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만재능(Feat. 대한 TV)-36화 (36/331)

36화 <한새롬>

‘에바! 나 이거 먹어도 될까?’

―괜찮습니다. 얼마든지 드십시오.

‘혹시 살찌는 것은 아니겠지?’

―이걸 전부 다 먹지만 않으면 살이 찌지는 않을 겁니다. 당분의 공급 과잉은 제가 배출을 하든 흡수를 하든 해결하겠습니다.

에바의 말에 대한은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때부터 그는 케이크와 쿠키를 하나씩 집어 먹었다. 음료수도 마셔가며 맛을 음미하자 오랜만에 먹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었다.

“저는 정다혜예요. 어머! 참 복스럽게 잘 드신다.”

“전보다 훨씬 살이 빠지신 것 같아요. 제 이름은 오정혜예요. 나중에 사인해 주실 때 꼭 제 이름을 넣어주세요.”

다혜와 정혜라는 두 ‘혜’ 자 돌림 미녀! 그들은 대한을 사이에 두고 양쪽으로 앉아 재잘대기 시작했다.

정다혜와 오정혜는 그의 얼굴을 쳐다보며 연신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이들의 행위에 조금의 가식도 섞여 있지 않았다. 정말 이들은 대한의 광팬이기도 했던 것이다.

대한에게는 거짓말 탐지기보다 훨씬 효과가 좋은 에바가 있었다. 그래서 이런 사실을 누구보다 확실하게 알 수가 있었다.

‘에바, 이상현 실장이 아주 작정을 하고 왔어.’

―그래 보입니다. 하지만 함부로 약속을 하시면 안 됩니다. 둘이 난타전을 벌이다가 서로 폭사하게 될 때까지 기다리셔야 합니다.

대한은 에바의 코치를 받으며 여유 있게 이 자리를 즐겼다. 하지만 강현과 이상현은 서로를 노려보며 연신 새로운 제안을 내밀었다.

“수익 정산 후 지급 기간을 30일 이내로 해드리겠습니다.”

“저희는 그 날 즉시 달풍선 정산이 가능합니다.”

“다시 보기 보관 일을 90일로 늘려드리겠습니다.”

“특별히 대한 님을 위해 광고 방송을 하겠습니다. 공식 방송 출연 우선권도 드리겠습니다.”

그러나 아직은 갈 길이 멀었다.

대한이 바라고 있는 것은 이딴 곁가지가 아니었다. 한참 동안 쓸데없는 것으로 기운을 빼던 두 사람은 결국 핵심으로 돌아왔다.

“대한 님을 위해 아메리카 TV에서는 특별히 동시 송출 허용을 고려하겠습니다.”

“저희 트워치에서도 특별 케이스로 대한 님에게 동시 송출을 고려하겠습니다.”

“아! 그것참 마음에 드는 제안들이네요.”

“아메리카 TV에서는 타 플랫폼 생방송 개설도 허용하도록 해보겠습니다.”

“저희 트워치에서도 타 플랫폼 생방송 개설 허용을 고려하겠습니다.”

“오! 트워치까지.”

대한은 케이크를 한입에 넣고 얼른 음료수를 마셔서 목구멍으로 넘겨버렸다. 그러고는 구체적으로 양쪽 회사에서 자신에게 어떤 혜택을 주는지 확인했다.

양쪽 모두 황금알을 낳는 대한을 독점하고 싶어 했다. 하지만 경쟁 회사의 실장이 앞에서 뻔히 지켜보고 있어서 그건 불가능했다.

결국 한참 동안 실랑이를 벌인 끝에 대한은 양쪽 플랫폼에서 생방송과 동시 송출을 마음대로 할 수 있게 허용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거기에다 아메리카 TV에서는 오늘부터 파트너 BJ 혜택을 즉시 적용키로 했다. 트워치와는 이미 파트너 스트리머라 지금보다 더 다양한 특혜와 혜택을 추가해 주었다.

“강현 기획실장님, 오늘 고맙습니다.”

“아닙니다. 오히려 저희가 고맙지요. 다만 대한 파트너 BJ님께서 저희 아메리카 TV를 조금만 더 신경 써주시면 좋겠습니다. 아시다시피 게임 방송은 저희가 원조이고 합방하면 저희 아메리카 TV 아니겠습니까?”

“무슨 뜻인지 잘 알겠습니다. 조만간 모니카와 합방을 한번 진행해 보겠습니다.”

“하하하! 감사합니다. 이거 말이 잘 통하니 참 좋네요.”

강현과 대한이 서로 손을 잡고 활짝 웃었다.

그러자 이상현이 끼어들었다.

“대한 파트너 스트리머님! 곧 트워치에서 주최하는 게임 대회가 열립니다. 저희가 특별 부스를 배당하고 특별 채널을 열어드릴 테니 꼭 참가해 주세요.”

“아! 네, 물론이지요.”

“참가만 해주시면 나머지는 여기 정다혜 팀원과 오정혜 팀원이 알아서 잘 도와드릴 겁니다.”

“네, 감사합니다.”

