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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님 안마하신다-236화 (236/286)

천마님 안마하신다 236화

팀장님.

권 팀장님.

…권태수 팀장님?

“어? 어어!”

거듭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권태수 팀장은 화들짝 놀라며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놀란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던 그는, 뒤늦게 상황을 파악하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나 잠들었었어?”

“네. 그것도 아주 푹 주무시던데요.”

권태수 팀장의 반응이 어느 쪽인지 직원들이 토론을 벌이고 있던 와중, 어느 순간부터 권태수의 비명 소리는 사그라져 있었다. 안마를 받던 도중에 자기도 모르게 잠들었던 것이다.

정말 스르륵 잠들었다는 표현이 어울린다고 할까.

사실 좀 더 자세한 테스트를 위해서는 권태수 팀장을 깨워야 했으나… 그 자는 모습이 너무나도 곤했던 나머지, 아무도 깨울 생각을 하지 못하고 그대로 두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도 좀 깨우지.”

“요즘 팀장님 피곤한 건 모두 다 아는 사실인데요.”

“누가 들으면 나만 피곤한 줄 알겠네.”

권태수는 머쓱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이며 의자에서 일어났다. 허나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는지, 자리에서 일어난 그는 다시 의자에 앉았다.

“어라?”

앉았다가 다시 일어나고, 다시 앉았다 일어나고.

그렇게 몇 차례를 반복한 권태수 팀장은, 가볍게 스트레칭까지 해 주고 난 후 결론을 입에 담았다. 감탄이 섞인 들뜬 목소리였다.

“이거, 성능 장난 아닌데? 몸이 완전 편해!”

“…아하! 안마받고 몸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확인해 보려고 계속 그렇게 움직이셨던 거예요?”

“응? 그야 그렇지. 그럼 뭔 줄 알았어?”

“저는 갑자기 그러시길래 무슨 귀신이라도 들렸나, 아니면 뇌에 문제라도 생겼나… 그렇게 생각했죠.”

옆에 서 있던 직원의 말에 권 팀장은 피식 웃음을 터트리며 대꾸했다.

“재수 없게 무슨 소리야?”

“솔직히 그럴 만도 하죠. 갑자기 주무시다 일어나더니 앉았다 일어났다, 관절도 막 이리저리 꺾으시고 그러는데.”

“…으음.”

저렇게 듣고 보니 그것도 그렇긴 하다. 권태수 팀장은 머쓱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거렸다.

“뭐 어쨌거나… 테스트 기록은 어떻게 나왔어?”

“좋아요. 연동도 제대로 됐고, 아웃풋도 설정해 놓은 만큼 나왔고, 딱히 오류도 없고. 이제 남은 건…….”

자료를 훑어보던 직원이 권태수 팀장을 쳐다보며 말했다. 기계와 프로그램상으로는 아무런 이상이 없다. 그렇다면, 남은 건 실험자의 체감뿐인 것이다.

“직접 해 보니 어떠셨어요, 팀장님?”

“두말하면 입이 아플 정도.”

권태수는 기다렸다는 듯이 엄지손가락을 내밀며 말했다. 확실하게 만족을 담아낸 표현.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하신다면요?”

“으음, 글쎄…….”

다만 그런 추상적인 표현은 개발이나 실험에 그리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권태수 팀장 또한 그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그는 잠시 생각에 잠긴 채 자신의 경험을 담아낼 만한 적절한 표현을 찾기 시작했다.

“일단 더 마이스터 때 느끼지 못했던 부분들이 있었어. 확실히 개선된 부분이 느껴졌다고 할까.”

“기존 모델보다 만족도가 개선되었다?”

“그렇지. 마이스터는 결국 여러 번 받다 보면 동일한 코스를 반복하는 느낌이 들었는데… 이건 내 몸 상태에 맞춰서 코스가 변경되는 느낌이 있었어.”

현재 더 마이스터는 시장에 나와 있는 안마 의자 중에서 가장 높은 만족도를 자랑하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완벽한 제품이라고 하기엔 애매하다.

