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만재능(Feat. 대한 TV)-20화 (20/331)

20화 <풍력발전소>

그 모습이 시청자들의 공분을 샀다. 분명히 그들은 대한의 구독자이자 시청자였다. 그런데 하나같이 대동단결하여 대한을 성토하고 있었다.

[부부젤라: 미친 거 아냐? 이 상황에서 거절을 하네.]

[개좋앙: 야! 너 돌았냐? 당장 모니카에게 사과하고 도와주겠다고 해!]

[홍콩여자: 우와! 모니카의 부탁을 사정없이 거절해 버리네요. 대한의 패기에 지렸다.]

[늑골뽑기: 이놈 늑골을 확 뽑아버릴라! 어디 우리 모니카에게 모욕감을 줘! 당장 노예로 삼아도 감사해야 할 판에.]

[베링해: 대한아! 너 왜 그래? 무슨 똥배짱이야.]

[터프가이: 올! 대한이 터프하네. 이제 달풍선 다 뽑아먹었다고 바로 손절?]

[치킨효린: 푸하하하! 모니카 실망하는 표정 좀 봐라! 졸귀다.]

[젓가락사대: 지금 모습도 너무 귀엽다. 그런데 대한아! 밀당도 적당히 해야 하는 거다.]

대한은 고개 숙인 모니카의 어깨에 가만히 손을 올렸다. 그리곤 조용히 입을 열었다.

“하지만 모니카가 처음으로 부탁하는 거니 어떻게든 한번 시간을 내볼게요.”

“정말이죠?”

“네, 약속할게요.”

“고마워요, 대한!”

그녀의 고개가 들리고 얼굴이 꽃처럼 환하게 피어났다. 그 모습에 또다시 채팅 창이 폭발했다.

[모솔탈출: 니들 도대체 나한테 왜 이래? 왜 날 심쿵하게 만드냐고.]

[방구석폐인: 오늘부터 내 책상 앞의 사진은 모니카다.]

[키보드워리어: 난 결심했어. 내 바탕 화면은 이제 모니카야.]

[화가난다: 도대체 대한이 어디가 좋아서 그렇게 웃는 거냐?]

[비도깨님: 이상하다. 모니카가 대한이를 좋아하는 것 같다.]

[대폭주: 나도 동감이다. 혹시 둘이 썸타고 있는 거 아냐? 그렇지 않으면 저런 미친 웃음을 지을 수는 없다고 본다.]

[코만도: 대한아! 넌 전생에 나라를 구했냐? 제기랄! 졸라 부럽다.]

[용민바라기: 부러우면 지는 거다. 그래, 졌다. 이제 내 장래 희망은 대한이다.]

대한은 채팅 창을 보면서 뛰는 가슴을 진정할 수가 없었다. 정말 그녀의 미소는 심장에 위험했다. 방금 전 그는 심쿵해서 그만 요단강을 건널 뻔했다. 아니, 누구라도 모니카의 저런 살인 미소를 본다면 설레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마스터의 심장이 비정상으로 빠르게 뛰고 있습니다.

‘닥쳐!’

―눼에에!

에바의 입을 한마디로 닫아버린 대한! 그는 정말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필사의 노력을 기울였다.

“그런데 대한은 언제 시간이 나요?”

“스케줄을 한번 살펴보고 말해 줄게요. 모니카의 스케줄을 저한테 보내주면 그것에 맞춰서 한번 짜보는 것도 좋겠어요.”

“그거참 좋은 아이디어에요. 당장 보내줄게요.”

모니카는 참 추진력이 좋았다. 그녀는 스마트폰을 꺼내더니 바로 자신의 스케줄을 까톡으로 보내왔다.

대한이 스마트폰을 확인하는 사이, 채팅 창은 묘한 분위기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뭘봐: 이 새끼 선수네!]

[LUNAR볼룸: 지금 스케줄 핑계로 모니카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겠다는 거잖아.]

[어차피우승은송민호: 와! 이 뚱스 빌드업 지린다.]

[작업멘트0: 대한의 작업 멘트가 정말 장난이 아니다. 아주 고단수야. 한 수 배웠다.]

