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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만재능(Feat. 대한 TV)-26화 (26/331)

26화 <빼빼로>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는 말도 있으니까. 한번 따라 해봐요.”

“예, 또요.”

“또 뭐요?”

“또 뭐 다른 거 할 거 없어요?”

대한은 그녀의 성화에 열심히 머리를 쥐어짰다.

“달풍선 천 개 터질 때마다 리액션 할까요?”

“어떤 리액션요?”

“아이돌이나 걸 그룹의 노래를 따라 부르거나 안무를 흉내 내는 거예요.”

“그거 재미있겠네요.”

모니카는 물개 박수를 치며 좋아했다.

대한은 욕실 겸 화장실로 가서 칫솔을 꺼냈다. 치약을 짜서 열심히 이빨을 닦았다. 그런 후 가글까지 해서 입 냄새를 완벽히 날려버렸다. 마지막으로 모니카가 추천한 향수도 살짝 뿌렸다.

어느새 시간이 흘러 방송을 시작할 때가 됐다.

―마스터! 방송할 시간이 다 됐습니다.

‘알았어. 곧 갈게.’

대한은 모니카의 콘셉트에 맞게 자신도 새로 산 헬스복을 꺼내 입었다.

대한은 스튜디오로 들어갔다. 모니카는 이미 테이블 앞에 앉아있었다. 카메라를 쳐다보며 자신의 얼굴을 요리조리 돌렸다. 모니터를 집중해서 쳐다보는 모습이 무척 귀여웠다.

대한은 모니카의 바로 옆에 놓인 의자에 앉았다. 그는 컴퓨터를 조작해서 아메리카 TV의 자신의 채널인 대한 TV를 켰다. 마이크를 테스트하고 조명의 밝기와 감도를 체크했다.

그러는 사이, 대한 TV의 구독자들과 시청자들이 무서운 속도로 유입됐다.

‘에바! 준비됐어?’

―네, 마스터! 모든 것이 완벽합니다.

‘좋아. 그럼 시작해 보자. 오늘도 잘 부탁해!’

―예, 저만 믿으세요.

에바는 늘 그렇듯 자신감이 충만했다.

“모니카! 준비됐어요?”

“옛썰!”

대한의 물음에 모니카는 귀여운 표정을 지으며 경례를 했다.

“좋아요. 그럼 시작합니다.”

“네.”

그는 테이블 위의 마우스를 클릭했다. 그것은 모니카에게 보여주기 위한 행동이었다. 사실 스튜디오 안의 거의 모든 것은 에바가 컨트롤한다. 그래서 굳이 대한이 나서서 조작을 할 필요가 없었다.

그가 편집자나 직원 한 명 없이도 하이퀼리티의 화질과 음질을 뽑아내는 것은 전부 에바의 공로였다.

“안녕하세요! 대한 TV의 대한입니다.”

“안녕하세요! 대한 TV의 마스코트! 모니카예요.”

둘은 서로의 얼굴을 가까이 대고 귀여운 표정을 지었다.

분위기는 미녀와 야수였다. 하지만 대한이 아직 어려서 그런지 다들 귀엽다고 난리였다.

[만수르SUH: 대한아! 하위!]

[우리두리: 오늘은 즐거운 날! 모니카가 나오는 날!]

[어벤저스: 오! 이제는 제법 유명 BJ의 포스가 풍긴다.]

[손톱이빨개: 반갑다. 오늘도 즐겁게 가자!]

[여친찾았다: 모니카 외에는 합방하는 여캠이 없네. 모니카에게 잡혀 사는 건가?]

[작업멘트0: 대한아! 모니카 다 넘어왔다. 키스 갈겨!]

[늑골뽑기: 둘이 운동복을 입었네. 운동이라도 하려는 건가?]

[베링해: 설마 둘이 막 씨름하고 그러는 것은 아니겠지?]

[터프가이: 그럼 우리야 좋지. ㅋㅋ]

[달달이: 분위기 달달하고 좋네!]

