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 <첫 방송>
대한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라면을 끓였다. 겉으로는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사실 많이 떨고 있었다.
―마스터, 괜찮으세요?
‘당연하지. 라면 10개 정도는 문제없어.’
―이쯤에서 멘트를 하나 날리는 것이 좋습니다.
‘뭐라고 할까?’
―아직도 난 배가 고프다고 하면 어떨까요?
‘좋아. 한번 해볼게.’
대한은 에바의 코치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왜 이렇게 라면이 빨리 안 익죠? 저는 아직도 배가 고프답니다.”
[꼬끼오: 우와! 이거 뭐지? 패왕색 드립이네.]
[만수르SUH: 일단 라면 10개 다 먹은 것은 인정! 그런데 20개는 좀…….]
[우리두리: 패기 쩌네요.]
[어벤저스: 라면 20봉지 먹으면 앞으로 형이 먹방계에 신성이 떴다고 소문내줄게!]
[톰과제리: 어그로 장난 아니겠다.]
시청자 수가 어느새 10명이 되었다. 처음으로 두 자리 숫자를 넘기자 대한의 얼굴에 절로 미소가 돌았다. 그런데 그게 또 어그로를 끌었다.
[우리두리: 저 자신만만한 미소 좀 봐!]
[어벤저스: 설마 라면 20봉지 먹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거냐? 응? 그런 거야?]
대한은 슬쩍 채팅 창을 한번 확인하고는 냄비의 뚜껑을 열었다.
하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그는 국자를 들어 라면을 퍼서 사발에 옮겼다. 그리고 다시 먹방이 시작됐다.
후루룩, 후루룩!
이번에는 아까보다 훨씬 더 빨랐다. 보통 라면을 먹으면 먹을수록 속도가 줄어드는 것이 정상이다. 그런데 대한의 경우는 오히려 반대였다. 라면 10개를 끓였는데 그게 순식간에 그의 입속으로 사라졌다.
[만수르SUH: 이런 미친!]
[우리두리: 정말 다 먹었다.]
[어벤저스: 실화냐!]
[톰과제리: 라면 20봉지가 순식간에 사라졌어!]
[꼬끼오: 아직 배 안 터졌나요?]
[낼름: 뭐야 이거! 진짜 다 먹은 거야?]
채팅 창이 난리가 났다.
정말 라면 20봉지를 다 먹을 줄은 몰랐던 모양이다.
[우리두리 님이 달풍선 100개를 선물하셨습니다.]
[어벤저스 님이 달풍선 150개를 선물하셨습니다.]
[톰과제리 님이 달풍선 200개를 선물하셨습니다.]
[꼬끼요 님이 달풍선 10개를 선물하셨습니다.]
[핵인싸 님이 달풍선 120개를 선물하셨습니다.]
[No재팬 님이 달풍선 337개를 선물하셨습니다.]
[자주국방 님이 달풍선 333개를 선물하셨습니다.]
그때부터 달풍선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대한은 그 모습에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형님들 감사합니다. 누님 고맙습니다.”
하지만 그의 무표정은 곧 지진이 난 듯 흔들렸다.
[만수르SUH 님이 달풍선 1,000개를 선물하셨습니다.]
달풍선 1,000개면 10만 원이다.
유명 BJ라면 아마 이 정도는 심심치 않게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막 시작하는 신인 BJ에게는 꽤 큰 선물이었다.
“만수르SUH 형님이 달풍선 1,000개를 선물해 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아직 초보라서 그런지 떨리는 목소리를 숨기지 못했다. 하지만 원래 신인 BJ는 이렇게 어설픈 모습을 보이는 법이다.
[만수르SUH: 라면 먹느라 수고했다.]
[우리두리: 앞으로 기대할게요.]
[어벤저스: 먹방계에 신성이 떠올랐다!]
[톰과제리: 내가 직접 안 봤으면 주작이라고 했을 거다.]
[꼬끼오: 소화제라도 하나 먹어요. 나중에 배 ‘아야!’ 해요.]
[자주국방: 앞으로 먹방은 ‘대한 TV’가 지배하겠다.]
다른 것은 몰라도 먹방은 역시 실력(?)이 중요했다.
라면 10봉지도 아니고, 20봉지를 먹었으니…….
스스로 자신의 먹방력을 인증한 것이다.
그래서인지, 다들 대한이 먹방계에서 승승장구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곧바로 반전이 일어났다.
“여러분! 저는 더 이상 먹방 안 할 거예요.”
순간 채팅 창이 폭발할 것만 같았다.
[만수르SUH: 이건 또 뭐야?]
[우리두리: 무슨 말이에요? 먹방을 안 하다니…….]
[어벤저스: 먹방 안 할 거면 라면 왜 먹었냐?]
[톰과제리: 미친 거 아냐? 이대로 가면 넌 먹방계의 지존이야. 꽃길만 걷게 되는 거라고.]
