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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님 안마하신다-233화 (233/286)

천마님 안마하신다 233화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괜찮네.”

황 실장은 천천히 주변을 걸어 다니며 감탄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지난번에 왔을 때 봤었던 건물의 느낌은 사실상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있었다.

‘솔직히 좀 오래된 느낌이 났었는데 말이지…….’

이 부근은 전체적으로 좀 오래된 동네다.

딱히 인연이 있다거나 잘 알고 있는 동네는 아니지만, 예전에 곧 재개발이 된다는 이야기가 돌았다가 아직까지도 별 이야기가 없는, 그런 동네 정도로 기억을 하고 있었다.

그렇다 보니 전체적으로 건물들도 오래된 인상.

제법 가게들도 많고 상권이 활성화된 느낌이긴 하지만, 번화했다기보다는 주변 동네 사람들이 자주 이용하는구나, 싶은 정도의 느낌이다.

좋게 말하면 옛날 동네의 향취를 간직하고 있고,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조금 낙후한 느낌이 드는 곳이라고 할까.

지금 앞에 있는 이 3층짜리 건물도 원래는 그런 건물들 중의 하나였다. 예전에 임대했던 가게의 간판도 달려 있어 을씨년스러운 느낌마저 들었었는데…….

다만 지금은 전혀 다른 인상이다.

거의 기본 골자만 남겨 놓고 싹 갈아 엎은 느낌이라고 할까. 솔직하게 말하자면 ‘이렇게까지 리모델링이 될 수 있구나’ 싶은 느낌마저 들 정도다.

“마음에 드시는 모양이네요.”

“예. 아마 원장님도 좋아할 겁니다.”

황 실장은 조금 들뜬 기색이 담긴 목소리로 답했다.

이전에 봤었던 조금 낡은 건물도, 받는 입장에서는 그저 고마울 뿐이었다. 어찌 됐거나 서울에서 이런 3층짜리 건물을 선뜻, 그것도 무상으로 빌려줄 수 있는 곳이 어디 있겠는가?

그런데 이렇게까지 깔끔하게 리모델링을 저쪽에서 싹 해 준다니… 받는 입장에서는 기분이 나쁠 이유가 없다.

“공사는 안쪽까지 마무리가 된 건가요?”

“네. 한번 들어가 보시겠습니까?”

“하하, 척하면 착이시네요.”

눈치 좋은 곽상영의 대답에 황 실장이 싱긋 미소를 지었다. 곽상영은 앞장서듯이 앞을 걸어갔고, 황 실장은 그 뒤를 따라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내부 공간도 전에 봤던 것보다 넓고.’

인상이 달라진 것은 내부 또한 마찬가지였다.

지난번 공사가 시작되기 전에 봤을 때는 조금 좁아 보이는 감이 있었는데, 지금은 이것저것 허물고 시야가 탁 트여 있어서 그런지 꽤 여유가 있어 보인다.

황 실장은 이곳저곳을 걸어 다니며 꼼꼼히 둘러보았다. 텅 비어 있는 공실을 보며 어디에 뭘 두고 어디에 뭘 놓을 것인지, 공간은 어떤 식으로 나누고 활용할 것인지 머릿속으로 가볍게 스케치를 그려 본다.

대강 그의 머릿속에서 짜 맞춰져 가는 도면도.

인테리어 전문 업자는 아니기에 정말 말 그대로 대강 짜 맞추는 수준에 불과했지만, 이것만으로도 상당한 사업 윤곽을 잡아낼 수 있다.

‘이 정도면… 생각했던 것보다 사람을 좀 더 모아도 괜찮겠네.’

어디서 대놓고 말하고 다닐 만한 내용은 아니다만.

현재 천마안마는 안마업계에서 가장 유명한 곳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수준이다. 유명세도, 인지도도, 실제로 벌어들이는 매출도 그냥 최고 수준이다.

사실 그럴 만도 하다.

