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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만재능(Feat. 대한 TV)-39화 (39/331)

39화 <끈기와 인내>

“네가 여긴 어쩐 일이냐?”

이태산이 퉁명스럽게 물었다. 대한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왜요? 제가 못 올 데 왔어요?”

“그건 아니지만…….”

이태산이 말끝을 흐렸다. 생각해 보니 집에 온 아들에게 할 소리는 아니었던 것이다.

김혜영이 과일을 예쁘게 담은 접시를 들고 왔다.

“여보! 왜 대한이에게 시비예요? 요새 얘가 얼마나 바쁜지 알아요?”

“아, 알지.”

이태산은 김혜영의 갈고리눈을 보자 금세 기가 죽었다. 그리고 후회했다. 두 사람이 쉬는 날이라고 간만에 아들 대한이 집에 찾아왔다. 반가운 마음에 인사를 한다는 것이 그만 자신도 모르게 삐딱하게 말이 나가버렸다.

대한도 더 이상 분위기를 망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고개를 돌려 김혜영을 바라보며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요새 나 바쁜 건 어떻게 알았어요?”

“내가 왜 몰라. 스마트폰으로 보면 다 나오는데…….”

“아! 그렇구나. 뭘 제일 많이 보세요?”

“주로 아메리카 TV를 많이 보지. 트워치는 영어로 진행해서 그런지 좀 어렵더라고. 자막도 작아서 잘 안 보이고.”

대한과 대화를 시작하자 김혜영의 눈빛이 부드럽게 풀렸다. 그녀는 아들과 얘기를 나누는 것이 제일 좋았다.

이태산은 자신에게 향하던 그녀의 눈총이 사라지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나이를 먹으니 이놈의 마누라가 점점 드세지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반대로 자신은 남성 호르몬이 적어져서 그런지 점점 더 여려지고 작아졌다.

그가 속으로 푸념을 하고 있는 사이 모자간의 대화는 한층 화기애애해졌다.

“아, 참! 너 이번에 축구대회 나갔지?”

“네.”

“어쩜 우리 아들은 이렇게 축구도 잘하니! 난 내 아들이 그렇게 볼을 잘 차는지 처음 알았어.”

“죄송해요. 대회에 나가서 잘 못 하면 실망하실까 봐 미리 말씀을 드리지 못했어요.”

대한이 고개를 숙여 사과를 했다. 하지만 김혜영은 당치 않다는 표정을 지었다.

“너한테 섭섭해서 하는 말이 아니야. 단지 네가 축구부에 가입한다고 했을 때 별로 신경을 못 써준 게 미안해서 그렇지.”

“미안하긴요. 그동안 두 분이 절 얼마나 신경 써주셨는데요.”

대한은 어머니 김혜영의 한 손을 잡고 미소를 지었다. 김혜영은 다른 손으로 대견한 아들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장하다. 우리 아들!”

“암! 우리 아들이 최고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이태산이 끼어들었다. 마누라에게 잃은 점수를 단숨에 만회하겠다는 심산이 엿보였다.

대한은 이태산의 행동에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터트렸다. 김혜영도 슬쩍 눈을 흘기다가 결국은 같이 웃음을 흘리고 말았다. 오랜만에 모인 셋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에바! 어떻게 해야 효도를 할 수 있을까?’

―지금 부모님들의 신체 반응은 감동과 감격입니다.

‘아무것도 해드린 게 없는데 왜?’

―마스터는 지금 아주 잘하고 계십니다. 다이어트도 성공했고, 운동도 열심히 하고 있고, 개인 방송도 잘 나가고 있습니다. 거기에다 축구 대회에서도 최다 득점으로 득점왕을 노리고 있습니다.

‘이건 전부 내 사생활일 뿐이잖아?’

―부모님의 마음은 아들이 잘되길 바라는 것뿐입니다. 지금 마스터께서 잘하고 계시니 두 분께서는 아주 만족하고 계십니다.

에바의 말에 대한은 괜히 낯이 뜨거워졌다.

정말 아무것도 해드린 게 없는데……. 부모님은 그저 자신이 잘하고 있다는 것에 행복해하신다. 대한은 당장에라도 부모님을 스튜디오가 있는 오피스텔로 모시고 싶었다. 하지만 잘못하면 두 분의 자존심을 건드는 것이 아닐까 조심스러웠다.

역시 빨리 집을 사서 모시는 게 최선이었다.

“난 우리 아들이 프리킥을 찰 때 가슴이 다 조마조마했어.”

“이미 누가 이길지 잘 알고 있으면서도 심장이 마구 두근거리더라고요.”

“당신 봤어? 대한이가 골을 넣었을 때 사람들 표정 말이야.”

“그것뿐이겠어요. 칩샷인가 뭔가 하는 걸 성공했을 때 골키퍼는 아예 울려고 했잖아요.”

“이제 우리 아들 무시하는 사람은 없겠다.”

“무시는요. 가게 언니들이 잘난 아들 둬서 좋겠다고 부러워하는걸요.”

