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만재능(Feat. 대한 TV)-28화 (28/331)

28화 <첫 키스>

“어이쿠!”

“꺅!”

우당탕! 쿵, 탕!

대한은 끝까지 모니카를 보호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 마음이 오히려 더 큰 참사를 일으키고 말았다.

그녀가 그의 몸 위로 떨어져 내리자 대한은 얼떨결에 손을 내밀었다. 그의 손에 그녀의 목을 잡고 말았다.

순간 숨이 막힌 모니카는 몸을 움츠리며 비틀었다. 그나마 간신히 유지하고 있던 균형이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결국 그녀는 대한과 함께 옆으로 데굴데굴 구르고 말았다.

쿵!

그러다가 벽에 몸이 걸려서 딱 멈춰 섰다. 그런데 둘의 자세가 아주 묘했다.

대한의 몸 위에 모니카가 올라가 있었다. 거기에다 둘의 입술에 닿을 듯 말 듯 아슬아슬한 상태였다.

몇 초간 둘은 아픔도 잊은 채 얼음땡이 되고 말았다.

잠시 후, 정신을 차린 모니카가 후다닥 몸을 일으켰다.

순식간에 분위기는 어색해지고 말았다. 그 이후 이 장면은 짤로 만들어져 시청자들에게 영구 소장 되었다.

우결충 ‘대한 모니카’의 위대한 탄생이기도 했다.

대한은 일단 몸을 구부리고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그리고는 아픈 척 미약한 신음 소리를 냈다. 모니카는 얼굴이 빨개진 채 어쩔 줄 몰라 발만 동동 굴렸다.

―마스터! 혹시 어디 아프십니까?

‘아니야. 쪽팔려서 아픈 척 연기하는 거야.’

―그럼 제가 잠시 대한 TV의 광고와 짤을 내보낼까요?

‘그게 좋겠다.’

에바가 즉시 카메라를 차단하고 광고를 내보냈다. 뒤이어 시청자가 재미있어하는 짤도 틀어줬다.

갑작스러운 광고에 시청자들은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에바가 내보내는 짤을 보며 묵묵히 그들이 다시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기는 개뿔! 신나게 아가리를 털며 대한과 모니카를 놀려댔다.

그 사이 대한이 조심스럽게 일어났다. 그제야 모니카가 쪼르르 다가와 그의 안색을 살폈다.

“대한! 괜찮아요?”

“네, 이제 좀 괜찮아졌어요.”

“미안해요. 나 때문에.”

“아니에요. 덕분에 나도 재미있었어요.”

인상을 잔뜩 찌푸린 대한의 얼굴은 누가 봐도 재미있어하는 표정이 아니었다. 모니카는 그 모습에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X발 좋으면 좋다고 왜 말을 못하냐!’

대한은 그녀를 바라보며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묘한 감정을 느꼈다.

하지만 방송은 방송이다. 아직 방송이 끝난 것도 아니고 사적인 감정은 일단 접어둬야 했다.

“탐방은 그만하고 의첸을 하도록 하죠.”

“어머! 달풍선 5천 개짜리가 터졌어요?”

“네, 그것도 연속 두 번이나요.”

모니카는 빠르게 태세 전환을 했다.

그녀는 두 손을 가슴에 모으고 소리쳤다.

“대박!”

두 사람이 열심히 아크로바틱한 동작을 따라 하는 사이 큰손들이 달풍선을 마구 쏴준 모양이었다.

대한은 모니터를 통해 현재 시청자 수를 확인했다. 무려 7만 명이나 들어와 있었다. 달풍선도 똑같이 7만 개를 돌파해 어느새 8만 개를 넘어서고 있었다.

대한과 모니카의 달달한 분위기!

게임을 하면서 벌어진 자연스러운 입맞춤!

그리고 사고로 인한 두 사람의 스킨십!

이 모든 게 시청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럼 난 의첸하고 올게요.”

