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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만재능(Feat. 대한 TV)-55화 (55/331)

55화 <기습>

스마트폰 안에는 증거가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여기 있네.”

“이놈들이 맞군.”

“따뜻한 밥 먹고 할 짓이 그렇게 없었냐!”

경찰은 각자 한마디씩 하더니 일진 셋을 데리고 나갔다. 담임도 놀라서 그들을 따라나섰다. 아무리 미워도 이들은 자신이 담당하는 반의 학생들이었다.

“지금 아이들을 경찰서로 데려가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범인을 잡았으니 조서를 꾸미고 입건해야지요.”

“저도 같이 가겠습니다.”

“그렇게 하세요. 참! 이 아이들의 부모님에게 연락해서 경찰서로 와달라고 해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신고를 받았고 증거를 찾았고 범인의 신병을 확보했다. 경찰들의 얼굴에 만족한 빛이 어렸다. 그러나 일진 세 놈의 얼굴은 사색이 되어갔다.

장난삼아 한 일이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파장이 엄청났다. 하지만 이들은 아직도 일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전혀 몰랐다. 경찰서에 그들을 고소 고발하고 족치게 될 변호사까지 대기하고 있다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경찰에 끌려가는 일진 세 놈의 모습을 보는 대한의 눈빛은 여전히 차가웠다.

* * *

대한은 오전 수업을 마치고 점심을 먹었다. 그런 후 축구부로 가서 선수들과 같이 전술 훈련을 했다. 4강전이 코앞이라 다들 열심이었다. 그렇게 오후를 알차게 보낸 대한은 책가방을 찾은 후 교문을 나섰다.

‘오늘도 보람찬 하루를 보냈다.’

―이렇게 매일매일 열심히 공부하고 운동하시는 마스터의 모습이 참으로 보기 좋습니다.

‘무하하하!’

대한은 에바의 아부에 기분이 좋아졌다. 사실 오전에 일진 세 놈을 경찰서로 날려버렸을 때부터 컨디션은 최상을 찍고 있었다.

그는 즐겁게 콧노래를 부르며 길을 걸었다. 학교에서 스튜디오가 있는 오피스텔까지는 걸어서 15분 정도다. 물론 빨리 걸으면 10분에도 갈 수 있었다. 하지만 대한에겐 당장 바쁜 일이 없었다.

―마스터! 다음 재능은 어떤 것으로 하실지 결정하셨습니까?

‘아니, 아직 결정하지 않았어. 언어학이나 춤, 아니면 피아노나 작사, 작곡 중에 하나를 배워볼까 생각 중이야.’

―어느 것을 배우셔도 마스터에게 손해날 일은 없겠군요.

에바는 그가 언급한 재능들이 모두 대한에게 유용하다고 판단했다.

대한은 골목을 걸으며 에바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그때 갑자기 얼굴에 가면을 쓴 세 사람이 나타났다. 그들은 대한의 앞길을 막더니 다짜고짜 달려들었다.

‘뭐야, 이놈들?’

―마스터! 이들은 고동수, 주경원, 장문기입니다.

에바의 말에 대한은 급히 뒷걸음치며 소리쳤다.

“고동수, 주경원, 장문기!”

“억!”

그들의 몸이 굳어버리기라도 한 듯 딱 멈춰 섰다.

“가면을 쓰면 못 알아볼 줄 알았냐?”

“…….”

“너희들 뒷감당할 자신은 있는 모양이다?”

일진 셋은 정체가 밝혀졌음에도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사전에 뭔가 약속을 한 게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들은 서로 눈짓을 교환하며 슬금슬금 대한에게 다가왔다.

‘에바, 이놈들이 왜 여기 있어? 경찰에 잡혀갔잖아.’

―합성 사진을 만들고 음란물을 유포한 혐의로는 미성년자를 구속할 수 없습니다. 이들의 부모가 변호사까지 동원해서 불구속 입건으로 끝났습니다.