이태산과 김혜영은 경쟁적으로 아들 자랑을 하고 있었다. 그런 두 분의 표정은 정말 행복해 보였다. 대한은 그 모습에 가슴이 울컥했다. 그는 터져 나오려는 눈물을 간신히 참았다.

‘이렇게 행복해하시는 모습을 보니까 어쩐지 내가 진짜 불효자 같다는 생각이 든다.’

―과거에 무엇을 어떻게 했든, 현재가 중요한 겁니다. 괜히 쓸데없는 죄책감 갖지 마세요.

‘우리 부모님 참 좋은 분들인데……. 그저 돈 버는 재능만 없을 뿐인데.’

―마스터의 부모님에게도 뛰어난 재능이 있습니다.

에바의 말에 그는 촉각을 곤두세웠다.

‘정말?’

―네. 아버지 이태산에게는 재능 ‘끈기(S)’가 있고 어머니 김혜영에게는 ‘인내(S)’가 있습니다.

‘끈기와 인내!’

대한은 자신도 모르게 심장이 떨려왔다.

끈기와 인내가 S 등급이 다 되도록 얼마나 많은 세월을 참고 견디셨을까? 그 과정이 대한으로서는 상상이 가지 않았다.

그는 안간힘을 쓰며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정말 펑펑 울었다.

게으르고 나태하고 식탐만 왕성한 뚱보! 부모님의 마음은 헤아리지 못한 채 매일 이것저것 사달라고 떼를 쓰고 졸라대기만 했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두 분은 어려운 가운데에도 끈기와 인내라는 재능을 키우며 참고 버티고 계셨던 것이다.

그걸 생각하자 대한은 자신이 천하에 다시없을 불효자라는 것을 깨달았다.

―마스터! 감정을 좀 추스르세요. 부모님이 걱정하십니다.

‘알았어.’

대한은 필사의 인내로 눈물을 참았다. 그리곤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에바!’

―네, 마스터.

‘나 결정했어.’

―뭘 결정했다는 말씀이십니까?

‘부모님의 재능을 물려받기로 말이야.’

―탁월한 선택이십니다. 제가 확인해 본 결과에 의하면 마스터와 부모님과의 싱크로율은 100%입니다.

‘오! 잘됐다. 그럼 즉시 재능을 흡수해 줘!’

―알겠습니다. 참고로 ‘끈기(S)’와 ‘인내(S)’는 패시브 재능입니다.

‘와아아! 최고다!’

대한은 속으로 환호성을 질렀다.

그는 즉시 아버지와 어머니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단호하게 말했다.

“어머니! 아버지! 제가 집을 사면 꼭 이사한다고 약속해 주세요.”

“그래, 알았다.”

이태산은 갑작스러운 대한의 스킨십에 당황해서 반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김혜영은 오히려 대한의 몸을 꼭 끌어안고 웃었다.

“호호호! 대한아! 설마 우리가 너와 같이 살기 싫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겠지?”

“당연히 아니죠. 그래도 약속해 주세요.”

“약속할게. 대신 돈 많이 벌어서 멋진 집 사라!”

“예.”

김혜영은 점점 말라가는(?) 아들의 몸을 꼭 끌어안았다. 아들의 몸은 이제 푹신하기만 한 몸이 아니다. 든든하고 탄탄한 느낌을 주고 있었다.

‘에바!’

―재능 흡수 대상자 아버지 이태산의 재능 ‘끈기(S)’를 흡수했습니다. 재능 흡수 대상자 어머니 김혜영의 재능 ‘인내(S)’를 흡수했습니다.

대한은 어머니 김혜영의 몸을 더욱 강하게 끌어안았다.

어머니는 어쩐지 점점 더 마르시는 것 같았다.

‘에바! 혹시 우리 부모님 어디 아프신 건 아니지?’

―당장 입원하거나 수술을 해야 할 정도로 아프시진 않습니다.

‘다행이다.’

―하지만 두 분 모두 고생을 많이 하셔서 흔히 말하는 골병이 드셨습니다.

‘뭐라고?’

대한은 부모님이 골병이 들었다는 말에 깜짝 놀랐다.

에바가 재빨리 말을 이었다.

―나이에 비해 빠르게 성인병이 나타날 징조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럼 안 되는데…….’

―마스터!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두 분의 몸에 주입된 피코셀을 이용하면 골병을 치료하고 성인병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그럼 당장 그렇게 해줘!’

대한은 에바에게 애원하듯 말했다.

에바는 시종일관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알겠습니다. 약간의 통증을 느끼실 수 있으니 일단 두 분을 좀 재워주십시오.

‘내가 어떻게 재워?’

―아들이 부모님에게 마사지를 해준다고 하면 싫어할 부모님은 없습니다. 일단 두 분을 눕게 만들면 나머지는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알았어. 그렇게 할게!’

대한은 에바의 말대로  움직였다.

“두 분 모두 이쪽으로 누워보세요.”

“왜? 마사지라도 해주게?”

“어떻게 알았어요?”

