 이런 현상은 비단 모니카만의 전유물이 아니었다. 감성이 예민한 이들은 대한의 노래를 듣자마자 벌써 눈물을 글썽였다. 그러면서도 묘하게 튀는 독특한 박자에 맞춰 고개를 리드미컬하게 흔들고 발로 바닥을 두드렸다.

채팅 창도 난리가 났다.

[만수르SUH: 대박!]

[닥공: 개좋누!]

[우리두리: 미쳤다.]

[어벤저스: 이게 자작곡이라고?]

[톰과제리: 이 새끼 뭐야? 외계인이야?]

[꼬끼오: 진짜 좋다.]

[자주국방: 닥치고 듣자!]

[아리스: 지렸다.]

[No재팬: 난 이미 흘러넘쳤어.]

[핵인싸: 노래 죽인다.]

[낼름: 목소리 죽인다.]

[어차피우승은봄: 온몸에 소름이 돋아!]

[비련의공무원: 개잘함.]

대한은 노래를 부르면서 점점 가사에 몰입해 갔다. 노래의 주인공이 마치 자신인 것처럼 느껴졌다. 목소리에 감성이 실리고 음정에 감정이 이입되자 시청자들의 폭발적인 반응이 일어났다.

채팅 창은 비가 오듯 줄줄 흘러내렸다.

♭ 그 아픔까지 사랑할 수 있다면 난 이별도 사랑할 거야! 내가 선택했으니까. 내가 좋아했으니까. 내가 사랑해 버렸으니까. 그러니 이번에도 부탁해! 아니, 이번만 부탁해! 내가 숨을 쉴 수 있게 조금만 날 기다려줘. ♬

스튜디오 가득 대한의 묵직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음과 박자 사이를 파고드는 감정의 파도!

아무렇지도 않은 듯 이별의 아픔을 담담하게 말하는 남자의 허세!

그러면서도 아직 희망을 버리지 못하는 여린 감성의 떨림!

이 모든 게 그의 노래에서 분진처럼 묻어나왔다.

“아!”

모니카는 대한을 바라보다 자신도 모르게 감탄사를 터트렸다. 그녀는 지금 자신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고 있다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했다.

대한 TV를 보고 있는 대부분의 시청자가 자신의 상태를 인지하지 못했다. 그만큼 대한의 노래는 몰입도가 대단했다.

무엇보다도 이미 포텐이 터지기 시작해버린 대한의 호소력 짙은 목소리는 강한 흡입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이 유니버셜한 명작에 시너지 효과를 부여했다.

♬ 안녕, 이번만 잘 가. 이번만 오케이. 이번만 안 돼. 이번만 이별. 이번만 Love. 이번만 Hate. 이번만 추억. 이번만, 다시 이번만 부탁해. ♪

중독성 넘치는 후렴구를 마지막으로 대한의 목소리가 잔잔하게 가라앉았다. 하지만 멜로디는 아직 미련이라도 남아있는 듯, 끊어질 듯 아슬아슬하게 계속 이어졌다.

멜로디는 몇 번이나 더 꿈틀대며 살아났다. 그리곤 마침내 아련한 여운을 남기며 마침표를 찍었다.

“…….”

“…….”

노래가 끝나자 대한은 크게 심호흡을 했다. 최선을 다해 집중해서 불렀더니 호흡이 조금 모자랐다.

옆으로 고개를 돌려 모니카의 얼굴을 바라봤다. 그녀의 눈에서 이슬 같은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리고 있었다.

놀란 그는 재빠르게 시선을 돌려 채팅 창을 확인했다.

채팅 창이 그야말로 미쳐 날뛰고 있었다.

[손톱이빨개: X발! 나 책임져!]

[여친찾았다: 지렸다.]

[작업멘트0: 아! 쪽팔리게 눈물을]

[부부젤라: 너무 좋다.]

[개좋앙: 개좋앙.]

[대만여자: 한류 사랑해요.]

[늑골뽑기: 이건 무조건 대박 난다.]

[베링해: 대한아! 음원 내자!]

[터프가이: 감동이다.]

[치킨효린: 노래가 너무 좋아.]

[고로쇠콜라: 목소리가 콜라보다 더 시원해!]

[코란도일: 이제부터 넌 가수다.]

[화가난다: 화가 다 풀렸다.]

[비도깨: 기저귀 없어? ㅠㅠ]

[대폭주: 미쳤다! 미쳤어!]

[조율한겸: 이 노래는 띵작의 냄시가 난다.]

대한의 입가에 한줄기 미소가 어렸다.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반응이 좋았다.

곧 달풍선이 터지기 시작했고 비트가 마구 쏟아져 내렸다. 후원금의 액수도 미친 듯이 올라갔다. 특히 해외에서 듣고 있던 시청자들이 후원금을 마구 투척해 줬다.

