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만재능(Feat. 대한 TV)-41화 (41/331)

41화 <소원권>

처음에는 고리나가 앞서갔다. 그래서 대한의 소원권 두 장을 빼앗아왔다.

고리나가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을 때, 그녀는 연거푸 게임에서 패배했다.

소원권은 계속 둘 사이를 왔다 갔다 했다. 그러다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고리나가 가진 소원권은 한 장에 불과했다. 대한에게 자신의 소원권 두 장이 넘어가 버린 것이다.

“이번에는 대한 차례에요.”

“좋아요.”

팽그르르!

대한이 지체하지 않고 원반을 돌렸다. 빠르게 돌아가던 원반이 힘을 잃고 멈춰 섰다. 화살표를 확인하자 고리나가 환호성을 질렀다.

“야호!”

하지만 대한은 싱긋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

“배그 30킬 달성하기!”

“알고 있습니다.”

그는 의자에 앉으며 고리나의 팔을 잡아당겼다. 그녀도 대한의 옆으로 바짝 붙어 앉았다.

“이건 무조건 내가 이긴 거네요.”

“글쎄요. 너무 빨리 승부를 단정하시면 곤란하지 않을까요?”

“어쨌든 나도 배그 좋아해요.”

“그렇군요. 그럼 같이해 볼까요?”

“좋아요. 그렇지만 일단 대한이 미션을 수행하고 난 다음에 해요.”

“오케이.”

대한은 순순히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배그를 켜고 자신의 계정에 접속해 들어갔다.

‘에바!’

―네, 마스터.

‘오늘은 반칙을 좀 해야겠다.’

―알겠습니다. 최적의 경로로 적을 쓸어버리도록 시나리오를 짜보겠습니다.

‘압도적으로 이겨야 해! 중국 시청자들도 많이 보고 있으니까 신경 좀 써봐!’

―물론입니다, 마스터!

그는 만능의 치트키 에바를 소환했다.

대한이 게임에 들어가자 고리나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대한이 배그를 잘한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단판에 30킬을 올린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어디로 내려갈 거예요?”

“지올고폴, 강남이요.”

“그쪽은 사람들이 많이 몰릴 텐데…….”

고리나가 하는 말을 들어보니 확실히 그녀도 배그를 즐겨 하는 것 같았다.

대한은 비행기에서 강하해 지올고폴로 향했다. 그는 강남의 서쪽에 있는 꿀집으로 방향을 잡았다. 주변을 둘러보자 수많은 낙하산이 강남을 향해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시작부터 화끈한 전투가 예약되었다.

“와아! 이거 빡세겠네요.”

“그래 봐야 제 킬 수를 올려주는 트로피에 불과하죠.”

고리나는 대한을 쳐다보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후아! 패기 장난 아니네요.”

“내 실력이 말해 줄 겁니다.”

“정말 말과 실력이 일치하는지 옆에서 제가 눈을 크게 뜨고 지켜보겠습니다.”

“내가 이기면 당신은 더 이상 소원권이 없어요.”

“그래서 이렇게 옆에서 열심히 실패하기를 빌고 있잖아요.”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말하며 그녀는 그의 어깨에 자신의 턱을 살짝 걸쳤다.

“이거 너무 하는 거 아니에요?”

“뭐가 너무해요? 난 그냥 옆에서 지켜보기만 할 거예요.”

“알겠어요. 너무 붙지 마요. 방해돼요.”

“자신이 없어서 그런 거죠? 설마 내가 이렇게 구경하는 게 싫어요?”

“아이고! 제발 방해만 하지 말아주세요.”

대한은 고개를 좌우로 도리도리 흔들었다. 그녀는 왼손을 들어 카메라를 향해 승리의 V 자를 그렸다.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는 그녀와 게임에 집중하려는 대한! 두 사람의 다정한 모습에 채팅 창이 폭발했다.

[낼름: 이 새끼 벌써 고리나 낼름하네.]

