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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만재능(Feat. 대한 TV)-33화 (33/331)

33화 <피코셀>

대한은 그녀가 자신의 품에서 벗어나자 곧바로 궁금한 점을 물어봤다.

“파도 어학원에서 영어와 이탈리아어는 언제까지 가르칠 생각이에요?”

“파도 어학원 강남점과 독점으로 계약을 맺었어요. 스케줄을 대폭 줄여서 일주일에 두 번 영어를 가르치기로 했어요.”

파도 어학원 강남점과 독점으로 계약했다는 말에 대한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럼 이제 파도 어학원 종로점에는 안 오는 거예요?”

“네. 그쪽의 수업은 다음 주까지만 하기로 했어요.”

“그럼 난 어떻게 해요? 영어와 이탈리아어 말고도 스페인어, 프랑스어, 독일어를 가르쳐주기로 했잖아요.”

그는 모니카에게 볼멘소리를 했다. 하지만 그녀는 전혀 문제 될 게 없다는 듯 고개를 살랑살랑 흔들었다.

“그건 내가 개인적으로 가르쳐줄게요. 어차피 대한도 나와 계속 합방할 거잖아요.”

“아 참! 그 얘기부터 먼저 해야 했는데…….”

“합방이요?”

“네, 모니카가 정식으로 BJ가 되면 지금처럼 출연료를 지불할 수는 없잖아요.”

모니카도 생각해 보니 보통 일이 아니었다.

좋은 친구 사이도 돈 때문에 갈라지는 일은 다반사다.

그걸 잘 알고 있기에 그녀는 합방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했다.

“대한은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요?”

“공평한 게 좋아요? 아니면 심플한 게 좋아요.”

“공평하고 심플한 게 좋아요.”

우문현답이었다.

대한은 모니카의 말에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 내가 질문을 잘못했네요. 그럼 공평하고도 심플하게 한 번씩 돌아가면서 합방을 하도록 해요.”

“좋아요.”

“대신 출연료는 없고 그날 터진 달풍선이나 비트는 무조건 그날 카메라를 켠 쪽이 다 가져가는 것으로 해요.”

“네에? 그러다가 한쪽에서 엄청나게 터져버리면 어떻게 해요?”

“그건 그냥 그날의 운에 맡겨야죠. 우린 얼마든지 그런 거 서로 축하해 줄 수 있는 사이잖아요.”

“그렇긴 하지만…….”

그녀는 말끝을 흐리며 살짝 고민했다. 하지만 아무리 고민해 봐야 현재로썬 이게 최선이었다. 아니면 합방을 할 때 무조건 서로 반반씩 나눠 가져야 되는데 그건 대한이 손해를 본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대한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말이다.

아메리카 TV 구독자 9만, 유티비 구독자 200만의 대한 TV! 그녀는 0따리인 자신과 대한과의 격차를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었다.

장고 끝에 모니카는 결국 대한의 뜻에 따르기로 했다. 당장은 이게 최선이라는 공감대에 동의한 것이다.

“좋아요, 그렇게 해요. 일대일로 공평하게 대한 한 번, 나 한 번!”

“잘 생각했어요. 그런데 방송은 언제부터 하고 싶어요?”

“가능하면 최대한 빨리 하고 싶어요.”

결정을 내리기 전에는 신중을 기하는 그녀였다. 하지만 일단 결정을 내리자 모니카는 과감하게 밀고 나갔다.

“장소는 구했어요?”

“집에서 할 거예요.”

“지금 살고 있는 집이 꽤 넓은가보죠?”

“작지는 않아요. 그리고 나도 큰방을 대한의 스튜디오처럼 꾸미고 싶어요.”

“문제없어요. 아버지에게 부탁해서 인테리어를 한 업자에게 연락해 놓을게요.”

“고마워요.”

모니카는 다시 한번 대한에게 감사의 인사를 했다.

이렇게 그녀는 BJ로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다. 대한의 응원과 도움에 힘입어 일주일 만에 모니카는 데뷔할 날짜를 결정했다.