‘이런!’

에바의 설명에 대한은 속에서 열불이 솟구쳤다. 그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일진들을 피해 뒤로 계속 물러났다. 그러나 일진들의 따라오는 속도가 더 빨랐다.

‘싸워야겠다. 더는 맞고 살 수 없어!’

마침내 대한은 마음을 굳혔다. 비록 이기진 못한다고 해도 예전처럼 가만히 맞아줄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단 한 대라도 좋으니 이들을 패주고 싶었다.

대한은 육체만 변한 것이 아니었다. 이렇게 마음가짐도 변해 있었다. 그가 의지를 세우는 순간 에바도 빠르게 반응했다.

―마스터의 안전을 위해 긴급 모드로 들어갑니다.

‘긴급 모드?’

―일시적으로 마스터의 신체 능력을 극대화하겠습니다. 부작용이 있을 수 있으니 제 안내에 따라주세요.

‘알았어.’

대한은 속으로 환호성을 질렀다. 에바가 도와준다고 했으니 이제 안심이었다. 그러나 눈앞으로 날아오는 주먹을 보자 곧 헛바람을 들이켜야 했다. 대한은 반사적으로 왼손을 들어서 막았다.

지이잉!

그때였다. 갑자기 세상의 움직임이 느려지기 시작했다. 에바가 동체 시력과 반사 신경을 증강하고 호르몬을 조절한 것이다.

대한은 이게 무슨 일인가 하고 놀랐다. 그러나 당장 급한 것은 호기심을 채우는 일이 아니다. 일진 세 놈의 공격을 막고 피하는 것이었다.

대한의 왼손이 느리게 위로 올라갔다. 주먹이 다가오는 것을 손으로 막으며 옆으로 밀어냈다.

발차기가 날아왔다. 대한은 상대의 발차기를 옆으로 한발 움직여 흘려보냈다.

그렇게 일진 세 놈의 무자비한 공격을 간발의 차이로 피해 냈다.

비슷한 상황이 몇 번 반복이 되자 대한은 자신감이 생겼다. 하지만 에바가 초를 쳤다.

―마스터, 언제까지 긴급 모드를 유지할 수는 없습니다.

‘부작용이 심한가 보지?’

―최대 3분이 한계입니다. 그 이상은 현재 마스터의 육체로는 견딜 수 없습니다. 후유증으로 병원에서 입원하고 싶지 않으시면 빨리 일진 세 명을 때려눕히세요.

‘알았어.’

에바의 말에 대한의 반응이 급변했다. 일진의 공격을 피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동시에 공격도 했다.

주먹을 이용하지는 않았다. 사람을 패다가 자신의 주먹과 손목이 나갔다는 말을 어디선가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손바닥으로 얼굴을 치고 팔꿈치와 무릎으로 놈들의 턱과 복부를 찍었다.

세 놈이 고통스러워하는 게 보였다. 하지만 놈들도 사생결단하고 덤볐다.

대한은 할 수 없이 최후의 수단을 썼다. 발로 이들의 불알을 하나씩 걷어차 버린 것이다. 느린 세상 속에 빠른 판단과 움직임을 보일 수 있는 그만이 가능한 공격이었다.

‘미안! 하지만 나부터 살아야지.’

그는 같은 남자로서 이렇게밖에 할 수 없는 것이 안타까웠다. 마음속으로 심심한 사과의 염을 전했다.

어쨌든 결과는 확실했다. 불알이 터질듯한 고통에 버틸 수 있는 수놈은 존재하지 않는다.

“으악!”

“크악!”

“아악!”

일진 세 놈이 참혹한 비명을 지르며 차례로 쓰러졌다. 동시에 느려졌던 세상이 확 풀리며 원래의 속도로 돌아왔다.

―마스터! 깔끔하게 마무리하세요.

에바는 끝까지 독하게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숨길 수 없는 분노가 담겨있었다.

