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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님 안마하신다-212화 (212/286)

천마님 안마하신다 212화

“미스터 스미스!”

라이너 빌딩 인근에 위치해 있는 널찍한 카페.

이제 막 가게 안으로 들어온 백인 남성 한 명이 주변을 두리번거리자, 구석진 자리에 앉아 있던 남자가 몸을 일으키며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여깁니다!”

그는 다름 아닌 왓튜버 덴버정.

그 모습을 발견한 남자, 캘리버 스미스는 이내 반가운 기색을 내비치며 마주 손을 흔들고는, 그쪽으로 걸어가 맞은편 의자에 자리를 잡았다.

“이야, 오늘 시간 내주셔서 정말로 감사합니다. 이거 너무 반갑네요.”

“저야말로 고맙죠. 어차피 한가하던 참인데.”

덴버정이 미국식 제스처를 취하며 인사를 건네자, 캘리버는 과장된 몸짓으로 어깨를 으쓱였다. 덴버정은 피식 웃음을 흘리고는 카운터 쪽을 가리키며 물었다.

“음료는 어떤 걸로 하시겠습니까?”

“음… 여기 콜라는 없겠죠?”

“하하. 콜라 정도야, 뭐. 드시고 싶으시다면 제가 어떻게든 구해다 드릴 수 있죠.”

그 말에 캘리버는 미소를 지으며 손을 저었다.

“장난입니다. 여기서는 블랙커피를 차갑게 해서 마시던데, 그거나 한 잔 부탁드리죠.”

“아이스 아메리카노 말이군요. 알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이면서 자리에서 일어나는 덴버정.

잠시 후, 그는 주문한 음료들을 가지고 다시 자리로 되돌아왔다. 그는 캘리버의 앞에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을 내려놓으며 넌지시 입을 열었다.

“이거, 커피 한 잔으로 대접이 되려나 모르겠네요.”

“별말씀을. 점심시간에 공짜 커피 한 잔이면, 한가한 사람 한 명 꼬시기에는 딱 적당하죠.”

“뭐, 그렇기야 한데… 그 한가한 사람이 미국 최고의 스포츠 스타들 중에 한 명이라면, 아무래도 이야기가 좀 달라지지 않겠습니까.”

캘리버의 겸손한 말에 덴버정은 조그맣게 헛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로서는 지금도 믿기지 않는 상황이었다.

미국에는 다양한 스포츠들과 리그들이 있지만, 그것들을 인기순으로 나열한다면 아마 미식축구와 NFL은 여전히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갈 것이다.

예전에 비하면 인기가 많이 사그라지기는 했으나, 그래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즐기고 있으며 매년 수많은 스포츠 스타들이 배출되고 있는 건 변하지 않는 사실이었으니까.

그리고 눈앞에 있는 캘리버 스미스는.

팀 마이애미 헤비나이츠의 핵심이라 불리는 선수이자, 현재 미식축구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힌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유명 선수들 중에 한 명이다.

그런데 그런 선수와 이렇게 카페에 앉아 커피 한잔을 나누며 담소를 나눈다?

당연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한국 스포츠계로 비유를 들자면 지금 가장 큰 화제를 몰고 있는 에버튼FC의 강주완 선수, 연예인으로 치자면 이한건 씨와 카페에 둘이 앉아 있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리라.

“솔직히 어제는 좀 많이 놀랐습니다.”

“제가 길거리에 있어서요?”

“그냥 길거리에 있기만 한 게 아니었죠. 편의점에 앉아 컵라면을 안주로 소주를 드시고 계셨잖아요.”

덴버정은 전날 우연히 포착하게 된 그 광경을 떠올리며 히죽 미소를 지었다.

마치 퇴근하고 허기나 채울 겸 잠깐 편의점에 들렀다가 한잔까지 하고 가는, 동네 아저씨 같은 모습.

그 모습을 보고 누가 미국 최고의 스포츠 스타를 떠올릴 수 있겠는가. 게다가 그 모습이 은근히 자연스러운 것이, 과장 조금 보태자면 이미 한국에서 오 년 정도는 살아온 사람 같은 스웩이었다.