* * *

“야! 진짜 네가 대한 TV의 대한이었어?”

“근데 너 왜 이렇게 달라졌냐? 예전의 네가 아니네!”

“내가 그럴 줄 알았다니까. 대한이가 바로 이 대한이잖아.”

“너 요새 엄청 돈 벌겠다!”

“이 새끼야! 네가 대한 TV의 그 대한이라고 왜 말을 못해?”

“축구 경기에서 프리킥으로 2골 넣었다는 거 진짜냐?”

“모니카 졸라 예쁘던데……. 진짜 실물도 그렇게 예쁘냐?”

“너 모니카랑 했냐? 했지!”

“대한아! 오늘 우리 같이 밥 먹자.”

“X발! 우린 반에 유티버 스타가 있었네!”

“야! 방송하는 거 나도 구경 좀 하자.”

대한은 쉴 새 없이 밀려드는 질문공세에 정신이 없었다. 대한 TV의 대한이 자신이라고 얘기했을 때는 아예 믿지도 않더니 이제 와서 이렇게 난리를 피우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 X발 놈아! 좀 뜨니까 이제 눈에 뵈는 게 없냐?”

“X만 한 새끼가 대답도 안 하네.”

“너 한번 뒤지게 맞아야 정신을 차릴래?”

애들이 하도 정신없게 굴어서 잠시 멍하게 있는 사이, 뭔가 속이 단단히 뒤틀린 일진 세 놈이 시비를 걸어왔다. 그러나 대한은 예전의 그 소심하기 짝이 없는 허접한 뚱보가 아니었다. 그는 지금 백만 단위의 구독자 수를 가진 채널, 대한 TV의 대한이었다.

“고동수! 주경원! 장문기!”

“어라? 이 새끼가 감히 내 이름을 부르고 지랄이네!”

고동수가 마치 당장에라도 주먹으로 칠 것처럼 대한에게 다가왔다.

“오늘 방송에서 너희 셋 이름 좀 불러줄까? 그동안 너희가 사고치고 다닌 거 내가 전부 카메라로 찍어놨어. 오늘 그거 확 까발려줄까? 저녁에 경찰서에서 콩밥 먹고 싶으면 계속 그렇게 들이대!”

대한의 차가운 말에 그들은 흠칫했다.

주경원만 얼굴이 새빨개진 채 발악을 시도했다.

“뭐, 이 X새끼야?

“너 지금 그거 우리 엄마 욕한 거지? 모욕죄로 고소하면 넌 최소 정학이야.”

갑자기 훅 치고 들어오는 대한의 말에 주경원은 크게 당황했다.

그들은 워낙 저지른 사고가 많았다. 정말 방송이라도 타게 된다면 아마 빼도 박도 못할 것이다.

셋은 도대체 대한이 왜 이렇게 갑자기 변해 버렸는지 알 수가 없었다.

아니, 지금 대한이 하는 협박이 자신들에게 어떤 식으로 변해 돌아올지 계산이 서지 않았다.

“뭐, 뭐라고?”

“나 지금 방송 켜놓고 있다. 계속 그렇게 지랄할래?”

“에이, X발!”

장문기가 급히 고동수와 주경원의 옷을 잡고 뒤로 당겼다. 대한 TV가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것은 그들도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은 대한의 손에 쥐어진 스마트폰을 노려보며 고개를 팩 돌렸다.

주경원은 욕을 하면서 어쩔 수 없이 물러간다는 뉘앙스를 마구 뿌려댔다. 일종의 정신 승리였다.

반 아이들은 대한의 반응에 깜짝 놀랐다. 일진들은 2학년 전체에서 짱을 먹은 놈들이다. 그런데 감히 그런 일진에게 대한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대들었다. 아니, 간단한 몇 마디 말로 꼬랑지를 말고 물러나게 만들었다.

그 생소한 모습에 반 아이들이 눈을 초롱초롱 빛냈다.

