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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만재능(Feat. 대한 TV)-34화 (34/331)

34화 <데뷔>

“준비됐어요?”

“아직요.”

모니카는 유난히 긴장하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그녀는 곧 트워치에서 스트리머로 데뷔를 하게 된다. 그러니 긴장을 안 하려야 안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처음에는 아메리카 TV에서 신인 BJ로 데뷔하려고 했다. 하지만 아직 한국어로 시청자와 소통하는 것이 서툴러서 불가능했다. 그래서 대안으로 영어나 이탈리아어를 마음껏 써도 되는 트워치에서 신인 스트리머로 데뷔하기로 했다.

대한은 연신 그녀의 등을 토닥거렸다. 안정감을 주기 위해서다. 하지만 그녀의 떨리는 몸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할 수 없이 그는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대한은 모니카를 품에 꼭 껴안아줬다.

“모니카는 할 수 있다. 모니카는 할 수 있다. 모니카는 할 수 있다…….”

그는 끝없이 그녀의 귀에 속삭였다. 다행히 대한의 행동이 그녀에게 용기를 심어줬는지 사시나무 떨듯 떨리던 몸이 어느새 안정을 되찾았다. 잔뜩 긴장했던 얼굴도 제법 편해졌다.

“대한! 이제 됐어요. 고마워요.”

“오케이.”

대한은 그제야 그녀를 품에서 떨어트렸다. 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정면으로 부딪쳤다. 모니카의 얼굴이 발갛게 달아올랐다.

그녀는 많이 부끄러워했지만 다시 씩씩하게 의자에 앉았다. 그래도 아까보다 지금의 모습이 훨씬 보기 좋았다.

모니카는 크게 심호흡을 한번 했다. 그러고는 대한에게 신호를 보냈다.

“3, 2, 1, 스타트!”

대한이 말을 마치자마자 마우스를 클릭했다. 그 뒤 모니카는 카메라를 바라보며 환하게 미소 지었다. 모니터를 통해 실시간으로 보이는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이 떠올랐다.

“안녕하세요! 신인 스트리머 모니카 로렌입니다. 여러분과 만나게 돼서 반가워요.”

모니카가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하자 동영상 채팅 창이 빠르게 올라갔다.

[Mad_ED: 하이! 모니카!]

[Peris_GF: 안녕! 채팅 창! 다들 하이!]

[ariesfelix: lol]

[Snifer_332: 정말 모니카가 나오네. 반갑다.]

[08dan7r: 뉴비는 언제나 환영이야.]

[nolifeLeap: 모니카도 이제 뉴비 스트리머네.]

[Xeepeezyy: WTF, 모니카가 왜 여기 있지?]

모니카는 자신이 언제 긴장했었냐는 듯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방송을 시작했다.

“트워치는 게임이 대세라서 저도 게임을 안 할 수가 없네요. 하지만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 오늘은 여러분이 잘 아시는 게스트 한 분을 초대해서 배워볼까 합니다.”

시청자들은 그녀가 누구를 부를지 벌써 다 알고 있었다. 채팅 창에 대한의 이름이 빠르게 도배가 됐다.

그녀는 고개를 살짝 옆으로 돌리며 한쪽 팔을 쭉 내밀었다.

“배틀 가디언(Battle Guardian) 최고의 다크호스! 언터처블 대한을 소개합니다.”

“안녕하세요, 대한입니다.”

대한은 모니카의 옆자리에 앉으며 한 손을 흔들었다.

검은 바지에 검은 티셔츠를 입은 그의 모습은 하얀 핫팬츠에 하얀 나시를 입은 모니카와 극렬히 대비됐다.

대한은 이제 제법 얼굴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었다. 아주 가끔 잘생겼다고 해주는 팬도 나오고 하는 걸 보면 얼굴이 아주 못생긴 것은 아닌 모양이다.

“대한은 오늘 저를 응원해 주러 왔다가 이렇게 잡혀서 배그 하는 법까지 가르쳐주게 됐어요.”

모니카는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대한의 팔을 한 대 툭 쳤다. 그러자 그는 싱긋 미소를 지으며 준비한 멘트를 날렸다.

“그동안 모니카가 저와 합방을 많이 했는데 이제는 솔로가 되어 독립했습니다. 앞으로도 여러분께서 많이 사랑해 주시고 아껴주세요.”

대한의 원론에 가까운 말은 시청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지금 이 방송을 시청하는 수만 명 중 반 이상은 이미 대한과 모니카의 방송을 본 팬이었다. 어떻게 보면 그녀는 처음부터 대한의 버프를 받으며 시작하기에 다른 초보 스트리머와는 출발선이 완전히 다른 반칙을 하고 있는 것이다.

덕분에 모니카의 구독자 수는 빠르게 늘어나고 있었다. 그에 비례해 후원하는 비트의 액수도 급격히 증가했다. 더욱 신나는 일은 정기 구독자들까지 많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모니카는 지금 일석이조, 아니 일석삼조의 트리플 콤보를 터트리며 속으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대한! 고마워요. 나도 앞으로 대한을 위해서 더욱 열심히 뛸게요.”

