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님 안마하신다 226화
“으하아아…….”
저녁 무렵, 천마안마의 사무실.
그곳 소파에 앉아 한참 동안 명상에 잠겨 있던 김성훈은, 그동안 참아 온 숨을 한 번에 터트리듯 긴 숨을 내쉬며 등받이에 등을 기댔다.
“어렵구만, 어려워.”
“잘하시는 거 같은데요, 뭘.”
그런 그의 모습에, 옆에서 그를 지켜보고 있던 남자가 피식 웃음을 흘렸다. 다름 아닌 최성현이었다.
“하는 거라고는 그냥 눈 감고 앉아서 정신만 좀 집중할 뿐인데, 하고 나면 이렇게 힘이 쭉 빠져 버리네.”
“그렇죠. 이게 은근히 힘이 많이 든다니까요.”
그새 이마에 맺힌 땀을 쓸어 내며 김성훈이 말하자, 최성현이 공감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 그는 미리 따라 놓은 찻잔을 앞으로 내밀었다.
“이거라도 드시면서 숨 좀 고르세요.”
“아… 이거 매번 고맙구만.”
“에이. 차 한 잔 우려 놓는 게 뭐 별거라고.”
최성현은 머쓱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젓고는, 자기도 차 한 잔을 따라 조심스레 입가로 가져갔다.
따뜻한 온기 속에 은은하게 영기가 스며들어 있는 차 한 모금. 확실히 차 한 잔 우리는 것 정도는 별게 아니지만, 깊이 명상을 한 뒤에 마시는 이 차 한 모금 자체는 상당히 각별한 것이었다.
거의 꺼져 가던 엔진에 고급 휘발유를 채워 주는 느낌이라고 할까. 내력이 고갈된 몸에 곧바로 활기가 차오르는 느낌은, 직접 겪어 본 사람 외에는 공감하기 어려운 특별한 경험이다.
‘예전에는 그냥 먹었었지만 말이야.’
영기의 존재를 느끼지 못했을 때에는 그냥 있으니까 먹는 정도의 느낌이었다. 자기도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생각보다 입에 잘 맞는다는 정도.
허나 지금은 조금 다르다.
그동안에 내공이 좀 쌓이고 기감에 대한 이해도도 꽤 높아진 덕분일까.
지금의 최성현은 이 안에 담겨 있는 영기들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고, 이게 얼마나 몸에 좋은 것인지, 특히 내력(內力)을 다루는 자에게 있어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 대강 이해하고 있었다.
‘태한이 놈은 이런 걸 어디서 구해 오는 건지.’
그걸 알게 되었을 때, 최성현은 건강원이나 인삼 도매상 같은 곳들을 몇 군데 돌아다녔었다. 호기심도 있었고, 매번 얻어먹는 것도 좀 미안해서 따로 구해 보려 했다고 할까.
다만 결과는 헛걸음이었다.
가게에 진열되어 있던 것들은 물론이고, 나름 자연산이랍시고 따로 보여 줬던 물건들에서도 아무런 영기를 느끼지 못했다. 그나마 몇 년 묵었다는 산삼 정도는 되어야 비슷하게 느껴 볼 수 있는 정도였다.
그런데 여기서는 이 칡차 한 잔만으로도 적지 않은 양의 영기를 얻을 수 있었으니…….
원래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라고 했던가. 이전에는 별 생각 없이 꿀떡꿀떡 마셔 왔지만, 지금은 마실 때마다 새삼스레 감탄을 하곤 하는 최성현이었다.
이런 걸 매일같이 마시니, 기감이 트일 만도 하다.
아무래도 조금씩이라도 체내에 영기가 쌓여 가게 되고, 체내에 쌓인 영기는 그 자체로 기감을 자극하는 역할을 하게 될 테니까 말이다.
어쩌면 처음부터 이걸 의도해서 놓은 것일까. 그렇게 생각하면, 태한이 녀석도 꽤나 주도면밀한 부분이 있는 셈이다.
“근데, 성현이 너도 처음부터 기감이 있었던 거야?”
“저요? 아뇨?”
그러던 중, 문득 궁금하다는 듯이 김성훈이 물었다. 최성현은 그럴 리가 없지 않냐는 듯이 황당해하는 목소리로 답했다.
“어, 그래? 그럼 언제 열린 건데?”
“얼마나 됐더라… 정확히는 잘 모르겠는데, 그렇게 엄청 차이 나지는 않아요. 끽해야 몇 달 정도니까.”
“허, 정말로?”