[뽀야909: 우결충 저리 꺼져!]

대한은 슬쩍 현재 시청자 수를 확인했다. 벌써 2만 명을 돌파했다. 그리고 그 숫자는 지금도 빠르게 올라가고 있었다.

이쯤 되면 정말 스타 BJ가 부럽지 않을 정도다. 물론 시청자가 많다고 달풍선이 많이 터지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소통을 중요시하는 일부 BJ는 시청자 수가 많은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BJ를 시작한 지 이제 7주밖에 되지 않은 초보 BJ 대한은 시청자 숫자가 많으면 무조건 좋은 거로 생각하고 있었다.

“오늘은 모니카와 탐방을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재미있게 지켜봐 주세요.”

대한이 멘트를 하자 모니카가 즉시 거들었다. 영어로 진행되는 거라 에바가 실시간으로 자막을 내보내고 있었다.

만약 아메리카 TV가 미국에 진출해 있었다면 대한 TV는 가장 큰 혜택을 봤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아메리카 TV는 말만 아메리카였다. 하는 짓은 된장 냄새가 나는 순 토종 방송국이었다.

“여기 한번 들어가 볼까요?”

“스타 BJ들이 합방을 하고 있네요. 좋아요.”

마우스를 클릭하자 스타 BJ와 섹시한 미모의 여캠이 합방하는 게 보였다. 뭔가 여유가 넘치는 모습과 능수능란한 대화가 돋보였다. 하지만 특별히 뭔가 재미있거나 흥미롭지는 않았다.

대한은 자신과 모니카의 합방이 훨씬 재미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래도 아주 건진 게 없지는 않았다.

“우리도 이거 해볼까요?”

“이, 이거요?”

“재미있을 것 같지 않아요?”

“그렇긴 하네요.”

대한은 대답을 하면서도 침을 꿀꺽 삼켰다.

스타 BJ들이 여캠과 합방을 하면서 절대 빼놓지 않는 것!

그것은 바로 ‘빼빼로 먹기’였다.

가늘고 긴 쿠키에 초콜릿이 적셔진 과자!

한 명이 입에 끝을 물고 있으면 나머지 한 명이 과자를 먹으면서 다가간다. 그 뒤 가장 짧게 조각을 남기는 자가 이기는 게임이었다.

“우리가 하면 저것보다 더 짧게 남길 수 있을까요?”

“글쎄요. 한 번도 해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어요.”

“히잉. 그럼 우리가 불리한데…….”

모니카는 어쩐지 스타 BJ와 합방하는 여캠과 경쟁을 하는 것 같았다.

“집에 빼빼로 있어요?”

“아마 부엌에 있을 거예요.”

혹시 모니카가 과자를 찾을지 몰라 미리 여러 종류의 과자를 사다 놓았다. 한데 이게 오늘 아주 제대로 걸려버렸다.

대한이 스튜디오를 나가 부엌에 다녀오는 사이, 모니카는 모니터를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입술을 오물거렸다.

마치 미리 빼빼로 먹는 것을 이미지 트레이닝 하는 것 같았다.

[톰과제리: 우와! 우리 모니카 오늘 의욕 폭발!]

[카리스마: 설마 대한과 키스가 하고 싶어서 저러는 겨?]

[자주국방: 설마가 사람 강간하는 세상입니다.]

[우주소년: 대한아! 제발 나랑 자리 좀 바꾸자.]

[꼬끼오: 아니, 우리 대한이가 어디가 어때서요. 불타는 청춘인데 키스도 좀 할 수 있지 뭘 그래요?]

[No재팬: 너무 감정 이입하지 맙시다! 방송은 그냥 방송으로 보세요.]

[핵인싸: 맞습니다. 방방봐! 방방봐! 쪽!]

[낼름: 야! 이 새끼야! 너 모니카와 키스하면 죽을 줄 알아. 아이고 좋겠다. 낼름!]

채팅 창이 뜨겁게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반은 모니카의 행동에 의심을 품었다. 나머지 반은 대한과 키스하는 모니카를 꿈꾸고 있었다.