[꼬끼오: 혹시 배가 아파서 그래요? 어서 병원 가세요.]
[자주국방: 먹방을 안 하다니! 우왕!]
대한은 잠시 뜸을 들였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먹방 대신 전 오늘부터 다이어트를 시작합니다.”
그제야 채팅 창이 조용해졌다.
다이어트란 말에 다들 충격을 받은 모양이었다.
“제 몸무게를 공개하겠습니다.”
대한은 일어나서 체중계를 가져왔다.
그리고는 바로 올라가서 몸무게를 쟀다.
“103kg이네요. 라면을 먹어서 그런지 평소 제 몸무게보다 조금 더 나가는군요. 원래 제 몸무게는 101kg입니다.”
몸무게가 공개되자 다들 한마디씩 떠들어댔다.
대한은 채팅 창을 읽으면서 반응을 살폈다.
[어벤저스: 먹방 대신 다이어트구나.]
[톰과제리: 키도 작은 거 같은데 100kg이 넘게 나가네. 힘들겠다.]
[우리두리: 하긴 살을 좀 빼긴 해야겠네.]
[톰과제리: 너도 참 인생 힘들게 사는구나.]
[자주국방: 먹방이 아깝긴 하지만 저 몸에 살을 빼겠다니 말릴 수도 없군.]
[꼬끼오: 다이어트는 절대 쉽지 않아요.]
먹방도 먹방이지만 다이어트도 그에 못지않은 인기 있는 콘텐츠였다.
더구나 대한의 충격적인 외모는 다이어트가 쉽게 대비됐다.
“제 키는 159.5cm입니다. 앞으로 저는 매일 다이어트와 운동을 하는 모습을 방송하겠습니다. 여러분의 많은 성원과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어벤저스: 목표가 몇 킬로그램인데?]
[톰과제리: 워낙 몸무게가 많이 나가서 처음은 살이 잘 빠질 수도 있겠다.]
[우리두리: 역시 다이어트만 하면 안 돼요. 운동을 같이해야지.]
[톰과제리: 힘들겠다.]
[자주국방: 역시 체력은 국력이지. 다이어트는 몰라도 운동은 꼭 필요한 것이야.]
[꼬끼오: 저 키에 맞는 체중이면 앞으로 40kg은 빼야겠다.]
대한은 채팅 창을 보면서 살짝 미소를 지었다.
“첫 번째 목표는 100kg 이하로 내려오는 겁니다. 두 번째 목표는 제 키에 맞는 체중까지 다이어트 하는 겁니다. 세 번째 목표는 동시에 운동으로 몸짱이 되는 겁니다.”
[만수르SUH: 다이어트해서 90kg 아래로 내려오면 내가 달풍선 10,000개 쏜다.]
[어벤저스: 와아! 만수르 님 진짜 만수르급이시네. 그럼 나도 빠질 수 없지. 90kg까지 빼면 나도 1,000개 쏠게!]
[톰과제리: 지금 이거 뭐죠? 미션인가요? 나도 1,000개 예약!]
[꼬끼오: 저는 소시민이라서 100개만. 미안!]
[자주국방: 분위기가 왜 이래? 난 3,333개 예약 걸겠다.]
채팅 창에 미션이 떴다.
다들 90kg까지 살을 빼면 달풍선을 선물하겠다고 예약을 걸었다.
그 모습에 대한은 눈이 번쩍 뜨였다.
이게 웬 횡재냐?
성공만 하면 살도 빼고 돈도 버는 일거양득의 상황이었다.
“여러분! 고, 고맙습니다. 반드시 미션을 성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오늘 방송은 여기까지입니다. 혹시 중간에 들어오셔서 다 못 보신 분들을 위해 영상을 편집해서 유티비에 올려놓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대한은 두 손을 흔들며 작별 인사를 했다.
[만수르SUH: 대한아! 수고했다. 내일 보자.]
[우리두리: 안녕!]
[어벤저스: 빠이빠이!]
[톰과제리: 내일 꼭 올게!]
[꼬끼오: 소화제 꼭 챙겨 드세요.]
[자주국방: 체력은 국력!]
[카리스마: 재밌었어요.]
[No재팬: 파이팅!]
[핵인싸: 대한이도 안녕!]
[낼름: 대한아! 방송 대박 나라!]
시청자들이 채팅 창을 통해 인사를 했다. 슬쩍 현재 시청자 수를 확인해 보니 10명이었다. 오늘 최대 시청자 수와 같은 숫자였다.
대한은 정중하게 인사를 한 후 그의 첫 번째 방송을 마쳤다.
“휴우우!”
길게 한숨을 쉬었다. 긴장을 안 하려고 해도 도저히 긴장을 안 할 수가 없었다. 오히려 라면 20봉지를 먹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어찌 됐든 생애 첫 번째 개인(BJ)방송은 무사히 잘 끝났다.