[말벌봉준: 부러우면 지는 건데. 왜캐 부럽냐!]

[다섯공무원: 모니카에 이어 고리나까지. 헐!]

[손톱이빨개: 개부럽다. 그냥 뒈져라!]

[여친찾았다: 장래희망 대한이!]

[작업멘트0: 달달하다.]

[부부젤라: 달달 ㅇㅈ]

[개좋앙: 모니카 열 좀 받겠네.]

[홍콩여자: 그러게 왜 바람을 피우고 ㅈㄹ이야.]

[늑골뽑기: 졸귀!]

고리나의 개인 방송에서도 반응은 비슷했다.

하지만 아직은 대한보다 고리나에게 포커스가 더 맞춰져 있었다.

타타타탕! 타타타탕!

아직 땅에 내려서기도 전에 사방에서 총소리가 난무했다. 벌써 파밍을 끝내고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마스터! 5시 작은 집입니다.

‘롸저댓!’

대한은 바닥에 착지하자마자 5시 방향의 집으로 달려갔다. 대한의 시야에 옆집으로 달려 들어가는 적이 보였다. 하지만 당장 뭘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고리나는 웃음을 멈추고 그의 게임에 집중했다. 그 모습에 채팅 창도 잠시 조용해졌다.

대한은 집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파밍을 했다.

철컥!

총에다 탄창을 장착하는 순간 문이 열렸다. 대한은 즉시 옆으로 몸을 피하면서 총을 난사했다.

타타타타탕!

문 앞에서 피 보라가 일며 적이 쓰러졌다. 대한은 즉시 총구를 빼내 기절한 적을 사살했다.

“1킬!”

“호오! 빠르네요.”

그의 호쾌한 일성에 고리나도 반응을 했다.

시체에서 파밍을 한 대한은 밖으로 나가기에 앞서 창문으로 갔다.

―마스터, 3시 방향 저격입니다.

‘오케이.’

대한은 곧바로 다른 사람을 저격하고 있는 적을 향해 정밀 사격을 했다.

타타탕! 타타탕!

3시 방향의 집 2층 창가에서 붉은 안개가 일었다. 그의 총을 맞고 적이 기절한 것이다. 대한은 창문을 통해 밖으로 나가 신나게 거리를 가로질렀다.

타타타탕! 타타타탕!

그가 지나가는 길로 누군가 마구 총을 난사했다. 하지만 대한은 한 대도 맞지 않고 2층 집으로 뛰어들었다.

대한은 잽싸게 파밍을 시작했다. 2층에 적이 있는 것을 알지만 이미 기절한 상태라 약간의 시간이 있었던 것이다. 파밍을 끝마친 대한은 계단을 타고 올라가 방 안으로 수류탄을 던졌다.

쾅!

기절한 적이 일어나려다가 그대로 폭사했다.

“2킬!”

“그걸 수류탄으로 던져서 죽이네요.”

고리나는 대한의 빠른 결정과 과감한 움직임에 점차 빠져들었다.

그는 2층 창가로 가서 밖을 향해 소총을 갈겨댔다.

타타탕! 타타탕!

파밍을 끝내고 나오는 적들이 하나둘 쓰러지기 시작했다. 대한은 확인 사살을 하고 2층을 돌아다니며 파밍을 이어갔다. 그런 후 창문 밖으로 뛰어내렸다.

강북 쪽에 낙하한 인원들이 있어 그는 병원 쪽에 검문소를 설치했다.

탕, 탕, 탕, 탕, 탕, 탕!

날카로운 그의 저격에 3명이나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달려가서 무슨 아이템이 있나 확인하니 구급 상자와 진통제, 그리고 의료 키트까지 종합 선물 세트가 나왔다.

“운이 좋네요.”

“실력이죠.”

고리나의 딴지에 대한이 한마디로 일축했다.

자기장이 몰리자 그는 차를 타고 빠르게 이동했다. 그의 시야에 대각선으로 달려가는 SUV 한 대가 보였다.