가만히만 있어도 SNS를 통해 여기저기로 홍보가 되는 데다, 한두 번 올라와도 충분히 화제가 될 만한 유명인들의 인증 샷이 요즘에는 거의 매주 올라오는 수준이었으니까 말이다.

그렇다 보니, 이곳에 오고 싶어 하는 안마사들의 숫자도 상당히 많아진 상태였다. 짤막한 구인 공고만 올려도 순식간에 신청이 마감되는 수준이랄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새로 안마사를 뽑을 때면 어떻게든 실력 좋은 사람을 찾기 위해 인맥을 동원하고 여기저기 수소문을 하던 황 실장이었는데…….

요즘은 그냥 공고만 올려도 다른 업장에서 충분히 베테랑 대접을 받을 만한, 그런 사람들이 알아서 줄을 서는 수준이었다.

특히 이번에 준비 중인 이 안마 아카데미는 어디선가 소문이 났는지, 어디에 공고를 올리기 전부터 그냥 사람들의 신청이 밀려들어 오는 수준이었다.

다만 그렇게 사람들이 많이 와도 뽑을 수 있는 사람은 한정되어 있기에, 이것저것 따져 가며 꽤 많은 숫자를 쳐 내고 간추려 놓은 상태였는데…….

‘이렇게 되면 더 많이 뽑아도 되겠어.’

지금 이렇게 보니 지금보다 적어도 3할가량은 더 모집해도 괜찮을 것 같다. 황 실장은 꽤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혼자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썩 마음에 드시는 모양입니다.”

그 표정을 읽은 것일까.

옆에서 같이 주변을 둘러보던 곽상영이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황 실장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는 듯이 곧바로 답했다.

“그야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거저로 건물을 빌려주시는데 이렇게 새 단장까지 해서 보내 주시니, 그냥 웃음이 절로 나올 수밖에요.”

“하하… 뭐, 저희 사장님도 나름 천마안마에는 많은 기대를 걸고 있거든요. 이 정도 지원은 뭐, 당연히 해 드릴 수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렇게 말하는 곽상영은 슬쩍 황 실장의 반응을 살펴보았다. 이 이야기와 관련하여 어떤 대답이 돌아올지, 거기에 신경을 쓰는 모습이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건물을 선뜻 내주고 리모델링까지 새로 싹 뽑아 준 데에는 이쪽도 나름대로의 계산이 있었기 때문이다.

라이너 호텔이 소속되어 있는 기업, 위아리치의 사장인 장재연. 그녀는 지난번 강태한과 만났을 때, 천마안마의 지점을 확장할 경우 본인들과의 적극적인 연계를 제안했었다. 이는 강태한 또한 긍정적인 대답을 내놓았던 부분이다.

허나 어찌 됐거나 그건 결국 구두로 한 이야기.

물론 강태한이 가벼운 생각으로 말을 꺼내고 주워 담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상대의 입장에서는 다소 불안함을 느낄 수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렇기에 여기서 사업적으로도 좀 더 깊은 관계를 맺고자 추가적으로 이런 제안을 해 왔던 것.

인질을 잡는다기보다는, ‘우리 쪽에서 이렇게까지 해 줬는데 말을 뒤집진 않겠지?’라는 느낌의, 간단하게 기브 앤 테이크를 유도하는 전략이었다.

“뭐 확실히… 아카데미가 잘 굴러가야 인재들이 확보될 것이고, 그렇게 되어야 천마안마 지점들도 안정적으로 늘어 갈 테니까요.”

그러면서 황 실장은 곽상영 쪽으로 살짝 고개를 돌렸다. 자연스레 눈이 마주치자, 그는 빙긋 웃으며 중요한 이야기를 덧붙이듯이 말했다.

“뭐, 발판이나 가게 입지 같은 건 위아리치 쪽에서 잘 준비해 줄 테니까, 한결 편하겠지만요.”

그런 곽상영의 생각은 황 실장 또한 당연히 알고 있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순수한 선의도 없다. 상대방이 성인(聖人)이 아니고서야, 아무런 계산 없이 무상으로 제공되는 혜택은 어디에도 없다.

