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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만재능(Feat. 대한 TV)-35화 (35/331)

35화 <축구 재능(A)>

대한은 골대 안으로 공이 들어가는 걸 확인하는 것보다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제일고 선수들을 피하는 게 먼저였다.

다행히 그의 발에서 이미 볼이 떠난 상태라 큰 충돌은 벌어지지 않았다. 그는 무섭게 달려드는 제일고 선수들의 대시에 놀라 슬며시 하프라인으로 몸을 피했다.

하지만 그들보다 더 거칠고 황소처럼 달려드는 인간들이 있었다. 바로 숭신고 축구부 선수들이었다. 대한은 당혹스런 표정을 지으며 즉시 두 손을 들고 항복을 표했다. 그러나 그들은 가차 없었다. 흥분한 숭신고 선수들은 해일처럼 밀려와 대한을 덮쳐버렸다.

“우와!”

대한의 육중한 몸이 뒤로 밀려나며 바닥에 쓰러졌다. 그 위로 십여 명의 숭신고 축구부 선수들이 몸을 날렸다. 순식간에 대한의 위로 사람의 몸이 탑처럼 쌓였다.

“으악!”

그는 축구부 선수들의 몸무게에 눌려 온몸이 부서지는 것만 같았다. 마른오징어처럼 압착되어 가는 와중에 대한은 생명의 위협을 진하게 느꼈다.

‘에바! 나 죽겠다.’

―마스터, 그 정도로는 절대 죽지 않습니다.

‘이 새끼들, 일부러 이러는 거 맞지?’

―반은 장난이고 반은 진심일 것입니다.

대한은 한동안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 최정규 감독과 주심이 달려와서 급히 말리지 않았다면 아마 그는 오늘 요단강을 건넜을지도 모른다.

“대한아! 잘했다.”

“너 첫 필드 골 넣었어.”

“마무리 정말 죽였다.”

“해트 트릭 축하해!”

“마지막 골 정말 끝내줬어.”

대한은 온몸이 으스러지는 충격을 받았지만 다들 웃으면서 진심으로 축하를 해주니 기분만큼은 날아갈 것만 같았다. 무엇보다 생애 처음으로 자신이 해트 트릭을 했다는 사실이 너무 기뻤다.

―마스터! 해트 트릭 축하합니다. 정말 원하시는 대로 해트 트릭에 성공했네요.

‘고마워! 이게 다 에바 덕분이야.’

그렇다. 에바가 축구공의 낙하 궤도와 낙하지점을 표시해 주지 않았다면 아마 날아오는 볼을 그냥 흘려버렸을지도 모른다.

―후잉! 아이, 뭐예요…….

그녀는 몸을 배배꼬며 심하게 부끄러워했다. 그러다가 잘 보이지도 않은 엄지를 세우더니 그를 향해 쭉 내밀었다.

―마스터 최고예요.

‘너도 나한테는 최고야.’

대한의 말에 에바는 심쿵했다. 그녀는 결국 가슴에 ‘총 맞은 것처럼’ 옆으로 쓰러졌다.

삐이익!

경기는 재개되자마자 주심의 경기 종료 휘슬로 끝이 나고 말았다.

강릉 제일고 축구부 선수들은 모두 허탈한 표정으로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하지만 숭신고 축구부 선수들은 일제히 함성을 지르며 승리를 만끽했다.

스코어는 5대3, 당연히 숭신고가 5골을 넣고 승리했다. 그중 3골은 대한이 넣은 것이었다. 2골은 프리킥으로, 1골은 칩샷으로 팀에 승리를 가져왔다.

대한은 이날을 기점으로 숭신고등학교의 영웅이 되어버렸다. 또한 고등학교 축구 유망주로 서서히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3경기 만에 7골을 몰아치는 압도적인 골 결정력과 백 퍼센트 프리킥 성공률. 이런 특이한 기록은 숨기려고 해도 결코 숨길 수가 없었다. 결국 단신으로나마 9시 뉴스에 그의 얼굴과 이름이 나왔다.

대중적인 인지도가 없었던 대한이지만 지상파 방송을 통해 이제는 일반인들에게까지 소록소록 이름이 알려지게 되었다.

* * *

‘시간 참 잘 간다.’

―축하합니다, 마스터!

대한은 에바의 배꼽 인사에 슬쩍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지금 그가 있는 곳은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커피 전문점이다. 그는 금세 얼굴을 무표정하게 바꿨다.

‘벌써 2주가 지났어.’

―그동안 열심히 노력하셨잖아요.

‘하긴, 그래서 2주 만에 축구 재능을 얻게 된 것이겠지.’

―상태 창 열어드릴까요?

‘응, 부탁해!’

대한의 말이 끝나자마자 에바는 허공에 투명한 상태 창을 띄웠다.

이름: 이대한

등급: 루키

칭호: 없음

나이: 만 17세

직업: 학생(숭신고등학교 2학년)

재능: 축구 재능(A), 프리킥(A), 이탈리아어(A), 폭풍 성장(S), 축구 기본기(B), 영어(A)

스탯: 근력 68, 민첩 45, 체력 50, 지력 56, 마력 0

신장 168cm, 몸무게 88kg

그는 즉시 손으로 자신의 입가를 가렸다. 웃음이 터져 나오려고 했던 것이다.