리나를 통해 생방송으로 시청할 수 있게 된 중국에서도 위안화의 소나기가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대한은 자신도 모르게 외화까지 벌어들이는 애국자가 되어버렸다.

“모니카!”

“대한!”

그가 모니카의 이름을 부르자 그녀는 한 송이 꽃처럼 대한의 품으로 날아들었다. 따스한 온기가 서로의 몸을 통해 전해졌다.

모니카는 결국 참았던 눈물을 펑펑 쏟아냈다. 그녀의 우는 모습에 시청자들까지 눈물을 흘려야 했다.

말은 안 해도 이미 이심전심! 그녀의 감정이 저절로 이해가 된 것이다.

채팅 창은 눈물 아이콘으로 도배가 됐다. 그리고 모든 시청자가 대동단결해서 음원을 내라고 성화였다.

‘에바! 이거 난리 났는데!’

―마스터, 난리 날 게 뭐가 있습니까? 그냥 자작곡으로 등록하시고 음원 내세요.

‘괜찮겠지?’

―굳이 고민할 필요가 있을까요? 어차피 알 사람도 없는데.’

‘아 참! 그렇지.’

대한은 자신이 잠시 착각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것은 자신이 작사 작곡한 곡이 아니다. 그냥 에바에게 받은 것을 자기 노래라고 하고 부른 것뿐이었다. 우주 어딘가에 있다는 스파이럴 대제국에서 이 사실을 안다면 아마 분통을 터트렸을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 지구까지 쫓아와서 대한에게 항의할 가능성은 전혀 없었다.

‘‘나디아 랩소디’와 ‘더 빠르게’까지 부르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궁금하군.’

―‘이번만 부탁해’보다 절대 약한 반응이 나오지는 않을 것입니다.

에바는 전에 없는 자신감을 내보였다. 그만큼 두 곡이 스파이럴 대제국에서 엄청난 히트를 했다는 말이다.

대한은 남은 두 곡도 연습을 좀 해서 발표하기로 했다.

‘좋아. 그럼 세 곡 모두 음원을 내기로 하자.’

―네, 마스터.

‘저작권 등록과 음원 어떻게 내는지 한번 알아봐!’

―예, 알겠습니다. 필요한 서류와 절차는 유아영 대리를 통해서 해결하겠습니다.

에바는 대한 TV에 합류한 유아영 대리와 조동혁 매니저를 마치 자신의 수족처럼 부리고 있었다.

참고로 대한은 조동혁 ‘씨’라고 부르는 게 좀 뭐해서 그에게 ‘(로드)매니저’라는 직함을 만들어줬다. 얼마나 기뻐하던지 오히려 직함을 준 대한이 무안할 지경이었다.

역시 사람은 감투를 참 좋아하는 것 같다. 어쨌든 돈이 들어가는 것도 아니라서 서로 만족스러웠다.

대한은 모니카와 합방할 때마다 에바가 알려준 노래를 한 곡씩 자작곡으로 발표했다. 반응은 뜨겁다 못해 아예 활활 타올랐다. 이에 힘입어 에바는 빠르게 음원을 내기 위해 유아영 대리를 족쳐댔다. 이 과정에서 국내 음원 시장이 참 문제가 많다는 것을 깨달은 건 덤이었다.

음원 다운로드의 수익 구조는 이렇다. 770원을 내고 음원을 내려받는다. 10%인 70원이 부가세로 빠진다. 700원이 음원 사업자의 매출이 된다. 30대70의 원칙에 따라 700원의 30%인 210원이 음원 사업자(음원 스트리밍 업체)의 수익으로 잡힌다.

나머지 70%인 490(378원 + 저작권료 70원 + 실연료 42원)원이 제작사, 저작권자 등에게 분배된다. 그런데 이 490원도 음원 사업자의 할인이나 번들 상품의 희생양이 되어 200원 남짓한 금액으로 권리자의 수익으로 잡히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여기서(490원) 유통사 수익 20%인 76.5원이 빠지면 302.4원이 제작사의 수익이 된다.

음원 사업자 매출에서 10%인 70원은 저작권료다. 그런데 저작권협회 관리수수료를 빼면 62원이 저작권 수익이 된다. 사업자 매출에서 6%인 42원이 실연료다.

마찬가지로 실연료 협회 관리 수수료를 빼면 33.6원이 실연 수익이 된다. 딱 봐도 뭔가 불합리한 구조다.

음원 사이트와 음원 유통사가 음원 이익의 대부분을 가져간다. 거기에다 저작권료에서 저작권 협회 관리 수수료 11.4%, 실연료에서 실연자 협회 관리 수수료는 무려 20%나 됐다.

불필요한 유통사의 역할도 재고해야 한다. 음원 서비스와 유통의 분리가 웬 말인가? 과도한 수수료와 제 기능도 못 하는 협회도 문제다.