[부부젤라: 얘 원래 안 이랬잖아.]

[개좋앙: 여캠 처음 하는 거 맞아?]

[홍콩여자: 마치 대박이 동생을 보는 것 같은 고수의 향기가 난다.]

[우리두리: 그래그래! 그렇게 한 발짝씩 다가가는 거야.]

[어벤저스: 아싸! 대한이 잘한다. 점점 가능성이 늘어나고 있어.]

[톰과제리: 우와아! 대한아! 국제결혼 가즈아!]

[꼬끼오: 분명히 어울리지 않는 것 같으면서도 묘하게 어울리네요. 나만 그런가?]

[낼름: 대한아! 다른 놈이 손대기 전에 낼름 모니카를 해치워버려라!]

선수라고 놀리는 댓글도 있었다. 하지만 잘해 보라고 응원하는 댓글이 많았다.

―마스터, 차라리 이참에 모니카를 끌어들이면 어떨까요?

‘모니카를 끌어들이다니?’

―한국어 가르쳐주는 것을 꼭 둘이 있을 때만 하라는 법은 없잖아요.

‘아! 그러니까 방송 켜고 한국어 가르쳐주란 말이구나?’

―네, 맞아요. 그러면서 슬쩍 우결각을 잡는 거예요.

‘모니카가 좋아할까?’

―재미있어하지 않을까요? 싫다고 하면 방송 끄고 하면 되죠.

‘그거야 그러네!’

에바의 말을 듣고 보니 한번 물어보는 게 좋을 것 같았다. 하지만 굳이 생방송에서 물어볼 필요는 없었다. 방송을 종료하고 난 후에 물어봐도 충분할 것이다.

‘에바, 너도 모니카가 나를 좋아하는 것 같아?’

―모니카의 신체 반응을 보면 확실히 호감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걸로 좋아한다고 단정 짓기는 어렵습니다. 결정적으로 모니카가 가지고 있는 호감이 그냥 친구로서의 호감인지 아니면 남자로서의 호감인지 아직 확실히 구별할 수 없습니다.

대한은 감히 그녀가 자신을 남자로서 좋아한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아직은 간신히 바닥을 치고 올라오는 낮은 자존감 때문이었다. 다만 약간이나마 썸을 타는 분위기를 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다.

“모니카는 한류를 좋아한다고 했는데… 어떤 점이 좋은지 말해 줄 수 있어요?”

“물론이죠. 전 한국의 드라마를 무척 좋아해요. 물론 영화도 많이 봤어요. 하지만 제일 좋아하는 것은 역시 K-POP이에요.”

“K-POP이라면 가수 누굴 좋아한다는 거죠?”

“BTS, BLACK PINK, BIG BANG, EXO, GOT7, TWICE, GIRL’S GENERATION, SEVENTEEN, SHINEE, SUPER JUNIOR, 2NE1…을 좋아해요.”

대한은 모니카의 말에 입을 딱 벌렸다.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한류 가수는 대부분 언급했기 때문이다.

“모니카가 이렇게 많은 한류 가수들을 알고 있는지 몰랐어요. 혹시 즐겨 부르는 노래가 있나요?”

“네, BTS의 ‘Boy With Luv’요.”

“한번 들어볼 수 있을까요?”

대한의 제안에 모니카는 크게 당황했다. 채팅 창은 ‘모리둥절’이라는 댓글이 도배되기 시작했다.

잠깐 고민하던 그녀는 곧 자신 있게 고개를 끄덕였다. 모니카는 MR(Instrumental)을 틀기도 전에 육성으로 노래하기 시작했다.

“모든 게 궁금해 How’s your day? Oh tell me! oh yeah, oh yeah, oh yeah, oh yeah…….”

대한의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자신도 모르게 입이 딱 벌어졌다. 목소리가 너무도 깨끗하고 청아했던 것이다.

다듬어지지 않은 모니카의 생목(생생한 목소리)! 그것은 어떠한 기교 없이도 충분히 듣기에 좋았다.

