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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님 안마하신다-217화 (217/286)

천마님 안마하신다 217화

“단순한 의자나 소파라고 보기에는 너무 거창하게 생긴 것 같고… 기능성 침대, 뭐 그런 건가?”

데이빗은 안마 의자를 향해 천천히 걸어가며 물었다. 딱히 용건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냥 지나치기에는 너무 흥미롭게 생긴 물건이었다.

“아, 데이빗은 이걸 처음 보는 건가요?”

“뭐… 유명한 물건인가?”

“요즘 완전 핫한 놈이죠! 인터넷에서도 그리고 여기 있는 동료들 사이에서도요.”

켈빈은 말도 말라는 제스처를 취하며 고개를 저었다. 다소 과장된 몸짓이기는 했으나, 그렇다고 없는 말을 지어낸 것은 아니었다.

인터넷을 중심으로 점차 인지도가 쌓여 가고 있는 것도, 회사 동료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것도 사실이었으니까.

지금이야 한참 업무 시간인지라 휴게실이 한가했지만, 사람들이 몰려드는 시간이 되면 안마 의자 앞으로 줄이 주르륵 늘어서 있는 것도 그리 보기 드문 광경이 아니었다.

“흐음… 그래서, 이건 어디다 쓰는 물건인데?”

“안마 의자예요.”

“안마 의자……?”

데이빗은 켈빈의 말을 되풀이하며 한 발자국 더 다가갔다. 단순하게 호기심만 어른거리던 그의 눈빛에 좀 더 깊은 관심과 흥미가 생겨났다.

“이 의자에 앉아 있으면 마사지를 해 준다는 건가?”

“맞아요. 머리부터 발끝까지.”

그런 데이빗의 모습을 보며, 켈빈은 뒤쪽에서 히죽 미소를 지었다. 자신의 생각대로 진행되어 가는 상황에 웃음이 절로 피어올랐다.

‘그야 관심을 보일 수밖에 없지.’

에이플러스는 굉장히 자유로운 사내 분위기를 갖고 있는 회사다. 본인에게 주어진 역할만 다 하고 실적만 낸다면야, 밤낮을 지새우며 일을 하건 하루 종일 휴게실에서 놀고 있건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는다.

회사에서 정해 놓은 스케줄대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본인 스스로 생각하는 적절하고 효율적인 스케줄대로 일할 수 있는 것.

그렇기에 대부분의 직원은 최대한 집중력을 끌어올려 짧은 시간 동안 업무를 마치고, 그만큼 최대한 많은 개인 시간을 확보해 놓는 것을 선호한다. 사람이라면 응당 자연스러운 일이라 할 수 있으리라.

하나 이와 반대되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일을 마치고 나면 다른 일을 찾고, 그게 끝나면 또 다른 일을 찾아 시작하고… 좋게 말하면 업무에 몰두하는 사람이고, 나쁘게 말하자면 워커 홀릭이라고 할 수 있으리라.

그리고 켈빈이 알고 있는 회사 사람 중에서 그런 부류의 가장 대표격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이 데이빗이었다.

자리에 앉아 모니터와 서류만 들여다보고 있는 시간이 하루의 대부분이고, 휴게실에 가는 것도 거의 없으며 그마저도 다 마신 커피를 채우러 가는 정도다.

뭐 회사가 바쁘게 돌아가거나 업무가 쌓여 있을 때라면 누구나 그럴 수 있지만, 데이빗은 비교적 한가할 때에도 똑같이 행동한다. 그야말로 일에 미쳐 있는 사람이라고나 할까.

다만 그렇다고 해서 몸까지 철인인 건 아니다.

남들이 쉬는 시간까지 일만 해 온 만큼, 당연히 그 몸에는 상당한 피로가 쌓여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 까칠한 말투와 냉담한 성격도 만성피로 때문에 그런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였으니까.

켈빈이 노린 것은 바로 그 부분이었다.

항상 피로에 찌들어 있을 데이빗. 딱히 내색은 안 하지만, 그라고 좋아서 피곤을 달고 살겠는가? 그런 상황에서 ‘안마 의자’라는 말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흥미가 생길 수밖에 없는 키워드인 것이다.

“…아, 이런. 미안하구만. 이걸 보러 온 게 아니라 자네와 이야기를 나누려고 온 거였는데 말이야.”

아니나 다를까 한참 동안 유심히 안마 의자를 살펴보고 있던 데이빗. 그는 뒤늦게 원래 목적을 떠올린 듯 켈빈에게 사과를 건네며 시선을 돌렸다.

“아뇨아뇨, 괜찮습니다.”

