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만재능(Feat. 대한 TV)-59화 (59/331)

59화 <회사 설립>

‘그러니까 자연스럽게 키가 크도록 내버려 두라는 말이지?’

―예, 그렇습니다. 그렇다고 190cm 이상 커지는 것을 방관할 수는 없겠지요.

‘하긴 내가 농구를 할 것도 아닌데 그렇게 커질 필요는 없을 거야.’

생각해 보면 이것도 배부른 자의 소리였다. 자신의 키를 얼마만큼 키울지를 걱정한다는 것이 절대 평범한 일은 아니었다.

‘키는 그렇다 쳐도 몸무게는 어떻게 된 거야? 어쩐지 살이 잘 빠지지 않는 것 같잖아.’

―앞으로 꾸준히 자라게 될 키를 생각하면 다이어트를 지속하는 것은 바람직한 생각이 아닙니다.

‘그럼 나 이제 다이어트 멈추고 마음껏 먹어도 되는 거야?’

에바의 말에 대한은 제일 먼저 먹는 것부터 생각했다. 그만큼 식욕이 많다는 의미였다.

―네, 잘 먹고 열심히 운동하시면 됩니다. 다만 과식이나 폭식은 자제해 주세요.

‘응, 알았어. 나도 이제 과식은 못 하겠어. 위가 작아져서 그런지 너무 힘들더라고.’

말은 이렇게 했지만, 그의 얼굴을 이미 만족한 미소가 걸려있었다.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는 중압감에서 벗어난 것만으로도 벌써 기분이 좋아진 것이다.

대한은 냉장고로 가서 시원한 탄산수를 꺼내 마셨다. 창밖을 보니 푸른 하늘에 하얀 구름이 떠다니고 있었다.

가만히 구름을 바라보자 그 안에 아버지와 어머니의 얼굴이 보이는 것 같았다.

‘에바! 이제 우리 집 살 수 있지?’

―어떤 집을 사느냐가 문제입니다. 근처에 방 3개짜리 아파트나 빌라 매매 가격은 1억7천에서 3억2천까지 다양합니다. 은평구 신사동에 6층짜리 빌라 2층에 28평 급매물이 하나 올라와 있습니다. 살펴보니 가성비가 훌륭합니다. 현재 매매 가격은 1억8천이네요.

‘그 정도면 두 분이 사시기에 적당하겠다.’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런데 우리 살 돈은 확실히 있는 거지?’

―물론이죠. 개인 방송을 시작한 지 벌써 3달이 넘었습니다. 그동안 마스터께서 쓰신 돈은 정말 얼마 되지 않습니다. 나머지는 전부 은행에 차곡차곡 쌓여있습니다.

대한은 나이가 어려서 돈을 어떻게 써야 할지 몰랐다. 그래서 열심히 벌어서 그냥 은행에다 넣어두기만 했다. 돈을 번다는 것도 사실 손에 잡히는 실체가 없어서 실감을 느끼지 못했다. 그로 인해 아직은 돈 씀씀이가 거의 없다시피 했다.

‘그럼 이따 다들 모이면 집을 구매하는 것까지 의논해보자고.’

―네, 마스터.

오늘 대한은 부모님은 물론이고 변호사와 회계사, 앞으로 함께 일할 직원들까지 모두 한꺼번에 집으로 불러들였다. 에바가 모든 일을 혼자 처리하기엔 대한 TV가 너무 커져 버렸기 때문이다. 당장 세금만 하더라도 전문가의 조언이 없으면 세금 폭탄을 맞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대한은 현재 자신의 채널인 대한 TV의 상황이 알고 싶어졌다.

‘에바! 대한 TV의 구독자와 팔로워 수가 얼마나 되지?’

―아메리카 TV의 평균 시청자 수는 7만5천 명, 구독자 수는 51만 명입니다.

‘평균 시청자 수는 비슷하고 구독자 수만 좀 늘었네.’

―평균 시청자 수가 거의 맥시멈에 도달했다고 보시면 됩니다. 특별한 행사가 없는 이상 오르더라도 소폭 증가로 끝나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구독자 수는 아직도 늘어날 여력이 남아 있습니다.

충분히 이해가 간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계속해서 에바의 설명이 이어졌다.

―마스터의 풍력은 6만에 머물러 있습니다. 여캠 버프는 8만에서 10만 사이로 보고 있습니다.

‘확실히 여캠과 합방을 해야 한다는 결론이군.’

―고리나와 류연이 각각 싱가포르와 중국으로 출국했으니 당분간은 모니카와 합방을 해야 합니다.

대한은 당연한 말인 줄 알면서도 혹시나 하는 생각을 했다.

‘다른 여캠과 합방하는 것은 어떨까?’

―아직 해보지 않아서 확신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고리나와 류연은 고사하고 모니카의 풍력을 따라잡기는 힘들 것입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한번 시도는 해봐야지?