하지만 대한은 아무런 감흥도 느낄 수 없었다.

그저 애들 하는 짓이 우습게 보였다.

하긴 하루에 억을 찍어봤으니 애들 하는 짓이 유치해 보일만도 했다.

‘에바! 나 학교 그만둘까 봐!’

―왜요?

‘학교 다니는 게 재미가 없어’.

―학교를 무슨 재미로 다닙니까? 배우려고 다니지요.

‘그러니까 난 이곳에서 배울 게 없다는 말이야.’

대한의 말에 에바는 나름 새초롬한 표정을 지었다.

―비트로 억을 찍고 나니까 세상이 만만해 보이시죠? 간이 많이 부은 것 같습니다. 학교를 그만두면 축구 시합은 어떻게 나갈 겁니까? 그리고 부모님이 실망할 것은 아예 생각조차 안 하십니까?

‘어휴! 내가 무슨 말을 못해! 조그만 게 시어머니가 따로 없네.’

그는 에바의 말에 퍼뜩 정신을 차렸다. 그녀의 말이 백번 맞다. 자신은 아직 학생이다.

당장 은행 계좌에 거액이 들어오고 있어서인지 정말 에바의 말대로 간덩이가 좀 부었던 모양이다.

만약 이런 식으로 1년만 잘 보낸다면 아마 사정은 또 크게 달라져 있을 것이다. 그때는 자신의 뜻을 분명히 세우고 의지대로 일을 추진해 나갈 수 있다.

그러나 대한은 아직 부모님의 품에서 벗어날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 지금도 그때를 대비해 혼자 사는 연습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는 일단 학교라는 그늘에서 조금 더 자신의 힘과 실력을 키울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딩, 동, 댕!

수업 시작을 알리는 차임벨 소리가 학교를 울렸다. 교실에 들어오는 선생님들도 이미 소문을 다 들었나 보다. 다들 한 번씩 대한의 얼굴을 쳐다보며 묘한 표정을 지었다.

아마 신기하기도 하고 황당하기도 할 것이다. 뚱보, 돼지라고 그렇게 놀림을 받고 무시당하던 아싸 놈이었는데 하루아침에 유명인이 되어있었다. 게다가 자신들이 서 있는 위치보다 더 높은 곳을 훨훨 날아다니고 있었다. 질투도 나고 부럽기도 할 것이다.

‘에바, 내가 동물원의 원숭이가 됐나 보다. 하나같이 나를 구경하고 가네.’

―부러워서 그렇지요. 억 단위로 돈을 버는 마스터를 보면 누구라도 부러워하지 않고는 못 배길 겁니다.

‘정말?’

―네, 적어도 전 그렇게 생각합니다.

에바의 말에 그는 마음을 고쳐먹었다.

대한은 이제 아마추어처럼 굴지 않았다. 그는 철저히 프로가 되어 표정 관리에 들어갔다. 하지만 에바가 대한의 표정을 바로 무너뜨렸다.

―마스터, 이제 슬슬 귀금속과 보석 그리고 희토류를 매입해야겠습니다.

‘뭐라고? 그거 돈 엄청 들어간다고 하지 않았어?’

―맞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 늦추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지금도 2주에 한 번씩 재능 흡수를 위해 많은 피코셀을 소모하고 있습니다.

‘으음.’

그는 에바의 말에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에바, 아니 피코셀은 대한이 가진 근본적인 힘이었다. 에바와 피코셀이 없으면 그는 재능 흡수를 할 수 없다. 그러니 피코셀은 무조건 적정 숫자를 유지해야 한다. 지금 자신이 돈을 아낄 때가 아닌 것이다.

‘얼마나 필요한데?’

―1억 원만 주십시오.

‘1억 원이나?’

대한은 1억 원이란 말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생각보다 꽤 큰 액수의 돈이었다. 물론 그의 은행 계좌에는 그보다 더 많은 돈이 들어있다. 그래도 그렇지 1억 원은 대한에게 있어서 아주 큰돈이었다.