다만 그렇다고 모든 것을 경계할 필요도 없다.

여러모로 살펴봤을 때 결과적으로 자신에게 도움이 된다면야, 그냥 받아들여도 상관이 없는 것이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이는 강태한과도 이미 이야기가 되어 있는 부분.

황 실장은 곽상영에게 자연스레 손을 내밀었고.

“…저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더 도움이 필요하신 게 있다면야, 얼마든지 말씀해 주십쇼.”

곽상영은 그의 손을 마주 잡으며 입가에 선명한 미소를 드리웠다.

* * *

“으하아아……!”

입으로 탄성을 터트리며 기지개를 켜는 최성현.

그는 방금 전까지 손님이 있었던 침대에 걸터앉아 큰 동작으로 어깨를 풀어 주고는, 마지막으로 조그맣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어떻게 마무리가 됐네.”

“그러게. 고생했어.”

최성현의 말에 강태한이 담담한 목소리로 답했다. 지친 기색이 묻어나는 듯한 최성현과 달리 강태한은 평소와 똑같이 멀쩡한 모습이었다.

“중간부터는 쉬지도 않고 일했네.”

“뭐… 이틀 만에 국가 대표 선수들을 모두 안마해 드려야 하는 일정이었으니까.”

강태한이 안마 시간을 십 분 이하로 줄이고, 급한 대로 최성현의 손까지 빌린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국가 대표라는 타이틀은 아무나 딸 수 있는 게 아닌, 그 자체로 희귀함을 의미하는 이름이지만, 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들을 모두 모으게 되면 그 자체로 적지 않은 숫자가 된다.

그렇다고 강태한이 며칠씩이나 가게를 비울 수 있는 것도 아니었으니, 이곳에 있는 선수들 모두에게 안마를 해 주려면 어떤 방식으로든 시간을 쪼개서 할애할 필요가 있었던 것.

다만 그렇다고 해서 일정에 여유가 생기는 건 아니고 오히려 빡빡했으니, 휴식 시간도 갖기 어려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아무래도 지칠 수밖에 없는 상황.

다만 강태한은 최성현의 몸 상태를 슬쩍 살펴보더니, 팔짱을 끼며 장난스러운 말투로 넌지시 말했다.

“근데 피곤한 것치고 몸 상태는 멀쩡한 것 같은데… 너도 이제 이 정도로 지칠 체력은 아닐 테고 말이야.”

지난번 기를 다루는 데 있어 폭발적인 성장을 보여 줬던 최성현. 그는 그 뒤로도 수련을 놓지 않았으며, 깨달음을 얻으면서 뭔가 실마리라도 잡았는지 수련 속도에도 박차가 가해진 상태였다.

덕분에 이제 물리적인 안마 솜씨는 물론이거니와, 혈(穴)자리에 숨구멍을 틔운다거나, 혈도에 어느 정도 자극을 가한다거나 하는, 그 정도 작업까지는 충분히 가능해진 상황이다.

국가 대표 선수들을 안마하는, 꽤 중요한 자리임에도 강태한이 같이 동행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고 할까.

물론 아직 배울 것이 한참 남은 초심자에 불과한 수준이지만, 적어도 간단한 증상 정도는 충분히 맡길 수 있는, 강태한의 안마에 조금이나마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수준에 다다른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 체내의 내공을 다루는 능력도 향상되면서, 자연스레 최성현의 체력 또한 예전에 비해 눈에 띄게 강해져 있었다.

과장을 조금 보태자면, 이틀 정도는 밤을 새우더라도 아무렇지 않게 돌아다닐 수 있는 수준이라고 할까.

“그래도 야, 기분이 그런 거지, 기분이. 그리고 넌 아무렇지 않겠지만, 나는 아직 혈도까지 건드리려면 집중을 좀 많이 해야 한단 말이야.”

다만 그렇게 몸이 멀쩡하다고 해서 피곤한 것도 없어지냐, 하면 이쪽도 할 말이 있다. 최성현이 툴툴거리는 목소리로 말하자, 강태한이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넌지시 말했다.