대한은 시도도 해보기 전에 안 된다고 확정 짓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이 부분은 에바도 전적으로 동감을 표시했다.

―맞습니다. 하지만 잘못하면 여캠을 이용한다는 프레임이 씌워질 수도 있습니다.

‘그럼 어떡하지? 그냥 모니카만 불러서 합방할까?’

―유명한 여캠보다 신인 여자 스트리머를 발굴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아! 그게 좋겠다. 에바가 한번 알아봐 줘!’

―네, 마스터.

그는 즉각 에바의 아이디어를 채택했다.

에바의 보고가 계속 이어졌다.

―유티비의 구독자 수가 드디어 천만을 넘어 1,060만이 됐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이미 축하받은 거잖아. 뭘 또 두 번이나 축하하고 그래.’

―그래도 자꾸 축하하면 좋지 않습니까?

에바는 억지를 부렸다.

하지만 대한은 그래도 기분이 좋았다.

미소를 지은 얼굴이 도무지 펴질 줄을 몰랐다.

―트워치 구독자 수도 408만이 됐습니다. 페이스노트의 팔로워는 840만 그리고 원스타그램의 팔로워는 600만을 넘겼습니다.

‘어휴! 이제는 정말 내가 감당하기 힘든 수치가 됐어.’

―그래서 이번에 직원을 두 명이나 뽑은 게 아닙니까?

‘직원을 뽑은 것이 아니라 아는 사람들에게 소개를 받은 거지.’

―소개를 받아서 뽑든 면접을 봐서 뽑든 직원이 2명이나 생긴 것은 변하지 않습니다.

‘그래. 네 말이 맞아.’

대한은 굳이 에바와 말다툼을 할 생각이 없었다. 그는 에바와 함께 앞으로의 계획을 다시 한번 검토했다.

띵동!

벌써 약속된 시간이 됐는지 초인종이 울렸다. 인터폰을 열어 확인하니 아버지 이태산과 어머니 김혜영이었다.

부모님이 집에 들어온 직후 다시 초인종이 울렸다. 이번에는 법무 법인 율율의 정반석 변호사와 유화정 회계사였다. 연이어 오늘 처음 출근하는 새 직원 유아영과 조동혁도 함께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거실은 갑작스러운 사람들의 방문으로 북적였다. 대한은 아버지와 어머니를 한 번씩 안아주고 거실 소파로 모셨다. 그런 후 정반석 변호사와 유화정 회계사를 반대편 소파에 앉혔다. 자신과 유아영 그리고 조동혁은 식탁에서 의자를 가져다 앉았다.

“…….”

“…….”

모두 자리를 잡고 앉아 입을 꾹 다문 채 대한을 쳐다봤다. 그는 잠시 거실에 모인 사람들과 일일이 눈을 마주쳤다. 그러고 난 후 대한은 자신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렇게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

대한을 제외한 모든 이들의 얼굴이 진지해졌다. 특히 이번에 새로 뽑힌, 아니 소개로 들어온 유아영과 조동혁의 얼굴은 긴장으로 딱딱하게 굳어졌다.

대한은 먼저 정반석 변호사와 유화정 회계사를 보며 말문을 열었다.

“정반석 변호사님과 유화정 회계사님의 조언대로 회사를 설립하기로 했습니다.”

“잘 생각하셨습니다.”

계란형의 얼굴에 오관이 번듯한 정반석 변호사가 반색했다. 미시족인 유화정 회계사도 옆에서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어떤 형식의 회사를 세울지는 대한 TV의 특성과 세금 문제를 고려해서 두 분이 이른 시일 안에 결정해 주세요.”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대한이 나이는 어리지만 정반석과 유화정은 꼬박꼬박 존댓말을 썼다. 그들이 속한 법무 법인과 회계 사무실에서 대한을 VIP로 취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대한 TV의 성장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는 말이다.

“사장은 제 이름으로 하고 이사는 저희 부모님의 이름을 넣어주세요. 직원은 여기 유아영 씨와 조동혁 씨 두 분입니다. 문제없죠?”

“전혀 문제없습니다.”

정반석 변호사는 자신감에 찬 미소를 지었다.

대한은 유화정 회계사를 한번 쳐다본 후 키가 작고 용모가 단정한 유아영을 보고 말했다.

“광고 회사에서 3년 동안 일한 경력을 인정해 유아영 씨를 오늘부터 대리로 임명합니다.”

“어머! 감사합니다.”

유아영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대한의 승진 인사를 넙죽 받아먹었다.

짝짝짝짝!

다들 축하 인사로 손뼉을 쳤다. 특히, 그녀의 사촌 언니인 유화정은 본인 일처럼 기뻐했다.