노래가 끝나자 그는 힘차게 물개 손뼉을 쳤다.

짝짝짝! 짝짝짝!

채팅 창에도 ‘짝짝짝’ 손뼉 치는 글자와 이모티콘(그림말)이 도배가 됐다.

“목소리가 너무 좋아요.”

“정말요?”

“그럼요. 태어나서 모니카처럼 맑고 고운 음색은 처음 들어봐요.”

“고마워요.”

모니카는 대한의 과도한 칭찬에 살짝 얼굴을 붉혔다. 그러면서도 좋아하는 티를 전혀 숨기지 못했다.

[개좋앙: 얼굴도 이쁜 애가 노래도 잘하네.]

[홍콩여자: 목소리 정말 좋다. 제대로 배우기만 하면 완전 레전드 필이다.]

[늑골뽑기: 노래 개잘하네. 더 듣고 싶다.]

[베링해: 춤도 잘 추는지 물어봐라! 잘하면 유티비각 나오겠다.]

[터프가이: 여캠은 역시 댄스지.]

[닥공: 댄스 가즈아!]

대한은 잽싸게 댓글을 확인한 후 그녀에게 자연스럽게 물어봤다.

“설마 춤도 잘 추는 건 아니겠죠?”

“아니에요. 그냥 간신히 따라만 할 정도예요.”

간신히 따라만 할 정도라는 말에 뭔가 촉이 왔다. 따라 한다는 것은 곧 한류 가수들이 노래할 때 안무를 따라 한다는 말이나 다름이 없었다.

“BLACK PINK의 음악을 틀어주면 혹시 안무 따라 할 수 있어요?”

“네.”

모니카는 눈을 반짝이며 고개를 마구 끄덕였다. 이건 마치 자신을 꼭 시켜달라고 애원을 하는 분위기였다.

‘에바! 음악 준비해 줘!’

―준비됐습니다.

‘바로 틀어!’

―네, 마스터.

에바는 1초도 지나지 않아 음악을 준비했다. 스피커에 BLACK PINK의 노래 ‘뚜두뚜두’가 나오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모니카는 조회 수가 수억이 넘어가는 BLACK PINK의 노래에 맞춰 거의 완벽하게 안무를 따라 했다. 거기에다 터프한 표정까지 흉내를 내는 모습이 너무나 귀여웠다.

이에 대한의 심장이 다시 한번 큰 충격을 받았다. 아니, 대한 TV를 보는 모든 시청자가 심쿵했다.

‘에바! 모니카 정체가 뭐야? 얼굴도 예쁘고 노래도 잘하고 거기에다 춤까지 잘 추네.’

―대신 한국말을 못하잖아요.

‘으헉! 추하다. 에바!’

―눼에에에!

에바는 용케도 모니카의 약점을 정확히 찾아냈다. 생각해 보니 한류를 이렇게 좋아하면서도 한국어를 잘 못한다는 게 말이 되지 않았다.

대한은 일단 모니카의 댄스를 즐거운 마음으로 지켜봤다. 당연히 대한 TV를 보는 시청자들은 모두 대동단결하여 환호성을 지르며 좋아했다.

음악이 끝나자 자연스럽게 모니카의 댄스도 끝났다.

짝짝짝짝짝짝!

대한은 그녀에게 아낌없이 박수를 선사했다. 채팅 창에도 다시 한번 ‘짝짝짝’ 손뼉 치는 글자와 이모티콘으로 도배가 됐다. 동시에 달풍선이 마구 터지기 시작했다.

[닥공 님이 달풍선 3,333개를 선물하셨습니다.]

[우리두리 님이 달풍선 1,004개를 선물하셨습니다.]

[어벤저스 님이 달풍선 2,222개를 선물하셨습니다.]

[톰과제리 님이 달풍선 1,111개를 선물하셨습니다.]

[No재팬 님이 달풍선 1,004개를 선물하셨습니다.]

[손톱이빨개 님이 달풍선 777개를 선물하셨습니다.]

[부부젤라 님이 달풍선 888개를 선물하셨습니다.]

[작업멘트0 님이 달풍선 1,004개를 선물하셨습니다.]

