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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만재능(Feat. 대한 TV)-25화 (25/331)

25화 <탐방>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훈련 시간이 2시간이 넘어가자 최정규는 시계를 확인했다.

“오늘은 여기까지다.”

“와아아아!”

훈련 종료를 선언하자 아이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감독님! 노고가 많으셨습니다.”

최정규 감독을 비롯한 축구부 팀원들.

그들은 서로서로 손을 잡고 상대에게 수고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함으로써 팀워크를 기르고 팀이 하나로 단단히 뭉칠 수 있었다.

“감독님! 저는 이만 가볼게요.”

“대한아, 오늘 고생 많았다.”

“아니에요, 감독님! 오늘 노고가 많으셨어요.”

“그래. 내일 또 보자.”

훈련을 마친 대한은 감독에게 인사를 하고 학교 축구장을 빠져나갔다. 약속이 있어서 사전에 양해를 구한 행동이었다. 하지만 그가 떠나는 모습을 바라보는 축구부 팀원들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특히 1학년과 2학년 팀원들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져 있었다.

그때, 이들의 앞에 이강희가 나타났다.

“야! 너희 왜 그래?”

“아무것도 아닙니다.”

주전 공격수이자 축구부 주장인 3학년 이강희가 묻자 다들 딴청을 피웠다.

그는 다 안다는 듯한 표정을 하고 피식 웃음을 흘렸다.

“너희 대한이가 마무리를 안 하고 가서 그러지?”

“…….”

다들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의 말이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하아! 요놈들 봐라! 대한이는 오늘 약속이 있다고 미리 감독님에게 양해를 구했어. 그리고 그동안 대한이가 너희를 위해서 고생했던 것은 아예 생각이 안 나냐?”

“…….”

“선수로 뛴 적은 없지만 대한이도 엄연히 우리 축구부 팀원이야. 대한이가 우리 축구부 청소부냐? 훈련을 마치고 난 후! 청소와 정리 및 마무리는 우리 모두의 일이지, 누구 한 사람의 의무가 아니야.”

이강희는 충분히 알아듣게 좋게 말했다.

하지만 반응은 여전히 싸늘했다.

“…….”

“아직도 반응이 좀 깨네. 그동안 난 대한이가 불평하거나 불만을 가진 것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어. 그런데 너흰 뭐냐? 고작 며칠 축구공과 콘 줍고 쓰레기 치웠다고 아무런 죄도 없는 대한이를 원망하는 거야?”

“아닙니다.”

2학년 오규환이 대표로 크게 외쳤다.

이강희는 고개를 돌려 오규환을 노려봤다.

“네가 제일 불만이지?”

“아닙니다.”

“아니긴 뭐가 아니야? 대한이에게 지랄할 때 내가 몇 번 봐서 잘 알아. X밥이 갑자기 축구 좀 하게 되니까 아니꼽지?”

“그렇지 않습니다.”

“그래 봐야 너만 병신 되는 거야. 최정규 감독님은 대한이의 프리킥 실력을 이용해서 팀의 승리를 가져오려고 하는 거야. 그런데 너희는 뭐야? 겨우 대한이를 경쟁자로 생각하고 있었어? 딱 까놓고 말해서 대한이의 경쟁자는 한정우와 나 아니냐?”

피식!

다들 말도 안 된다는 듯 실소를 했다.

“어쭈! 웃어?”

“아닙니다.”

“이 새끼들이 오늘 단체로 약 먹었나? 계속 아니라고만 하네.”

“죄송합니다.”

이강희가 인상을 팍 쓰자 다들 부동자세를 취했다.

“길게 얘기할 것 없고, 앞으로 대한이한테 지랄하지 마라! 더 이상은 용납하지 않을 거야. 대한이가 들어가게 되면 한정우나 나 둘 중 한 사람이 빠지게 될 거야. 그리니까 거 되지도 않는 유치한 질투나 경쟁심 따위 좀 버려라. 그리고 어딜 봐서 대한이가 우리처럼 축구 선수를 하겠냐?”

“크흠.”

“아까 누가 감독님이 돈 받고 저런다는 개소리를 하는 걸 들었어. 앞으로 다시 한번 내 귀에 그딴 소리 들리면 정말 곡소리 날 줄 알아!”

이강희는 적당히 조였다 풀어주기를 반복하며 축구부 팀원들을 다독였다.

한정우와 이강희는 이미 최정규 감독과 얘기를 마친 상태였다. 솔직히 처음에는 최정규의 말을 믿지 못했다. 그런데 지난 며칠 동안 직접 겪어보니 최정규 감독의 말이 하나도 틀린 것이 없었다.

오히려 대한만큼 상대 팀의 어그로를 끌고 조커로 활용할 만한 존재는 없었다.

거기에다 하루가 달라지게 나아지는 대한의 몸 상태와 킬 패스, 더불어 창의적인 연계 능력은 한정우와 이강희를 더욱 돋보이게 만들어 주고 있었다.

하지만 최정규 감독이나 팀원들은 대한의 몸을 보고 그는 절대 축구 선수가 될 수 없다고 확신했다.