“간신히 찾았네요.”

“에계, 그게 전부에요?”

“열 개나 되는데요.”

대한은 모니카의 반응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코란도일: 뚱리둥절! ㅋㅋㅋ]

[치킨효린: 우리 대한이에게 ‘뚱’ 자 쓰지 말아요.]

[고로쇠콜라: 맞다. 대한이가 코란도일의 글을 아주 싫어합니다.]

대한은 채팅 창을 슬쩍 보고는 피식 웃었다.

더 이상 뚱보라는 말에 상처를 받는 대한은 존재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뚱보라는 말 때문에 달풍선만 많이 터진다면 얼마든지 뚱보라고 놀려도 즐겁게 들어줄 용의까지 있었다.

그 사이 달풍선이 소소하게 터지기 시작했다.

대한과 모니카가 영어로 다정하게 대화하는 모습. 그 달달함만으로도 이미 만족하는 사람들이었다.

“우리 일단 한번 해봐요.”

“눼에에.”

긴장으로 인해 그는 일부러 불퉁하게 대답했다. 그렇다고 뒤로 백(back)을 할 모니카도 아니었다.

그녀는 봉지를 뜯고 빼빼로 하나를 꺼냈다. 그리곤 그대로 대한의 입에 물려버렸다.

“내가 먼저 해볼게요.”

“으으.”

대한은 입에 빼빼로가 물려있어서 대답을 할 수 없었다.

모니카는 매의 눈으로 빼빼로를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덥석 과자를 물어오기 시작했다.

바삭바삭!

오물오물!

그는 모니카의 얼굴이 점점 가까이 다가오자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그걸 본 시청자들이 또 신나게 약을 올렸다. 하지만 대한은 지금 채팅 창을 쳐다볼 정신이 없었다.

새하얀 피부에 깊고 그윽한 눈이 다가오고 있었다. 오뚝한 코 아래에 붉은 입술이 오물거리며 점점 커져 갔다.

그녀의 숨소리가 느껴지며 뽀송한 솜털까지 눈에 들어왔다.

대한의 얼굴이 순간 붉게 물들어갔다.

하지만 입술이 부딪치기 일보 직전!

모니카는 그 자리에 딱 멈춰 섰다.

“대한! 이것 보세요. 이 정도면 1cm는 되겠죠?”

“아닌데요. 적어도 2.5cm는 되겠네요.”

“처음이라 잘 안 됐어요. 우리 다시 해봐요.”

모니카는 처음이라서 실패했다며 자신의 실패를 인정하지 않았다.

다시 그의 입에 빼빼로가 물렸다. 그녀가 빼빼로를 먹으며 가까이 다가왔다. 하지만 매번 마지막 순간에 너무 빨리 끊어버렸다.

“안 되겠어요. 이번에는 내가 해볼게요.”

“대한이요?”

“네.”

“좋아요.”

모니카는 순순히 수긍했다. 자신이 3번이나 해서 실패했으니 이번에는 대한이 하는 게 타당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바삭바삭!

오물오물!

대한이 빼빼로를 먹으며 다가가자 모니카는 순간 얼굴이 확 붉어졌다. 그제야 아까 대한의 얼굴이 왜 빨개졌는지 이해가 갔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눈을 감고 말았다.

대한의 숨이 모니카의 입술을 스쳤다. 뭔가 보드라운 것이 입술에 닿은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했다.

“모니카!”

그의 목소리에 놀란 그녀는 침을 꿀꺽 삼켰다.

“네?”

“조각 꺼내 봐요.”

“어!”

“왜요?”

“먹어버렸어요.”

“아이 참! 그걸 먹으면 어떻게 해요.”

모니카는 얼굴이 홍당무가 된 채 고개를 푹 숙였다.

그런 그녀에게 대한은 팩폭을 가해 버렸다.

“그리고 눈은 왜 감았어요?”

“…….”