대한은 잽싸게 차에서 내려 소총을 난사했다. SUV는 연기를 뿜으며 왼쪽으로 확 꺾였다가 멈춰 섰다.

그는 다시 차를 타고 신바람 나게 달려갔다.

타타타탕! 타타타타탕!

한 놈이 아니었는지 총알이 마구 날아왔다. 대한은 급히 차를 세우고 옆으로 굴렀다. 바위가 보이자 뒤에 그 뒤에 숨어 저격 총을 꺼내 들었다.

탕!

원 샷, 원 킬!

적이 죽자 그는 벌떡 일어나서 달려갔다. 피가 바닥을 치던 적 하나가 간신히 일어났지만…….

타타탕! 타타탕!

적은 사정없이 쏘아대는 대한의 총탄에 그만 절명하고 말았다.

“무시무시하네요.”

“원래 전투가 다 그런 겁니다.”

“배그가 이렇게 과격한 게임인지는 몰랐어요.”

“하는 사람의 스타일에 따라 다른 거죠.”

대한은 고리나와 대화를 하면서도 차를 타고 끊임없이 움직였다. 자기장이 그를 뒤쫓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동안의 경험으로 자기장은 대도시인 야스나야 폴리야나 쪽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대한은 선제 타격을 하기 위해 남보다 조금 빠르게 이동하기로 했다. 그의 예상은 적중해서 뒤늦게 다가오는 적들이 하나둘씩 그의 저격에 쓰러져 갔다. 대한은 그곳에서 존버나 몸을 사리는 놈들을 찾아 하나씩 족쳐버렸다.

타타탕! 타타탕!

그가 움직일 때마다 킬 수가 쭉쭉 올라갔다.

대한은 차를 타고 다시 동쪽으로 이동했다. 잠시 후 대도시인 야스나야 폴리야나에 도착했다.

도시 입구에 꿀집 네 채를 털었다. 하지만 이미 쓸 만한 것은 다른 이들이 다 가져가고 없었다. 그때 일정 간격을 두고 3층 건물 옥상에서 저격수의 총탄이 날아왔다. 대한은 박자를 잘 맞춰서 총소리가 나자마자 움직였다.

집으로 저격수를 잡으러 들어갔는데 존버를 하려고 숨어있는 놈들에게 기습을 당했다. 그는 기둥 뒤로 몸을 숨기고 구급 상자를 썼다. 피를 채우자마자 적들에게 달려들어 총알 세례를 퍼부었다.

그곳엔 붕대, 구급 상자, 의료용 키트까지 풀 세트로 있었다. 그것들을 아낌없이 써서 체력을 채웠다.

저격수가 왜 감사한 마음을 가져야 하는지를 뒷받침하는 문장이 없어 내용 파악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문장을 더 추가하거나 수정하는 게 어떠실지요?

타타탕! 타타탕!

기둥을 사이에 두고 좌우로 흔들리는 그의 눈부신 움직임에 저격수는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말았다.

이후 대한과 에바의 콤비플레이가 이어졌다.

―9시, 적 이동!

‘라저!’

―8시, 저격각!

‘라저!’

―3시, 적 다수 출연!

‘올라잇!’

대한은 에바와 쿵 짝을 잘도 맞췄다. 동쪽에 위치한 감옥에 도착할 때까지 그의 킬 수는 어느덧 20킬을 넘기고 있었다.

이제는 고리나가 대한보다 더욱 긴장했다. 그녀는 승패에 관해서는 어디론가 날려버리고 순수하게 그의 승리를 응원했다.

“좀 천천히 가요. 그러다가 저격에 걸리겠어요.”

“이럴 때일수록 빨리 움직이는 게 좋습니다.”

“고층 감옥에서 저격할 거예요.”

“그걸 피하려고 이쪽으로 이동하고 있는 겁니다.”

탕, 탕, 탕, 탕!

타타탕! 타타탕!

