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화 <손절 마려워>
솔로 방송과 합방은 달풍선도 2배 이상 차이가 나고 있었다. 당장 수익이 210만 원에서 420만 원까지 달라지는 것이 보였다. 확실히 풍력하면, 역시 풍력발전소 모니카였다.
―거기에다 퀵뷰와 배너 광고까지 합하면 수익이 억에 가까워집니다. 절대 아메리카 TV에서 마스터를 우습게 보거나 쉽게 대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닙니다.
에바의 말을 들으니 우울했던 기분이 점차 가라앉았다.
‘에바, 그런데 왜 내가 뻔히 아는 걸 설명해 주는 거야?’
―그것은 아메리카 TV의 시청자 수가 거의 한계에 도달했기 때문입니다.
‘구독자 수는 아닌 모양이네.’
―구독자 수는 계속 증가할 것입니다. 하지만 시청자 수는 앞으로 현재 상태를 답보할 가능성이 아주 높습니다. 그 이유는 아메리카 TV가 대한민국 안에서만 서비스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으음.’
이제 보니 에바가 대한을 위해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니었다. 이제 슬슬 한계를 보이는 아메리카 TV에서 벗어나 월클이 되라는 말인 것이다.
‘내가 월드클래스가 될 수 있을까?’
―이미 마스터는 월클입니다.
‘정말?’
―네, 데이터가 그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대한이 쉽게 수긍을 하지 못하자 에바는 즉시 허공에 새로운 도표와 그래프를 올렸다.
―현재 유티비의 대한 TV 채널 구독자 수는 176만 명이 넘습니다.
‘우와! 언제 그렇게 많아졌지?’
―구독자 수가 매주 거의 두 배씩 증가하고 있습니다.
‘내가 그렇게 유명해진 거야?’
그에겐 구독자 수가 아직 숫자에 불과했다. 유티비의 구독자 수를 늘리기 위해 노력한 게 없으니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렇다고 아무런 노력 없이 이만큼의 구독자 수를 얻은 것은 아니다. 초반에 에바가 작전을 잘 쓴 게 이런 결과를 이끌어낸 것이다.
―그렇습니다. 다이어트와 운동을 하는 동영상은 물론이고 게임 영상과 모니카 합방까지 폭넓게 인기를 끌고 계십니다.
‘그럼 조회 수가 꽤 나오겠구나.’
―‘1초 식스팩’과 ‘라면 먹방’ 동영상은 현재 조회 수가 천만이 넘었습니다. 다른 동영상도 수백만의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럼 유티비에서 돈도 꽤 들어오겠네?’
―이번에 아메리카 TV 못지않은 액수가 들어오게 될 겁니다.
대한은 에바의 말에 입을 딱 벌렸다. 구독자 수가 많아서 살짝 기대는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정도인지는 미처 알지 못했다.
―그것뿐만이 아닙니다. 페이스노트의 팔로워가 140만 명이나 되고, 원스타그램의 팔로우도 104만 명입니다. 최근에 계약한 광고만 해도 아메리카 TV의 수익에 근접할 정도입니다.
‘우와! 이게 그 정도였어!’
에바의 구체적인 설명에 그제야 대한은 감탄하고 말았다. 페이스노트나 원스타그램에서 수익을 내는 것은 별로 기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신경 쓰건 안 쓰건 에바가 주도적으로 광고주들과 딜을 하고 좋은 조건으로 계약을 맺었다.
굳이 얼굴을 마주 볼 필요가 없는 인터넷 세상이다. 그 안에서라면 얼마든지 에바도 자신의 몫을 다해 낼 수가 있었다.
―그게 전부가 아닙니다. 마스터의 트워치 구독자는 무려 68만 명입니다.
‘아메리카 TV보다 훨씬 많네.’
―국내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에서 마스터의 방송을 시청하고 있기 때문이죠.
‘트워치는 주로 게임만 방송하지 않나?’
―한쪽으로 치우친 감이 없진 않지만 어차피 마스터께서도 게임 방송을 하시기 때문에 큰 상관은 없습니다. 오히려 겜방할 때는 아메리카 TV보다 트워치 구독자들이 더 많이 몰리고 있습니다.
대한은 에바의 설명에 갑자기 트워치에 대한 관심이 증폭했다.
‘트워치에서도 수익을 올리고 있겠지?’
―물론이죠. 트워치도 비트 후원이 있습니다. 또한 정기 구독자가 되려면 매달 5달러, 15달러, 30달러 중 하나를 선택해 구독료를 냅니다. 마스터는 파트너 스트리머라서 5대5, 6대4, 7대3으로 점차 정산 비율이 높아집니다.
‘수익은 어때? 아메리카 TV보다 좋아?’
―정산을 한다면 아마 아메리카 TV보다 최소 3배 이상 많은 수익을 올리게 될 겁니다.
‘그렇게 많아?’
대한은 깜짝 놀랐다.
그동안 아메리카 TV가 개인 방송의 전부인 줄 알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보다 더한 플랫폼들이 존재하고 있었다.