대한을 조커로 쓰는 것도 고등 축구에서나 통하지 K리그로 올라가면 아마 어림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들은 대한이 혼자 하던 일을 함께 나눠서 빠르게 끝내버렸다.

한편, 대한은 학교를 나와 집으로 향했다. 그동안 살아왔던 지긋지긋한 반지하 방으로 가는 게 아니었다. 6호선 새절역 근처에 있는 오피스텔, 로열패밀리하우스였다.

멋진 이름과는 달리 그에게는 그저 집이자 방송을 하는 스튜디오일 뿐이었다.

지이잉!

그때, 대한의 스마트폰이 진동했다. 화면을 보니 모니카에게서 온 연락이었다.

“여보세요?”

―대한! 어디에요?

“스튜디오로 가고 있어요.”

―난 지금 새절역에 도착했어요.

“그럼 스튜디오로 오세요. 입구에서 기다릴게요.”

―알았어요. 금방 갈게요.

모니카의 목소리는 아주 신이 나 있었다.

그녀와 합방을 시작한 지 벌써 2주가 지났다. 그동안 모니카와 총 일곱 번의 합방을 했다.

모니카는 처음에 긴장도 하고 어색해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주일이 지나자, 이제는 오히려 방송을 즐기고 있었다.

대한은 그녀에게 직접 채널을 열어서 개인 방송을 해보라고 권유했다. 그러나 모니카는 아직 자신이 없다면 고개를 내저었다.

대한은 모니카 버프로 인해 인지도가 미친 듯이 올라가고 있었다. 시청자와 구독자 그리고 팔로워도 말도 안 되게 늘어났다.

아메리카 TV의 시청자는 최대 20,371명, 구독자는 41,975명으로 늘었다.

대한의 풍력도 늘어서 보통 하루에 2만 개에서 2만5천 개의 달풍선을 받았다. 모니카와의 합방으로 버프를 받는 날은 보통 5만 개에서 6만 개의 달풍선이 터졌다.

모니카의 출연료를 제외하고도 엄청난 수익이었다.

유티비 구독자 수도 43만 명으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페이스노트 팔로워는 35만 명, 트워치 구독자는 17만 명 그리고 원스타그램 팔로워도 26만 명이나 됐다.

요새는 아메리카 TV에서 간간이 광고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 적당히 서로 만족하는 선에서 합리적으로 계약을 진행했다.

스타 BJ들의 합방 제의도 심심치 않게 들어오고 있었다. 하지만 모니카의 풍력이 워낙 대단해서 굳이 다른 여캠과 합방을 해야 할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물론 가끔 모니카의 연락처를 묻거나 그녀와의 합방을 요청해 오는 경우도 있었다. 그럴 때는 정중히 거절하고 연락처를 차단해 버렸다.

‘일이 점점 많아지고 있어.’

―직원이라도 한 명 구할까요?

‘에바의 존재가 들킬까 봐 조금 걱정이 되긴 한다.’

―당장 직원을 써야 할 정도는 아니에요. 하지만 미래를 위해서 미리 쓸 만한 사람을 알아보는 게 좋겠어요.

‘그렇게 해!’

스튜디오 겸 집에 도착한 대한은 입구에 서서 모니카를 기다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온몸에 힘을 꽉 준 그녀가 나타났다.

꿀꺽!

정말 눈이 행복했다.

중앙에 레이스가 들어간 하얀 시스루 블라우스, 몸매가 돋보이는 타이트한 화이트 스커트. 하지만 압권은 역시 모니카의 마력적인 마스크였다.

“하이!”

“하이!”

대한은 그녀와 이탈리아어로 인사를 할 때도 있지만 요새는 대부분 영어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래서 영어의 재능 등급이 한 단계 상승했는지도 모른다.

“오래 기다렸어요?”

“아뇨, 방금 왔어요.”

“나 어때요?”

“오늘도 판타스틱해요.”

“큿큿큿!”

모니카는 좋아 죽는 표정을 지었다. 한국 여자라면 아닌 척, 겸손한 척했을 텐데 그녀에게는 그딴 내숭이 아예 없었다.

좋으면 좋고 싫으면 말고다. 호불호가 확실하니 오히려 여자 경험이 없는 대한에게는 상대하기 쉬운 여자였다.

“어서 들어가요.”

“네.”

대한이 출입문을 열자 모니카가 얼른 다가와 냉큼 그의 팔에 팔짱을 꼈다.

하지만 워낙 자주 당하다(?) 보니 대한도 이제는 살짝 면역이 생겨버렸다.

물론 이것은 100% 그만의 착각이었다. 대한의 급박한 요청에 에바가 그의 몸 어딘가로(?) 통하는 혈류를 적절히 조절해 준 적이 있었다. 그 뒤로 비슷한 현상이 생기면 대한이 말을 하지 않아도 에바가 적절히 컨트롤을 해주고 있었다.

그런데 대한은 자신이 했던 말을 그만 잊어버리고 말았다. 그리고는 자주 당해서 면역이 됐다고 착각하고 있었다.