안마라는 것은 결국 사람에 따라 그리고 같은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행해지는 법이다.

가장 기초적인 혈을 짚는다 해도 사람에 따라 위치가 조금씩 달라지고, 근육의 상태에 따라 들어가는 힘도, 지압하는 시간도 전부 달라지기 때문이다.

물론 안마 의자 또한 그런 부분을 최대한 재현하려 하고 있고, 더 마이스터에도 최고 수준의 센서 기술이 도입되어 있지만…….

거기에는 결국 한계가 있다. 의자에 달린 센서로 확인할 수 있는 내용에도 한계가 있고, 검사를 진행할 수 있는 시간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대부분 안마 의자를 이용한다고 하더라도 하루에 몇십 분 정도씩만 이용하지, 몇 시간씩이나 앉아 있는 사람은 거의 없으니까 말이다.

허나 이 모델은 다르다.

에이폰 이용자라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건강 어플과 연동하여, 평상시 생활 속에서 축적되어 있던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안마 의자의 센서만으로는 얻기 어려운 데이터들을, 외부에서 손쉽게 끌어오는 느낌이라고 할까.

“약간 강 원장님의 기술들을 좀 더 구체적으로 재현해 놓은 듯한… 그런 느낌이었다고 할까.”

물론 그렇게 많은 데이터를 얻었다고 하더라도, 정작 그걸 활용할 수 있는 안마 기술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쓸모가 없다.

본래 제대로 이용할 줄 모르면 아는 게 아무리 많더라도 쓸모가 없는 법.

허나 이들의 연구는 그와 반대되는 경우였다.

이미 강태한의 안마 기술과 요령들이 전수가 되어 있었고, 그들이 연구하고 있었던 부분은 이것들을 최대한 재현하고 구현화시키는 방법이었으니까 말이다.

“흠… 팀장님 말씀대로면 완전 대성공이네요.”

“그렇지. 내가 괜히 잠든 게 아니라니까?”

직원은 자료들을 검토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중요한 내용인 것처럼 강조하는 듯한 말투로 덧붙여 말했다.

“하지만 아무래도 교차 검증이 필요하겠네요. 한 번의 결과로 결론을 내리긴 어려우니까요.”

“그건 당연한 거지.”

권 팀장은 새삼스럽다는 말투로 답했다. 그건 굳이 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당연한 말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직원은 계속해서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제 말은, 이렇게 성공적인 결과가 나왔을 때 계속해서 테스트를 이어 갈 필요가 있다는 거죠.”

“흠. 일리가 있어. 그래서?”

“바로 이어서 제가 테스트를 해 보겠습니다.”

그러면서 해당 직원은 의자 쪽으로 걸어가며 말했다. 남들이 먼저 나서기 전에 스리슬쩍 테스트를 자처하며 의자에 앉으려는 속셈.

지금까지는 테스트의 부작용으로 다들 꺼려 하는 분위기였으나, 이번 테스트로 곧바로 뒤집힐 것이다. 그런 생각으로 한발 앞서 움직이기로 한 것이다.

허나 그마저도 한 박자 늦은 판단이었다. 그가 의자에 앉으려고 앞으로 걸음을 내딛는 순간, 거짓말처럼 다른 직원들의 견제가 들어온 것이다.

“여기서 바로 추가 테스트를 한다면, 제가 하는 게 맞지 않나요? 지난번에 이뤄졌던 가위바위보의 결과에 따르면, 다음 차례는 저니까요.”

“아니지. 내가 하는 게 맞지. 왜냐하면 난 이전에 실패적인 결과를 체험한 적이 있고, 그런 만큼 성공했을 때의 차이점도 좀 더 크게 느낄 수 있을 테니까 말이야!”

“잠깐. 그 논리로 간다면 내가 하는 게 맞지 않아? 이중에서 테스트 부작용은 내가 제일 심하다고. 다들 동의하는 부분일 텐데?”