대한은 잠시 망설이다가 이내 사커킥으로 마무리를 지었다.

퍽! 퍽! 빡!

턱과 얼굴에 강한 충격을 받은 일진 셋은 그대로 기절해 버리고 말았다.

‘이겼다.’

―마스터! 수고하셨습니다.

대한은 벌벌 떨리는 자신의 두 손을 불끈 쥐었다.

‘에바! 그런데 이제는 어떡하지?’

그는 급격히 의기소침해졌다. 일진 셋을 때려눕힐 때는 좋았으나 금세 승리의 달콤함보다는 뒷수습이 걱정되었다.

―마스터, 아무 걱정하지 마세요. 이미 경찰을 불렀습니다. 또한, 주변의 CCTV와 자동차 안에 내장된 카메라를 통해 놈들이 마스터를 습격한 증거를 수집해 놓았습니다. 이것들은 제보 형식으로 경찰과 변호사에게 동시에 전달될 예정입니다.

‘역시 에바구나. 잘했어.’

―헤헤! 제가 일을 좀 잘하죠.

대한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칭찬에 약한 에바는몸을 꼬며 부끄러워했다. 잠시 그러다가 에바가 대한을 은근한 목소리로 불렀다.

―마스터!

‘응?’

―잠시 누워계시는 게 좋겠습니다.

‘왜?’

―일진 셋과 결투를 벌이셨는데 몸이 너무 멀쩡하면 의심받습니다.

‘아!’

에바의 주도면밀함에 그는 새삼 감탄했다. 대한은 천천히 몸을 누인 후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마스터! 연기가 많이 느셨습니다. 배우가 되셔도 대성하시겠어요.

‘크크, 다 에바가 도와준 덕분이지.’

―히잉! 그 말도 맞아요.

부우우웅! 끼익!

때마침 경찰차가 달려와 골목 앞에 멈춰 섰다.

“여기다.”

“강도 셋이 저기 쓰러져 있어.”

“어! 피해자도 있다.”

“빨리 구급차 불러!”

대한은 실눈을 뜨고 살펴보다가 에바를 불렀다.

‘에바, 나 어떻게 할까?’

―마스터는 지금부터 그냥 푹 주무세요. 온몸에 시퍼렇게 멍 자국을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병원에 도착하면 진단서를 끊어야 하니까요. 아마 전치 8주는 쉽게 받을 수 있을 거예요.

‘알았어. 그럼 뒷일을 부탁할게!’

―네, 마스터.

그 말을 끝으로 대한은 까무룩 잠이 들었다. 에바가 그를 재워버린 것이다.

삐용, 삐용, 삐용…….

구급차가 도착하고 대한과 세 명의 일진, 아니 강도 셋은 모두 병원으로 실려 갔다. 당연히 경찰들도 같이 따라가 사건을 수사했다. 하지만 누군가 제보한 증거 자료로 인해 일진 셋은 즉시 구속되고 말았다.

거기에다 대한의 변호사까지 나타나 특수강도와 살인미수를 주장하고 나섰다. 누군가의 인생이 망하는 소리가 성탄절의 종소리처럼 들려오고 있었다.

* * *

냠냠냠! 쩝쩝쩝!

“맛있니?”

“그럼요. 엄마가 깎아주니까 과일이 더 맛있는 거 같아요.”

“그래. 내가 과일 많이 깎아줄 테니까 앞으로는 제발 좀 조심해라!”

“네.”

어머니 김혜영의 말에 대한은 썩소를 지었다. 그렇지만 입에 넣어주는 사과까지 거부하지 않았다.

달달한 사과의 과즙이 입 안에서 터지자 혀가 복에 겨워 춤을 추려고 했다.

‘에바, 나 이렇게 비싼 일인실에 누워있어도 되는 거야?’

―물론이죠. 어차피 마스터가 낼 것도 아니잖아요.

‘그럼 누가 내?

―잘못한 놈들이 내겠죠.