대한은 얼른 고개를 숙이며 감사 인사를 했다. 모니카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몰랐다. 그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눈만 깜빡여대고 있었다. 할 수 없이 대한이 그녀의 귓가에 대고 빠르게 말했다.

“지금 모니카에게 달풍선 선물이 쏟아지고 있어요. 가만히 서 있지 말고 웃으면서 손이라도 흔들어줘요.”

“이렇게요?”

“크흠! 네에.”

아직도 숨소리가 조금 거친 그녀!

대한의 말대로 두 손을 들더니 마구 흔들었다. 덕분에 파인 가슴골을 통해 파도치는 출렁임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그는 마른기침을 하며 얼른 시선을 카메라를 향해 돌렸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모니카의 미드에 눈을 돌릴 수가 없었다.

이미 터지기 시작한 달풍선!

이때부터 아예 폭포수처럼 쏟아지기 시작했다.

[닥공 님이 달풍선 9,669개를 선물하셨습니다.]

[자주국방 님이 달풍선 666개를 선물하셨습니다.]

[코만도 님이 달풍선 1,001개를 선물하셨습니다.]

[핵인싸 님이 달풍선 999개를 선물하셨습니다.]

[낼름 님이 달풍선 1,001개를 선물하셨습니다.]

[카리스마 님이 달풍선 1,001개를 선물하셨습니다.]

[비도깨 님이 달풍선 1,661개를 선물하셨습니다.]

[개좋앙 님이 달풍선 666개를 선물하셨습니다.]

[터프가이 님이 달풍선 1,001개를 선물하셨습니다.]

[대폭주 님이 달풍선 1,001개를 선물하셨습니다.]

화면 한쪽에 달풍선의 숫자가 카운트되고 있었다. 대한은 그걸 보며 속으로 경악을 금치 못했다.

‘아! 진짜 미친 풍력이다. 벌써 20만 개야. 이 정도면 풍력 발전소라고 해도 되겠다.’

―이견의 여지가 없는 팩트네요.

달풍선 20만 개면 2,000만 원이다. 아메리카 TV 수수료를 빼도 1,200만 원이나 된다. 오늘 합방의 대가로 모니카에게 반을 줘도 600만 원이 떨어진다.

‘이래서 다들 여캠하고 합방을 하나 보구나.’

대한은 여캠의 위력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물론 아직 BJ 경험이 일천한 그의 오해일 뿐이었다. 사실 여캠도 여캠 나름이다. 아무나 데리고 와서 합방을 한다고 달풍선이 마구 터지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하루에 달풍선 20만 개를 받는 여캠은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스타 BJ 중에서도 탑 급에 속한 여캠들! 그들의 생일이나 특별한 이벤트가 있을 때만 터질 수 있는 실로 엄청난 양이었다.

―오늘 방송을 끝내자마자 무조건 모니카와 스케줄을 맞추세요.

‘왜?’

―앞으로 모니카는 굉장히 바빠질 테니까요.

‘아! 그렇구나.’

대한은 에바의 말을 바로 알아들었다. 앞으로 모니카에게 쏟아질 관심을 생각하면 당연히 그녀의 시간을 미리 선점해 두는 것이 좋을 것이다.

―가급적이면 오늘 안에 그녀에게 한국어를 가르쳐주겠다고 하는 게 좋습니다.

‘역시 그렇게 해야겠지?’

―물론이죠. 모니카는 타고난 스타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빨대를 꽂을 수 있을 때 충분히 뽑아먹어야 합니다.

에바는 참 저렴하게 말했다. 하지만 대한에게 계속 모니카와 스케줄을 맞추라고 강력히 추천했다.

대한은 모니카와 함께 한 시간 정도 방송을 이어나갔다. 시간이 흐르자 처음의 긴장감은 물거품처럼 사라져버렸다.

그녀는 이제 마치 물 만난 물고기처럼 화면을 꽉 채웠다. 토크면 토크, 노래면 노래, 춤이면 춤! 모니카는 못 하는 게 없었다.

그러다 중간에 큰 위기가 한번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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