김성훈은 조금 놀란 듯한 표정을 지으며 들고 있던 찻잔을 내려놓았다. 그 의외라는 반응에 최성현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왜요. 말한 것 중에 어디 이상한 부분이 있었나?”
“아니, 이상하다기보다는… 생각 외였던 거지. 뭐라고 해야 되나, 성현이 네가 우리보다 한참은 더 앞서가고 있는 느낌이 있었으니까.”
“…흐음, 그런가?”
김성훈의 말에 최성현은 애매한 표정을 지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솔직히 말하면, 본인에게는 그리 와닿지 않는 이야기였다. 자기 자신도 아직 한참 배워 가고 있는 중이었으니까 말이다.
다만 김성훈의 말도 틀린 말은 아니었다.
최성현의 무공에 대한 적성은, 천재(天才)까지는 아니라도 수재(秀才) 정도는 되는 수준이었다. 무림에서도 대단한 수준까진 아니어도 나름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는 편이라 할 수 있으리라.
그렇다 보니 아무래도 김성훈, 황태진 같은 다른 사람들에 비하면 성장 속도가 빠를 수밖에 없다.
먼저 기감이 트이고 수련을 시작한 게 그리 긴 시간이 아니라 할지라도, 그 시간 안에 다른 사람보다 큰 성취를 이뤄 낸 것이다.
더군다나 성장 속도가 다른 탓에 이후로도 격차는 벌어질 테니… 김성훈이 최성현을 보며 그런 인상을 받는 것도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건 그렇고, 뭔가 신기하네.”
“뭐가요?”
“우리들 말이야. 여러모로… 예전에 비해 좀 대단해졌다고 할까. 아니, 이건 너무 거창한가? 하하.”
김성훈은 자기가 말해 놓고도 내심 부끄러워하는 기색을 보였으나, 그래도 마음에 없는 말을 꺼낸 건 아닌지 머쓱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예전이라고 하면, 예전 가게에 있을 때요?”
“그래. 그때 말이야.”
“음… 확실히 그때랑 많이 달라지긴 했죠.”
“그렇지. 나도 그렇고, 너도 그렇고.”
김성훈의 말에 최성현은 잠시 생각에 잠기며 그때를 떠올렸다. 확실히, 그때에 비하면 상당히 많은 부분이 바뀌어 있었다. 본인만 놓고 봐도 다른 사람이라 해도 무방한 정도였다.
‘일단 그땐 안마에 임하는 자세부터 달랐으니…….’
지금에야 이 직업에 진심으로 임하고 있었지만.
당시엔 전공 지식을 살려서 그냥저냥 괜찮은 페이를 받을 수 있는 알바. 최성현이 이 일을 하면서 갖고 있었던 직업의식은 딱 그 정도뿐이었다.
“그때는 나 정도면 꽤 뛰어난 안마사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말이야.”
“아저씨는 실제로 가게 에이스였잖아요.”
최성현의 말에 김성훈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사실이기는 했지만, 그리 대단한 일은 아니었다.
“에이스라고 해도, 그냥 말 그대로 우물 안에서 제일 잘나가는 개구리였던 거지, 뭐.”
자길 찾아오는 손님도 많았고, 주변 안마사들에 비하면 벌이도 제일 괜찮았다. 다른 안마원에서 스카웃 제의도 많이 받았었다.
허나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정말 아무것도 아닌, 그야말로 우물 안 개구리의 수준이다.
안마사로서의 실력과 기량은 물론이고, 그냥 단순하게 자길 찾아오는 손님들의 숫자나 돈벌이만 놓고 봐도 압도적인 차이가 있었으니까.
“그럼 전 우물 안에 소금쟁이였겠네요.”
“소금쟁이는 좀 너무하고… 물방개 정도?”
김성훈의 말에 최성현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러고는 등받이에 등을 쭈욱 기대며 입을 열었다.
“뭐, 나중에 보면 지금의 우리도 다시 우물 안 개구리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말이야.”
자세하게는 모르지만, 김성훈은 강태한이 이 정도 규모에서 사업을 멈출 생각이 없다는 걸 알고 있다.
언젠가는 전국, 아니 어쩌면 국경을 넘어 전 세계에 천마안마가 퍼져 나갈지도 모른다. 망상 같은 이야기일 수도 있겠으나, 적어도 김성훈은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게 되면, 지금 자기가 대단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이 수준도 작은 우물에 불과하게 되리라.
‘그게 더 기대가 되는 부분이긴 하지만.’
어쩌면 생각보다 너무 일이 커질 수도 있다.