“네.”

모니카가 밖으로 나가자 대한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게 첫 키스였다는 말은 죽어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이 사실은 에바에게도 절대 알리고 싶지 않은… 혼자만의 숨기고 싶은, 아니 간직하고 싶은 비밀이 되어버렸다.

―마스터! 어떻게 할까요?

‘다시 방송해야지.’

―그럼 짤은 그만 틀고 다시 방송 들어갑니다.

‘그래.’

대한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모니터에 그의 얼굴이 나타났다. 채팅 창에서 괜찮냐고 묻는 말들이 쏟아졌다.

“저는 괜찮습니다. 다행히 다치지는 않았습니다. 모니카는 지금 의첸을 하러 갔습니다.”

대한이 어색한 미소를 짓자 이번에는 달풍선이 터지기 시작했다. 나름 시청자들이 대한에게 하는 위로의 방법이었다.

[우리두리 님이 달풍선 337개를 선물하셨습니다.]

[어벤저스 님이 달풍선 333개를 선물하셨습니다.]

[톰과제리 님이 달풍선 100개를 선물하셨습니다.]

[자주국방 님이 달풍선 179개를 선물하셨습니다.]

[No재팬 님이 달풍선 101개를 선물하셨습니다.]

[대폭주 님이 달풍선 119개를 선물하셨습니다.]

[코만도 님이 달풍선 119개를 선물하셨습니다.]

[꼬끼오 님이 달풍선 119개를 선물하셨습니다.]

[카리스마 님이 달풍선 444개를 선물하셨습니다.]

[핵인싸 님이 달풍선 222개를 선물하셨습니다.]

대한은 화면 위로 쏟아지는 달풍선 폭탄에 연신 고개를 조아렸다.

그러다가 문이 열리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어?”

그는 자신도 모르게 입을 딱 벌렸다. 모니카가 의상을 체인지하고 돌아온 것이다.

옷은 아까 입구에서 봤던 그 하얀 시스루 블라우스였다. 그런데 전과는 분위기가 완전히 딴 판이었다.

조명이 밝아서 그런지 블라우스 안의 하얀 살결은 물론 속에 입은 검은 브래지어까지 싹 다 비쳤다. 그게 화면으로 나가니 너무나 섹시하고 고혹적이었다.

“대한! 어때요?”

“아주 끝내주게 예뻐요.”

대한은 솔직한 심정을 가감 없이 얘기했다. 하지만 모니카는 그가 방송 때문에 과장되게 말했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의 눈은 비슷했다. 특히 남자들은 이런 시각적인 자극에 매우 민감했다. 그리고 그 반응은 아주 바람직한 현상으로 나타났다.

[만수르SUH 님이 달풍선 9,009개를 선물하셨습니다.]

[닥공 님이 달풍선 6,996개를 선물하셨습니다.]

[낼름 님이 달풍선 1,001개를 선물하셨습니다.]

[말벌봉준 님이 달풍선 1,004개를 선물하셨습니다.]

[다섯공무원 님이 달풍선 1,004개를 선물하셨습니다.]

[손톱이빨개 님이 달풍선 1,004개를 선물하셨습니다.]

[여친찾았다 님이 달풍선 1,004개를 선물하셨습니다.]

[늑골뽑기 님이 달풍선 1,001개를 선물하셨습니다.]

[작업멘트0 님이 달풍선 1,991개를 선물하셨습니다.]

[화가난다 님이 달풍선 1,004개를 선물하셨습니다.]

확실히 모니카의 풍력이 대단하긴 했다. 벌써 단위가 달랐다. 잠깐 사이에 달풍선을 순식간에 2만 개나 찍어냈다. 어느새 누적된 달풍선은 12만 개를 돌파하고 있었다.

“이 옷 나한테 잘 어울리나요?”

“잘 어울려요. 특히 시청자들이 아주 좋아하시네요.”

