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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만재능(Feat. 대한 TV)-12화 (12/331)

12화 <생방송>

‘맞는 말이야. 에바가 보기에 지금 나한테 필요한 재능이 뭐야?’

―축구를 위해선 ‘프리킥’이 좋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라면 미래를 위해 마스터의 신장을 키우겠습니다.

‘신장을 키우다니? 설마 키가 자라는 재능을 얻으라는 말이야? 그런 재능이 어디 있어?’

대한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생각했다.

―왜 없습니까? 모든 아기가 전부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재능이 있지 않습니까?

‘아기들이 가지고 있는 재능?’

―네, 그렇습니다. 말 그대로 ‘성장’이라는 재능입니다.

‘헐! 그럼 난 뭐야? 나한테는 ‘성장’이라는 재능이 아예 없었던 거야?’

―물론 있으셨겠지요. 하지만 모종의 이유로 인해 지금은 사라져버렸습니다. 다행히 저 에바가 있으니 ‘성장’ 재능을 다시 가질 수 있습니다.

‘이건 생각 좀 해봐야겠다.’

대한은 에바의 말이 쉽게 믿어지지 않았다.

세상에 키를 자라게 하는 재능이라니…….

성경에 ‘너희 중에 누가 염려함으로 그 키를 한 자라도 더할 수 있느냐?’라고 했다. 쓸데없이 백날 염려해 봐야 아무런 소용없으니 염려하지 말라는 뜻이다.

물론 나이 먹어서 키가 자라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 대한은 축구 기본기 재능을 얻고 난 후 꼭 축구 시합에 한번 나가보고 싶었다.

아직은 몸 상태가 바닥이다. 그러니 기대어볼 건 ‘프리킥’이라는 재능뿐이었다.

‘성장이 먼저냐, 프리킥이 먼저냐…이군.’

어떻게 보면, 대한은 지금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다른 사람은 하나라도 얻기를 소원하는 재능이다. 그런데 그는 언제든지 원하는 재능을 얻을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또한 세상에 다시 없을 파트너이자 훌륭한 조언자인 에바까지 비서처럼 옆에 두고 있다.

이 정도며 대한도 절대 운이 나쁜 인생은 아닌 것이다.

―아직 시간이 있으니까 신중하게 생각해 보세요.

‘응, 그러려고.’

대한은 에바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길을 걸었다.

덕분에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짧게 느껴졌다.

방에 책가방을 훌쩍 던져놓은 그는 곧장 욕실로 들어갔다. 운동과 훈련을 병행하느라 땀을 아주 많이 흘렸다. 냄새는 고사하고 몸이 무척 찝찝했다. 그래서 샤워를 마치고 나자 더욱 기분이 상쾌해졌다.

“어?”

수건으로 몸에 물기를 닦는데 어쩐지 자신의 얼굴이 작아진 느낌이 들었다.

‘에바, 나 살 빠졌지?’

―네, 살이 빠지셨습니다. 현재 체중을 알려드릴까요?

‘아니 90kg 이하로 내려가면 알려줘!’

―그렇게 하겠습니다. 참고로 확실히 100kg 아래입니다.

에바의 당연한 말에도 대한은 어쩐지 기분이 좋아졌다.

‘에바, 내 얼굴도 좀 변한 것 같아.’

―얼굴 살도 조금 빠지셨습니다.

‘아니, 그거 말고. 내 얼굴에 가득했던 여드름이 하나도 보이질 않아.’

―얼굴뿐만이 아닐 겁니다. 온몸에 가득했던 여드름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습니다.

‘아! 역시 에바가 한 거구나.’

―당연히 저죠. 누가 이렇게 완벽하게 여드름을 제거할 수 있겠습니까?

에바는 살짝 교만한 표정을 하며 콧대를 세웠다. 그래 봐야 대한이 보기에는 1cm도 올라가지 않을 콧대지만 말이다.

‘고마워! 덕분에 피부가 아기 피부처럼 뽀얗게 변했다. 아니, 좀 잘생겨진 것 같아.’

―마스터의 기본적인 안면 골격은 나쁘지 않습니다. 살만 빠지면 꽤 미남 소리를 들을 수도 있을 겁니다.

‘내가 미남이라고?’

대한은 평생 한 번도 듣지 못한 소리를 들었다.

―요새 젊은 여자들이 좋아하는 귀여운 얼굴에 속하는 편입니다.

‘귀엽다는 말보다는 잘생겼다는 말을 듣고 싶은데…….’

―살이 빠지고 몸이 좋아지면 당연히 그런 말을 듣게 되실 겁니다. 제가 골격과 좌우 대칭을 완벽하게 잡아드릴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래. 그럼 난 에바만 믿을게.’

대한은 에바의 말에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사실 그녀는 얼마든지 대한의 얼굴을 뜯어고칠 수 있었다. 그러나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았다.

피코셀이 소모되는 단점도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마스터의 육체가 정상으로 돌아오는 것이 급선무였다.

나중에 그가 다이어트에 성공하게 된다면 아마 에바의 선물을 받게 될지도 모른다.

초미세 성형이라는 만능의 프리패스를 말이다.

