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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님 안마하신다-254화 (254/286)

천마님 안마하신다 254화

“흐음… 잘 안 잡히네.”

한차례 황 실장의 난리 법석이 있고 난 이후.

그 뒤로 시간이 꽤 흘렀으나, 입질이 온 것은 그게 마지막이었다. 의자에 기대어 앉아 있던 김성훈은 머쓱한 목소리로 혼잣말을 중얼거리듯이 말했다.

“아까는 이거 하나 잡으려고 법석을 떨었냐고 한 소리 하더니, 정작 김씨는 이런 것도 못 잡았네?”

“입질이 와야 잡지, 입질이.”

쩝. 김성훈은 멋쩍게 혀를 차고는 팔짱을 꼈다. 틀린 말이 아니었기에 거기서 뭐라 더 할 말이 없었다.

“에잉, 낚시는 이게 참 안 좋아, 이게. 운이 없어서 입질 하나 안 오면 그냥 그대로 허탕이잖아.”

그는 괜스레 고정되어 있는 낚싯대를 발끝으로 톡톡 건드리고는, 툴툴거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황 실장이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누가 들으면 다른 사람이 끌고 온 줄 알겠네. 자기가 먼저 낚시하러 가자고 했으면서.”

“크흠. 내가 그랬었나?”

김성훈은 헛기침을 내뱉고 먼 산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낚시는 손맛조차 한 번 느껴 보지 못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경치 자체가 제법 괜찮은 편이었다.

“그래도 이렇게 한가하게 나와 있으니까 좋네.”

그러던 중,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황태진이 넌지시 말했다. 그는 차 한 모금으로 입을 축이고는 덧붙이듯이 말했다.

“요 근래 한창 바쁘기는 했잖아. 안 그래?”

“뭐… 그렇기는 했지.”

황태진의 말에 김성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요새는 가게에서 비는 시간이 없었으니까.”

두 사람이 담당하고 있는 장인 코스는, 강태한이 직접 담당하는 천마 코스처럼 두 달 동안의 예약이 꽉꽉 들어차 있는 수준은 아니지만 그래도 사람들이 꽤나 많이 몰리는 편이다.

다만 예전에는 그래도 중간에 비는 시간이 있었다.

사람들은 몰리지만, 만석은 아니었다고 할까. 물론 비는 시간 없이 꽉꽉 채워지는 때도 있었지만, 그래도 평균적으로 하루에 한두 타임 정도는 비어 있어 나름 여유가 있는 편이었다.

그리고 이제는 그런 시간이 없어졌다.

말 그대로, 하루에 한 타임도 빠짐없이 손님들이 찾아오는 것이다.

물론 그 말인즉슨 자신을 찾는 손님들이 많아졌다는 것이고, 여기에 스스로 상당한 보람을 느끼기도 한다만…….

그래도 몇 분 쉬었다가 다시 안마를 하러 갈 때면, 종종 느긋하게 휴게실에 앉아 시간을 때우고 있었던 때가 그리워질 수도 있는 것이다.

언제부터 이렇게 바뀌었을까.

정확히 언제부터였다고 딱 잡아 말하기는 힘들겠으나, 대강 짚이는 부분은 있다. 기감이 트이기 시작하고 본격적으로 강태한에게 수업을 받기 시작했을 때부터, 그때부터 바뀌기 시작한 것이다.

“예전에는 솔직히 안마에 대해서는 알 만큼 알았다고 생각을 했었는데 말이야.”

김성훈은 오른손을 앞으로 내밀더니, 손가락을 두어 차례 꼼지락거리면서 중얼거렸다. 감회가 새롭다는 듯한 목소리였다.

“그럴 만도 했지. 적어도 내가 본 안마사 중에서는 성훈 씨 솜씨가 제일 좋았으니까 말이야.”

“물론 우리 원장님을 만나기 전의 이야기겠죠?”

“그야 당연하지. 비교 대상이 되나.”

황태진의 말에 황 실장은 두말하면 잔소리라는 듯이 말했다. 그 말에 김성훈도 멋쩍은 웃음을 흘렸다.

남과 비교하는 말이다 보니 얼핏 기분이 언짢을 수도 있겠으나, 그 상대가 강태한이면 그럴 이유가 없다. 차이가 나도 워낙에 많이 나니까 말이다.

