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만재능(Feat. 대한 TV)-53화 (53/331)

53화 <오우야!>

‘에바! 얘 도대체 왜 이래? 나한테 관심이 있어서 이러는 거야?’

―호감이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아직 그녀의 감정을 파악하기에는 정보가 많이 부족합니다. 그냥 속 편하게 썸을 타고 있다고 생각하세요.

에바가 썸이라고 말하자 제일 먼저 리나의 얼굴이 떠올랐다. 뒤이어 모니카의 얼굴이 나타났다. 그리고 그 얼굴은 금세 류연으로 변해 버렸다.

아니, 진짜 그의 코앞에 류연의 얼굴이 다가왔다. 그는 흠칫 놀랐다. 하지만 그녀는 얇은 손가락으로 대한의 눈썹에서 뭔가를 집어서 탁 털어냈다.

‘오우야!’

그는 심쿵했다. 너무 가까워서 달콤한 살 냄새까지 느껴졌다.

순간 불끈한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에바가 즉각 개입했다. 에바는 그의 혈류를 적절히 조절해 위기의 순간을 넘겼다.

“한식을 참 잘 드시네요.”

“한류도 아주 좋아해요.”

대한의 말에 류연은 화사한 웃음으로 답했다. 그녀는 한 상 가득한 한식을 골고루 잘 챙겨 먹었다. 팔다리와 허리를 보면 영양실조라도 걸린 듯 얇았지만 먹는 것을 보니까 그게 전부 어디로 가는지 알 것 같았다.

어떻게 보면 하늘이 내려준 축복이었다. 류연의 몸매가 착한 것은 그냥 타고난 재능이었다.

먹방이 끝나자 중간에 잠시 광고를 내보냈다. 둘은 그사이 양치질을 했다. 다시 방송이 시작되자 류연은 재미있는 게임을 하자고 했다.

류연은 미리 대한의 방송을 보고 나왔는지 모니카는 물론이고 리아와 했던 게임을 전부 해보겠다고 의욕을 불태웠다.

‘이거 들이대는 거 맞지?’

―글쎄요. 얼굴이 너무 선하게 생겨서 다들 아니라고 하는데요.

‘이것 참!’

결국 소원권을 3장씩 걸고 게임을 시작했다. 류연과 대한은 먼저 입으로 색종이 옮기기를 했다. 모니카와 했을 때와 같은 참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빼빼로 먹기도 빠질 수 없었다. 그녀는 대한과 입술이 닿기 전에 빼빼로를 기가 막히게 잘라먹었다.

아크로바틱 동작 따라 하기도 해봤다. 솔직히 그녀의 몸이 너무 유연해 싱겁게 끝났다. 다만 몸으로 풍선 터트리기를 할 때, 대한은 ‘당혹’이란 단어의 참 의미를 깨우쳤다.

아메리카 TV에서 경고를 한번 먹었기에 될 수 있으면 그녀의 몸이 닿지 않도록 조심했다. 하지만 그런데도 아예 접촉하지 않게 할 수는 없었다.

그냥 게임 내내 복병처럼 튀어나와 이리저리 부딪칠 수밖에 없었다.

자극을 참는 것도 참 힘들었다. 하지만 그것을 내색하지 않는 게 더 힘들었다. 대한의 이런 속도 모르고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아주 재미있어했다.

게임의 승자는 대한이었다. 게임의 강국에 사는 한국인답게 그는 막판에 역전승을 거뒀다. 결국 대한은 류연의 소원권 3개를 모두 가져왔다. 언제 어떻게 써먹을지 모르지만 이런 반전의 미녀를 언제든지 부를 수 있다는 것은 나름 큰 가치가 있었다.

게임이 끝나자 두 사람은 이제 운동으로 넘어갔다. 대한이 먼저 나가서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들어왔다. 그러자 류연도 나가서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왔다.

‘오우야! 이걸 어떡하지?’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였다.