각 곡에 통합 인증 코드 하나 붙이지 않는 서버 관리와 음원 관리는 언제 개선될까? 대한은 이 구조를 파면 팔수록 절로 한숨이 나왔다.

음원 스트리밍 수익 구조도 음원 다운로드 수익 구조와 비슷했다. 음원 사업자 매출에서 35대65 비율로 음원 사업자가 35%를 가져간다. 참고로 음원 다운로드는 곡당 770원이고, 음원 스트리밍(월정액 기준)당 7.7원이라는 게 다를 뿐이다.

정말 대한민국에선 음악 하는 사람들이 참 먹고살기 힘들다. 물론 대한의 경우는 팬이 국내 한정이 아니기에 사정이 좀 달랐다.

‘짜증 나서 안 되겠다. 그냥 세계 최대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인 ‘스포티 뮤직’과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의 강자인 ‘파인애플 뮤직’을 통해 음원을 내자.’

―네, 마스터. 음원을 등록하고 디지털 음원 다운로드 및 스트리밍 서비스 계약을 맺겠습니다.

결국, 대한은 열이 받아서 국내 스트리밍 업체를 통해 음원을 내는 것을 포기했다.

대신 업계 1, 2위를 다투는 세계적인 음원 스트리밍 업체 둘을 선택했다.

‘파인애플 뮤직의 음원 다운로드 수익 구조가 3대7이지?’

―네, 맞습니다. 파인애플 뮤직의 수수료가 30%, 창작자가 70%를 가져갑니다. 곡당 $0.99로 100만 다운로드 기준으로 $99만, 창작자 비율 70%를 적용하면 $69만3천의 수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원화(1$=1,200원 기준)로 환산하면 8억3,160만 원입니다.

‘깔끔하니 좋네.’

―마스터의 존재감을 어필해 광고 지원과 함께 최대한 수익률을 높여 보겠습니다.

에바는 어떻게든 수익률을 더 올릴 생각이었다. 역시 일 잘하는 건 에바를 따라갈 자가 없었다.

‘응, 그렇게 해! 스포티 뮤직의 수익 구조는 어때?’

―스포티 뮤직은 주로 음원 스트리밍을 하는데 스트리밍당 모바일 사용자 $0.0012, 무료 사용자 $0.0051, 무제한 사용자 $0.0078, 프리미엄 사용자 $0.0153의 수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렇게 말하니까 전혀 감이 오지 않는다.’

―쉽게 말해서 음원 천만 스트리밍당 모바일 사용자 $12,000, 무료 사용자 $51,000, 무제한 사용자 $78,000, 프리미엄 사용자 $153,000(1.8억원)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말입니다.

대한은 그제야 음원 스트리밍의 수익도 장난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다만 음원 다운로드 백만, 음원 스트리밍 천만 달성 목표가 과연 이뤄질지 그게 의문이었다.

―디지털 음원과 편안한 뮤직비디오로 만들어서 유티비와 트워치 및 각 플랫폼에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중국은 일단 빼는 게 좋지 않을까?’

―당연히 무단 복제의 나라는 배제해야지요.

에바가 당연하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둘의 판단이 옳다. 중국에 올렸다간 당장 불법 복제가 이루어져 해적판이 돌아다니게 될 것이다. 물론 곧 다른 나라를 통해서 해적판이 돌긴 하겠지만 말이다.

어쨌든 에바 덕에 대한은 골치 아픈 사무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참 다행스러운 일이다.

며칠이 지나지 않아, 전 세계에 그의 노래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한국어와 영어로 각각 부른 세 곡의 노래!

시작은 미약하나 그 끝은 창대하리라!

성경에 나오는 참 좋은 말이다.

대한이 부른 노래들은 이내 이 말처럼 돌풍으로 변해 갔다.

“노래가 너무 좋다.”

“목소리가 아주 끝내준다.”

“가수가 누구야?”

“BTS와 BLACKPINK, PSY와 같은 나라라고 하던데…….”

“그럼 한국이잖아?”

“역시 한류는 다르구나.”

“지금 빌보드 차트를 씹어먹으며 올라가고 있어.”

처음에는 생소한 얼굴과 이름이라 누군지 알지 못했다.

하지만 유티비와 트워치를 시작으로 페이스노트와 원스타그램의 팔로워들을 통해 점차 대한의 이름이 알려졌다.

“이 사람 유명한 유티버야!”

“트워치에서 게임 스트리머로 알아주는 친구잖아?”

“페이스노트에 천만이 넘는 팔로워를 가지고 있어.”

“원스타그램에도 팔로워가 660만이야.”

“미녀들과 방송을 하는 유명 스트리머구나. 재미있겠다.”

다들 호기심으로 시작된 검색이었다. 하지만 대한 TV를 보고는 구독자가 되었고 그의 팔로워로 변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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