―앞으로 계속 1억 원을 달라는 말이 아닙니다.

‘그럼?’

―이번 한 번만 주시면 제가 이 돈을 투자해서 불려보겠습니다.

‘오잉? 어떻게 돈을 불리겠다는 거지?’

―제가 누굽니까? 저는 포르낙스 은하계를 지배하는 볼트 행성 스파이럴 제국의 나이트 아카데미 프로그램…….

‘그만. 알았어. 네가 누군지는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으니까 앞으로는 굳이 설명하려고 하지 마!’

―눼에에에!

에바는 불퉁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어쩐지 자신을 소개하는 것이 그녀의 삶의 낙이라도 되는 것 같았다.

‘쓸데없는 소리는 그만하고 어떻게 돈을 불릴지나 얘기해 봐!’

―네, 알겠습니다.

에바는 기회를 얻자 허공에 그림과 도표와 그래프를 펼쳤다. 그리곤 신나게 자신의 계획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조세 회피 지역에 페이퍼 컴퍼니를 세우고, 투자 회사를 통해 주식과 선물, 파생 상품에 투자할 것입니다. 또한 전 세계의 은행에 잠자고 있는 휴면 계좌를 이용해 주인 없는 돈과 검은돈을 빌려 활용할 계획입니다.

말은 ‘이용’을 하고 ‘빌린’다고 했지만 이용하거나 빌리는 게 아니라 턴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 것이다.

‘그건 너무 위험한 방법이 아닐까?’

―위험할 게 뭐가 있습니까? 어차피 실물도 아닌 0과 1의 조합일 뿐인데요.

대한에게는 위험한 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초자아 슈퍼 인공지능과 시스템이 결합된 에듀케이션 모듈인 에바에게 이 정도는 일도 아니었다.

얘기를 들어보니 대한은 귀가 솔깃해졌다. 그는 욕심이 나서 슬쩍 숟가락을 얹으려고 했다.

‘그럼 나도 좀 투자해 볼까?’

―아닙니다. 시드 머니로 1억 원이면 충분합니다. 그리고 제가 투자를 통해 얼마의 수익을 올리든 간에 어차피 전부 마스터의 돈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그렇지!’

대한의 얼굴이 태양처럼 환하게 밝아졌다. 에바가 정말, 아주, 매우 옳은 소리를 했다. 그가 주는 1억 원으로 시작하는 투자다. 그러니 얼마를 벌게 되든지 전부 대한의 돈이 맞다.

기분이 좋아진 대한은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에바! 1억 원 줄 테니 한번 잘 불려봐!

―네, 마스터. 결코 실망하지 않으실 겁니다.

대한은 에바의 말에 그만 홀라당 넘어가 버렸다.

어렵…지 않게 번 돈이지만 그래도 소중한 1억 원을 과감하게 투자했다.

앞으로 에바가 얼마나 대박을 터트릴지 벌써부터 그는 기대가 되었다.

―귀금속과 보석 및 희토류는 조금씩 구입해서 여러 장소에 분산시켜 놓을 것입니다. 그러니까 제가 가끔 가달라고 하는 장소에 가셔서 물건을 가져다주시면 됩니다.

‘알았어. 그 정도 서비스는 우리 에바를 위해 당연히 내가 해줘야지.’

―마스터, 고맙습니다.

에바는 애초에 대한이 위험해지는 상황은 만들지 않았다. 그래서 그가 살고 있는 오피스텔로 물건을 배송하는 짓 따위는 하지 않을 생각이다. 다만 여러 경로를 통해 필요한 물건을 적재적소에 보내놓고 가져올 생각이었다.

그 누구도 에바의 존재는 알 수 없다. 그리고 귀금속과 보석 및 희토류의 흐름도 결코 알아내지 못할 것이다.

에바는 이렇게 해서 자신의 소중한 피코셀의 적정 수치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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