“하하하! 누가 보면 내가 모니카의 고용주인 줄 알겠어요.”

“어머! 그런가요? 호호호!”

모니카는 웃으며 자연스럽게 대한의 어깨를 툭 밀었다. 이제 이 정도의 스킨십은 아무것도 아닌 사이가 됐다.

“그럼 배그를 시작해 볼까요?”

“예, 제가 처음부터 차근차근 가르쳐드리겠습니다.”

대한은 빠르게 컴퓨터를 조작했다. 그는 자신과 모니카의 얼굴이 모니터 한쪽 구석에 잘 나오도록 만들었다.

“시청자분들 중에서 혹시 아직 배그를 시작하지 않으신 분이 있다면 저희를 한번 따라서 해보세요. 금방 배그에 익숙해질 수 있을 거예요.”

그때부터 모니카의 첫 방송은 대한과 합방을 하는 것처럼 진행됐다.

[Uzi_Royal: 아! 진작 이걸 봤어야 했는데.]

[NeverCaps: 정말 쉽게 가르친다.]

[TheShinee: 꿀팁이다.]

[Woonder: 역시 배그의 언터처블답다.]

[MataBANG: 한국은 역시 게임 강국이야!]

[Griffin_Tarzan: 대한은 프로 시합 나오면 안 되겠다.]

[LiquidDoublelift: 왜?]

[SoloMind: 가르치는 대한이나, 배우는 모니카나 졸귀다.]

[Bjergsen: 그래서 네가 솔로인 거야.]

시청자들의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대한이 아주 쉽고 친절하게 가르쳐줬기 때문이다. 이 정도면 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도 얼마든지 배그를 쉽게 배울 수 있었다.

대한은 시종일관 미소를 잃지 않으며 모니카를 리드했다. 그들은 두 시간 동안 게임을 하고 나서 식사를 했다. 자연스럽게 먹방으로 넘어간 것이다.

게임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먹방을 시작하자 새롭게 유입됐다. 밥을 먹고 나서는 전통차를 마셨다. 대한은 한국의 전통차를 아주 열심히 소개했다. 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모두 호평 일색이었다.

그러다가 다시 게임을 시작했다. 이번에는 대전 모드로 들어가 정식으로 팀을 짰다. 한 명도 못 죽이고 열심히 도망만 다니다가 기절하는 모니카! 그걸 살려보겠다고 열나게 총을 쏴대며 좌충우돌하는 대한!

신기하게도 그 모습이 너무도 짠했는지 다들 비트를 쏴주며 응원하고 있었다. 특히 모니카가 위기에 처하기만 하면 나타나 주변을 쓸어버리는 대한의 무시무시한 순발력에 모두 감탄을 하고 말았다.

한 시간쯤 게임을 즐기다가 다시 종목을 바꿨다. 이번에는 스트레칭과 운동이었다. 식사를 하고 난 후라 무리한 동작은 하지 않았다. 다만 정확한 자세를 보여주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당연히 건강과 운동에 관심이 많은 시청자들은 아주 좋아했다.

거기에다 자신의 몸에 딱 달라붙은 운동복을 입은 모니카!

대한은 바로 뒤로 꺼져야만 했다. 이번에는 그가 끼어들 자리가 없었다. 그저 모니카의 옆에서 거들기만 할 뿐이었다. 어쨌든 방송은 결과만 좋으면 그만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모니카의 첫 방송은 대성공이었다. 데뷔발이 있었는지, 첫날 구독자가 3만 명이 넘어갔다.

정기 구독자도 3천 명이 넘어 한 달에 900만 원의 안정적인 수입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거기에다 비트도 백만 개나 받았다. 원화로 바꾸면 1,200만 원이나 되는 거금이었다.

무엇보다 큰 수확은 모니카가 이제 자신감을 가지게 됐다는 것이다. 이제는 대한이 없어도 아마 그녀 혼자 방송을 잘할 수 있을 것이다.

모니카가 도와달라고 손을 내민다면 세계 어디서든 도와주겠다고 나설 방구석 코난들이 줄을 설 테니까 말이다.

방송이 끝나고 모니카는 기쁨의 눈물을 터트렸다. 대한을 끌어안은 그녀는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물론 이것은 둘만 아는 비밀이다.

그는 오늘 방송으로 단 한 푼도 챙기지 못했지만 누구보다도 모니카의 스트리머 데뷔를 진심으로 축하해 주었다.

* * *

“와아아아!”

숭신고 축구장에 거센 함성이 터져 나왔다.

수백 명의 학생들이 서로 손을 잡고 마구 환호성을 지르며 방방 뛰었다.

“이게 실화냐!”

“저 새끼! 프리킥 하나는 진짜 기가 막히게 찬다.”

“서해고와 창원고가 숭신고의 비밀병기에게 일격을 당했다는 말은 들었는데…….”

“그 주인공이 저 돼지새낀지는 몰랐다는 말이지.”

“빌어먹을! 벌써 두 골이야.”