예상대로 그녀는 몸에 딱 달라붙는 타이트한 운동복을 입었다. 채팅창은 시각적인 자극에 바로 터져버렸다.

[만수르SUH: 지린다.]

[닥공: 나 쌌다.]

[우리두리: 코피가 난다.]

[어벤저스: 말이 필요 없다.]

[톰과제리: 한라산이냐?]

[꼬끼오: 개좋다.]

[자주국방: 보기만 해도 후끈!]

[카리스마: 대한아! 부럽다.]

[No재팬: 국내산과는 다르네.]

[핵인싸: 마성의 미모!]

[낼름: ㅇㅈ 어휴!]

달풍선과 비트 그리고 후원이 폭포수처럼 쏟아졌다. 대한은 클래스가 다른 여캠이 나오면 어떤 현상이 일어나는지 오늘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그녀는 섹시 댄스 한번 추지 않고 그냥 서있기만 해도 달풍선이 마구 터졌다. 비트가 쏟아지다 못해 이젠 아예 흘러넘쳤다. 후원의 액수도 미친 듯이 올라가고 있었다.

그만큼 류연은 치명적인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개이득!]

[풍력은 단연코 류연이 톱이네요.]

[이건 풍력이 아니라 인간승리야!]

대한은 아무렇지도 않은 척 운동을 시작했다. 류연은 전직 무용수라 대한에게 요가를 가르쳐줬다. 그런데 이게 또 묘하다면 묘한 동작이 많았다.

다른 사람도 아닌 류연이 시범을 보이자 다시 한번 채팅 창이 홍수로 쓸려나갔다.

[치킨효린: 이제 그만! 못 견디겠어!]

[고로쇠콜라: 동작을 따라 하니 코피가 날 것 같아.]

[코란도일: 지린다.]

[화가난다: 류연이 막 화를 낸다.]

[비도깨: 꿀꺽!]

[대폭주: 네가 내 장래희망이다.]

[코만도: ㅗㅜㅑ ㅈㄹㄹ!]

[개좋앙: 아주 좋앙]

달풍선과 비트, 후원이 융단 폭격처럼 펑펑 터졌다. 이제는 오히려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이 지극히 당연한 것처럼 느껴졌다.

“류연! 개인 방송에서도 요가를 가르치나요?”

“아뇨. 제 개인 방송은 주로 뷰티 방송을 해요. 이렇게 요가를 가르친 건 대한이 처음이에요.”

“아! 네.”

대한은 순간 속으로 ‘나보고 어쩌라고!’ 하며 소리를 질렀다.

그린라이트가 분명했다. 그런데 얼굴을 보면 그게 또 아닌 것 같았다. 그는 도통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일단 방송은 방송으로만 보기로 했다. ‘방방봐’ 신공을 소환하자 이제 모든 게 명확해졌다. 류연은 그냥 치명적인 요물이었다.

대한은 그녀의 친절한 지도 아래 요가의 동작을 하나씩 완성해 나갔다. 그때, 갑자기 류연이 훅 치고 들어왔다.

“대한! 나도 축구 보러 가고 싶어요.”

“축구장 가시면 되잖아요.”

“그게 아니라 대한이 뛰는 경기를 보고 싶다고요.”

“K리그가 아니라서 별로 재미없을 텐데요.”

“아니에요. 그냥 대한이 축구 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서 그래요.”

리나 한 명으로도 정신이 없는 축구장이다. 그런데 류연까지 나타난다면 아마 그날은 경기 자체가 초토화될 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말에 채팅 창은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만수르SUH: 으악! 대한 능력자!]

[닥공: 이젠 ㅇㅈ]

[우리두리: 대한류연=한류! 존버충 생기나요?]

[어벤저스: 대체 대한 매력의 끝은 어디까지?]

[톰과제리: 류연 미드 너무 좋아.]

[꼬끼오: 착한 얼굴! 착한 마음!]