“네가 우리보고 누우라고 할 일이 뭐가 있겠냐, 마사지 빼고.”

이태산은 눈치가 빨랐다.

그는 냉큼 자리를 가져와 바닥에 깔고 누웠다. 그러자 김혜영은 소파 위로 올라가 누웠다.

“오랜만에 우리 아들 마사지 좀 받아보자.”

“네에.”

너무 쉽게 일이 풀리자 대한은 오히려 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아버지부터 어깨 마사지를 시작했다.

“어휴! 시원하다.”

“대한아! 아버지는 대충하고 엄마한테 해주라.”

“우리 반칙 쓰지 맙시다.”

두 분은 뭐가 그리도 재미있으신지 웃으면서 농담을 주고받았다.

그러다 곧 이태산이 까무룩 잠이 들었다. 대한은 김혜영에게 가서 마사지를 시작했다.

“호호호! 역시 우리 아들이 최고네.”

김혜영은 대한이 이태산을 놔두고 자신에게 오자 크게 기뻐했다. 유치하긴 하지만 나름 재미있는 부모님의 장난이었다.

쿠울, 쿨!

그러다 채 10초도 지나기 전에 김혜영도 잠에 빠지고 말았다.

‘에바!’

―네, 이제부터는 제가 알아서 두 분의 몸을 치료하겠습니다.

‘혹시 우리 부모님도 몸에서 악취가 나고 그러는 것은 아니겠지?’

―그럴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에바의 말에 대한은 욕실로 들어가 커다란 수건 두 장을 들고 나왔다. 들고온 수건을 바닥에 깐 뒤 그 위로 아버지와 어미니를 살포시 내려놓았다.

‘이제 됐다.’

―마스터. 굳이 지켜보지 않아도 됩니다. 인터넷으로 연결되어 있어 제가 모든 것을 원격으로 조정할 수 있습니다.

‘아, 그래?’

대한은 에바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한번 겪어봤기 때문에 냄새가 얼마나 고약한지 잘 안다. 부모님이 잠에서 깨어 얼마나 당황하실지 보고 싶지 않다면 역시 자리를 피하는 게 옳았다.

우웅!

때마침 익숙한 공명음이 뇌리를 진동시켰다.

―재능 흡수 대상자, 아버지 이태산의 재능 ‘끈기(S)’를 획득하셨습니다.

‘아!’

―재능 흡수 대상자, 어머니 김혜영의 재능 ‘인내(S)’를 획득하셨습니다.

‘대박!’

싱크로율이 100%에 달한다는 것은 에바의 말을 통해 이미 알고 있었다. 그래도 두 개의 패시브 스킬이 정말 등급의 하락 없이 그대로 옮겨진 것은 놀랄 만한 일이었다.

대한은 크게 기뻤다. 부모님의 소중하고 위대한 유산을 물려받는 기분이었던 것이다.

‘에바, 상태 창을 열어줘.’

―네, 마스터.

에바가 허공에 투명한 상태 창을 열었다.

이름: 이대한

등급: 루키

칭호: 없음

나이: 만 17세

직업: 학생(숭신고등학교 2학년)

재능: 끈기(S), 인내(S), 미모(A), 축구 재능(A), 프리킥(A), 이탈리아어(A), 폭풍 성장(S), 축구 기본기(B), 영어(A)

스탯: 근력 68 > 73, 민첩 45 > 50, 체력 50 > 55, 지력 56 > 61, 마력 0

신장 168cm > 170cm, 몸무게 88kg > 86kg

재능 칸에 S 등급 패시브 재능인 ‘끈기(S)’, ‘인내(S)’ 그리고 ‘미모(A)’가 나란히 자리했다. 그는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르다는 말의 참 의미를 그제야 깨달았다.

근력, 민첩, 체력, 지력이 모두 각각 5개씩 올랐다. 게다가 신장이 2cm 더 자라 드디어 170cm가 됐다. 이제는 어디 가서 난쟁이 똥자루라는 소리는 듣지 않을 것 같았다.

몸무게도 2kg이 더 빠져서 86kg이었다. 예전에 비해 확실히 살이 빠지고 얼굴 윤곽이 드러나고 있었다. 키만 조금 더 큰다면 아마 뚱보라는 말보단 통통하다는 말을 더 듣게 될 것이다.

대한은 잠시 부모님의 얼굴을 쳐다보다가 지하실 방을 나섰다.

* * *

“모니카! 오늘 합방 재미있었어?”

“응, 나름 괜찮았어.”

제니퍼의 말에 모니카가 살짝 웃으며 대답했다.

그러자 헬렌이 옆에서 스마트폰을 쳐다보며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야. 오늘 모니카 표정이 좀 이상해!”

“무슨 소리야?”

헬렌이 떡밥을 던지자 제니퍼가 냉큼 물었다.

“너도 눈이 있으면 이것 좀 봐라! BJ 말론이 무리수를 두는 게 보이지 않니?”

“그런가?”

제니퍼는 헬렌이 보여주는 동영상을 보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모니카는 친구들의 반응에 그저 미소만 지을 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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