하지만 부담스럽다기보다는, 설렘이 앞선다.
적어도 찜질방에 딸려 있는 작은 안마 숍. 그 안에 머물러 있었다면 떠올려 보지도 못했을 생각이다. 새삼스러운 생각에 김성훈은 빙긋 미소를 지었다.
* * *
“저기, 혹시 성현 씨 여기 있나?”
그렇게 이야기가 오가고 있던 와중.
갑자기 사무실 문이 열리며 누군가가 안쪽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일반 안마사 중에서는 고참 격에 해당하는 인물 중 한 명이었다.
“저 여기 있는데요.”
“아, 그게… 혹시 시간만 괜찮으면 잠깐 뭣 좀 물어봐도 될까, 해서 말이지.”
순간 최성현은 그가 무슨 용건으로 찾아온 것인지 곧바로 파악할 수 있었다. 연습 중에 막히는 부분이 있어 그를 찾았던 것이리라.
“그럼 먼저 일어나 볼게요.”
“그래. 가 봐. 나도 좀 쉬어야겠어.”
최성현은 먼저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김성훈의 눈치를 살펴본 다음,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소 귀찮을 수도 있지만, 이젠 꽤 익숙해진 일이었다.
‘원래는 태한이 역할이었는데 말이지.’
연습을 하다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원래는 강태한에게 찾아가서 물어보는 것이 정석이었다. 최성현도 그랬고 말이다.
물론 지금도 정기적인 강습은 강태한이 직접 하고 있었지만… 연습 중에 궁금한 부분은 최성현을 찾아오는 빈도수가 훨씬 잦았다.
약간 예습 복습 전문 강사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
물론 본인도 같이 배우는 입장이고, 연습을 도와주다 보면 스스로 다시금 깨닫는 부분들도 있기에 마냥 귀찮기만 한 시간은 아니었다.
“그래서, 어떤 부분이 막히시는 거예요?”
“저기, 그게… 조금 이상한 말처럼 들릴 수도 있는데 말이야.”
복도를 따라 걷는 도중 넌지시 말을 건넨 최성현.
헌데, 남자의 반응이 조금 이상하다. 갑자기 주변을 살펴보는 게 어딘가 불안해 보인다고 할까, 약간 혼란스러워하는 느낌이 든다고 할까…….
‘…어라?’
순간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
그는 이미 비슷한 행동을 하는 사람을 본 적이 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본인도 그런 적이 있다. 그리고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다.
“그렇다고 내가 무슨 종교 같은 이야기를 하는 건 아니고, 그냥…….”
“몸 안에서 뭔가가 흐르는 느낌이 든다고요?”
“어… 어, 맞아.”
“설명하긴 애매하지만, 굳이 비유하자면 약간 무협지 같은 데서 나오는 기랑 비슷한 느낌이고요.”
“맞아, 맞아! 어떻게 알았어, 성현 씨?”
아니나 다를까, 최성현의 말에 남자는 예상대로의 반응을 보였다. 그 반응에 최성현은 저도 모르게 웃음을 흘렸다.
강태한이 가게 안마사들에게 제한 없이 꾸준히 제공해 왔던 약차들. 슬슬, 일반 안마사들 사이에서도 그 효과가 나오기 시작하려 하는 순간이었다.
* * *
“선배님! 여기예요!”
서울 마장동 부근에 위치해 있는 한 막창집.
그곳에서 자리를 찾지 못하고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여성은, 자길 부르는 소리에 그제야 상대방을 발견하고 빙긋 미소를 지었다.
“아유, 여기 사람 되게 많다. 웨이팅도 길고.”
“여기 예전부터 되게 유명했던 집이거든요.”
그 여성은 다름 아닌 유세아. 그녀가 짧게 탄식을 흘리며 투정하듯이 말하자, 김세후가 빙긋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원래부터 알던 집이야?”
“네. 가끔, 아주 가끔… 기름진 게 꼭 먹고 싶다 하면, 여기로 와서 먹었었죠.”
당연한 말이지만, 식단 관리를 할 때에 고칼로리 음식은 무조건 피하는 것이 상식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방이 잔뜩 들어 있는 막창, 대창 같은 것들은 반드시 피해야 하는 음식 중의 하나다.
허나 너무나도 먹고 싶어지는 순간이 오면… 정말 가뭄에 콩나듯 한 번씩 먹어 주는 것이 현명하다.
강제로 틀어막으면 나중에 더 큰 대가를 치르게 될 수도 있으니까.