하나 사과를 할 필요는 없었다.

“사실 이 안마 의자가 이야기의 핵심이라서요.”

애초에 켈빈의 목적은 이야기를 나누는 게 아니라, 이 안마 의자의 앞으로 그를 데려오는 것이었으니까.

“핵심이라… 흐음. 그렇게 된 거로구만.”

그 말에 입 주변을 쓸어 만지며 침음을 흘리는 데이빗. 켈빈의 생각을 파악하는 데에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는 안마 의자를 가리키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게 바디케어의 안마 의자인 모양이군?”

“바로 그렇습니다. 사실 처음 기획이 시작된 것도 이 안마 의자 때문이었습니다. 한번 이용해 본 순간, 아이디어가 팍 떠올랐거든요.”

같은 경험을 공유하면 너도 나의 기획에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는 뜻. 간단하게 말하자면, 너도 한번 체험해 보라는 의미다.

지극히 단순하면서도 효율적인 협상안이지 않은가.

물론 이런 협상법을 쓸 수 있는 건 지극히 한정적인 경우들로 제한되겠지만… 적어도 지금의 데이빗에게는 나쁘지 않게 들리고 있었다.

“…좋아. 한번 이용해 보도록 하지.”

켈빈 클라스너가 계획하여 제출했던 기획.

데이빗은 해당 기획을 한번 쳐 낸 입장이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의 노력과 열정까지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사업성이 떨어지고 기존 개발 방향과 동떨어져 있어 리스크가 크다고 판단했을 뿐이다.

다만 나름 열심히 진행시키고 있던 기획이 무산되는 심정도 이해한다. 아마 억울하겠지. 그 억울함을 해소하고자 이런 일을 벌이는 것도 이해가 간다.

그런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설득을 하거나, 도리어 설득을 당하는 것도 그의 역할이다.

이야기를 나누러 여기까지 온 것도 그 역할의 연장선. 그렇다면 이 안마 의자에 앉는 것도 같은 연장 선상에 있는 일이리라.

‘사실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할 정도로 대단한 뭔가가 있을 것 같지는 않지만 말이지…….’

이 안마 의자를 과소평가하는 것은 아니다.

솔직히 말하면 적지 않은 호기심도 있다.

어쩌면 정말 이 제품이 마음에 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설령 그렇다고 해도…….

그런 걸로 기획의 통과 여부를 결정지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업무는 어디까지나 공적인 영역.

사적인 제품 평가가 그 부분까지 좌지우지하는 일은 극히 드물고, 애당초 의식적으로라도 경계해야 하는 일이다. 적어도 데이빗에게는 그랬다.

“설정은 어떤 걸로 해 드릴까요? 스포츠? 휴식?”

“아무거나 알아서 해 주게, 부드러운 걸로.”

“탁월하시네요. 알겠습니다.”

그동안 하루에도 몇 번씩 이용하면서 반쯤 전문가가 된 켈빈이다. 그는 능숙하게 리모컨으로 설정을 조작하더니, 이윽고 안마 의자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제법 본격적인 느낌이긴 하군.”

롤러로 이뤄진 센서가 몸을 훑으며 신체를 측정하는 과정. 그와 동시에 의자의 높낮이와 쿠션의 위치 또한 최적의 상태로 조절된다.

그 일련의 과정에 감탄을 하긴 했으나, 아직까진 시큰둥한 데이빗의 목소리. 아무래도 본인의 생각이 바뀔 일은 없다고, 그렇게 생각했다.

다만 그 생각이 바뀌기까지 걸린 시간은, 삼 분.

“…어?”

측정을 마치고 워밍업을 하듯 폼 롤러가 가볍게 문대는 시간이 끝이 나자, 본격적인 안마가 시작된다.

“어어어어……?”

온몸을 주무르고 조여 오는 하드 쿠션과 마치 근육 안쪽이라도 찌르는 것처럼 깊숙이 들어오는 지압.

아프다. 단순히 온몸이 아플 뿐만 아니라, 전신 곳곳에 숨어 있던 통각 세포들까지 들춰내고 끄집어내서 자극을 가하는 것만 같다. 하지만.

“…억, 으흑, 으핫!”

하나 그 느낌이 불쾌한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입에서 자연스레 터져 나오는 목소리.

그건 비명보다는 순수한 탄성에 가까운 것이었다.

분명 고통이고 아픔인데, 그럼에도 본인의 신경세포들은 이것을 쾌락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마치 변태처럼 들리겠지만, 어쩌겠는가. 그것이 사실인데.

‘이건… 이건 대체……!’

일에만 몰두하여 살아온 세월이 벌써 사 년.

