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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만재능(Feat. 대한 TV)-48화 (48/331)

48화 <썸>

초롱초롱 빛나는 리나의 눈빛!

“크흠!”

대한은 부담감을 이기지 못하고 헛기침을 했다. 그는 슬쩍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그러자 그녀의 고운 손가락이 다가왔다. 리나는 대한의 턱을 살짝 붙잡아 자신을 향해 돌렸다.

“대한!”

“응?”

“나 어떻게 생각해?”

“조, 좋게 생각해.”

“푸훗!”

리나는 대한의 떨리는 목소리를 듣자 그가 여자에 관해 완전 숙맥이라는 것을 눈치챘다. 그녀의 경계심이 급속도로 허물어졌다. 마음이 편해지고 이상하게 대한이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리나는 그의 얼굴을 한 손으로 쓰다듬었다. 놀랍게도 아기 피부처럼 보드랍고 뽀얬다. 하지만 대한은 심장이 마구 떨려서 어쩔 줄을 몰라 했다.

“나, 대한 좋아해도 돼?”

“응? 뭐?”

리나의 말이 천둥소리처럼 그의 귓전을 폭격했다.

대한의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나, 대한 좋아해도 되냐고?”

“그, 그럼. 되고말고.”

리나 같은 미녀가 자신을 좋아하겠다는데 과연 싫다고 할 남자가 있을까?

“대한도 나 좋아해?”

“응? 응.”

대한은 자신도 모르게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고 말았다.

“그럼 우리 오늘부터 1일 할까?”

“헉! 사, 사귀자고?”

“왜? 안 돼?”

리나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귀엽게 고개를 모로 돌렸다.

대한은 반사적으로 꿀꺽하고 침을 한번 삼켰다.

“아니, 그건 아닌데……. 리나는 중국에 살고 있잖아.”

“중국에 사는 것은 맞아. 하지만 활동하는 것은 주로 미국과 유럽이야. 물론 일본과 대만 그리고 싱가포르도 자주 가지.”

“내 말이 그 말이야. 우리가 만약 사귀게 되면 롱 디스턴스 커플이 되는데……. 그게 가능할까?”

대한은 리나에게 합리적인 이유를 내밀었다.

“그것만 아니라면 사귀고 싶은 마음은 있다는 거지?”

“물론이지.”

“알았어. 그럼 나 욕심부리지 않을게. 일단 우리 썸 타는 사이로 지내자. 그 정도는 괜찮지?”

“썸이라고? 알았어. 그렇게 할게.”

리나는 대한의 대답에 만족한 듯 환하게 미소 지었다. 그녀는 자신의 얼굴을 그에게 가까이 가져갔다. 입술이 맞닿을 아슬아슬한 거리였다.

리나는 거기서 더 움직이지 않고 딱 멈췄다. 대한은 바로 그녀가 자신에게 선택권을 줬다는 것을 깨달았다.

‘에바!’

―마스터! 이런 것은 묻는 게 아니에요. 스스로 선택하셔야 합니다. 참고로 줘도 못 먹으면 병신이라고 욕먹어요.

에바는 지금 대한이 어떤 질문을 하려는지 뻔히 알고 있었다. 그래서 대답을 해주지 않았다. 이건 자신이 참견할 영역이 아니었다. 다만 참고하라고 가이드라인만 살짝 제시했다.

대한은 ‘줘도 못 먹으면 병신’이라는 말에 순간 발끈했다.

그의 눈에 힘이 실렸다. 대한은 한 손으로 리나의 얼굴을 붙잡았다.

그리고는 그녀의 눈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용광로처럼 뜨거운 사내의 눈빛에 리나의 맑은 눈동자가 지진이라도 난 듯 흔들렸다.

대한은 크게 한번 숨을 들이켠 다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아. 우리도 그 썸이라는 것 한번 타보자.”

“그, 그래.”

리나는 그의 말에 가슴이 크게 진탕했다.

하지만 그 말을 끝으로 미련 없이 뒤로 물러서는 대한의 행동에는 살짝 아쉬움을 느꼈다.

그녀는 그의 손을 잡고 가만히 깍지를 꼈다.

“대한!”

“리나!”

“대한!”

“왜?”

“그냥 한번 불러봤어.”

“리나!”

“응?”

“리나!”

“왜 그래?

“나도 한번 불러봤어.”

“아잉! 뭐야!”

리나가 몸을 배배 꼬며 손으로 그의 가슴을 툭 쳤다. 둘은 손발이 오그라드는 장난을 치며 좋다고 웃었다.

“우리 자주 연락하자.”

“그러자.”

“내가 대한 좋아하고 있는 거 알지?”

“응.”

“어라? 그게 다야?”

“그럼?”

“나 안 좋아해?”

“아아! 나도 리나 좋아해!”

대한과 리나는 거의 동시에 서로의 몸을 꼭 한번 끌어안았다. 그런 후, 둘은 사이좋게 손을 잡고 방을 나섰다.

통역 서주원이 두 사람을 묘한 눈빛으로 쳐다봤다. 특히 대한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의구심이 가득했다. 마치 ‘리나 같은 미녀가 왜 이런 뚱보를 좋아하는 거지?’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웨이양도 날카로운 시선으로 리나를 한번 쳐다봤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 아예 못 본 척했다. 리나는 지금 회사에서 만들어준 일정대로 잘 따라주고 있었다.