“그래요? 인터넷에서는 그게 한국에선 꽤 자주 보이는 자연스러운 모습이라고 하던데.”

“그렇기는 한데… 아, 이걸 뭐라 설명해야 되나.”

뭔가 묘한 광경이기는 하다만, 틀린 말은 또 아니다. 애초에 외국인이 편의점 테이블에서 뭘 먹고 있는 게 이상한 건 아니지 않은가.

덴버정은 잠시 고민에 빠졌다가, 이내 머쓱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이더니 슬쩍 다른 화제로 이야기의 방향을 돌렸다.

“그건 그렇고, 한국에는 무슨 일로 오신 거예요?”

“아, 전 치료를 받을 곳이 있어서 왔습니다.”

“…치료요? 한국까지?”

캘리버의 답에 덴버정은 순간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에게 있어서는 살짝 의외의 답변이었던 것이다.

물론 전 세계적으로 봤을 때 한국의 의료 시스템은 굉장히 훌륭하게 잡혀 있는 편이다. 하나 의료 기술의 측면에서 보자면, 한국보다 미국 쪽이 앞서가는 것이 엄연한 사실이다.

다만 그만큼 막대한 비용을 감수해야겠으나… 캘리버는 그 정도 비용은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다. 독자적인 어떤 기술이 한국에만 있는 게 아니라면, 굳이 이곳까지 찾아올 이유가 없는 것이다.

다소 의아하게 생각할 수 있는 부분.

하나 그 다음으로 이어진 캘리버의 말에, 덴버정은 곧바로 납득하며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네, 부상이 좀처럼 낫질 않아서 고생을 하고 있었는데, 여기서 안마를 받으니까 효과가 있더라고요.”

“여기라면, 혹시 저기 있는 천마안마요?”

“오! 맞습니다. 역시 아시는군요.”

“아하…….”

원래라면 믿기 힘든 말이었겠으나.

덴버정은 최근, 아니 최근이라고 할 것도 없이 바로 어제 천마안마에 다녀온 참이었다. 지금의 그라면, 과장 조금 보태서 ‘천마안마에 다녀왔더니 원하는 대학에 합격했다.’라 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였다.

‘아니… 그것도 충분히 가능할 것 같은 게 새삼 무서운 부분이네…….’

안마를 받았더니 머리가 맑아지고 집중력이 향상되었다. 덕분에 평소에 안 풀리던 문제도 술술 풀리고 암기력이 향상되었다.

천마안마라면 또 충분히 있을 만한 이야기이지 않은가. 막연한 예시로 떠올린 게 막상 또 그럴듯하다는 게 어이가 없었는지, 덴버정은 헛웃음을 터트리며 아래턱을 긁적였다.

“그래서, 이젠 치료를 마치고 관광 중이신 건가요?”

“아뇨, 그건 아닙니다. 선생님 말로는 아직 완치가 안 됐다고 하시더라고요. 개인적으로는 여기서 더 좋아질 수가 있나 의아한 수준인데…….”

캘리버는 신기하다는 듯이 오른쪽 손을 내려다보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한때는 이렇게 손가락도 마음대로 꼼지락거릴 수 없었던 시절이 있었다.

하나 지금은 자유자재로 몸을 움직일 수 있고, 몸의 떨림도 거의 사라졌다. 운동을 할 때에도 별다른 제약이 없으며, 심지어 소화 불량이나 위경련 같은 자잘한 문제들도 말끔하게 사라져 있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미 기적과도 같은 상황.

그런데 여기서 몸 상태가 더 좋아질 수 있다는 것이, 그로서는 믿을 수 없는 이야기일 수밖에 없었다.

“뭐 어쨌거나, 주된 목적은 부상 회복이랑 재활이죠. 물론 겸사겸사 관광도 하고요.”

“아하… 꽤 오래 계시나 보구나.”

덴버정은 고개를 두어 차례 고개를 끄덕이더니, 조심스레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그러고는 한동안 뜸을 들이다 넌지시 입을 열었다.

“사실, 어제도 말씀드렸지만 제가 왓튜버거든요.”

“아, 네. 기억하고 있습니다.”