“그렇게 한번 먹는 거, 기왕이면 제대로 먹어야지 해서 여기저기 찾아보고 몇 군데 돌아다녀봤는데, 여기가 제일 맛있더라고요. 반찬도 잘 나오고.”
다만 그렇게 먹어 봤자 결국은 일 인분이다.
그 일 인분조차도 그녀의 식단 기준으로는 몇 끼 수준의 칼로리였으니까. 흰쌀밥에 된장찌개를 곁들인다? 그런 건 말도 안 되는 사치였다.
“선배님은 뭐로 하실래요?”
“글쎄… 난 다 좋아해서. 알아서 시켜 줄래?”
“그러죠 뭐. 여기요, 주문 좀 할게요!”
하지만 오늘의 그녀는 달랐다.
그녀는 슬쩍 메뉴판을 훑어보며 직원을 부르더니, 빙긋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여기 모둠으로 일단 4인분만 주시고요, 염통도 하나 주시고… 볶음밥은 나중에 주문하면 되죠?”
“네. 그렇게 해 주시면 됩니다.”
“그럼 일단 공기밥만 두 개 주세요.”
주문을 받은 직원은 주문표에 체크를 하면서도, 슬쩍 김세후와 유세아의 모습을 살펴보았다. 그러고는 넌지시 입을 열었다.
“저… 저희 가게가 그램 수를 조금 넉넉하게 드리고 있거든요. 혹시 이대로 괜찮으실까요?”
이 집의 인기 비결은 잡내가 하나도 안 나는 것도 있지만, 넉넉하게 담아 주는 1인분도 있었다.
솔직히 말해 여자 둘이서 먹기에는 조금 많은 양. 여기에 공기밥까지 시키고, 뉘앙스를 보아하니 볶음밥까지 시킬 것 같은 기세였다.
직원으로서는 충분히 애매하게 보일 수도 있는 상황. 허나 김세후는 빙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얼핏 의기양양하게까지 보이는 얼굴이었다.
“괜찮습니다. 그대로 주세요.”
사실 마음먹고 식사를 하면 은근히 대식가가 되는 김세후였다. 툭 까놓고 말하자면, 혼자서 3인분도 가볍게 먹을 수 있는 정도.
다만 평소에는 절제하며 많이 먹지 않을 뿐이었다.
허나 지금의 그녀는 다르다. 그런 것을 신경 쓰지 않고, 마음껏 먹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보니까 효과를 보고 있는 모양이네.”
“헤헤… 네.”
평소라면 엄두도 내지 못했을 주문량.
다만 같은 경험을 한 유세아는 지금의 상황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싱긋 웃으며 건네는 그녀의 말에 김세후는 수줍은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체질이 바뀌었는지까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달라도 뭔가 달라지더라고요.”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운동의 효율이 달라졌다.
예전에는 적어도 10만큼은 움직여야 땀이 흐르기 시작했다면, 지금은 3 정도만 운동을 해도 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딱히 땀이 많아졌다기보다는, 몸의 신진대사가 활발해졌다고 해야 할까. 실제로 운동량은 그대로에 식사량은 두 배 가까이 늘었는데, 그녀의 체중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는 상황이었다.
“다 선배님 덕분이에요. 덕분에 이렇게 막창도 실컷 먹을 수 있게 되고.”
그녀는 순간 감회에 젖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어찌 보면 기껏 막창 몇 인분 더 주문했을 뿐이다.
허나 먹고 싶은 메뉴를 먹고 싶은 만큼 먹는 것. 이것은 그녀에게 작은 염원과도 같은 것이었다. 그녀처럼 식단 관리에 시달려 본 사람이라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아 맞다, 저 궁금한 거 하나 있는데요.”
간단한 밑반찬들이 먼저 깔리고, 테이블 가운데에 숯불이 방금 전에 들어왔을 즈음, 김세후가 유세아에게 넌지시 물었다. 그녀는 조금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거기 원장님, 선배 지인이라 하셨었죠?”
“그렇지. 근데 왜?”
“원장님, 혹시 여자 친구 있으세요?”
순간, 김치를 집어 들던 유세아의 젓가락이 허공에서 멈춰 서며 정적이 흘렀다. 아주 찰나의 순간이었으나, 김세후는 바로 앞에 뜨거운 숯불이 깔려 있음에도 서늘한 한기를 느꼈다.
“있지. 무조건 있지. 근데 왜?”
다만 그 순간은 오래 이어지지 않았다. 유세아는 언제 그랬냐는 듯 빙긋 미소를 짓고는, 얼핏 상냥하게 들리는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