역시 고층 감옥 건물에서 저격을 하는 자가 있었다. 그리고 그를 잡으려고 하는 자와 싸움이 벌어졌다. 그사이 몇 명의 유저가 빠르게 감옥 건물로 접근하고 있었다. 어째 분위기가 흡사 개미지옥이었다.

대한은 가만히 숨어서 기다리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그들의 뒤통수를 쳤다.

타타탕! 타타탕! 타타탕!

고리나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대한! 너무 사악해요.”

“전투에서 사악한 게 어디 있어요? 먼저 죽이는 게 장땡이지.”

“그래도 보는 내가 다 얄미워져요.”

“나 너무 미워하지 말아요! 원래 이 게임은 이렇게 전략과 전술을 잘 써야 치킨을 먹을 수 있답니다.”

대한은 고리나가 자꾸 자신의 귀에다 말을 하는 게 참 곤혹스러웠다. 달착지근한 그녀의 목소리와 함께 불어대는 입김이 마치 자신의 귀를 애무하는 것만 같았다.

그래서 일부러 더 게임에 집중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아마 흥분해서 벌써 파경을 맞았을 것이다.

대한은 지금 카메라를 통해 수많은 시청자들이 자신과 고리나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모르긴 해도 그중의 하나는 분명히 모니카일 것이다. 신기한 것은 고리나와 합방을 시작하자 더 이상 모니카생각이 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타타탕! 타타탕!

감옥 건물의 저격수는 결국 다른 유저에게 사살당했다. 물론 저격수를 사살한 유저는 대한에게 뒤통수를 맞고 킬 수를 헌납했다.

대한은 감옥 뒤에 있는 시청으로 이동했다. 이동하는 도중 차고에 들어가 파밍을 했는데 5.56mm AR이 걸려들었다. 운이 좋다고 생각한 그는 에바의 안내를 따라 차를 하나 픽업했다.

부아아앙!

대한은 도시의 외각을 따라 돌며 다이내믹하게 드라이브를 했다. 그러다 적을 발견하면 멈춰서 저격으로 쏴 죽였다. 집에 숨어 있는 적이 있으면 조용히 잠입해 들어가 소총을 난사했다.

간간이 시가전도 벌어졌다. 수류탄과 총알이 난무했고 대한은 정신없이 상대와 치고받았다. 그렇게 정신없이 싸운 후 오늘도 그는 치킨을 먹고 있었다.

“대한! 배그 정말 잘하네요.”

“고마워요.”

“난 이렇게까지 잘할 줄 몰랐어요.”

“뭐 그래 봐야 31킬인데요. 뭘!”

고리나는 대한의 플레이에 완전히 매료됐다. 그의 실력에 감탄하는 것은 그녀뿐만이 아니었다.

실시간으로 대한의 플레이를 지켜본 중국의 시청자들! 게임을 좋아하는 한족답게 그의 실력을 단박에 알아보곤 감탄해 마지않았다.

[6晨晨6: 大好]

[勇敢的心: 完美]

[李相赫: 哈哈哈哈哈哈 31 Kill!]

[ChinaZ: 真的很好]

[骚年很美好:凉凉]

[辣子鸡辣得遭不住: 4]

[苏志琦很平凡32: 战神]

중국도 인터넷 개인 방송이 활발했다. 특히 게임 방송을 많이 하는 ‘롱주’와 ‘또위’를 통해 수많은 BJ가 자신의 배그 플레이를 뽐내며 방송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어떤 BJ도 대한처럼 호쾌한 플레이를 하지 못했다. 항상 숨어서 저격을 하거나 뒤치기를 하는 플레이가 주류였다. 아니면 무모하게 개기다 금방 죽어서 아이템이나 털렸다.

저렇게 죽음을 무릅쓰고 전진, 또 전진하며 다 때려 부수는 시원한 플레이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었다.

“소원권 여기 있어요.”

“감사히 잘 받겠습니다.”

고리나는 두 말없이 쿨하게 자신의 소원권을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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