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만재능(Feat. 대한 TV)-60화 (60/331)

60화 <살인 태권도>

“무엇보다 지금 대한 TV에서 벌어들이는 돈이 나가는 돈보다 너무 많습니다. 어차피 세금으로 다 내실 거면 그 돈으로 적당히 소비하세요. 대한 TV에 필요한 장비를 구매한다든가 물품을 구매한다든가 아니면 자동차라도 리스하세요.”

“자동차도 사지 말고 리스를 하라는 말인가요?”

“차를 사는 것보다는 리스하시는 게 세금 감면에 유리합니다.”

유화정 회계사의 전문적인 조언에 이태산과 김혜정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그동안 번 돈의 삼 분의 일, 아니 최대 반 이상이 세금으로 나가게 될 겁니다.”

“세금을 그렇게 많이 내야 합니까?”

“네, 그래서 빨리 회사를 설립하려고 하는 겁니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세금을 내는 것은 참 아깝다. 괜히 나라에 돈을 빼앗기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특히 직장인들은 원천 징수를 당한다. 매달 월급 명세서를 받을 때마다……. 절로 욕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했다.

대한도 마찬가지다. 이미 일반인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많은 돈을 벌어들였다. 변호사와 회계사를 통해 뭔가 빠르게 대처하지 않는다면 당장 세금 폭탄을 피해갈 수가 없었다. 문제는 대한이 그동안 쓴 돈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돈을 벌면 사람들이 제일 먼저 좋은 차를 사던데……. 그게 다 이유가 있었네.’

―어차피 세금으로 다 빠져나갈 거, 마스터께서 적당히 지출하는 게 좋겠습니다.

‘그럼 나도 당장 차를 사야겠다. 아니, 리스를 해야겠어.’

―운전면허증은 있고요?

‘아! 그게 없네.’

생각해 보니 대한은 운전면허증이 없었다. 응시 자격이 18세 이상이라 당장은 운전면허 시험을 볼 수 없었다.

―마스터께서 운전면허가 없으시더라도 운전할 수 있는 직원을 고용하면 됩니다. 앞으로 데이트 방송도 하고 야외 방송도 나가려면 미니밴 한 대 정도는 구매해 놓는 것이 좋겠네요.

‘에바가 리스로 한번 알아봐!’

―네, 마스터.

대한은 일단 미니밴 한 대부터 리스하기로 마음먹었다.

그가 잠시 에바와 대화를 나누는 사이, 정반석 변호사와 유화정 회계사는 이태산과 김혜영에게 여러 가지 조언을 해줬다.

결국, 두 사람은 세금으로 빼앗기느니 차라리 대출을 받아서 빌라에 살겠다는 마음을 먹게 됐다.

“에고, 내가 아들 덕을 다 보는구나.”

“그러게 말이에요. 대한이가 이렇게 잘 자라서 자기 앞길을 찾아갈지 누가 알았겠어요.”

이태산과 김혜영은 오만가지 감정이 섞인 눈빛으로 대한을 쳐다봤다. 고맙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못 해줘서 미안하기도 했다.

대한은 부모님이 빌라로 이사를 하신다는 말에 크게 기뻐했다.

“잘 생각하셨어요. 두 분이 편히 사시는 게 절 도와주는 거예요.”

“그래, 알았다. 앞으로는 널 많이 도와주며 살게.”

“하하하! 고맙습니다.”

대한은 이태산과 김혜영의 손을 잡고 파안대소를 터트렸다.

그는 아직 미성년자다. 뭘 결정하든 간에 꼭 부모님의 동의가 필요하다. 그래서 이렇게 전폭적으로 믿어주시는 게 대한에겐 정말 큰 힘이 된다.

“며칠 안에 회사를 설립하고 은행에서 법인 카드를 발급받겠습니다. 그런 다음 이 목록과 분류에 맞춰서 필요한 장비와 물품을 법인 카드로 구매하세요.”

“당장 미니밴을 하나 사려고 하는데, 법인 카드를 써야 하나요?”

“될 수 있는 대로 회사에서 필요한 것은 전부 법인 카드를 통해 사는 게 좋아요. 그리고 미니밴도 리스로 구매하세요.”

“네, 알겠습니다.”

유화정이 내민 서류를 받아들며 대한은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1시간 정도 회의를 더 하다가 이태산과 김혜영을 집으로 돌려보냈다. 이제부터는 부모님이 들어서 하등에 좋을 게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합성 사진 고소 고발 건은 어떻게 됐어요?”

대한은 부모님을 승강기까지 배웅하고 돌아오자마자 정반석에게 물었다.

“증거 자료가 너무 확실해서 도무지 질 자신이 없습니다.”

“하하하! 잘됐네요. 확실하게 해결해 주세요.”

정반석은 미소를 지으며 서류 몇 장을 앞으로 내밀었다.

“아직 해결해야 할 절차가 남아 있습니다.”