[자주국방: 대한아! 몸 간수 잘해라!]

[카리스마: 대한모니카 존버!]

[No재팬: C발 장래희망 대한이!]

[핵인싸: 대한, 중국 미녀에게 강함!]

[치킨효린: 류연이 들이댄다. 한라존버!]

[고로쇠콜라: 대놓고 들이댐! 졸라 부러워!]

[화가난다: 아 좀! 여캠 좀 그만 데려와!]

[비도깨: 네가 나가 이 새끼야!]

대한은 채팅창을 빠르게 한번 훑어보고는 피식 웃음을 흘렸다. 어떻게 하다 보니 모니카 이후 합방이 전부 중국 미녀였다. 그는 앞으로 국내파도 좀 등용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며칠 뒤에 4강전이 있긴 한데… 그때 오실래요?”

“네! 꼭 갈 테니까 시간과 장소를 문자로 보내줘요.”

“알겠어요. 그렇게 할게요.”

류연은 대한의 초대(?)에 크게 기뻐했다. 그는 그녀를 쳐다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굳이 오겠다는 류연 보고 절대 오지 말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덕분에 많은 시청자도 대한의 경기에 오고 싶다는 댓글을 달았다.

결국, 대한은 다음 경기 일정을 공지에 올리겠다고 약속을 해야만 했다.

둘은 다음 순서로 넘어갔다.

“여러분! 기초화장과 얼굴 마사지에 대해 얼마나 아시나요? 이번에는 특별히 뷰티 방송의 뷰티 아나운서 류연과 함께 배워보도록 하겠습니다. 물론 저는 기초화장이 필요 없으니까 얼굴 마사지만 하면 되겠네요.”

“아니에요, 둘 다 해볼게요.”

류연의 말에 대한의 얼굴이 살짝 구겨졌다. 하지만 채팅 창은 좋다고 그를 놀려댔다.

“남자가 무슨 기초화장이에요?”

“보통 화장이라고 하면 색조 화장으로 오해들 하시는데……. 기초화장은 말 그대로 피부 결을 정돈하고 수분과 영양분을 공급해 주는 가장 기초적인 작업이에요.”

“뭔 소린지 잘 모르겠습니다. 일단 받아볼게요.”

대한은 그냥 눈 딱 감고 기초화장을 받기로 했다. 그러자 류연이 미소를 지으며 한 손으로 그의 얼굴을 가리켰다.

“얼굴은 청결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러니 먼저 손을 씻어야 합니다.”

그녀의 말이 끝나자마자 스튜디오의 문이 열렸다. 류연의 매니저가 세숫대야에 물을 받아왔다. 대한이 류연을 쳐다보자 그녀가 그의 손바닥에 물비누를 짜줬다.

대한은 손을 비벼 거품을 내고 양손에 골고루 묻혔다. 대한을 보던 그녀는 뭔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그의 손을 잡았다.

“그게 아니라 이렇게 씻어야 합니다.”

그녀는 대한의 옆에 서서 그의 양손을 씻어줬다.

“이건 마치 수술에 들어가는 의사들이 손을 씻는 모습이잖아요.”

“맞아요. 이렇게 씻는 게 제일 깨끗해요.”

대한은 류연이 자신의 손을 씻는 것을 묵묵히 지켜봤다. 하지만 속으로는 죽을 맛이었다. 같이 붙어 있으니 당연히 그녀의 몸이 팔에 닿았다. 그렇다고 팔을 뺄 수도 없고 티를 내면 류연이 많이 무안해 할 것 같았다.

결국, 대한은 모른 척하고 가만히 있기로 했다.

“손을 씻었으니 이제는 얼굴을 씻어야 합니다. 보통 여자들은 색조 화장을 하니까 클렌징 오일, 클렌징 크림, 클렌징 워터 등을 이용해서 메이크업을 녹여준 뒤, 클렌징폼과 같은 세안제를 이용해 잔여물을 닦아내야 합니다.”