서로 자기가 테스트를 받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주장을 펼치고 있는 모습. 이래저래 말은 많지만, 결과적으로는 자기가 안마를 받고 싶다는 뜻이었다.

“그… 정해지면 알아서들 진행하라고.”

그 광경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권태수 팀장은, 머쓱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이고는 바깥쪽으로 물러났다. 이미 피로가 싹 풀린 그의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이었다.

* * *

“…한적하구만.”

“그러게요, 형님.”

눈앞에 호수와 산이 쫙 펼쳐진 조용한 풍경.

그 풍경을 앞에 깔아 둔 채, 두 남자가 의자에 등을 기대고 앉아 한가한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강태한의 아버지인 강호연과 그 지인인 조원호.

두 사람의 앞에는 기다란 낚싯대가 물 위에 찌를 던져 놓은 채 고정되어 있었으나, 그 찌가 흔들리는 일은 좀처럼 없었다.

“이상하다. 분명 요즘 이 부근이 물 반, 고기 반이라고 했는데…….”

약간 머쓱함을 느낄 정도로 오지 않는 입질.

의자를 한껏 젖히고 앉아 있던 조원호는, 몸을 일으켜 앉으며 난감해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 낚시를 하러 가자고 강력히 추천했던 게 다름 아닌 본인이었던 탓이다.

“사람 입장 묘해지게 소식이 없네.”

“하하. 앞에서 다 잡아갔나 보지, 아무렴 어때.”

그 난감함을 덜어 주려는 듯, 강호연이 대수롭지 않다는 말투로 말했다. 딱히 없는 말을 하는 건 아니었다. 실제로, 그는 지금 이 상황만으로도 꽤 만족스러웠으니까.

“난 그냥 여기 풍경만 보고 있어도 너무 좋구만.”

앞에는 병풍처럼 산이 주욱 펼쳐져 있고, 그 아래로는 대청호가 강처럼 길게 펼쳐져 있다.

이 자연 속에서 유유자적하게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는 지금의 이 상황. 그깟 물고기 좀 안 잡히면 어떠하랴. 강호연은 이곳에서 숨만 쉬고 있어도 저절로 스트레스가 풀리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옛날 사람들이 배산임수를 그렇게 따진 이유가 있다니까. 풍수지리 같은 건 잘 모르겠어도, 적어도 경치 하나는 끝내주네.”

진지한 마음과 열정으로 요리에 임하는 강호연이지만, 그 또한 일을 하다 보면 피로가 쌓이고 스트레스도 쌓이기 마련이다.

특히 요즘 같은 시기에는 더더욱.

태한반점은 주변에서 유명해지다 못해 대전 동구 대표 맛집 수준으로 꼽히게 되었고, 가게는 말 그대로 쉴 새 없이 돌아가는 상황이 되어 있었다.

예전 같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기쁜 일이지만.

그래도 이렇게 쉬는 날 멀리 외곽으로 나와, 이런 곳에서 느긋하게 누워 있으면… 이게 그렇게 각별할 수가 없는 것이다.

“흠. 형님이 좋아하시니 저도 기쁘네요.”

그런 강호연의 반응에 빙긋 미소를 짓는 조원호. 본인이 오자고 해 놓고 입질 하나 오지 않아 굉장히 머쓱한 상황이었는데, 이렇게 말을 해 주니 그냥 고마울 뿐이다.

“어, 왔나 보네.”

그러던 중, 멀찍이서 자동차 소리가 들려왔다.

이곳은 따로 볼일이 있지 않는 한 차가 지나다닐 리가 없는 곳. 아니나 다를까, 곧이어 산타페 한 대가 도착하더니 거기서 익숙한 얼굴이 내렸다. 다름 아닌 강태한이었다.

“왔어? 생각보다 빨리 왔네.”

“예. 차가 하나도 안 막히더라고요.”

터벅터벅 두 사람의 옆으로 걸어오는 강태한.

조원호는 옆에 있는 짐을 좀 뒤적이더니, 낚싯대 하나를 추가로 꺼내 그에게 내밀었다. 강태한은 그걸 받아 들며 의아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도 낚시해요?”