이상현은 대놓고 정다혜와 오정혜를 언급했다. 신기하게도 두 미모의 여자는 그의 말에 오히려 기뻐하는 눈치였다.

―마스터의 발을 이용해 제대로 영업을 하고 있네요.

‘어휴! 이거 마냥 좋아할 수도 없는 일이구나.’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그렇다고 이 두 여자와 사귈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그건 맞아. 나보다 나이가 한참 많은 여자들이야.’

대한의 심리적 마지노선은 모니카였다. 그녀보다 더 나이가 많은 여자는 아무리 예뻐도 그에겐 여자가 아니었다.

―정확한 나이를 알아봐 드릴까요?

‘아니야. 그건 예의가 아닌 것 같아.’

대한은 적극적으로 덤벼드는 에바를 간신히 만류했다. 떠나가는 정다혜와 오정혜의 얼굴에 아쉬움이 가득했다. 팬으로서 해준 사인을 가슴에 품고 가는 모습에 그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오늘 에바가 기획하고 그가 주최한 미팅의 승자는 누가 뭐라고 해도 대한이었다. 특혜와 혜택은 다 받아 챙기고 규제 조항은 전부 미꾸라지처럼 피해 갔다. 그러니 가장 이득을 본 것은 대한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는 테이블 위에 놓인 두 개의 서류 봉투를 백팩에 집어넣었다. 아메리카 TV와 트워치는 각각 자신들의 서명이 들어간 계약서를 봉투 안에 두고 갔다.

대한의 부모님으로부터 직접 서명을 받아달라는 의미였다.

―마스터! 인터뷰할 시간이 다 되어갑니다.

‘벌써 이렇게 시간이 지났네.’

에바의 말에 대한은 종종걸음으로 걸어갔다. 오늘 인터뷰를 위해 예약된 장소로 이동하는 것이다.

다행히 약속 장소는 그리 멀지 않았다. 지하철로 세 정거장만 가면 된다.

대한은 6호선 새절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월드컵경기장역에서 내렸다. 에바가 내비게이션 역할을 해줘서 금세 약속 장소를 찾을 수 있었다.

“어서 오세요.”

대한은 월드컵 스튜디오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아르바이트생으로 보이는 앳된 얼굴의 여자가 밝게 인사를 했다.

대한은 살짝 고개를 숙이며 물어봤다.

“스포츠동해 한새롬 기자와 만나기로 했는데 여기 맞죠?”

“네, 맞아요. 금방 오신다고 했으니까 이쪽으로 앉아서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친절한 직원의 말에 그는 고맙다고 다시 고개를 숙이고 의자에 앉았다. 왜 사진 스튜디오에서 만나자고 했는지는 모르지만 아마 십중팔구는 여기서 사진을 찍게 될 것이다.

“어머! 벌써 왔네요.”

“안녕하세요!”

낭랑한 목소리에 대한은 반사적으로 일어났다. 그리곤 눈을 동그랗게 떴다.

‘뭐냐? 이 미친 미모는…….’

―마스터의 심장이 모니카를 봤을 때와 비슷한 박동 수를 보이고 있습니다.

‘닥쳐!’

―눼에에에!

에바는 입술을 삐쭉이며 날카로운 눈으로 여자를 노려봤다. 왜 미녀만 보며 에바가 이렇게 날 선 반응을 보이는지 대한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숭신고의 이대한 선수 맞죠?”

“네, 한새롬 기자님.”

둘은 서로 미소 지으며 악수를 했다. 그녀의 손은 참 부드럽고 고왔다. 아니, 손뿐 아니라 한새롬 기자의 미모 자체가 정말 탁월했다.

자타가 공인하는 미녀 모니카와 일주일에 세 번이나 합방을 하는 대한이었다. 모니카를 통해 나름 미녀에 대한 내성을 쌓았다고 자부했지만 허무하게도 그녀 앞에선 전혀 통하지 않은 채 사정없이 심장이 뛰었다.

그러니 한새롬의 미모가 어느 정도인지 가히 짐작이 갈 것이다.

‘오우, 야! 이 정도면 미스코리아를 해도 대상 먹겠다.

―미스코리아는 보통 진, 선, 미를 뽑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대충 알아듣자.’

―눼에에에!

대한은 에바와 농담 삼아 얘기를 했지만 좀처럼 한새롬에게서 시선을 뗄 수 없었다.

한새롬은 170cm의 신장을 가진 늘씬한 체형이었다. 팔다리는 곧게 길었고 정장을 입은 가슴은 크게 부풀어있었다. 대충 살펴봐도 그녀가 보통 글래머가 아니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가장 눈이 가는 것은 역시 얼굴이었다. 그녀의 얼굴은 작고 시원시원한 서구형 마스크를 가졌다. 피부도 워낙 하얗고 오관의 균형이 잘 맞아 오밀조밀하게 참 예뻤다.

그녀는 모니카와는 전혀 다른 매력을 지닌 보기 드문 아름다운 미녀였다.

“이대한 선수를 여기서 보자고 한 것은 사진을 찍기 위해서예요.”

“카메라맨이 어디 휴가라도 갔나 보군요.”

“어? 그거 어떻게 알았어요?”