* * *

“안녕하세요! 대한 TV의 대한입니다.”

대한은 카메라를 향해 꾸벅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곧 기다리고 있던 시청자들이 반갑게 그를 맞이했다.

[만수르SUH: 대한아! 오늘도 안녕!]

[우리두리: 하위^^]

[어벤저스: 오늘은 뭐할 거야?]

[톰과제리: 그냥 밥 먹나 보다.]

[꼬끼오: 대한이 밥 먹는 것 보면서 나도 밥 먹을 꼬야!]

[낼름: 꼬끼오는 밥이 아니라 모이를 먹어야지!]

[꼬끼오: 날름거리지 말고 꺼져!]

[자주국방: 방가방가!]

[카리스마: 시청자 수와 구독자 수 많이 늘었네!]

[No재팬: 대한아! 너 유티비 대박 났던데……. 알고 있니?]

[핵인싸: 나도 봤다. 한국 사람보다 외국 사람들이 훨씬 많아.]

[가을이야: 별의별 나라에서 다 찾아와서 진짜 댓글 많이 남기더라.]

모니터 우측 채팅 창이 무서운 속도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대한은 눈으로 빠르게 한번 훑어 민심을 살펴봤다.

그런데 ‘시청자 수’, ‘구독자 수’, ‘유티비 대박’이라는 말이 눈에 띄었다.

시선을 모니터 좌측 하단으로 향했다.

현재 아메리카 TV의 ‘대한 TV’채널 시청자 수는 373명.

구독자 수는 641명이나 됐다.

물론 구독자 수가 수만에서 수십만 명이나 되는 유명 스타 BJ와는 엄청난 격차가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첫 방송 때 시청자 수가 10명이었던 것을 비교하면 격세지감이 들 정도로 많아진 것이다.

‘에바! 저게 무슨 말이야?’

―아직 유티비의 구독자 수가 만 명도 넘지 않았습니다. 대박이라는 말은 맞지 않습니다.

대한은 에바에게 일차로 확인을 받았다. 하지만 이것도 방송이니 일단 모른 척하기로 했다.

“아메리카 TV에서 구독자 수와 시청자 수가 모두 늘어난 것은 전부 형님과 누님 덕분입니다. 그런데 유티비가 대박이 났다고요? 일단 유티비에 가서 한번 확인해 봐야겠네요.”

그는 능청스럽게 전혀 모르고 있는 것처럼 인터넷을 열었다. 유티비 ‘대한 TV’채널을 클릭하자 정말 구독자 수와 조회 수가 꽤 많았다.

“우와! 구독자 수가 6,418명입니다. 최고 인기 업로드 동영상의 조회 수가 69,456회네요.”

대한은 솔직히 놀랐다. 과장이 아니라 정말 이 정도로 구독자 수와 조회 수가 많을지는 몰랐던 것이다.

‘에바! 이 정도면 처음치고 대박 아니야?’

―그렇게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유티비는 한 달에 한 번 정산을 해주니 아직 뭐라고 단정하기는 이릅니다. 다만 앞으로 구독자 수와 조회 수는 계속 늘어갈 거예요.

‘페이스노트와 트위치 그리고 원스타그램은 어때?’

―직접 한번 살펴보세요. 빠른 속도로 팔로워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1인 방송의 BJ에게 구독자 수나 팔로워 숫자는 곧 힘이자 권력이나 마찬가지였다.

“솔직히 제 방송을 이렇게 많은 분들이 봐주실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페이스노트와 트워치 그리고 원스타그램에도 ‘대한 TV’로 채널과 아이디를 만들어놓았습니다. 하나씩 확인을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Daddy: 페이스노트는 내가 확인했다. 팔로워 5,505명이야.]

[너나잘해: 트워치 채널은 좀 적어. 팔로워 2,965명이다.]

[히잡은싫어: 원스타그램 팔로워 숫자는 4,781명임!]

[우리두리: 이제 보니 우리 대한이 대박이네!]

[No재팬: 개인방송 시작한 지 이제 겨우 일주일인데 저 정도면 스타 BJ도 멀지 않았다.]

[어벤저스: 첫 먹방을 빼고는 그리 자극적이지도 않은 다이어트, 운동 콘텐츠인데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몰리고 유입되는 게 정말 신기하다.]

에바는 ‘어벤저스’의 말에 (없는) 가슴이 다 뜨끔해졌다. 원래대로라면 대한 TV의 구독자 수나 팔로워 숫자가 아마 천을 넘기지 못했을 것이다.

아무리 대한에게 ‘1초 식스팩’과 ‘라면 20봉지 먹방’ 같은 동영상이 있더라도 이처럼 구독자수와 팔로워 숫자를 빠르게 늘린 것은 전적으로 에바의 힘이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셀럽들과 연관이 있는 특정 인물들! 그들을 타깃으로 교묘하게 친구인 척 추천 동영상을 보낸 것이 아주 주효했다.

특별히 법을 어기지도 않았다. 그런데 이 정도만으로도 대한의 동영상은 무서운 속도로 퍼져나가고 있었다.