아니, 이전의 직장까지 포함한다면 사 년은 가볍게 훌쩍 뛰어넘는 세월이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이성적으로 생각해 보면 그럴 리가 없겠지만, 데이빗은 그동안 몸에 축적된 피로가 사르르 녹아내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어때요. 장난 아니죠?”

그런 데이빗의 모습을 지켜보다 넌지시 말을 건네는 켈빈. 하나 대답은 돌아오지 않는다. 대답이 돌아올 거라 생각하고 건넨 말도 아니었고, 굳이 말로 답을 들을 필요도 없는 상황이었다.

“으하… 우흐흐흐.”

안마 의자에 몸을 맡기고 있는 데이빗. 그 상태로 웃음을 흘리고 있는 그의 표정은, 그야말로 안락하면서도 쾌락에 젖어 있는 그런 표정이었으니까.

* * *

한편, 대한민국에 위치해 있는 바디케어의 연구실.

각자 본인의 업무에 몰두하여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한 여성이 넌지시 입을 열었다.

“근데 팀장님, 갑자기 어디서 이렇게 많은 예산을 끌어오신 거예요?”

“예산? 우리가 신청했으니까 주는 거지, 뭐.”

그녀의 말에 답한 것은 권태수 팀장.

그는 새삼스럽다는 듯한 말투로 말했지만, 여성은 좌우로 고개를 저었다. 그 정도 수준의 이야기였다면 굳이 말할 필요도 없었다.

“그렇긴 한데… 평소에 들어오던 예산이랑 좀 차이가 크잖아요? 숫자를 잘못 적은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 정도인데.”

슬슬 예산이 떨어져 가기에 새로 넣어 놨던 추가 예산 신청. 한데 돌아온 예산의 규모가 심상치 않았다. 식당에서 밥을 시켰는데 공기밥이 아니라 밥솥 채로 밥이 나온 느낌이라고 할까.

그뿐이 아니었다.

예산뿐만 아니라 팀원들 모두에게 격려금까지 쥐어졌다. 그것도 상당히 두둑한 액수로 말이다.

“안 좋은 일은 아니잖아?”

“그렇긴 한데… 좀 궁금하다는 거죠.”

당연히 싫지는 않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일이라고 하더라도 어떻게 된 일인지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뭐 그리 대단한 일은 아니고.”

그 말에 권태수 팀장은 머쓱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그도 자세한 내용까지 알지는 못했지만, 짚이는 부분이 있기는 했다. 아니, 이것 말고는 설명이 되지 않았다.

“저번 발표 때 회장님도 오신다고 했었잖아?”

“그랬죠.”

“거기서 우리 팀을 좋게 봐 주신 거 같아. 그래서 이번 프로젝트에 좀 더 힘을 실어 주시는 게 아닐까… 그렇게 생각이 좀 드네.”

물론, 처음부터 주목을 받던 프로젝트이긴 했다.

다만 그것만으로 이런 특별 대우를 해 주는 것이라면, 지금부터가 아니라 처음부터 그랬으리라. 그 말에 다른 팀원이 넌지시 입을 열었다.

“그럼, 회장님도 눈여겨보고 계신단 말이네요?”

“그렇지. 프로젝트 내용이 내용이다 보니 처음부터 그러셨겠지만, 이젠 더 관심 있게 보시겠지.”

“와… 대박이다.”

감탄을 터트리는 팀원의 한마디. 그 말에 권태수 팀장은 피식 웃음을 터트리며 덧붙이듯이 말했다.

“대박이긴 한데, 쪽박이 될 수도 있어.”

“예? 왜요?”

“회장님이 따로 신경 써 준 프로젝트인데, 결과가 시원찮아 봐. 우리 커리어는 여기서 마무리 아니겠냐.”

“…아.”

기대가 높으면 실망도 클 수밖에 없는 법.

듣고 보니 그것도 그렇다. 부담을 느꼈는지 살짝 굳어 가는 팀원의 모습에, 권 팀장은 피식 웃음을 흘리며 일부러 가벼운 말투로 입을 열었다.

“뭐 우리가 잘하면 끝나는 일이지. 지금까지 잘 진행시켜 왔잖아? 좀 더 열심히 해서 대박 한번 터트려 보자고.”

그는 별거 아니라는 듯한 말투로 말하곤, 책상 앞에 있는 모니터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렇게 말하긴 했지만, 솔직히 마냥 수월한 상황은 아니었다.

‘에이플 쪽이랑 일이 잘 풀려야 하는데…….’

그쪽 직원과 지금까지 어느 정도 소통을 해 온 결과, 권 팀장은 확신을 할 수 있었다.