“그럼 저는 어떻게 하죠?”

“의자에 편하게 앉아 있으면 됩니다.”

“참 쉽네요.”

대한은 웃으며 의자에 앉았다.

류연이 옆으로 와서 의자를 뒤로 끝까지 젖혔다.

“대한은 화장을 하지 않으니까 클렌징폼과 같은 세안제를 이용해 얼굴을 씻겠습니다.”

그녀는 손에 클렌징폼을 짰다. 하얀 거품이 그녀의 손에 한가득 부풀어 올랐다.

“물 온도는 미지근한 게 제일 좋습니다. 이렇게 약지를 이용해서 얼굴 바깥에서부터 안쪽으로 둥글게 원을 그리듯 부드럽게 문질러 주세요.”

류연은 대한의 얼굴에 부드럽게 원을 그리며 클렌징폼을 문질렀다. 얼굴 전체에 거품이 가득 차자 그녀는 그의 몸을 일으켰다.

“이제 세수하세요.”

대한은 류연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녀의 매니저가 어느새 세숫대야의 물을 새로 받아서 가지고 왔다.

그는 미지근한 물에다 손을 넣고 얼굴을 깨끗이 씻었다. 그런 후, 다시 가져온 차가운 물로 마무리 세안을 했다.

“이쪽으로 앉으세요.”

대한은 다시 의자에 앉았다. 그녀는 깨끗한 수건을 가져와 그의 얼굴에 물기를 닦아줬다.

“수분이 날아가기 전에 기본 세트인 스킨, 에센스, 로션을 바르는 게 좋습니다.”

류연은 일단 대한의 얼굴에 스킨로션을 발랐다. 그런 후, 바로 아이 크림을 꺼내 들었다.

“이건 진설의 아이 크림입니다. 아이 크림은 반드시 로션이나 에센스 전에 발라주셔야 합니다.”

그녀는 대한의 눈가에 아이 크림을 곱게 펴서 발랐다. 다음은 얼굴에 에센스를 바르고 이어 로션까지 발라줬다.

“이제 보습 크림이나 영양 크림을 바르시면 좋습니다.”

어여쁜 류연이 부드러운 손으로 그의 얼굴에 보습 크림과 영양 크림을 연속으로 발라줬다. 대한은 스트레스가 절로 풀리는 듯 기분이 한껏 좋아졌다.

‘매일 이렇게 발라줬으면 좋겠다.’

그는 마음속으로 희망 사항을 얘기했다. 하지만 아무도 들어주는 이가 없었다.

“이렇게 기초화장이 끝났습니다. 남자들도 기초화장만 꾸준히 하면 피부가 몰라보게 좋아질 거예요. 이제 마사지 크림을 발라보겠습니다. 그 전에 대한의 얼굴을 클렌징폼으로 다시 한번 깨끗하게 닦겠습니다.”

기왕 바른 거 그대로 놔두지… 왜 다시 지우려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방송을 위한 것이니 어쩔 수 없었다.

류연은 대한의 얼굴에 클렌징폼을 발라 깨끗이 닦아냈다. 그런 후, 진설의 마사지 크림을 꺼내 얼굴에 골고루 발랐다.

“이 제품은 제가 한국에서 발견한 화장품입니다. 진설이라고 하는 중소기업 화장품 업체인데 직접 써보니 정말 효과가 탁월하더군요. 그런데 가격이 너무 착합니다.”

류연은 자연스럽게 진설 화장품을 광고했다. 채팅창에서는 대한을 향한 짓궂은 농담이 도배가 됐다.

대한은 눈을 감고 있어도 에바를 통해 댓글을 전부 읽을 수 있었다.

‘그래! 착하다. 이 새끼들아!’

그녀는 대한의 얼굴과 목을 손가락으로 부드럽게 마사지했다. 확실히 전문가다운 손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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