에바는 마치 제 일이 아닌 것처럼 굴었다. 대한은 그녀가 자신을 놀리고 있다는 사실을 금세 알아챘다. 그는 슬쩍 입꼬리를 올리며 자신의 몸을 한번 훑어봤다.

전신에 꼼꼼히 붕대가 감겨있었다. 일진과의 격투가 있고 난 후 잠에서 깨어난 대한은 온몸이 시퍼렇게 멍이 든 것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

대한이 병원에 도착한 후, 의사는 멍이 든 부위에 약을 바르고 붕대를 감싸주었다. 그런데 그 모습을 본 이태산과 김혜영이 기절초풍을 했다. 전신이 붕대로 감겨있는 아들을 보자 무슨 큰일이라도 난 줄 안 것이다.

다행히 담당 의사가 옆에서 상태를 정확히 설명해 줬다. 뼈 하나 다치지 않은 가벼운 타박상이라고 말이다.

진단서에는 눈에 보이는 상처가 심해 전치 8주가 나왔다.

이 정도면 집단 폭행에다 보복을 가한 혐의로 가해자들은 결코 구속을 피할 수 없다. 어차피 법무 법인과도 계약을 맺어 놓았으니 대한이 더는 신경 쓸 일이 없었다. 나머지는 아마 변호사가 알아서 잘할 것이다.

문제는 개인 방송이었다.

‘나, 이 꼴로 어떻게 방송하지?’

―일부러 얼굴에는 멍을 만들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긴소매 티셔츠와 면바지를 입고 방송하세요. 얼굴과 목에는 좀 과도하게 비비크림을 바르시고요.

‘아! 그럼 되겠구나.’

―그래도 며칠간 운동을 하는 방송은 피하도록 하세요.

‘알았어. 먹방과 겜방 위주로 방송을 할게.’

에바는 사람들의 의심을 피하고 나중에 빠져나갈 수 있는 구멍까지 모조리 알려줬다.

대한은 그녀의 말을 듣자 훨씬 마음이 편해졌다.

“엄마, 이제 집에 가보세요.”

“아들이 아픈데 내가 어디로 가?”

“의사 선생님 말씀 들었잖아요. 전 어디가 아픈 게 아니라 그냥 타박상으로 피부에 좀 멍이 든 것뿐이라고요. 죽을병도 아니니 그만 들어가서 좀 쉬세요.”

대한은 가지 않겠다는 어머니의 등을 억지로 떠밀어 보냈다. 아프지도 않은데 어머니의 간호를 받기가 너무 송구했기 때문이다.

“그럼 이따 밤에 올게.”

“오지 마세요. 저 괜찮아요. 그냥 내일 알아서 퇴원할 거예요.”

“아들! 이렇게 고집부릴 거야?”

“네, 아들 괜찮으니까 제발 집에 돌아가 주세요.”

“밥은 어떻게 해?”

“병원에서 때 되면 알아서 밥 줘요.”

“에휴! 알았다. 내일 아침 일찍 다시 올게.”

“퇴원은 오후에 하니까 천천히 오세요.”

결국, 대한의 성화에 김혜영은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겨야 했다. 어머니가 병실에서 나가자 대한은 길게 한숨을 쉬었다.

“휴우우우!”

그는 창가로 가서 창밖을 살펴봤다. 어머니는 걸어가시면서 자꾸 뒤를 돌아보고 계셨다. 하지만 아들의 고집을 이길 수는 없었는지 결국은 집으로 걸음을 옮기셨다.

이제 슬슬 집을 사야 할 시기가 도래하고 있었다.

‘에바!’

―네, 마스터.

‘이거 내가 너무 일을 쉽게 생각했어.’

―죄송합니다. 부모님께서 이렇게 걱정하실지는 몰랐습니다.

‘앞으로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조심하자고.’

―예, 그래서 지금 마스터를 경호할 경호원을 알아보고 있습니다.

‘경호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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