대한은 유아영에게서 고개를 돌려 조동혁을 쳐다봤다. 그는 아버지 이태산의 친구인 조중혁의 아들이었다. 그는 고3까지 충암고 축구부의 스트라이커였었다. 그런데 축구 경기 중 살인 태클에 당해 무릎이 아작 난 후 학교도 못 가고 재활 치료에만 전념을 했다. 더는 축구를 할 수 없었지만 다행히 경과가 좋아 최소한 일반인처럼 생활하는 것에는 문제없다는 진단을 받았다.

대한의 아버지인 이태산은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하고 사회에 나온 조동혁이 직장 없이 백수 생활을 이어가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그때 대한이 직원을 구한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그를 적극 추천한 것이다.

“조동혁 씨도 오늘부터 저희 대한 TV의 정직원입니다.”

짝짝짝짝!

다시 박수가 터져 나왔다. 조동혁은 부끄러운지 얼굴이 붉어졌다.

“감사합니다.”

“운전면허는 있으시죠?”

“네, 이번에 따놨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합니다.”

“아닙니다. 저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대한이 그를 향해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그러자 조동혁은 튕기듯이 일어나 90도 각도로 그를 향해 고개를 꾸벅 숙였다. 중졸에 불과한 그가 어디를 가서 이런 직장을 구한단 말인가!

조동혁은 대한이 비록 나이는 어리지만 앞으로 자신의 생계를 책임져줄 회사의 사장이라는 것을 확실히 인식했다. 그래서 속으로 최선을 다하리라 나름 마음을 굳게 먹었다.

“유아영 대리와 조동혁 사원은 오늘부터 정식 근무라는 것 아시죠?”

“네.”

“예, 잘 알고 있습니다.”

유아영과 조동혁이 힘차게 대답했다.

“그럼 스튜디오 안으로 들어가서 대한 TV의 편집자님과 인사를 나누시고 원격으로 교육을 받도록 하세요.”

“네, 사장님.”

“예, 사장님.”

두 사람은 대한에게 깍듯이 인사를 하고 스튜디오 안으로 들어갔다. 그들은 이제부터 에바를 통해 능력 있는 직원으로 거듭나게 될 것이다.

‘에바!’

―네, 마스터.

‘제대로 잘 가르쳐라!’

―확실하게 굴리겠습니다.

‘장난은 적당히 치고.’

에바는 자신의 부하가 생겼다고 착각하는 것 같았다.

―예, 걱정하지 마십시오. 조만간 프로페셔널한 직원 두 명을 거느리게 될 것입니다.

‘두 사람의 뒷조사는 해놨지?’

―범죄 기록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이메일과 SNS를 조사해 본 결과, 정신이상 병력을 가지고 있지 않은 정상인들이었습니다. 다만 유아영은 명품을 좋아하고 나이에 맞지 않게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을 위해 덕질을 심하게 하는 편입니다.

‘20대 중반의 아가씨가 덕질이라……. 뭐 범죄만 아니라면 그 정도는 충분히 이해해 줄 수 있지. 조동혁은?’

―다쳤던 몸은 확실히 회복됐습니다. 앞으로 일하는 건 문제가 없을 겁니다. 다만 가정 형편이 어려워서 당장 취업을 하지 않으면 힘들어질 상황이었습니다. 대한 TV에 취직하게 된 것을 행운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그거 듣던 중 반가운 소리군.’

유아영과 조동혁이 스튜디오 안으로 들어가자 대한은 이제 부모님을 쳐다봤다.

“아버지! 어머니! 이제 약속을 지켜주세요.”

“무슨 약속?”

이태산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쳐다봤다.

“근처에 빌라 하나가 급매물로 나왔습니다. 가격이 1억8천이라고 하더군요. 제가 사서 선물해 드리겠습니다. 꼭 받으셔야 합니다.”

“됐다. 우리는 그냥 지금 사는 집에 있어도 충분해! 괜히 쓸데없는 곳에 돈 낭비할 생각하지 말아라!”

역시 예상대로 이태산은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대한은 이대로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

그는 정반석과 유화정을 쳐다봤다. 은밀히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유화정이 특유의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이대한 사장님께서 부모님을 위해 빌라를 사주시는 것은 저도 반대입니다.”

“네에?”

대한은 눈을 휘둥그레 떴다. 도움을 요청했더니 오히려 반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유화정의 말은 아직 전부 끝난 것이 아니었다.

“나중에 상속을 하게 될 경우 대한 씨가 거액의 세금을 물어야 합니다. 그러니 빌라를 사려면 대한 씨의 이름으로 사는 것이 좋습니다.”

“그건 나도 찬성입니다.”

이태산이 바로 유화정의 말에 찬성표를 던졌다. 그녀는 이태산을 향해 살짝 고개를 숙였다.

“빌라를 살 때, 굳이 현찰로 살 필요 없습니다. 요즘 금리가 1% 시대입니다. 주거래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원하는 빌라를 사세요. 그러면 세금 감면 혜택을 상당히 받을 수 있습니다.”

“아!”

유화정의 말은 대한과 그의 부모에게 단비와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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