―지난달엔 정산금이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번 달은 확실히 다를 겁니다.
‘그럼 당장 아메리카 TV 대신에 트워치로 갈아타야 하는 거 아냐?’
―굳이 그럴 필요까지는 없습니다. 양쪽에 다리를 걸치고 적당히 잘 이용해 먹어야죠.
‘무슨 말이야?’
에바는 아메리카 TV와 트워치의 특징을 비교 분석해 줬다. 그러자 대한은 자신이 앞으로 어떻게 해야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을지 감이 왔다.
―트워치의 파트너 스트리머는 방송의 동시 송출이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타 플랫폼에서 방송은 가능하지요.
‘양쪽으로 간을 보라는 말이군.’
―정답입니다. 어차피 마스터는 어느 플랫폼으로 하든 시청자 수와 구독자 수가 늘어나게 되어 있습니다.
대한은 에바의 근거 없는 자신감이 참으로 놀라웠다.
‘그걸 에바가 어떻게 확신하지?’
―제가 그렇게 만들 겁니다.
‘우와! 에바의 패기가 아주 지리네.’
―전 아직 손가락도 제대로 풀지 않았습니다. 본격적으로 제가 개입한다면 지금의 구독자 수와는 단위가 달라질 것입니다.
현재 구독자 수가 백만 단위이니 천만 단위로 치솟을 거라는 말이다. 생각해 보니 에바의 능력이면 꼭 불가능할 것 같지도 않았다.
‘새로운 콘텐츠 없이도 그게 가능할까?’
―좋은 콘텐츠와 함께라면 더 빨리 더 많은 구독자 수를 모을 수 있습니다.
‘나한테 콘텐츠가 뭐가 있지?
―다이어트, 운동, 축구, 게임, 모니카와 합방 등이 있습니다.
‘그럼 먹방이라도 해볼까?’
―맛있는 음식을 먹는 정도라면 추천합니다. 예전처럼 폭식만 하지 마십시오.
‘이제는 그렇게 먹으라고 해도 못 먹겠어. 식욕이 없는 건지 위가 작아진 건지 모르겠네.’
대한의 말에 에바는 뜨끔했다. 식욕이 줄어들고 위가 작아진 것 모두 그녀의 작품이기 때문이다.
‘유티비 구독자 천만을 찍으려면 아무래도 노래나 춤을 배워야 하지 않을까?’
―그것도 좋지요. 하지만 굳이 무리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지금도 속도가 굉장히 빠른 편입니다. 제가 본격적으로 움직이기도 전에 이 정도면… 그냥 이대로만 가만 놔둬도 저절로 천만 구독자를 만들 수 있을 겁니다.
어느 플랫폼이든 구독자 수가 천만이 넘는다면 그것 자체로 큰 힘과 능력이 있다고 봐야 한다. 인기와 관심은 물론이고 광고와 수익은 저절로 따라오게 되어있다. 천만 명이나 보는 채널을 무시할 사람이나 회사는 아마 없을 것이다.
‘오케이! 그럼 일단 아메리카 TV는 손절각으로 간다.’
―네, 마스터!
‘유티비는 천만 구독자를 향해 에바가 신경 좀 써줘!’
―즐거운 마음으로 힘을 보태겠습니다.
에바는 팔을 들더니 잘 보이지도 않는 알통을 내밀었다.
‘다이어트와 운동 동영상은 놔두고 당분간 게임이랑 모니카와 합방은 트워치에서 방송하자.’
―알겠습니다. 트워치는 굳이 한국말로 하지 않아도 됩니다. 영어로 얘기를 하는 게 더 큰 호응을 얻을 겁니다.
‘국내의 시청자들은 어떻게 하라고?’
―당연히 제가 자막을 내보내야지요.
‘아! 그렇지. 그럼 에바가 알아서 잘 해줘!’
―네, 마스터! 제가 이번에 트워치 방송도 대박 나도록 사전에 정지 작업을 잘해 놓겠습니다.
에바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 모습이 몸의 크기와는 상관없이 참 든든해 보였다.
별거 아닌 것 같은 대한의 가벼운 결정! 하지만 그 결정으로 인해 아메리카 TV와 트워치 코리아에서는 일대 지각 변동이 시작됐다.
경고 한번 먹고 삐진 대한의 날갯짓! 그로부터 파급된 바람은 점차 엄청난 태풍으로 변해 가고 있었다.
* * *
“This is it!”
“Thank you! everyone.”
“See you next time!”
대한과 모니카는 카메라를 향해 마지막으로 활짝 웃었다. 두 사람의 얼굴이 가까이 붙자 그 주위로 하트가 생겼다.
곧 대한 TV의 클로징 동영상이 이어졌다.
―마스터! 방송을 종료했습니다.
‘에바, 수고했어.’
―천만에요. 마스터께서도 노고가 많으셨습니다.
대한이 테이블로 다가가 마우스를 클릭했다. 그러자 그때까지 포즈를 풀지 않았던 모니카가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는 냉장고에서 시원한 생수병을 꺼내 그녀에게 주었다.
“모니카, 수고했어요.”
