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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님 안마하신다-271화 (271/286)

천마님 안마하신다 271화

“야, 태한아, 우리도 꽤 유명해진 모양인데?”

천마안마의 사무실.

잠시 쉬는 동안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고 있던 최성현은, 문득 뭔가를 발견한 듯 히죽 웃으며 강태한 쪽으로 스마트폰 화면을 스윽 내밀었다. 거기에는 영어로 되어 있는 인터넷 뉴스가 담겨 있었다.

“이게 뭔데?”

“뭐긴 뭐야. 미국에서 나온 기사지.”

강태한은 슬쩍 화면에 나와 있는 기사 제목을 읽어 보았다. ‘과연 동양의 마사지 마스터는 실존하는가.’ 대강 그런 식으로 해석할 수 있는 제목이었다.

“허허, 참.”

제목만 읽었는데 헛웃음이 터져 나오는 강태한이다.

허나 그 제목과 달리, 내용은 가벼운 가십거리처럼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꽤나 진지한 것이었다.

이번에 올림픽에서 한국이 거둔 성적부터 언급을 시작해서 에버튼 FC 그리고 이번에 완쾌된 모습으로 필드로 복귀하여 화제가 된 캘리버까지…….

“흐음… 생각보다 진지하게 써 놓은 기사였네.”

결국 끝까지 정독을 한 강태한은 머쓱한 표정으로 침음을 흘렸다. 무슨 우스갯소리를 적어 놨나 싶어 읽은 것이었는데, 읽어 보니 생각보다 본격적으로 적어 놓은 내용에 괜스레 쑥스러워진 탓이다.

“그럼, 대충 우스갯소리로 나온 기사인 줄 알았어?”

“그랬지. 물론, 당사자인 내 입장에서 보면 여전히 우스갯소리처럼 보이는 기사이긴 하지만 말이야.”

어느 부분은 지나치게 과장되어 있고, 어느 부분은 또 억측이 너무 강하다. 다만 그래도 생각보다 괜찮은 기사라는 것은 사실이었다. 보아하니 조회 수도 꽤 높게 나온 기사인 것 같고 말이다.

“뭐 어쨌거나, 되게 신기한 느낌이네.”

강태한에게서 스마트폰을 건네받은 최성현이 넌지시 입을 열었다. 그는 자기 일도 아니면서 어깨에 살짝 힘이 들어가 있었다.

“막 연예인들이랑 운동선수들이 찾아올 정도로 유명해지고, 해외에서도 막 널리 알려지고… 이쯤 되면 해외로 진출하는 것도 망상은 아닐 것 같은데.”

“그건 원래부터 망상이 아니었는데.”

최성현의 말에 강태한이 피식 웃음을 흘렸다.

“저번에 여기 호텔 회사 사장님이랑 이야기했던 게 그 내용이잖아. 잊어버린 거야?”

“아니, 뭐… 그야 기억을 하기는 하는데. 그래도 막연하게 느껴지던 일이 실감이 되기 시작한 느낌?”

‘언젠가 이런 일도 생기겠구나’ 정도로 생각하는 것과 ‘정말 되겠는데?’라고 느끼는 것에는 꽤나 큰 차이가 있다. 최성현이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를 못 하는 것도 아니었기에, 강태한은 웃음을 머금은 채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 * *

“태한 씨, 있나?”

그때쯤, 누군가 사무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 다름 아닌 황 실장이었다.

“뭐야, 우리 부원장님도 같이 계셨나?”

“부원장은 무슨… 그걸로 부르지 말아 달라니까요.”

“왜, 부원장은 부원장이지. 아니면 아카데미 원장님이라고 불러 주는 게 낫나?”

쑥스러워하는 최성현의 반응에 황 실장은 피식 웃으며 한술 더 뜨듯이 입을 열었다.

아카데미의 원장으로 자리를 잡고 난 이후, 최성현은 안마원에서도 부원장의 직책을 맡게 되었다. 부득이하게 강태한이 자리를 비우거나 했을 경우 그다음 가는 책임자가 된 것이다.

“아, 좀…….”

다만 그렇다고 최성현이 그 자리를 덤덤하게 받아들였느냐, 하면 그건 또 아니었다. 사실상 앉혀 놓으니 앉아 있는, 타의로 받아들인 자리라고 할까. 그 때문인지 그는 질색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그래서, 무슨 일로 오셨어요? 황 실장님.”

“아. 태한 씨, 다른 게 아니고 말이야.”

그쯤 강태한이 슬쩍 이야기를 원래대로 돌리자, 황 실장이 책상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왔다. 그러고는 들고 있던 노트북을 책상 위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페르모 가이드, 기억하지?”

“네. 기억하죠. 저희 가게도 올라간 곳이잖아요.”

황 실장의 말에 강태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페르모 가이드. 프랑스의 한 잡지사에서 주기적으로 갱신을 하고 있는 관광 가이드북으로, 별 세 개 만점을 기준으로 전 세계의 숙박 시설을 평가하고 추천해 주는 책이다.

말하자면 호텔업계의 미슐랭 가이드다.