애초에 이제 알 만큼 안다, 이제 다른 사람에게 배울 건 딱히 없다, 이렇게 생각했었던 것 자체가 그에게 부끄러운 역사이기도 했고 말이다.

“뭐 그래도 시간은 없어도 피곤하지는 않잖아?”

“그건… 그렇지. 맞아.”

황 실장의 말에 황태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기감이 트이고 실력이 향상되고, 찾는 손님들이 많아져 쉬는 시간도 사라졌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피로는 예전보다 덜하고 몸도 훨씬 더 건강하다. 쉬는 시간이 줄었는데도 말이다.

“기감을 익히고 체력이 확 늘어났으니까 말이지.”

“휴식하는 효율도.”

예전이었으면 상상도 못 할 일이지만, 지금은 몇 시간씩 연속으로 손님을 받아도 지치지를 않는다.

설령 조금 지치더라도, 마음먹고 휴식을 취하면 금방 피곤한 게 사라진다. 실시간으로 몸의 피로가 씻겨져 내려가는 것이 느껴질 정도로 말이다.

약간 뭐라고 할까.

몸을 좀 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 느낌이라고 할까. 기감이 열리고 새로운 감각에 눈뜬다는 것은 이런 부가적인 효과들도 함께 얻는다는 것을 의미했다.

“사실 그래서 업무량은 많아졌지만, 체감되는 업무 강도는 오히려 낮아진 느낌이 있지.”

“맞아, 맞아. 하하하!”

김성훈의 말에 황태진이 웃음을 터트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앞서 툴툴거리듯이 말하기는 했으나, 실제로는 지금 생활에 굉장히 큰 만족감을 느끼고 있는 두 사람이었다.

“뭐… 기분 좋아 보이는 와중에 분위기 깨는 말이긴 하지만, 두 사람은 이제 앞으로 더 바빠질 일들만 남기는 했지.”

다만, 그런 두 사람을 지켜보고 있던 황 실장이 넌지시 한마디 입을 열었다. 그러고는 피식 웃음을 흘리며 덧붙이듯이 말했다.

“이제 아카데미도 돌아가기 시작했고, 안마사들 충원되기 시작하면 분점 확장 시작해야지. 두 사람은 점장님이 되는 거고.”

“…아하. 그 이야기구만.”

잊고 있었던 부분이 생각난 듯, 김성훈이 짧은 탄성을 터트렸다.

“이제 진짜 얼마 안 남았다고.”

이제 막 수업을 시작한 입장에서 당장에 성과가 나오지는 않겠으나, 그렇다고 그렇게 시간이 오래 걸리지도 않을 것이다. 애초부터 실력이 뛰어난 사람들을 가려서 선발했기 때문이다.

이미 베테랑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는 사람들도 있고, 경력과 별개로 실력 자체가 뛰어난 사람도 있다. 강태한의 말에 따르면 기감 자체에 소질이 있는 사람도 몇몇 있다고 말했었다.

이중 대부분은 몇 주만 배워도 곧바로 일을 시작할 수 있을 거라고 했던가.

물론 당시 면접에 동석했었던 황 실장은 봐도 잘 모르겠는 부분이었으나, 적어도 강태한의 보장은 믿을 수 있었다. 그동안 강태한의 예상과 안목이 틀렸던 적은 한 번도 없었으니까 말이다.

“흐음… 잘할 수 있을까.”

한편, 한동안 생각에 잠겨 있던 김성훈은 침음과 함께 짧은 걱정을 입에 담았다. 평소 그가 보이던 모습과는 조금 동떨어진 반응이었다.

“왜, 갑자기 자신이 없어? 예전에는 가게 하나 직접 운영해 보고 싶다고, 잘할 자신 있다고 그랬었잖아.”

“그랬었지. 지금도 그렇지.”

김성훈은 동의하듯 두어 차례 고개를 끄덕였다. 딱히 없는 말을 하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것과 이것은 조금 다른 이야기였다.

“그냥 내가 내는 가게면 자신이 있지. 설령 망해도 접으면 그만이니까. 근데 이건 천마안마의 이름을 걸고 나가는 가게잖아?”