에이플과 기술을 공유하고 활용할 수만 있다면, 제품에 강태한 기술 고문의 테크닉들을 훨씬 더 상세하게 구현해 낼 수 있다고.

에이플과의 협력은 단순한 서비스의 제휴, 인지도의 향상 때문만이 아니라, 기술과 제품의 완성도를 위해서도 필요한 절차였다.

물론, 바디케어의 자체 기술만으로도 신제품을 개발할 순 있다. 하나 그것만으로는 ‘대박’이라고까지 말하기 부족하다.

그는 아쉬움이 가득한 얼굴로 등받이에 등을 기댔다. 그러고는 아까 전부터 그래 왔듯이, 모니터 창에 띄워진 메일 창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에이. 이런다고 메일이 오는 것도 아닌데.’

그렇게 한참을 있었을까.

괜히 부질없는 짓으로 시간을 낭비한다는 생각이 들어, 그는 인터넷 창을 끄기 위해 마우스 위로 손을 올렸다. 그때였다.

“뭐야, 진짜 왔네?”

마우스를 클릭하기 직전 딱, 하고 떠오른 N자 표시.

새로운 메일이 도착했다는 의미다. 보낸 이의 이름은, 다름 아닌 켈빈 클라스너. 여태 동안 같이 이야기를 진행해 왔던 에이플러스의 직원이다.

권태수는 잠시 긴장한 표정으로 깊은 숨을 내쉬고는, 조심스레 메일을 클릭하고 내용을 확인했다.

[아무 문제없어. 계속 진행하자고.]

그 안에 담긴 건, 긴장이 무색할 정도로 짧은 내용.

“…베리 베리 굿.”

하나 그 내용은, 권태수의 고민을 날려 버리고 미소를 짓게 만들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 * *

“성현 씨!”

만나기로 했던 약속 장소의 앞.

용산역 인근의 카페에서 최성현이 두리번거리고 있자, 한 여성이 손을 흔들며 그에게로 다가왔다. 다름 아닌 대한민국 양궁 국가 대표 선수, 정가인이었다.

“뭐야, 먼저 와 있었어요?”

“네. 제가 좀 빨리 왔죠.”

“이 정도면 빠른 게 아니라 반칙 수준인데…….”

최성현은 슬쩍 손목에 찬 시계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현재 시각은 열한 시 사십 분. 약속 시간보다 이십 분이 이른 시간이었다.

그 말인즉슨, 최성현도 이십 분 일찍 나온 것. 하나 그럼에도 상대방이 먼저 반겨 주고 있었으니, 그로서는 당황할 만도 했다.

“이러면 영화 시간까지 한참 기다려야겠는데요?”

“알아요. 그래서 일찍 온 거예요.”

“…영화 오래 기다리고 싶어서?”

설마, 하며 쳐다보는 최성현의 표정은 나름 진지했다. 그 반응에 정가인은 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

“하하! 그럴 리가 없잖아요.”

“그러면요?”

“그냥… 이렇게 일찍 보면 같이 쇼핑몰도 구경하고, 오래 있을 수 있으니까?”

잠시 말문이 막힌 최성현. 당황스럽지만, 연인으로서는 참 기쁜 말이다. 그는 머쓱한 목소리로 옆머리를 긁적이며 입을 열었다.

“제가 정시에 맞춰 왔으면 어쩌려고…….”

“그야 성현 씨도 일찍 올 줄 알고 있었죠.”

그러면 다시 또 할 말이 없어진다.

크흠, 흠. 최성현은 괜스레 헛기침을 내뱉어 목청을 가다듬고는, 인근에 있는 쇼핑몰을 가리키며 물었다.

“…그럼, 바로 가실까요?”

“네. 일단 카페부터 가요.”

“흠. 이번에 새로 입점한 곳이 좀 유명한 것 같던데, 그쪽으로 가죠.”

한 발자국 앞장서며 뒤쪽으로 손을 내미는 최성현.

정가인은 그 손을 보고 잠시 움찔했으나, 이내 조심스레 손을 붙잡고 자연스레 옆을 걷기 시작했다.

왼쪽과 오른쪽.

조금 부끄러운지,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는 시선.

하나 그럼에도 배시시 웃음을 흘리고 있는 두 사람의 표정은, 서로 얼추 비슷한 느낌이다.

‘…역시 좋네.’

나름 열정적인 축구 팬으로서 큰 기회를 포기하고 나온 최성현이었으나… 적어도 지금 이 순간, 그의 얼굴에는 일말의 미련이나 후회도 없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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