“모니카, 고리나, 류연의 동의서를 받아오라는 말씀이시죠?”

“알고 계셨군요. 맞습니다. 세 분의 동의서를 받아오면 일을 처리하기가 훨씬 쉬워집니다.”

“알겠어요. 최대한 빨리 동의서를 받아올게요.”

리나와 류연에게는 미리 허락을 받아뒀다. 하지만 그들의 매니지먼트 회사에도 말을 해놔야 하니 시간을 좀 달라고 했다.

모니카에게 처음 이 소식을 전달했을 때, 화가 나서 길길이 뛰는 것을 대한이 겨우 진정시켰다. 그 뒤 그녀도 동의서를 써준다고 했다.

“미성년자가 용서를 구하면 어떻게 합니까?”

“미성년자와 성인을 굳이 구분할 필요가 있을까요?”

“그럼 합의 없이 진행해야겠군요.”

“네.”

정반석은 잠시 생각을 하다가 입을 열었다.

“합의를 해주지 않아도 법원에 공탁금을 걸 수 있습니다. 재판부에 공탁서를 제출하여 합의를 위한 시도를 했다고 하면서 양형 참작을 노리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무슨 뜻인지 잘 알았습니다. 하지만 미성년자라고 봐주는 거는 없습니다. 그냥 법대로 진행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대한은 정반석 변호사가 뭘 걱정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있는 놈들은 어떻게든 빠져나갈 거라는 말이었다. 하지만 대한은 굳이 걱정하지 않았다.

그런 놈들은 괘씸죄를 적용해서 에바가 따로 몇 배의 배상금을 물리게 할 작정이었다. 최악의 경우, 놈들의 비리를 몽땅 털어서 전부 터트려버리면 그만이었다.

“그럼 나머지는 두 분이 상의해 주시고 결정이 되면 저에게 연락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곧 다시 연락할게요.”

대한은 몇 가지 중요한 문제를 상의한 후 정반석 변호사와 유화정 회계사를 돌려보냈다.

이제 조금 있으면 저녁 방송을 시작해야 한다. 오늘은 트워치를 메인으로 게임 방송을 할 예정이다. 당연히 아메리카 TV와 유티비 라이브는 서브로 해서 동시 송출 하게 될 것이다.

아메리카 TV에서 시청자 수 증가가 한계를 보이니 트워치의 시청자 수라도 늘려보겠다는 전략이었다.

‘에바!’

―네, 마스터.

‘앞으로 광고도 받고 협찬도 좀 받자!’

―예, 알겠습니다. 그동안 의뢰받은 것만 해도 당분간 유아영 대리는 정신없이 바빠질 것입니다.

‘아마 그렇겠지.’

대한은 이제 한 회사의 사장이 됐다. 직원 두 명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막중한 중압감이 알게 모르게 그의 의욕을 더욱 불러일으켰다.

* * *

“대한아! 같이 피시방 가서 게임 하자!”

“대한아! 우리 엄마가 너 보고 싶다고 오래!”

“대한아! 내 생일 파티 올래?”

참새처럼 조잘대는 반 아이들의 말을 한쪽 귀로 흘려보내며 대한은 그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미안! 나 오늘 꼭 가봐야 할 곳이 있어. 나중에 보자!”

그는 친절한 미소를 지으며 몸을 돌렸다. 뒤에서 구시렁대는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대한은 1도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새절역을 향해 걸어갔다. 20분쯤 가자 새절역 4번 출구가 나타났다. 대한은 지하철을 타지 않고 출구 옆에 있는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은평 종합 격투기 체육관’

오늘 그가 가려고 하는 목적지였다. 2층으로 올라가 체육관의 문을 열었다.

딸랑!

문에 매달아 놓은 딸랑이 소리가 크게 울렸다. 대한은 안으로 들어가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눈이 부리부리한 중년 사내가 그를 쳐다봤다. 하얀 도복에 검은 띠를 한 것을 보니 체육관의 관장이나 사범인 듯했다.

“어서 오세요. 처음 뵙는 분 같은데……. 어떻게 오셨어요?”

“호신술을 배우러 왔는데요.”

“아! 잘 오셨습니다. 저는 조광조 사범입니다.”

“세계 태권도 선수권 대회 금메달리스트인 조광조 사범님 맞으시죠?”

“오오! 이거 알고 오셨구먼.”

조광조는 대한의 말에 반색했다.

은퇴한 지 10년도 넘은 과거의 일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자신을 기억해 주는 사람이 있다니 괜히 고마운 생각이 들었다.

대한은 웃으며 자연스럽게 손을 내밀었다. 조광조는 흔쾌하게 그의 손을 마주 잡고 흔들었다.

‘에바!’

―피코셀을 주입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현재 재능 흡수 대상자 조광조의 DNA를 분석 중입니다.

‘최고 등급 재능이 어떤 게 있지?’

―오! 더블 S 등급의 재능이 2개나 있습니다.

‘2개?’