다만 일정이 없는 자유 시간과 개인 시간에 대한과 합방을 하고 그가 참가하는 축구 시합에 따라다닐 뿐이었다. 이걸 뭐라고 참견한다면 아마 리나는 강하게 반발할 것이다.

웨이양은 회사의 캐시카우로 제 몫을 다하고 있는, 떠오르는 스타의 신경을 감히 건드려서 문제를 일으킬 생각이 전혀 없었다.

“슬슬 합동 방송을 시작해 볼까요?”

“네, 미리 준비는 다 해뒀습니다.”

“고마워요, 웨이양! 나머지는 제가 알아서 컨트롤할 게요.”

대한은 리나와 함께 스튜디오 안으로 들어갔다.

‘에바!’

―카메라만 켜주시면 됩니다.

‘오케이. 그럼 오늘 저녁 방송도 잘 부탁해!’

―네. 저만 믿으세요, 마스터! 호호호!

‘그것참 묘하게 귀에 거슬리는 웃음이네.’

그는 에바를 한번 쳐다보고는 컴퓨터와 카메라, 조명을 켜고 방송 준비를 했다.

리나도 목을 덮는 검은 줄무늬 반투명 민소매로 옷을 갈아입었다. 하의는 검은 가죽으로 된 반바지 겸 미니스커트를 입어서 컬러를 매치했다. 확실히 모델이라 그런지 리나는 어떤 옷을 입어도 잘 소화해 냈다.

―마스터, 방송 준비가 끝났습니다.

‘그럼 바로 시작하자!’

―네.

대한은 리나의 손을 한번 꽉 잡았다. 그녀는 빠르게 깍지를 한번 꼈다가 풀었다. 둘은 서로를 바라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방송을 시작합니다. 5, 4, 3, 2, 1, 스타트!

에바의 초읽기가 끝나자 대한이 활짝 미소를 지었다. 리나도 거의 동시에 그에게 살짝 기대며 환하게 웃었다.

“안녕하세요? 대한 TV에 오신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오늘도 반갑습니다. 고리나입니다.”

대한이 한국말로 말하자 리나는 중국어로 인사를 했다. 대한이 영어로 다시 한번 인사를 했고, 그녀도 영어로 인사를 이어갔다. 이후 두 사람은 영어로 방송을 진행했다.

“여러분! 아시아 모델 피에스타 어떠셨어요?”

“좋았죠? TV로 보는 것보다 아마 VIP석에서 시청하신 것이 더 좋았을 거예요.”

“리나의 말대로 저도 좋았습니다.”

“저도 대한이 옆에서 에스코트를 해줘서 아주 든든했어요.”

대한이 말하면 리나가 맞장구를 쳤다. 그가 빠지면 그녀가 훅치고 들어왔다. 둘은 마치 몇 년 동안 방송을 같이한 사이처럼 죽이 척척 맞았다.

채팅 창의 반응도 대부분 긍정적이었다.

[카리스마: 올! 캐미 폭발!]

[닥공: 리나와 죽이 잘 맞네.]

[우리두리: 대한아! 네 덕분에 패션쇼 VIP 된 기분이었다.]

[어벤저스: 둘이 굉장히 잘 어울린다.]

[톰과제리: 대한모니카 존버!]

[꼬끼오: 자꾸 보니까 리나도 괜찮다.]

[자주국방: 솔까 리나가 모니카보다 낫다.]

[만수르SUH: 모니카 평민! 리나 이미 스타! 리나 승!]

[어벤저스: 리나 졸귀!]

[낼름: 대한아! 둘 다 낼름 해라!]

[핵인싸: 더러워! 낼름 꺼져!]

둘은 아주 자연스럽게 진행했는데, 한마디로 캐미가 폭발했다. 가끔 리나가 대한의 팔을 치며 웃는 것을 보면 하늘에서 깨가 쏟아져 내리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시청자들은 눈치가 빨랐다. 그들은 리나가 대한에게 호감이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그러자 곧 이간질러들이 감정 이입을 시작했다.

[창만○○구민: 모니카가 먼저 바람피웠음.]

[닉없다: 모니카 볼 것 없다. 그냥 리나로 가자.]

[umchang: 졸귀다. 한나존버! 한라존버!]

[이거나머거: 한라? 대한리나라서 한라! 좋네. 한라 가즈아!]

[슈크림바: 리나 개좋아. 모니카 나빠!]

[PinPoint7: 대한모니카 망했다. 나도 이제 한라존버다.]

대한은 슬쩍 채팅 창을 확인했다. 모니카의 이름이 나오자 가슴 한쪽이 싸했다. 하지만 먼저 합방을 시작한 것은 모니카라는 말에 마음을 다잡았다.

“저번에 나하고 같이 배그한다고 그랬잖아요.”

“아, 참! 그랬죠! 그때 시간이 없어서 못 했는데 지금 같이할까요?”

“네, 같이 해요.”

리나의 제안에 대한은 기꺼이 승낙했다. 그녀는 신이 나서 컴퓨터 앞에 앉았다. 두 사람은 배그를 켜고 게임을 시작했다. 리나는 이미 배그의 광팬이었다. 그래서인지 그녀는 대한이 생각한 것보다 게임을 꽤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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