그냥 찍었는데 그게 또 맞았나 보다. 한새롬이 깜짝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 놀라는 모습도 토끼처럼 귀여웠다.

대한은 굳이 대답하지 않고 싱긋 미소만 지었다. 그녀는 대한에게 아주 상냥했다. 다만 남자로 보는 게 아니라 남동생으로 보는 게 분명했다. 대한이 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이니 그럴 만도 했다.

그는 한새롬을 보며 누나가 있으면 아마 이런 느낌이 아닐까 생각했다. 물론 현실 남매의 삶을 1만 알았어도 그딴 개망상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여기서 인터뷰를 할 생각인데… 괜찮죠?”

“물론이죠.”

“그럼 우리 저쪽으로 가서 앉아요.”

“네.”

한새롬은 대한의 팔을 잡고 스튜디오의 창가로 이끌었다.

둘은 탁자를 사이에 두고 푹신한 소파에 앉았다. 아르바이트생이 센스 있게 시원한 음료수를 몇 개 가져다줬다. 대한은 앳된 여직원에게 고개를 숙여 감사 인사를 했다.

둘은 음료수를 나눠 마시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먼저 자기소개부터 해주실래요?”

“네, 저는 숭신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이대한입니다.”

자기소개가 너무 짧아 보이자 한새롬이 바로 질문을 해왔다.

“숭신고 축구부 선수가 맞죠?”

“네, 그렇습니다.”

“축구는 언제부터 시작한 거예요?”

“고등학교에 들어오면서 시작했습니다.”

“그럼 2년밖에 되지 않았네요.”

“네, 그렇습니다.”

사실은 축구를 제대로 한 것은 2년이 아니라 2개월 정도였다. 그렇다고 사실을 그대로 말할 수는 없었다.

한새롬은 자신의 수첩에다 인터뷰 내용을 빠르게 메모했다.

그사이 대한은 에바와 재능 흡수에 관한 의논을 했다.

‘에바! 예쁘고 아름다운 것도 재능이야?’

―미모는 선천적으로 타고난 사람도 있고 후천적으로 자라면서 만개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재능이야, 아니야?’

―재능이 맞습니다.

‘그럼 모니카나 한새롬의 미모를 남자인 내가 흡수할 수 있는 거야?’

에바는 대한의 걱정을 한마디로 일축했다.

―물론이죠. 재능 미모는 남자와 여자를 구별하지 않는 패시브 능력입니다. 성별에 맞게 알아서 보정을 해준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물론 그 보정이 좀 사기적이긴 합니다.

‘모니카와 한새롬 중 누구의 미모가 더 뛰어난 거야?’

―재능 미모의 등급을 따지시는 거라면 아마 별 차이가 없을 것입니다. 만약 차이가 난다면 싱크로율이겠지요.

‘싱크로율?’

―네, 제 생각에는 한새롬의 싱크로율이 모니카보다 조금 높을 겁니다.

‘좋아. 그럼 한새롬의 재능을 흡수해 보자.’

―마스터, 재능 흡수 대상자와 신체 접촉을 해주세요.

‘알았어.’

대한은 마음의 결정을 내리고 기회를 엿봤다.

“숭신고가 이번 대통령배 전국 고등학교 축구 대회에서 예선 1위로 본선에 진출했습니다. 목표가 어디까지죠?”

“제가 감독님이 아니라서 잘 모르겠지만 역시 우승이 아닐까요?”

“그렇군요.”

“저기 잠깐 볼펜 좀 빌려주세요.”

“네? 아! 네.”

한새롬은 자신의 볼펜을 내밀었다. 대한은 그녀의 볼펜을 잡으면서 살짝 한새롬의 손가락을 터치했다. 다행히 그녀는 그의 행동을 경계하지 않았다.

백팩에서 수첩을 꺼내 뭔가를 적는 척하면서 대한은 에바를 불렀다.

‘에바!’

―한새롬에게 피코셀을 주입했습니다. 현재 DNA 분석 중입니다.

‘그녀는 어떤 재능을 가지고 있지?’

―‘미모(S)’, ‘끼(S)’, ‘매력(A)’ 등이 있습니다.

대한은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스포츠 신문의 여기자가 S 등급의 재능을 두 개나 가지고 있었다. 거기에다 A 등급의 매력까지 합치니 왜 한새롬을 보고 자신의 심장이 마구 두근거렸는지 알 것 같았다.

‘한새롬은 스포츠 신문의 기자로 끝날 사람이 아니다.’

―저도 마스터의 생각과 같습니다. 보유한 재능을 보면 엔터테인먼트에 특화되어 있습니다.

‘조만간 일 때려치우고 연예계로 진출하겠구나.’

―그건 누구도 모르는 일이죠.

에바의 원론적인 말이 맞다. 하지만 대한은 왠지 그녀가 조만간 뜰 것 같다는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

‘어쨌든 당장 내게 필요한 재능은 미모야.’

―한새롬의 재능 ‘미모(S)’를 흡수하겠습니까?

‘응.’

대한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한새롬에게 볼펜을 돌려주자 자연스럽게 인터뷰가 재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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