“대한도 고생 많았어요.”
두 사람은 웃으며 생수병을 서로 부딪쳤다. 그러고는 시원하게 물을 마셨다.
“어때요? 트워치 방송?”
“영어로 진행해서 그런지 난 좋았어요.”
사실 그녀는 트워치 방송을 하는 첫날부터 전혀 불편한 점을 못 느꼈다.
“헷갈리진 않았어요?”
“달풍선이 비트로 바뀐 것뿐이잖아요.”
“듣고 보니 맞는 말이네요.”
대한이 고개를 끄덕이자 모니카는 싱긋 미소를 지으며 일어났다. 마치 온라인 게임의 엘프라도 되는 듯 팔다리가 시원한 옷을 입은 그녀는 보는 사람의 마음을 참 싱숭생숭하게 만들고 있었다.
―마스터, 후원받은 비트의 집계가 끝났습니다.
‘얼마나 받았어?’
―천만 비트가 조금 넘었습니다.
‘우와! 미쳤다.’
대한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비트는 트워치에서 사용하는 후원금 단위다. 100비트 당 1.4달러로 많이 사면 살수록 할인율도 커진다.
보통 스트리머는 이것저것 다 떼고 1비트당 1센트 정도를 받는다. 천만 비트면 10만 달러나 된다. 계산하기 편하게 달러당 환율을 1달러에 1,200원을 잡으면 무려 1억2천만 원이나 되는 거금이다.
여기서 모니카에게 50만 원의 출연료를 주면 1억1,950만 원이 대한의 수익금이 된다.
이 정도면 거의 미쳤다고 할 만했다.
‘왜 이렇게 많이 들어왔어?’
―해외에서 마스터를 응원하시는 분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특히 ‘전미 빅 사이즈 연합’이라든가 ‘빅 맨 협회’ 같은 곳에서 후원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전미 빅 사이즈 연합? 빅 맨 협회?’
난생처음 들어보는 단체 이름에 대한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에바는 굳이 대한에게 설명해 줘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이런 것은 그냥 그녀 혼자만 알고 넘어가는 것이 좋다.
어쨌든 이들은 대한을 통해 동병상련의 정과 대리 만족을 얻고 있었다. 기쁜 마음으로 하는, 자발적인 후원이니 그냥 감사하게 받으면 된다.
덕분에 대한의 주가는 급등했다. 그의 잠재력에 대한 평가도 폭발적으로 커지고 있었다.
“대한!”
“네?”
스튜디오를 정리하는데 모니카가 그를 불렀다.
대한은 그녀의 긴장한 얼굴을 보더니 몸을 딱 멈췄다.
“할 얘기가 있어요.”
“으음, 나가서 얘기하죠.”
그는 모니카를 데리고 거실로 나갔다. 그들은 냉장고에서 각자 시원한 음료수를 하나씩 챙겨 들었다.
소파에 나란히 앉자 모니카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먼저 입을 열었다.
“대한! 나 결심했어요.”
“BJ가 되겠다는 결심인가요?”
“네, 맞아요. 그런데 어떻게 알았어요?”
“그냥 얼굴에 다 쓰여 있어요.”
대한의 말에 그녀는 급히 거울을 꺼냈다. 그러더니 요리조리 자신의 얼굴을 살폈다. 그 귀여운 모습에 대한은 미소 지었다.
“아무것도 안 써져 있잖아요.”
“하하하! 그냥 농담한 거예요.”
“히잉!”
모니카는 귀엽게 앙탈을 부렸다.
대한은 낮은 톤으로 최대한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모니카, 잘 생각했어요.”
“정말 그렇게 생각해요?”
“네, 난 모니카가 언젠가 BJ가 될 거라고 확신했어요.”
“그렇구나. 그럼 나 BJ 해도 되겠죠?”
그녀는 그윽한 눈망울로 그에게 물었다.
“물론이죠. 그리고 그걸 왜 나한테 물어요?”
“왠지 대한에게만큼은 허락을 받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방송을 처음 접하게 된 것도 모두 대한 덕분이잖아요.”
“내 덕분이라니요. 지금 누가 누구의 덕을 보고 있는데. 그렇게 생각하지 말아요. 모니카는 앞으로 최고의 BJ가 될 수 있을 거예요.”
대한은 솔직한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모니카는 그의 말에 큰 힘을 얻었다.
“고마워요, 대한! 앞으로 나 많이 도와줄 거죠?”
“당연하죠. 내가 모니카를 도와주지 않으면 누가 도와줘요!”
“헤헤, 그건 맞아요. 지금 날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은 대한밖에 없어요.”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방송 시작하기 전까지 완벽하게 준비할 수 있도록 내가 옆에서 도울게요.”
“정말 고마워요.”
모니카는 살짝 울컥한 목소리로 말하더니 갑자기 그에게 안겨왔다.
대한은 그런 그녀를 품에 꼭 안아줬다. 방송을 켜지 않은 상태에서 그와 모니카가 한 첫 번째 포옹이었다. 잠시 그녀의 등을 토닥거리자 모니카는 금세 안정을 되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