―마스터, 수고하셨어요.
‘에바도 고생했다.’
―제가 뭐 한 게 있나요? 그냥 동영상 촬영만 했는데요.
‘그래도 그게 어디야? 네가 옆에도 도와주지 않았다면 난 떨려서 한마디도 못 했을 거야. 그리고 영상 편집은 네가 다 할 거잖아.’
대한의 말은 진심이었다. 그냥 동영상을 찍는 것도 아니고 무려 생방송이다. 그런데 에바가 옆에서 적절히 코치를 해줬다. 그렇지 않았다면 아마 중간에 방송을 포기했을지도 모른다.
―오늘 방송한 것은 제가 영상편집 잘해서 유티비에다 올릴게요.
‘시청자 수가 10명이었어.’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끝은 창대하리라는 말도 있잖아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유티비에서 대박 날 거예요.
‘오늘 방송한 게 대박 날 요소가 있을까?’
―물론이죠. 라면 20봉지 먹는 게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그런가?’
대한은 아직 자신의 잠재력에 대해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마스터! 스마트폰 안에 ‘1초 식스팩’이라는 동영상이 있던데… 제가 편집을 해서 같이 올리면 안 되겠습니까? 유티브 섬네일 각으로 아주 그만이던데요.
‘그, 그거?’
―어그로를 끄는 데 그만한 동영상을 찾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좀 창피한데.’
―어차피 살을 빼고 운동을 하면 몸짱이 될 겁니다. 그때는 그냥 추억이자 인생작이라고 웃고 넘길 수 있을 거예요.
에바는 대한을 살살 꼬셨다. 시청자 수가 10명인 게 못내 마음 아팠었다.
그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방송을 위해 영혼까지 판다는 말을 들었다. 대한은 그제야 그게 무슨 의미인지 알 것 같았다.
―마스터! 고맙습니다. 제가 편집 잘해서 올릴게요.
‘그래. 그건 에바가 알아서 잘해줘!’
그는 더 이상 쓸데없는 일에 미련을 가지지 않았다. 대신 오늘 들어온 달풍선이 몇 개나 되는지 계산을 해봤다.
‘2,250개? 이거 많은 거야? 적은 거야?’
대한은 달풍선을 처음 받아봐서 바로 감이 오지 않았다.
―달풍선 하나의 가격이 100원이니 2,250개면 225,000원입니다.
‘와아! 많다.’
―하지만 마스터에게 들어오는 액수는 아메리카 TV의 수수료 40%를 뺀 60%로 계산하셔야 합니다. 정확히 135,000원이 되겠네요.
‘하루에 135,000원이면 한 달이면 얼마야?’
―한 달을 30일로 잡으면 4,050,000원입니다.
‘4,000,000원을 넘게 번다고?’
대한은 에바가 말한 액수에 큰 충격을 받았다. 오늘 그가 방송한 시간은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았다. 그런데 135,000원을 벌었다. 한 달이면 4,000,000원도 넘어간다.
부모님이 한 달 동안 열심히 일해서 받는 월급! 아마 5,000,000원을 넘기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대한이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내가 너무 돈을 쉽게 번 거 아니야?’
―그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신입 BJ가 매일 이 정도의 돈을 벌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오늘 마스터께서 이 정도의 달풍선을 받은 것은 전적으로 라면 20봉지를 먹는 먹방 콘텐츠와 만수르SUH라는 사람이 쏜 달풍선 1,000개 때문입니다.
에바는 오늘 방송에 대한 정확한 분석을 내렸다.
‘아! 그렇구나. 매일 이렇게 잘 되는 게 아니구나.’
―제 말은 그런 뜻이 아닙니다. 오늘 방송을 편집해서 유티비에 올리면 얼마든지 시청자 수가 늘어날 수도 있습니다. 유티비는 특성상 짧게 편집해서 몇 편으로 나눠 올릴 수 있습니다. 조회 수가 올라가면 당연히 그에 비례해서 수익을 올릴 수 있습니다.
대한은 에바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에바가 무엇을 어떻게 하려고 하는지는 잘 몰랐다.
에바는 벌써 오늘 방송한 동영상을 다 편집해 놓았다. 그것도 세계 각국의 언어로 자막을 만들어 놓았다.
물론 1초 식스팩도 자극적으로 편집해서 뿌릴 준비도 마쳤다.
스팸처럼 전 세계 네티즌에게 동시다발적으로 뿌려댄다면 적지 않은 수가 대한의 동영상을 보려고 들어올 것이다.
거기에다 페이스노트, 트워치, 원스타그램에도 친구인 척 하고 추천하는 동영상으로 올릴 것이다.
그것도 모르고 대한은 앞으로 어떻게 다이어트를 하고 운동을 해야 하나 나름대로 열심히 고민 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