모니카는 카메라를 바라보며 몇 가지 준비한 포즈를 취했다. 문제는 그게 맥심 표지 모델이었던 유명 BJ라는 게 문제였다. 약간 어설펐지만 한편으로는 굉장히 도발적이었다.

“의첸 한 번 더 있어요?”

“지금 바로 갈까요?”

“어떤 의상이에요?”

“좀 짧은 건데…….”

그녀의 말에 채팅 창이 난리가 났다. 다들 어서 의첸하라고 성화였다.

어쩔 수 없이 대한은 모니카를 내보냈다. 그리고 잠시 앞으로의 방송 계획에 대한 썰을 풀었다. 그러다 스튜디오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모니카가 돌아온 것이다.

‘헉! 에바! 빨리 카메라 꺼!’

―네, 마스터!

갑작스러운 대한의 말에도 에바는 적절히 잘 대응했다. 그녀는 카메라를 차단하고 대한 TV의 광고를 내보냈다.

“이건 수영복이잖아요?”

“그래서 제가 짧다고 한 건데…….”

“하긴 비키니가 짧긴  짧지요.”

대한은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날씬한 바디에 소담한 미드!

얇은 허리에 풍만한 골반!

대리석같이 매끈한 쭉 뻗은 각선미!

비키니를 입은 모니카는 정말 아름다웠다. 하지만 절대 이걸 방송에 내보낼 수는 없었다.

이유는 그도 잘 몰랐다. 다만 그저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모니카! 비키니는 너무 야한 것 같아요.”

“그래요? 다른 BJ들도 다 입던데…….”

그녀가 어디서 어떤 BJ들을 보고 왔는지 참 궁금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보라 BJ들이 방송에서 비키니를 입는 경우는 거의 없다. 여름 특집으로 해변이나 수영장을 가면 또 모를까.

“그건 우리와 분야가 좀 다른 BJ들이에요.”

“그렇구나. 그럼 비키니 입고 방송은 아예 못하는 거예요?”

“수영장이나 해변에 가면 괜찮아요. 하지만 스튜디오에서는 가급적 입지 않는 게 좋겠어요. 대신 나시나 핫팬츠는 괜찮아요.”

“알겠어요. 그럼 다시 갈아입고 올게요.”

“네, 고마워요.”

“천만에요.”

모니카는 생긋 웃으며 몸을 돌렸다.

‘어우야!’

탱글한 엉덩이의 살 떨림으로 인해 자극적인 뒤태가 치명적으로 변해 갔다.

대한은 도저히 시선을 떼지 못했다.

그녀가 스튜디오를 나갈 때까지 그의 눈은 한곳에 단단히 고정됐다.

‘에바! 지금 모니카가 비키니 입은 장면 잘 찍었지?’

―눼에에에!

‘잘 보관해 놔라!’

―어디에 쓰시게요?

‘그건 알 것 없고.’

―칫!

대한은 비키니를 입은 그녀의 아름다운 모습을 영원히 간직하고 싶었다.

대한은 에바를 통해 그가 바라는 것을 쉽게 챙길 수 있었다. 물론 어디에 쓸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잠시 후, 모니카가 다시 스튜디오로 들어오자 대한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모니카는 비키니를 입은 모습도 아름다웠지만 나시와 핫팬츠를 입은 모습도 그에 못지않았다.

‘이거 난리 나겠군.’

대한은 아무래도 오늘 달풍선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릴 것만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그의 예상대로 다시 카메라가 연결되고 모니카가 등장하자 채팅 창이 비 오듯 흘러내리며 달풍선 폭탄이 터지기 시작했다.

모니카는 달풍선이 쏟아지자 신이 났다.

아메리카 TV의 BJ들에게 달풍선은 곧 수익이자 인지도, 그리고 자존심이었다. 그래서인지 그녀는 더욱 열심히 연습해 온 포즈를 취했다.