그리고 강태한의 천마안마도 이곳에서 언급이 된 전적이 있다.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 빌딩에 있는 라이너 호텔의 평가를 사실상 멱살을 잡고 3성까지 끌어올려 놓았다.

덕분에 그 시기를 기점으로 라이너 호텔의 손님은 눈에 띄게 부쩍 증가한 상황. 그에 따라 천마안마를 찾는 손님도 늘어났고, 특히 외국인 손님들의 비중이 본격적으로 늘어난 계기가 되었었다.

“근데 그게 왜요?”

“거기서 이번에 새로 올린 리스트가 하나 있거든. 업무에 지친 직장인들이 쉬러 가기 좋은 명소, 이런 식으로 말이야. 그런데…….”

황 실장은 아까 내려놓았던 노트북으로 뭔가를 검색하더니, 화면을 강태한 쪽으로 돌려놓았다. 거기에는 방금 말한 그 리스트가 나와 있었다. 그리고 그 리스트에는, 강태한에게도 꽤나 익숙한 사진이 걸려 있었다.

“여기서 우리 가게가 3위로 선정되었어. 리스트에 있는 다른 곳들은 다 호화 리조트나 유명 휴양지인 걸 생각하면, 굉장히 이례적인 상황이지.”

“아… 어쩐지, 어디서 많이 봤다 했더라니.”

그야 화면에 나와 있는 사진이 익숙하게 느껴질 만도 하다. 다름이 아니라 여기 이곳, 천마안마의 로비 사진이었으니까 말이다. 강태한은 머쓱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뭐, 어쨌거나 참 감사한 일이네요. 우리 가게를 그만큼 높게 평가해 준다는 뜻이니까 말이에요.”

“그야 그렇기는 하지. 하지만… 덕분에 예약 문의도 미친 듯이 많아지고 있어. 그것도 세계 각지의 언어들로 말이야.”

황 실장은 마우스로 몇 번 클릭을 하더니, 이번에는 어떤 통계 하나를 화면에 띄워 놓았다. 오늘 하루 가게 전화의 통화 횟수와 애플리케이션의 접속량을 정리해 놓은 통계였다.

“흐음… 확실히 확 달라지긴 했네요.”

한차례 화면을 훑어보고, 지난날의 데이터들도 슬쩍 살펴보는 강태한. 거기엔 누가 보더라도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의 큰 간격이 있었다. 강태한은 살짝 고개를 갸웃거리며 의아한 목소리로 물었다.

“페르모 가이드에는 예전부터 이름을 올려놓고 있었는데, 왜 갑자기 이렇게 사람들이 몰렸을까요.”

“뭐… 미슐랭 가이드를 예시로 들자면, 우린 프랑스 마르세유 지역에 어느 식당이 별 세 개를 받았는지 관심이 없잖아? 거기에 관광을 가기 전까진 말이야.”

그건 그렇다.

미식에 상당히 깊은 관심을 갖고 있는 이라면 거기까지 관심을 가질 수도 있겠으나, 대부분의 사람은 근처까지 찾아갈 일이 있을 때나 여기에 관심을 갖는다.

“하지만 미슐랭에서 이번에 특히 맛이 좋았던 식당 베스트 10을 선정한다면, 그건 아무래도 관심이 더 모일 수밖에 없겠지. 그런 거 아닐까?”

“흐음… 설득력이 있는 설명이네요.”

강태한은 팔짱을 끼고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여기까지는 상황을 설명했을 뿐이다. 강태한은 황 실장을 쳐다보며 재차 입을 열었다.

“그래서, 뭔가 조치가 필요하다는 말씀인가요?”

“맞아. 예를 들자면, 솜씨 좋은 안마사들을 빨리 키워서, 지점을 확장하는 시기를 좀 더 앞으로 당긴다든가… 하는 식으로 말이야.”

말을 꺼낸 황 실장은 물끄러미 강태한을 쳐다보았다. 약간의 기대감이 실려 있는 듯한 눈빛. 허나 그는 이내 조그맣게 한숨을 내쉬고는, 고개를 저었다.

“그냥 해 본 소리야. 그런 방법이 있을 리가 없지. 원래 준비할 때 가장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게 사람을 키우는 건데.”

그걸 위해 아카데미를 세운 것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인재라는 것이 단기간에 육성되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생각에 뭔가 방법이 있지 않을까 하여 강태한에게 물어본 것이었으나, 강태한이라고 해서 이런 것까지 가능하지는 않으리라. 황 실장은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노트북을 접었다.

“뭐, 그런 식이면 생각해 둔 게 하나 있긴 해요.”

“…어, 뭐라고?”

“일정을 앞당길 수도 있을 것 같다는 말이죠.”

황 실장은 잠시 의아한 표정으로 생각에 잠겼다. 그러고는 떠올린 생각 중에 그나마 적당해 보이는 것을 입에 담았다.

“음… 약간 실력 있는 안마사들이 확보가 되지 않아도, 일단은 지점부터 내놓는다. 이런 느낌인가?”

“아뇨. 그럴 거였으면 진즉에 냈죠.”