김성훈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말만 안 했을 뿐이지 꽤나 오래전부터 갖고 있던 고민이었는지, 꽤 허심탄회한 기색이 담긴 목소리였다.

“그럼 이제 내가 태한 씨만큼 할 수 있을까, 태한 씨의 이름을 깎아 내리는 꼴은 되지 않을까… 그런 걱정을, 아무래도 좀 하게 되는 거지.”

“그건 뭐… 나도 그렇긴 하지.”

김성훈의 말에 황태진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서로 비슷한 입장으로서, 당연히 그 또한 안 할 수가 없는 고민이었다.

“뭘 그런 걸 고민하고 있어.”

다만, 그 이야기를 듣고 있던 황 실장은 짧게 코웃음을 터트렸다. 두 사람을 무시한다기보다는 분위기를 풀어 주려 하는 말투였다.

“두 사람이 그럴 만한 그릇이 아니었으면, 애초에 태한 씨가 시키지도 않았을 거야. 태한 씨 안목이 언제 틀리는 거, 본 적 있어?”

두 사람은 잠시 생각을 해 보더니, 동시에 같이 고개를 저었다. 그동안 강태한의 안목이 틀린 적은 없었고, 하다못해 정육식당에서 고기를 고르는 것조차도 남다른 수준이었으니까 말이다.

“이번에 성현이도 자기가 학원장 일을 잘할 수 있을까 말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막상 시켜 보니까 잘하고 있잖아.”

황 실장은 싱겁게 웃음을 흘렸다. 그러고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이며 덧붙이듯이 말했다.

“뭐 결론을 말하자면… 자기가 못 미더우면, 태한 씨의 안목을 믿으면 된다는 말이지. 안 그래?”

“하하, 틀린 말은 아니구만!”

그 말대로다. 황 실장의 말에 김성훈은 피식 미소를 지었다. 아까 전보다는 훨씬 가벼워진 얼굴이었다.

* * *

한편, 이제 막 미국 땅에 도착한 강태한과 강호연.

“허허… 퍼스트 클래스는 완전 프리미엄이구나.”

비행기에서 나와 공항으로 향하던 강호연은, 슬쩍 뒤쪽을 쳐다보며 넌지시 소감을 입에 담았다.

“먼젓번에 탔을 때는 착륙하자마자 다들 자리에서 일어나서 내리기도 힘들었는데 말이야. 이번에는 애초부터 남들보다 먼저 내리는구나.”

“그러게요. 뭐, 그러니까 비싼 돈 주고 따로 퍼스트 클래스를 끊는 거긴 하겠지만요.”

강태한은 싱긋 웃으며 아버지의 말에 답했다.

퍼스트 클래스가 어디 한두 푼인가. 정확한 금액은 모르지만, 어지간한 해외여행의 전체 비용과도 맞먹는 비용으로 알고 있다.

물론 두 사람은 상대 쪽에서 모든 비용을 지불해 줬으니, 아무래도 상관없는 이야기였지만 말이다.

“그래서, 비행기는 만족스러우셨어요?”

“흐음… 내가 잘은 모르지만, 어디서 퍼스트 클래스는 구름 위의 호텔이라고 들은 적이 있었는데, 그 말은 틀린 말이더구나.”

별로였다고 말씀하시는 건가?

강태한이 그런 생각을 떠올리던 찰나, 강호연은 털털하게 웃음을 터트리며 마저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이 정도면 그냥 호텔이 아니라 오성급 호텔이지! 흐하하! 아주 좋았어. 음식이랑 술은 뭐 말할 것도 없고, 의자도 집 소파보다 더 편한 것 같더구나.”

“…다른 건 몰라도 우리 집 소파보다 편하다는 건 그리 대단한 칭찬은 아닌 것 같은데.”

아버지의 극찬에 미소를 짓던 와중에도, 강태한은 대전 집에 있는 소파를 떠올렸다.

거의 이십 년 가까이 쓰고 있는 낡아 빠진 소파. 관리가 잘되어 있기는 하다만, 그래도 그걸 여기 의자와 비교하는 것은 아무리 칭찬이었다고 해도 상대방에게 실례가 아닐까, 하는 그런 생각이 떠올랐다.