어찌 됐든 둘은 사이좋게 승강기를 탔다.

5층 꼭대기에 도착하자 대한은 비밀번호를 누르고 현관문을 열었다.

탁탁탁탁!

모니카가 먼저 안으로 들어가 한쪽 벽에 있는 스위치를 차례로 올렸다.

LED 전등이 들어오며 집이 환해졌다. 이제는 그의 집, 아니 이 스튜디오에 뭐가 어디에 있는지 대한보다 그녀가 더 잘 알고 있었다.

“나 좀 씻고 올게요. 운동하다 와서 땀을 많이 흘렸어요.”

“그래요. 방송 준비는 내가 미리 해놓고 있을게요.”

“고마워요.”

“천만에요.”

대한은 모니카에게 살짝 고개를 숙이고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가장 큰 방은 스튜디오로 만들었다. 그래서 두 번째로 큰 방을 자신의 방으로 삼았다. 나머지 제일 작은 방은 간이침대 하나를 놓고 비품실로 썼다. 지금은 모니카가 의상을 바꿔 입거나 화장을 고치는 공간으로 더 많이 쓰였다.

쏴아아아!

시원한 물줄기가 쏟아지자 긴장했던 전신의 근육이 풀렸다. 어쩐지 피로가 풀리고 정신도 맑아지는 기분이었다.

그러다 집에 모니카가 있다는 사실에 생각이 미치자 갑자기 마음이 다급해졌다. 결국 그는 10분도 되지 않아 샤워를 마치고 머리까지 말렸다.

그사이 모니카는 몸에 착 달라붙는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스튜디오 안으로 들어가 컴퓨터와 모니터를 켜고, 카메라와 조명을 세팅했다. 그런 후 방송이 잘 나오는지 테스트를 해보았다.

몇 번 가르쳐주지도 않았는데 이제 그녀는 전문가 못지않은 포스와 익숙함이 엿보였다.

“모니카! 배 안 고파요?”

“고파요.”

“오늘은 뭐 먹고 싶어요?”

“오늘은 내가 가져온 것을 나눠 먹어요.”

“모니카가 저녁 준비를 했다고요?”

“그건 아니고요. 오다가 피자와 파스타를 파는 집이 있기에 사 왔어요.”

아무리 생각해도 모니카가 이곳으로 오는 동선에는 피자와 파스타를 파는 집이 없었다. 하지만 굳이 그런 것을 일일이 따지고 싶지는 않았다.

두 사람은 부엌으로 가서 식탁에 마주 앉았다.

“레스토랑의 쉐프 스페셜이라고 해서 ‘문어파스타루꼴라피자’와 ‘새우버섯크림파스타’를 사 왔어요.”

“맛있겠네요.”

아무리 맛이 없어도 모니카와 같이 먹는다면 그 음식은 맛있게 된다. 시장이 반찬이라고 느끼한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대한이지만 어느새 피자와 파스타는 바닥을 드러내 버렸다.

그녀는 음료수로 천연 탄산수까지 사 왔다.

그들은 탄산수를 우아하게 와인 잔에 따라서 마셨다.

“오늘 돈 좀 썼겠는데요?”

“아니에요. 맨날 내가 얻어먹잖아요.”

“무슨 소리예요. 벌써 세 번이나 얻어먹었는데요.”

“그 세 번 빼고 나머지는 전부 대한이 샀잖아요.”

모니카를 말로 이기는 건 쉽지 않다. 합리적인 계산법으로 들이대면 할 말을 잃게 된다. 대한은 더 이상 따지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고개를 숙였다.

“모니카! 저녁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맛있게 먹었다니 다행이에요.”

“그런데 오늘도 의상을 가져왔네요?”

“저번에 달풍선 5천 개 터지면 의첸하겠다고 시청자들에게 약속했잖아요.”

“아 참! 그랬죠.”

“그걸 잊으면 어떻게 해요? 소중한 시청자들과의 약속인데…….”

“네, 죄송합니다. 앞으로는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대한은 모니카에게 꾸벅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둘의 입가에는 익살스러운 미소가 가득했다.

어째 작은 방은 앞으로 모니카의 드레스 룸이 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그래도 그녀를 보면 눈이 즐겁고 귀가 즐겁고 마음이 즐거웠다. 그래서 모니카가 원하면 그녀만의 공간으로 꾸며주고 싶기도 했다.

“오늘은 무슨 콘텐츠로 방송할 거예요?”

“우리한테 콘텐츠가 어디 있어요? 보라 BJ는 소통 중심이 아닌가요?”

“맞긴 한데… 그래도 뭔가 콘텐츠가 있으면 좋겠어요.”

“흐음, 그럼 우리도 탐방이라는 것을 한번 해볼까요?”

“탐방 좋아요. 재미있는 거 있으면 우리도 따라 해보면 되잖아요.”

모니카에게서 오늘 아주 작심을 한 느낌이 났다. 그녀에게서 미리 이것저것 연구를 해온 것 같은 분위기가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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