심신해 감독은 입을 딱 벌렸다. 강릉 제일고 벤치는 초상집 분위기였다. 전반에 2골을 넣었고, 후반 시작하자마자 다시 1골을 넣을 때 만해도 승리는 당연하다는 분위기였다.

물론 숭신고도 전반과 후반에 각각 1골씩 넣어서 맹추격을 해왔다. 하지만 그래도 3대2로 충분히 신승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저 통통하게 생긴 놈이 교체 선수로 나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현재 스코어는 4대3이다. 숭신고가 4골을 넣고 제일고가 3골을 넣었다. 이대로 가면 제일고의 예선 탈락은 기정사실이다.

심신해 감독은 주먹을 불끈 쥐며 소리쳤다.

“앞으로 5분 남았다. 어떻게든 동점 골을 넣도록 하자. 그리고 절대 반칙하지 마.”

“예, 감독님.”

제일고 축구 선수들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그들은 꺼져가는 의욕을 간신히 되살리며 열심히 숭신고의 골문을 두드렸다.

양측 선수들은 점점 거칠어졌고 더 치열하게 싸웠다. 하지만 그런 선수들의 모습을 상대 팀 페널티 에어리어에서 구경만 하는 이도 있었다. 바로 오늘 역전의 주인공 대한이었다.

‘에바, 시간 다 되지 않았어?’

―다 됐어요. 주심도 자꾸 시계를 쳐다보잖아요.

‘프리킥 한 번만 더 차면 좋겠다.’

―왜요? 프리킥으로 해트 트릭이라도 하시게요?

‘응. 나 해트 트릭은 한 번도 못해 봤잖아.’

대한은 해트 트릭이라는 것을 꼭 해보고 싶었다. 축구 선수라면 아마 누구라도 꼭 한번 해보고 싶을 것이다.

―이제 겨우 세 번째 경기예요. 너무 욕심부리는 거 아니에요?

‘내가 욕심을 부리고 자시고 할 게 어디 있어? 매번 후반전 끝나기 10분이나 15분 전에 나오는 교체 선수인데…….’

―그래도 매 경기 2골씩 넣어서 벌써 6골로 득점 선두잖아요.

지난 창원고와의 경기에서도 대한은 프리킥과 페널티킥을 차서 2골을 넣었다. 오늘 차 넣은 프리킥까지 합하면 모두 6골이나 넣은 것이다. 덩달아 그는 대통령배 전국 고등학교 축구 대회 득점 부문 선두를 달리고 있었다.

“대한아!”

그때 누군가가 그를 향해 목청이 찢어져라 소리를 질렀다.

대한은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멀리 축구공 하나가 날아오는 게 보였다. 당황한 그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마스터, 낙하지점을 확인하세요.

에바는 즉시 축구공의 낙하 궤도를 대한의 시야에 점선으로 표시했다. 그는 서둘러 축구공이 떨어지는 페널티 에어리어 왼쪽 모퉁이로 달려갔다.

대한은 빠르게 떨어지는 볼을 향해 한쪽 발을 쭉 내밀었다.

툭!

그러자 신기하게도 그의 발등에 닿은 축구공이 얌전하게 바닥에 내려앉았다.

기가 막힌 볼 컨트롤이었다.

―나이스, 퍼스트 터치!

대한은 고개를 돌려 주위를 빠르게 한번 살폈다. 패스를 줄 숭신고의 공격수를 찾는 것이다. 하지만 하프라인 너머 제일고의 페널티 에어리어 근처에는 오직 자신뿐이었다.

마무리는 무조건 자신이 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를 향해 제일고의 수비수가 삼면에서 무서운 속도로 달려오고 있었다. 거기에다 골대를 지키고 있던 제일고의 골키퍼까지 코뿔소처럼 돌진해 왔다.

―마스터, 패스할 곳 없어요. 그냥 쏘세요.

‘알았어.’

대한은 굳이 돌파할 생각이 없었다. 그렇다고 패스할 수도 없었다. 그는 달려오는 골키퍼를 보고는 그냥 가볍게 칩샷을 해버렸다.

툭!

볼이 허공으로 둥실 떠올랐다.

미친 듯이 달려오던 골키퍼가 급정거를 하며 한 손을 허공으로 치켜들었다. 입을 딱 벌리며 안타까워하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다 아플 정도였다.

축구장 안의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한곳으로 모였다. 아름다운 포물선을 그리며 하늘을 날고 있는 축구공!

공은 힘없이 골대 앞에 툭 떨어져 내렸다.

퉁! 데굴데굴!

그러나 골대 안까지 굴러 들어갈 힘은 아직 남아있었던 모양이다.

“와아아아!”

“골!”

순간 응원석에서 엄청난 함성이 터져 나왔다.

숭신고 학생들과 축구부원들은 일제히 일어나 두 손을 번쩍 치켜들었다. 그리고는 미친 듯이 괴성을 질러댔다. 그 모습은 가히 광란의 도가니였다.

“골이다!”

“이겼다.”

“대한이 만세!”

“해트 트릭이다.”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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