“혹시 몰라서 챙겨 왔지. 아니면 낚시 싫어하나?”

“아뇨. 뭐 굳이 말하자면… 좋아하는 편이죠.”

비록 예정에 없었던 일이지만, 강태한도 이런 걸 굳이 마다하는 사람은 아니다. 좋아한다는 것도 딱히 거짓말이 아니었고 말이다.

그는 낚싯대를 받아들고는, 옆에 남아 있는 의자 하나를 들고 적당한 지점에 자리를 잡았다. 그러던 중 문득 텅 비어 있는 낚시통을 발견했다.

“근데 막상 성과는 시원치 않나 보네요?”

“크흠, 흠. 그게… 여기 터가 좀 안 좋더라고. 아는 지인이 명당이라고 그렇게 추천을 해서 와 봤는데, 사기 먹은 기분이지 뭐냐.”

괜스레 헛기침을 터트리며 앞을 바라보는 조원호.

시선을 피하는 그 모습에 강태한은 피식 웃음을 흘리고는, 땅에 닿은 발을 기준으로 기감을 펼쳐 주변 일대의 상황을 가볍게 훑어보았다.

‘확실히 터가 안 좋기는 하네.’

땅속에 영기가 흐르는 지맥이 있듯이, 물속에도 영기의 흐름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계속해서 흘러가는 강이나 바다는 말할 것도 없고, 얼핏 잔잔해 보이는 이런 호수 또한 마찬가지다.

그 흐름을 가볍게 확인해 보는 강태한.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지금 이 부근 일대는 말 그대로 낚시에 적합하지 않은 곳이라 할 수 있었다.

‘얼마 전까지는 명당이었을 것 같기는 한데…….’

흐름이라는 것은 곧 순환이며, 자연 속의 영기는 꽤나 변덕스러운 편이다. 특히나 땅보다 유동성이 높은 물속에서는 더욱더 그러하다.

얼마 전까지 기운이 충만했던 명당이라고 해도, 하루아침만에 폐허처럼 텅 비어 버릴 수 있는 것.

아마 이곳 또한 그런 상황일 것이다.

물고기가 잡히지 않는 것도 당연하다. 이미 흐름에서 벗어난 폐허에 머무를 이유는, 물고기들한테도 없을 테니까.

하지만.

그렇다면 흐름을 살짝 바꿔 주면 그만이다.

무엇보다 강태한은 이런 곳에서 낚시를 하고 싶지 않았다. 기왕 오랜만에 하는 거, 입질 한번 오기 힘든 곳보단 물고기들이 많은 곳에서 하는 게 좋지 않겠는가.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고.’

강의 기운을 전부 끌어모으겠다는 것도 아니다.

그냥 조금씩만, 주변의 물고기들이 매력을 느낄 만한, 이쪽으로 유인시킬 수 있을 만한 정도의 흐름만 있으면 충분하다.

강태한은 사방으로 펼쳐진 기감에 집중하고는, 주변 영맥(靈脈)의 가닥을 잡아 모으기 시작했다.

그렇게 묵묵히 작업에 몰두한 지 대략 몇 분.

그리 길지도 않은 시간이 흘렀을 무렵.

“어, 형님! 입질 온 거 아닙니까?”

“정말로? 진짜네!”

조원호가 물 위에서 흔들리는 찌를 가리키며 말하자, 강호연이 화들짝 몸을 일으키며 낚싯대를 붙잡았다. 거의 세 시간 만에 처음으로 온 입질이었다.

“아저씨 것도 온 것 같은데요?”

“어라? 이야, 진짜 뭐지? 와하하!”

입질이 찾아온 것은 조원호 또한 마찬가지.

경치만 봐도 좋다고 말하긴 했지만, 역시 낚시는 물고기가 잡혀야 즐거워지는 법이다. 눈에 띄게 텐션이 확 올라간 두 사람의 모습을 지켜보며, 강태한은 싱긋 미소를 짓고는 본인 또한 낚싯줄을 던져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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