‘키가 168cm다. 앞으로 170대까지 2cm 남았다.’

―그동안 2cm나 더 컸어요.

‘몸무게도 이제 90대가 아니라 80대야.’

―90kg에서 2kg이 빠져서 88kg이 됐네요.

에바는 그와는 다르게 시큰둥한 반응이었다. 하지만 대한은 한동안 자신의 신장과 몸무게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그러다 스탯을 확인했다. 근력, 민첩, 체력이 모두 5개씩 올랐다. 지력도 2개나 증가했다.

재능 칸에는 당당하게 ‘축구 재능(A)’이 박혀있었다. 더 기분이 좋았던 것은 ‘축구 기본기’가 C 등급에서 B 등급으로 올라간 것이다. 이것은 재능 흡수와는 관계없이 오직 백 퍼센트 자신이 노력한 결과였다.

대한이 스탯을 보며 뿌듯해 하고 있을 때였다.

덜컹!

자동문이 열리면서 정장을 입은 호쾌한 인상의 중년 사내가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고개를 두리번거리더니 대한을 보고는 곧장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대한 TV의 이대한 BJ님이시죠?”

“네, 맞습니다.”

“반갑습니다. 저는 아메리카 TV의 경영기획실장 강현입니다.”

대한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강현이 악수를 청했다.

강현의 손을 맞잡은 그는 살짝 고개를 숙였다.

“처음 뵙겠습니다. 이대한입니다.”

“화면보다 실물이 훨씬 잘 생기셨네요.”

“그렇게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다이어트와 운동 방송을 하고 계시니 앞으로 더욱 기대가 됩니다.”

“저도 잘됐으면 좋겠습니다.”

자리에 앉으며 강현이 대한을 살짝 띄웠다. 하지만 대한은 그저 가볍게 응수하고 넘어갔다.

사람을 상대하는 일을 하는 강현의 말은 아주 매끄러웠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대한도 예전과는 달리 이제는 말이 술술 잘 나왔다.

“주문하셨습니까?”

“아직 안 했습니다.”

“그럼 제가 사오겠습니다.”

먼저 보자고 한 사람이 음료수를 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강현은 마치 대한을 위해 자신이 희생한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어떤 것으로 하시겠습니까?”

“시원한 아이스티로 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강현은 직접 가서 아이스티 두 잔을 사 왔다. 둘은 탁자를 마주 보고 앉아 빨대로 아이스티를 빨아먹었다.

“본사로 오시면 더 좋았을 텐데요.”

“아닙니다. 제가 바빠서 아메리카 TV 본사까지는 갈 시간이 없습니다.”

“그러시구나.”

강현은 상당히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대한은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똥개도 자기네 동네에서는 50% 먹고 들어간다고 했다. 하물며 민감한 주제로 서로 협상을 하는데 굳이 상대편의 아가리로 들어갈 필요는 없었다.

대한은 일부러 자신의 스튜디오가 있는 건물 앞 커피 전문점으로 약속을 잡은 것이다.

“요즘 정말 대한 TV의 인기가 장난이 아니더군요.”

드디어 강현이 먼저 용건을 꺼냈다.

“확실히 유티비와 트워치의 구독자 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크흠! 아메리카 TV의 구독자 수도 오늘 17만 명을 찍었습니다.”

대한의 의도적인 트워치의 언급에 강현은 아메리카 TV를 환기시켰다. 하지만 대한의 팩폭에는 당해 낼 재주가 없었다.

“아, 네! 그렇다고 하더군요. 오늘 유티비와 트워치에 얼마를 찍었더라? 아! 각각 350만과 136만이군요. 트워치만 해도 아메리카 TV와는 8배 정도 차이가 나네요.”

100만대가 넘어가자 하늘이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가던 구독자 수도 주춤했다. 하지만 에바가 개입하자 유티비와 트워치의 구독자 수는 다시 비약적으로 늘어났다. 페이스노트와 원스타그램의 팔로우 수도 크게 늘어 각각 280만과 208만을 넘어갔다.

그것에 비하면 아메리카 TV의 평균 시청자 수는 6만 명에 불과했다. 물론 그것도 결코 적은 숫자는 아니었지만 말이다.

대한의 풍력도 나날이 발전해 하루 평균 4만 개의 달풍선이 들어왔다. 모니카의 버프가 있는 날은 7.5만 개까지 증가했다. 그러나 그동안 모니카와의 합방은 대부분 트워치를 이용했다. 아마 그래서 경영기획실장인 강현이 자신의 무거운 엉덩이를 움직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강현은 잠시 대한의 얼굴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대한도 강현을 쳐다보며 싱긋 미소를 지었다.

“어휴! 고등학생이라더니 하는 행동은 백전노장이시네요.”

“그럴 리가요.”

“하하하! 내가 졌습니다. 이렇게 팩트로 말씀을 하시는데 무슨 협상이 더 필요합니까? 그냥 제가 가져온 보따리를 전부 풀어놓겠습니다.”