“말하는 거 보니 진짜 피곤한가 보네.”

“그럼 가짜로 피곤하다고 하겠냐?”

“대신 저녁은 비싼 걸로 사 줄게. 서울로 돌아가면… 음, 예전에 실장님이랑 갔던 소고깃집은 어때?”

“어, 그때 투쁠 꽃등심 먹었던 곳?”

“그래. 거기.”

“히야… 친구 따라다닌 보람이 있네.”

강태한의 대답에 최성현은 곧바로 화색을 지었다. 1++ 한우에는 어지간한 서운함은 한 번에 날려 버릴 수 있을 정도의 마력이 담겨 있었다.

“일은 다 끝나신 모양이네요.”

그러던 와중, 한 남자가 문을 열고 방 안으로 들어오며 말했다. 다름 아닌 우대석 팀장. 두 사람에게 가까이 다가온 그는, 정중하게 인사를 건넸다.

“이거, 어제오늘 정말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얼마나 감사를 드려야할지 모르겠네요.”

“아닙니다. 저도 좋은 시간이었는걸요.”

“저도요.”

우대석의 말에 강태한과 최성현 또한 인사를 건네며 그렇게 말했다. 강태한은 그렇다 쳐도, 최성현은 실제로 나쁘지 않은 시간이었다. 덕분에 선수촌에 있는 가인 씨의 모습도 볼 수 있었으니 말이다.

“이거, 마음 같아선 직접 서울까지 모셔다드리고 대접도 제대로 해 드리고 싶습니다만… 일이 밀려 있어서 그건 좀 힘들 것 같네요. 그 대신.”

다만 그렇다고 우대석의 마음이 딱히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그는 고마움과 미안함이 반씩 섞여 있는 듯한 얼굴로 이야기를 이어 나가더니, 안쪽 주머니에서 흰색 봉투 하나를 꺼내 들었다.

“제가 많이는 드리기는 어렵습니다만… 그래도 방금 말씀하시던 식사비 정도는 충분히 될 겁니다. 부디 받아 주시죠.”

누가 봐도 돈이 들어 있는 봉투.

말은 그렇게 하지만, 아마 적지 않은 액수가 들어 있을 것이다. 강태한은 천천히 고개를 젓고는, 손바닥으로 봉투의 앞을 가로막는 제스처를 취했다.

“이건 받을 수 없습니다. 마음만 받겠습니다.”

“마음을 받아 주신 김에 같이 받아 주시죠.”

“아닙니다. 돈 때문이었다면, 훨씬 더 크게 벌 수 있는 다른 활동을 하러 갔겠죠.”

그 말도 틀린 말은 아니다.

허나 우 팀장으로서도 이렇게 아무런 보답도 하지 못한 채 돌려보내면 찝찝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그는 난감한 표정으로 조심스레 되물었다.

“그럼 어떻게 보답을 해 드려야 할까요.”

“흐음… 글쎄요.”

강태한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솔직히 말하면, 그는 이미 원하는 바를 이룬 상태였다. 국가 대표 선수들의 머릿속에 천마안마라는 이름을, 그것도 아주 깊숙하게 각인해 놓았으니까.

그들은 말 그대로 국가를 대표하여 올림픽에 출전하는 엘리트 체육인들이다. 조금 더 세월이 흐르면, 그 중 몇몇은 자연스레 체육계에 영향력이 있는 인물들로 성장할 것이다.

그런 이들에게 이런 인지도를 심어 놓는다는 것은.

단순히 손님 몇 명 끌어들이는 수준이 아니라 그 이상의 인지도와 영향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앞으로의 일을 생각한 투자라고 할까.

그리고 이런 투자는, 되도록 선행의 이미지를 강조해 놓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고 효율적이다.

“그럼, 저에게 주시는 대신 어딘가에 기부라도 해 주세요. 저로서도 그게 더 마음이 편할 것 같습니다.”

그렇기에, 강태한은 자연스레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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