“어쨌거나 우리 아들내미 덕분에 호강 한번 제대로 했구나. 이거, 버릇이 잘못 들어서 나중에 그냥 좌석에 앉으면 실망하는 거 아닌가 몰라. 하하!”

다만 그것과 별개로 강호연은 제대로 만족을 한 모습이었다. 그 싱글벙글한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강태한은, 짧게 피식 웃음을 흘리며 넌지시 입을 열었다.

“아직 만족하시기는 이르죠, 아버지. 오늘은 여행 첫날에 불과하고, 우리는 이제 막 비행기에서 내렸을 뿐인데요.”

“그것도 그렇구나. 하하하! 그럼 어디, 말로만 듣던 미국 땅이나 한번 밟으러 가 보자고.”

앞으로 어떤 일정들이 기다리고 있는지.

자세한 내용은 강태한도 잘 알지 못한다.

그는 여행 계획 같은 것 없이 현장에서 마음이 끌리는 대로 돌아다니는 타입이었고, 강호연도 막연하게 미국에 한번 가 보고 싶었을 뿐, 구체적으로 어디서 뭘 하고 싶다는 건 딱히 없었으니까 말이다.

때문에 몇 개의 조건들만 말해 놨을 뿐, 구체적인 일정은 상대방 쪽에 대부분 일임을 해 둔 상태였다. 업무적인 부분은 물론이고, 남은 기간 동안의 관광까지도 포함해서 말이다.

‘아무래도 현지 사람이 더 잘 알기도 할 테고.’

강호연은 제주도를 제외하면 비행기에 타 본 적도 없었고, 이는 강태한 또한 마찬가지였다.

아무래도 미국에 처음으로 발을 들여 본 사람보단 현지에 있는 사람들이 더 좋은 계획을 세우지 않겠는가. 아무래도 손님 대접을 해 본 것도 한두 번이 아닐 테고 말이다.

“강 선생님?”

그렇게 입국 수속을 마치고 짐을 찾은 후 터미널을 빠져나와 본 건물로 나왔을 때.

“태한 강, 맞으시죠?”

양복 차림을 하고 있는 한 서양인 남자가 강태한에게 다가와 넌지시 말을 걸었다. 약간 발음이 어색하긴 했으나, 무려 한국말이었다.

“네. 맞습니다만.”

“하하, 미국에 오신 걸 환영해요! 소개가 늦었습니다. 저는 이번에 선생님을 모실, 리겔 마르치입니다.”

“반갑습니다, 미스터 마르치.”

“노노, 편하게 리겔이라고 불러 주시죠. 그래서, 이쪽 분은 선생님의 일행 분이십니까?”

“아… 반갑습니다. 강호연이라고 합니다.”

“음, 아버지와 함께 오신다고 들었는데, 친구분이랑 같이 오신 건가요?”

“예? 태한이 아빠인 건 맞습니다만.”

“아하! 이런 결례를. 너무 젊어 보이셔서 그만 태한 씨 친구분인 줄 알았습니다.”

“…허허, 이 사람, 별말씀을 다하시네.”

반갑게 인사를 건네며 자신을 소개하는 리젤 마르치. 초면인데도 자연스럽게 거리감을 좁혀 오는 것이 꽤나 자연스러운 모습이었다.

“자아, 그럼 일단 피곤하실 텐데, 숙소로 이동하시면서 마저 이야기를 나누도록 할까요. 어떻게, 이동은 어떻게 하시는 게 좋으시겠습니까?”

인사를 마치고 난 후, 리젤은 손목시계를 슬쩍 확인하며 말했다. 그러고는 덧붙이듯이 말했다.

“일단은 리무진과 헬기, 이 두 가지를 준비해 뒀는데요. 다른 것도 원하신다면 되도록 빠르게 준비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예? 헬기라면, 헬리콥터?”

그리고 그 말에, 강호연이 저도 모르게 되물었다.

살짝 놀란 기색이 담겨 있는 목소리. 물론 그가 헬기라는 말을 못 알아들은 것은 아니었다. 단지, 평소 이동 수단으로 생각지도 못하던 것이 자연스레 튀어나온 탓에 당황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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