“네, 일단 한번 들어보죠.”

강현의 말에도 대한은 절대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비즈니스는 계약서에 도장을 찍어도 실제로 계좌에 돈이 찍히기 전까지는 안심할 수 없는 것이다.

“아시다시피 대한 님은 아메리카 TV의 신인 BJ이십니다. 정산을 하게 되면 6대4의 정산율을 적용받지요. 하지만 저희는 대한 TV의 높은 잠재력을 생각해 스타 BJ를 넘어 파트너 BJ로 바로 모시겠습니다.”

“스타 BJ를 건너뛰고 파트너 BJ를 시켜준다는 말입니까?”

“네, 그렇습니다.”

아메리카 TV의 BJ 시스템은 신인 BJ, 스타 BJ, 파트너 BJ로 나눈다.

신인 BJ의 정산율은 6대4이다. 달풍선 10개를 받으면 4개는 아메리카 TV의 수수료로 가고 나머지 6개가 신인 BJ의 몫이 된다는 말이다. 하지만 스타 BJ의 정산율 7대3, 파트너 BJ의 정산율은 8대2다. 달풍선 10개를 받으면 이제 8개가 자신의 것이 된다는 소리였다.

“대한 님이 아메리카 TV의 파트너 BJ가 되시면 아메리카 TV의 광고 수입을 쉐어하고 방송 리스트 최상단에 노출됩니다. 전용 게시판과 전용 스킨을 드리고 동영상 업로드 시 혜택은 물론 각종 아이템을 제공하겠습니다.”

“…….”

“또한 방송 콘텐츠 제작 및 홍보 지원도 하고, 공식 방속 및 광고 방송 출연과 섭외에서도 우대를 해드리겠습니다. 전용 밴을 지원하고 담당자를 두어 맨투맨으로 케어할 것입니다.”

듣고 보니 혜택이 참 많았다. 그러나 사람의 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한다.

“파트너 BJ가 되면 혜택만 있는 것은 아니겠죠?”

“뭐, 몇 가지 지켜야 할 사소한 규칙이 있습니다.”

“그 사소한 규칙이란 것이 설마 다른 플랫폼에서 생방송 개설 불가와 동시 송출 금지는 아니겠죠?”

“파트너 BJ의 혜택을 받으려면 그 정도는 약속해 주셔야 합니다.”

“아! 그렇군요.”

강현은 살짝 얼굴이 붉어지며 목소리 톤이 올라갔다. 대한은 시종일관 침착하게 그의 말을 경청했다.

얼핏 보면 둘의 나이가 바뀐 것 같은 모습이었다.

그때, 그들이 앉아있는 테이블로 커다란 덩치의 정장 사내가 다가왔다.

“안녕하십니까? 이대한 파트너 스티리머님.”

“어? 당신은…….”

강현은 누군가 하고 쳐다보다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러거나 말거나 덩치 큰 사내는 대한에게 초점을 맞췄다.

“이대한 님! 처음 뵙겠습니다. 트워치 코리아의 경영전략실장 이상현입니다.”

“어서 오세요. 반갑습니다.”

대한이 살짝 옆으로 움직이더니 옆자리를 손으로 탁탁 쳤다. 강현은 그 모습에 자신이 당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인상을 찌푸렸다.

사실 강현과 이상현 모두 대한의 전략에 노출된 것이었다.

“강현 경영기획실장님! 제가 오늘 바빠서 두 분을 동시에 불렀습니다. 괜찮죠?”

“네? 아니… 끄응. 괜찮습니다.”

강현은 하마터면 발작할 뻔했다. 하지만 경쟁 회사의 경영전략실장이 앞에 있는 관계로 초인적인 인내심을 발휘해 참았다. 괜히 화 한번 내고 회사에 막대한 피해를 줄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이상현 실장님은 아무것도 안 마실 겁니까?”

“그럴 리가 있습니까? 이미 우리 직원들이 디저트와 음료수를 사러 갔습니다.”

이상현은 대한에게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일부로 강현을 쳐다봤다.

강현은 통 크게 자신이 직접 나왔다. 경영기획실장이 일개 BJ를 만나는 것 자체가 이미 파격이었다. 아니,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트워치 코리아에서는 자신과 동급인 경영전략실장과 함께 직원이 2명이나 같이 왔다. 이걸로 이미 협상의 추는 어느 정도 기울어진 셈이다.

“여기 먹을 것이 별로 없어서 많이 못 사 왔습니다.”

“대한 님, 저 팬이에요. 나중에 가실 때 사인 좀 부탁해요.”

강현은 속으로 이상현을 욕했다.

그가 데려온 직원 2명이 그냥 직원이 아니었던 것이다. 얼굴과 몸매만 보고 뽑았는지 미모가 장난이 아니었다.

트워치 코리아 여직원 둘은 테이블 위를 온갖 쿠키와 케이크 그리고 음료수로 가득 채웠다. 단 것을 좋아하는 대한은 그 모습에 눈이 번쩍 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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