―‘태권도(SS)’와 ‘격술(SS)’입니다.

대한은 눈앞에 터진 더블 콤보에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특히 북한의 특수 부대가 배운다는 살인 무술 ‘격술’이 나오자 기대감이 증폭했다.

‘에바! 격술이 나왔어.’

―진정한 실전 무술, 아니 살인 기술이 나왔군요.

격술은 태권도에 유도, 킥복싱 등 다양한 무술과 격투기를 접목한 것으로 실제 맨손 살인이 가능할 정도로 잔인해 ‘살인 태권도’라 불린다.

“호신술을 배우러 오셨다고 했는데 어떤 호신술을 배우고 싶으세요?”

“종류는 잘 모르겠고, 스포츠가 아닌 실전에 도움이 되는 호신술을 배우고 싶습니다.”

“혹시 누군가 괴롭히는 사람이 있습니까?”

조광조는 이런 일을 많이 겪어봤는지 꽤 신중하게 말했다.

“굳이 없다고는 말 못 하겠네요.”

“솔직히 그런 경우는 호신술보다 경찰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대한은 조광조의 말에 싱긋 미소를 지었다. 다른 사람 같았으면 온갖 무술을 다 배워야 한다고 설레발을 쳤을 것이다. 하지만 조광조는 신념이 있는 사람이라 그에게 솔직하게 말해 줬다.

“사람을 헤치고 싶진 않지만 그래도 자신을 스스로 보호해야만 하는 상황이에요. 그것도 꽤 싸움을 잘하는 세 명을 동시에 상대해야 합니다.”

“흠. 그것참 곤란한 상황이군요.”

조광조는 잠시 생각을 하다가 단호하게 말했다.

“자신의 몸을 지키는 것은 인간의 당연한 본능이자 권리입니다. 하지만 일어난 결과에 대한 모든 책임은 결국 본인이 져야 합니다.”

“네,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럼 오광래 사범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예에? 직접 가르쳐주시는 게 아니고요?”

“저는 사범이자 이 체육관의 관장입니다. 전 할 일이 많아서 저한테 배우시면 자칫 소홀해질 수가 있습니다. 그러니 이 분야에 전문가인 사람에게 배우세요.”

대한은 대략 난감해 졌다.

‘에바, 이거 어떻게 하지?’

―일단 만나보세요. 종목은 태권도와 격술 중 하나를 선택해서 배우세요.

에바와 잠시 대화를 나누고 있는 사이, 조광조 사범, 아니 관장은 오광래 사범을 데려왔다.

“우리 오광래 사범과 얘기를 나눠보고 무엇을 배울지 결정하세요.”

“네, 감사합니다.”

조광조가 웃으면서 뒤로 빠졌다.

대한은 오광래를 향해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이대한입니다.”

“오광래 사범입니다.”

오광래도 그를 향해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큰 키에 호리호리한 체격을 가진 삼십 대 초반의 사내. 그런데 이상하게도 억양이 좀 남달랐다.

“혹시 조선족이세요?”

“아닙니다. 탈북민입니다.”

“아! 그러시구나. 어쩐지 억양이 좀 독특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혹시 제가 탈북민이라는 게 문제가 됩니까?”

오광래의 눈에서 차가운 한기 같은 게 느껴졌다. 대한은 깜짝 놀라 마구 두 손을 흔들었다.

“아닙니다. 절대 그런 거 아닙니다. 그냥 탈북민을 만나본 게 처음이라서 그럽니다.”

“그러시군요.”

오광래의 눈빛이 순식간에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다.

‘우와! 이거 뭐야? 혹시 이게 살기라는 거야?’

―살기가 맞습니다. 사람을 죽여본 자만이 가지는 기세이기도 합니다.

대한은 에바의 말에 침을 꿀꺽 삼켰다.

“호신술을 배우고 싶다고 하셨는데 어떤 호신술을 배우고 싶습니까?”

“격술을 배우고 싶습니다.”

“내가 격술을 하는 것을 어떻게 아셨습니까?”

오광래 사범은 호기심 가득한 눈초리로 대한을 쳐다봤다. 그는 정말 사회성이라고는 1도 없는 자였다.

“탈북민이라고 하셔서 혹시 알까 해서 말해 본 겁니다.”

“격술을 배우려는 이유가 뭡니까? 취미 생활입니까?”

“제 몸을 스스로 보호하려면 태권도도 좋겠지만 격술 같은 실전 무술이 더 낫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럼 격술을 배우시겠습니까?”

오광래는 생각보다 쉽게 허락했다.

‘에바, 어떤 것을 먼저 배울까?’

―격술을 먼저 배우는 게 좋겠습니다. 태권도는 나중에라도 얼마든지 배울 수 있으니까요.

‘그럼 격술(SS)을 흡수해 줘!’

―네, 마스터의 뜻대로 하겠습니다.

에바의 조언을 따라 대한은 먼저 격술부터 흡수하기로 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