어색한 포즈는 점점 익숙해졌고 점차 섹시하고 도발적으로 변해 갔다. 대한은 그런 모니카의 모습에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곤 왕서방의 심정으로 아낌없이 박수를 쳐줬다.

[북조선항아: ㄷㄹㄲㅈ]

[파란하늘: ㄷㄹㄲㅈ]

[하얀마살: ㄷㄹㄲㅈ]

[나정이: ㄷㄹㄲㅈ]

그 와중에 너무 과하게 몰입한 나머지 대한이 화면을 살짝 가리게 됐다. 그러자 바로 뒤로 꺼지라는 글이 채팅 창에 도배가 됐다.

‘앗! 뜨거워!’ 하며 대한은 급히 뒤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그 모습에 모니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를 쳐다봤다.

“왜 그래요?”

“아니에요. 달풍선 천 개 이상 나온 거 리액션 하라고요.”

“아! 네.”

대한은… 아니, 에바는 모니터에 걸 그룹의 뮤직비디오를 띄웠다.

모니카는 모니터를 보며 열심히 안무를 따라 했다. 확실히 키가 크고 늘씬해서 그런지 몸짓이 참 예뻤다.

대한은 화면 한쪽 끝에 간신히 얼굴을 걸친 채 둠칫둠칫 춤을 따라 췄다.

그 모습이 웃기기도 하고 재밌기도 했다.

에바는 절대로 한 노래를 끝까지 다 틀어주지 않고 짧게 끊었다. 그것도 노래와 MR을 분리하고 다시 음을 잘게 쪼개 박자만 맞춰 내보냈다.

그녀가 자막과 관련 동영상을 한쪽 화면에 내보내지 않았다면 아마 누구도 이게 어떤 노래인지 몰랐을 것이다.

에바가 이렇게까지 한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저작권 때문이다.

아메리카 TV는 좀 덜했지만 유티비나 기타 플랫폼은 저작권과 관련해 아주 까다로웠다. 기껏 힘들게 조회 수 올려놓고 깜빡하면 엉뚱한 놈에게 돈이 들어갈 수 있었다.

어쨌든 에바 덕분에 그는 골치 아픈 문제를 쉽게 피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날, 대한은 모니카 버프에 힘입어 20만 개의 달풍선을 찍는 기염을 토하며 방송을 마쳤다.

* * *

펑! 빰빠라밤!

화려한 축포가 터지고 신나는 팡파르가 울렸다.

방 안은 에바가 만들어낸 불꽃 축제로 환하게 타올랐다.

―마스터, 축하합니다.

‘에바, 고마워!’

대한은 드디어 재능 ‘프리킥(A)’을 얻었다. 알렉산드로 델 삐에로를 만난 지 정확히 2주 만이다.

―상태 창을 열까요?

‘응, 부탁해!’

에바는 즉시 허공에 반투명한 상태 창을 띄웠다.

상태 창을 바라보는 대한의 표정이 환하게 펴졌다.

이름: 이대한

등급: 루키

칭호: 없음

나이: 만 17세

직업: 학생(숭신고등학교 2학년)

재능: 프리킥(A), 이탈리아어(A), 폭풍 성장(S), 축구 기본기(C), 영어(A)

스탯: 근력 63, 민첩 40, 체력 45, 지력 54, 마력 0

신장 166cm, 몸무게 90kg

재능 칸에 ‘프리킥(A)’이 당당히 들어가 있었다.

안타까운 것은 더블 S등급의 프리킥을 흡수했는데 얻은 것은 S등급이 아닌 A등급이었다.

아직도 대한의 육체가 정상 궤도에 오르지 않았다는 방증이기도 했다. 만약 일반인의 몸만 됐어도 아마 S등급의 재능을 쉽게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그는 스탯을 살펴봤다. 근력, 민첩, 체력이 각각 5개씩 올라갔다. 지력도 영어 때문인지 1개가 상승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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