대한의 말에 그녀는 대답 없이 더욱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채팅 창에서 그의 무심함에 온갖 쌍욕이 다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대한은 일부로 모른 척하고 빼빼로 하나를 꺼내 들었다.

“모니카! 아~ 해봐요.”

“아~”

모니카는 그의 말에 얼른 고개를 들고 입을 벌렸다.

대한이 빼빼로를 입에 넣어주자 그녀는 이빨로 끝을 살짝 물었다.

“이번에는 먹지 말고 잘 해봐요.”

“으으.”

모니카는 주먹을 불끈 쥐고 모호한 소리를 냈다.

바삭바삭!

오물오물!

대한이 빠르게 빼빼로를 먹으며 다가왔다.

그녀는 두 주먹을 꼭 쥐고 눈을 부릅떴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채팅 창이 비처럼 주르륵 흘러내렸다.

“됐어요.”

대한은 마지막 순간, 두 사람의 입술이 카메라에 잡히지 않도록 그녀의 턱을 잡고 옆으로 살짝 돌렸다.

모니카는 그의 입술이 자신의 입술에 아슬아슬하게 닿지 않는 것을 느끼고 오히려 긴장했다.

이번에는 확실히 남은 조각이 1cm 이하의 크기였다.

“이것 보세요. 성공이에요.”

“와아! 성공이다.”

모니카는 방금 느꼈던 묘한 긴장감도 잊은 채 두 손을 높이 들고 환호성을 질렀다. 그러다가 감정이 격해졌는지 대한을 얼싸안고 기뻐했다.

카메라에 그녀는 등밖에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대한의 얼굴은 아주 잘 잡히고 있었다. 그는 대담하게도 카메라를 향해 승리의 V 자를 그렸다. 그러면서 일부러 시크하게 미소를 지었다.

채팅 창이 즉시 폭발했다. 아니, 아예 터져나갔다.

[뼈에새겨라: 잘했누!]

[다섯공무원: 야! 이 ㅁㅊㄴ! 너 일부러 그랬지?]

[손톱이빨개: 완전히 계획적!]

[여친찾았다: 뭐야? 노린 거야? 안 돼! 모니카 돌려줘!]

[코란도일: 찹쌀모니카 처먹어!]

[꼬끼오: 와아! 저 사악한 미소! 미쳤다.]

[자주국방: 패기에 지렸습니다.]

[카리스마: 이 ㅅㄲ야!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지. 너 했냐? 했냐고?]

[톰과제리: 좋냐? 하니까 좋냐고? 왜 말을 못해? 나도 그 느낌 알고 싶어.]

[닥공: 이제부터 내 장래희망은 대한이다.]

[말벌봉준: 방송 중에 사심이 가득하다. 어쩌면 이렇게 나랑 똑같지?]

[비도깨: 으악! 이 방송 보지 않은 눈 삽니다.]

격정에서 벗어난 모니카는 즉시 재도전을 선언했다. 대한은 관대하게 그녀의 요구를 수락했다.

1cm라는 마의 벽을 넘기 위해 모니카는 정말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그 과정은 무척 험난했다. 될 듯 말 듯 빼빼로는 사람을 아주 약을 올렸다.

결국 열 번 만에 모니카는 기어코 성공을 하고 말았다. 채팅 창에는 이런 그녀의 모습에 즉각 반응했다.

[바로로그인: 혜자다!]

[AnYang: ㅋㅋㅋㅋㅋ]

[어쩌라구: 잘하누!]

[지누숑!: 오지게 부딪치네!]

[갈대가없다: 개이득]

[네버네버: 개못해 ㅅㅂ ㅋㅋㅋ]

[새콤달콤: 달달]

전반적으로 재밌어하고 대한을 부러워하는 분위기였다.

“성공이에요!”

“모니카! 축하합니다.”

“이제 다른 거 해봐요.”

“네.”

다음 탐방을 준비하면서 대한은 자꾸 자신의 입술을 빨았다.

이게 고의적인지 아니면 무의식적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채팅 창은 대한의 만행에 그저 화끈하게 불타오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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