그런 식으로 타협을 할 거였다면 굳이 아카데미를 세우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 즉각적인 대답에 황 실장도 그럴 줄 알았다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그럼 어떻게 일정을 앞당긴다는 건데?”

“글쎄요. 일단…….”

강태한은 오른손으로 턱 부근을 감싸 쥐고는 잠시 뜸을 들였다. 그러고는 귀밑을 긁적이며 넌지시 입을 열었다.

“이번 주 수요일, 같이 쉬는 안마사분들한테 시간 좀 내줄 수 있냐고 물어봐 주실래요?”

“수요일? 그야 상관없는데, 무슨 일로?”

“다 같이 등산이라도 좀 갈까 해서요.”

강태한의 말에 황 실장은 더욱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 * *

수요일과 목요일.

이 두 요일은 강태한이 휴식을 취하는 날이며, 천마코스의 예약도 받지 않는다. 특히 그중에서도 오늘, 수요일은 오전과 오후에는 가게 시설과 설비들을 재정비하고 저녁 영업만 하는 날이기도 하다.

계속 손님이 찾아오는 천마안마가 그나마 한산해지고 직원들도 숨을 돌리는 때라고 할까.

그리고 다들 쉴 때 같이 쉬는 편이 좋다고, 대부분의 안마사도 강태한을 따라 수요일과 목요일을 휴일로 두는 경우가 많다.

말하자면 다른 때보다 쉬는 안마사들이 많은 날.

그리고 지금, 그 안마사들은 모두 강태한의 뒤를 따라 이름 없는 산을 올라가고 있는 중이었다.

“하으, 갑자기 왠 등산이래…….”

“그러니까 말이야. 뭐 나쁘지는 않긴 한데…….”

산을 오르며 평소보다 거친 숨을 내쉬는 사람들.

관광버스까지 대절하여 이곳, 충청도의 이름 모를 시골까지 내려온 이들은, 피로감이 맺힌 얼굴로 산을 오르고 있었다. 허나 그들의 표정에는 그 피로감 이상으로 당혹감이 어른거리고 있었다.

사실 그럴 만도 하다.

그도 그럴 것이, 평소 천마안마의 직원 복지는 업계의 다른 가게와 비교하는 것 자체가 미안할 정도로 매우 만족스러운 편이었기 때문이다.

헌데 쉬는 날 등산이라니.

지금에 와서는 강압적인 옛 회사 문화의 대표 격처럼 다뤄지는 활동이지 않은가. 그 상황이 좋고 싫고를 떠나서, 평소 이미지와는 너무나도 다른 낯선 상황에 의아함이 느껴지는 것이다.

“혹시 뭔가 들은 내용은 없습니까? 부원장님.”

강태한은 멀찍이 앞장서서 가고 있고, 대놓고 물어보기에도 조금 어렵다. 따라서 그들의 질문은 자연스레 근처에 있는 최성현에게로 향했다.

“네? 저요?”

“예. 부원장님.”

“하하… 그 호칭, 진짜 어색하다니까요…….”

들을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참으로 귀에 익지 않는 호칭이다. 애초에 존댓말을 듣는 것도 좀 어색하다. 가게의 안마사들은 몇 명을 제외하면 모두 그보다 연상이었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뭐라고 물어보셨었죠?”

“오늘 원장님한테 등산에 대해서 뭐 들으신 거 있냐고 물어봤었죠. 이런 곳에 그냥 단순하게 등산만 하자고 오셨을 것 같지는 않아서요.”

이곳은 충청남도 공주시의 이름 모를 시골. 지금 올라가고 있는 산도 생전 처음 들어 보는 이름의 산이었다. 듣자마자 금방 잊어버렸을 정도로 말이다.

주변에 보이는 사람도 자기들뿐이고, 산에 길 같은 게 나 있긴 하지만 제대로 정비가 되었다기보다는 사람이 오르내리며 자연스레 생긴 모습이다.

여러모로 좋은 등산 코스라 하기에는 힘든 곳.

만약 등산이나 직원들의 단결이 목적이었다면, 인근의 산이나 하다못해 이름난 명산으로 갔을 것이다. 헌데 그러지 않고 굳이 이런 곳에 온 이유는, 아마 그만큼의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했다.

“으음… 따로 들은 건 없네요. 저도 같이 가자는 말만 듣고 뭘 할 거라는 말은 자세히 못 들었거든요.”

최성현도 그에 대해서는 들은 내용이 없다.

다만, 그는 이내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어깨를 으쓱이고는 덧붙이듯이 말했다.

“그래도 대강은 알 것 같네요.”

“예? 저도 좀 알려 주세요.”

“글쎄요…….”

최성현은 말을 흐리고는, 주변을 둘러보며 천천히 큰 숨을 들이쉬었다. 그 순간, 주변에 머물러 있던 짙은 영기가 그의 숨을 따라 체내로 흘러들어 왔다.

이곳에 온 이유를 듣지 못했다는 건 사실이었다.

허나 산에 들어오고 몇 분 정도 지났을 무렵, 그때쯤부터 최성현은 눈치를 챌 수 있었다. 이 주변에서 느껴지는, 영기를 가득 품고 있는 이 공기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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