“형님들 말이 맞네요. 유티비 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제가 기대 이상으로 선전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대한은 카메라를 향해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옆에 미리 준비해 둔 쟁반을 슬쩍 가져왔다.

“오늘 저녁은 닭 가슴살 샐러드와 어죽을 먹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다이어트로 고생한다고 어머니가 특별히 만들어 주셨습니다. 그럼! 잘 먹겠습니다.”

그는 숟가락을 들고 어머니 김혜영의 사랑이 듬뿍 담긴 어죽을 한입 떠먹었다. 생선 비린내 하나 없이 입에서 살살 녹는 게 맛이 끝내줬다.

“아! 진짜 우리 어머니의 손맛은 예술입니다. 할 수만 있다면 형님과 누님들에게 꼭 한번 맛보게 해드리고 싶네요.”

대한은 이제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적당히 자극할 줄도 알았다. 굳이 엄청난 양의 음식을 먹지 않고도 입맛을 자극하는 먹방을 진행할 수 있게 됐다.

그는 지난 일주일 동안 생방송을 진행하며 좋은 경험도 쌓았다. 더 이상 몸은 떨리지 않았다. 오히려 여유가 생겼다. 그래서 채팅 창을 적당히 확인하며 실시간으로 시청자들의 반응을 확인하고 있었다.

[AKbankGirl: 그런데 대한아! 자막은 누가 만들어서 올렸어? 동영상마다 세계 각국의 언어로 만들어진 자막 수가 엄청나던데.]

[난개고운이다: 나도 봤어요. 영어, 스페인어, 불어, 독어, 러시아어, 아랍어, 중국어, 일본어, 포르투갈어 등 장난이 아니에요.]

대한은 채팅 창을 확인하더니 음식을 다 씹어 목구멍으로 넘긴 후 천천히 대답했다.

“닭 가슴살 샐러드가 하나도 텁텁하지 않고 부드럽고 맛있어요. 앞으로 자주 먹어야겠습니다. 자막은 세계 각국의 시청자들이 자국의 언어로 번역해서 보내주신 것을 올린 거예요. 이 자리를 빌려서 자막 만들어주신 분들께 고맙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부탁드릴게요.”

사실 자막은 누가 만들어준 게 아니다. 에바가 전부 만들어서 올린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사실을 말해줄 수 없으니 자막 제공자라는 드립을 가공해야 했다.

[뼈드락지: 히야아! 아주 시청자들 골수를 뽑아먹네요.]

[커플지옥솔로천국: 그것도 능력이다.]

[어벤저스: 대한아! 그거 먹고 되겠냐? 배가 전혀 안찰 것 같은데.]

시청자들이 대화를 나누는 사이, 대한은 순식간에 닭 가슴살 샐러드와 어죽을 뚝딱 해치워 버렸다. 일반인에게는 충분한 양의 저녁 식사지만 아직 뚱뚱하고 살이 많은 대한에게는 사실 간에 기별도 가지 않은 식사량이었다.

“예, 괜찮습니다. 처음에는 많이 힘들었는데 며칠 지나고 나니까 이제는 많이 먹지 않아도 별로 배가 고프지 않습니다. 물론 밥 먹고 난 다음에는 이렇게 물을 좀 많이 마셔야 합니다.”

대한은 책상 위에 올려둔 2리터짜리 생수통을 집었다. 그리고 천천히 물을 조금씩 나눠마셨다. 어떻게 보면 지금 물배를 채우고 있는 것이다.

―마스터의 늘어난 위가 조금씩 정상으로 돌아오고 있습니다. 앞으로 일주일이면 완벽하게 회복될 것입니다.

‘혹시 밥 먹고 나면 더 이상 먹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은 것도 에바가 한 거야?’

―네, 그렇습니다. 필요 이상으로 식욕이 생기지 않도록 호르몬을 조절했습니다. 또한 운동이나 훈련을 할 때도 호르몬을 적당히 조절하고 있습니다.

대한은 그제야 다이어트와 운동이 왜 그렇게 쉽게 느껴졌는지 이해가 갔다.

[톰과제리: 대한아! 너 앞으로 축구 선수 할 거니?]

[꼬끼오: 설마 축구 선수를 하겠어요?]

[자주국방: 미래는 아무도 모르는 겁니다. 혹시 알아요? 대한이 나중에 유명한 축구 선수가 돼서 우리가 싸인 들어간 유니폼을 받으려고 난리를 피우게 될지.]

채팅 창은 순식간에 축구에 대한 얘기로 뜨거워졌다. 대한은 잠시 채팅 창이 터지도록 내버려뒀다. 그러다 분위기가 좀 식자 슬쩍 카메라 얘기를 꺼냈다.

“제가 지금 G노트 5로 방송을 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번 돈으로 쓸 만한 카메라와 조명을 사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No재팬: 지금 일제 카메라를 사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니에요.]

[핵인싸: 카메라는 일제가 꽉 잡고 있는데 어떻게 안 사나요?]

[열도침몰: 대체할 수 있는 국산품이 있다면 모르지만 그렇지 않은 것은 어쩔 수 없이 사야지 별수 있나요? 물론 금수저들은 비싼 독일 명품 카메라를 사면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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