전날 편의점에서 서로 인사를 나누며 소주 한 병을 나눠 마셨을 때. 그때 나눴었던 대화를 떠올리며 캘리버가 답했다. 덴버정은 슬쩍 미소를 짓고는 계속해서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방금 스미스 씨와 대화를 나누면서 팍! 떠오른 생각인데… 혹시 재활 훈련의 과정을 영상으로 남겨 보실 생각, 없으십니까?”

“…영상으로 남긴다?”

아직 무슨 말인지 이해는 못 한 것 같지만…….

그래도 꽤 흥미를 보이는 듯한 반응이다.

그런 캘리버의 반응에 덴버정은 마시던 커피를 슬쩍 옆으로 밀어 놓고는, 앞쪽으로 고개를 내밀며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꾸준히 촬영을 해 놓고, 약간 비포 앤 애프터 느낌으로 나중에 보는 거죠. 성과를 확인하는 데도 도움이 되고, 꽤 좋은 콘텐츠가 되지 않겠습니까?”

“흐음… 비포 앤 애프터라.”

약간 애매한 표정이긴 하지만, 그래도 아직 흥미를 띠고 있는 긍정적인 반응이다. 여기서 덴버정은 쐐기를 박듯 이야기를 덧붙였다.

“단순히 재미를 떠나서, 스미스 씨의 소식을 궁금해하던 팬들에게도 좋은 선물이 될 것 같습니다.”

본래 기본적으로 거래에서 가장 효과적인 카드는 돈이지만, 이 자리에서 금전적인 조건들은 그렇게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어지간히 큰 대박이 터지지 않는 이상, 왓튜브 영상에서 나오는 수익을 전액 양도한다고 하더라도 캘리버에게는 그렇게 매력적인 액수가 아닐 테니까.

“흐음… 그건 그렇네요.”

그럴 바에는 다른 유형의 매력들을 언급하는 쪽이 훨씬 더 효율적인 방법이다. 실제로 팬이라는 단어가 언급되자, 캘리버는 좀 더 진지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리고 이건 그냥 사적인 생각이긴 한데…….”

여기서 덴버정은 하나의 카드를 더 꺼내 놓았다. 어쩌면 별 상관이 없는 이야기일지도 모르겠으나, 적어도 솔직한 이야기이기는 했다.

“천마안마의 강 선생님 솜씨가 이렇게 감춰져 있는 게, 좀 아쉬운 느낌이 든다고 할까요.”

“…이미 꽤 알려진 편이지 않나요? 페르모 가이드에도 이름이 실려 있다고 들었는데.”

캘리버가 의아한 반응을 내비쳤으나, 덴버정은 천천히 고개를 저으며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페르모 가이드는 결국 텍스트일 뿐이잖아요. 아무래도 글자로 전달하는 건 한계가 있죠. 표현도 한정적이고, 그대로 믿기도 힘들고. 제가 말하는 건…….”

“…좀 더 사실대로, 있는 그대로 전달할 수 있는 영상을 남기고 싶다?”

“바로 그겁니다.”

덴버정은 손가락을 튕기며 고개를 끄덕였다.

전날 천마코스 안마를 받으며 촬영했던 영상.

그건 사실 그대로, 아무런 편집도 가하지 않은 영상이었으나, 누구나 조작을 의심할 만한 영상이었다.

하나 비슷한 영상이 하나 더 있다면.

그것도 섭외조차 어려운 외국 유명인에다, 재활 훈련의 과정을 전체적으로 담아내는 영상이라면.

그렇다면 아무래도 영향력이 다를 수밖에 없다.

천마안마가 널리 알려지고 유명세를 탄 것은 사실이다. 하나, 그저 ‘인기 많고 솜씨 좋은 안마원’ 정도로만 생각될 뿐이다.

그것만으로는 이 영험한 효능을 설명하기에 부족하다. 너무나도 아쉽다. 그런 상황에서, 덴버정에게 정말 우연한 만남으로 적절한 콘텐츠가 떠오른 것이다.

“…괜찮은 생각으로 들리는군요.”

그 뒤로 잠시 흐른 침묵.

그 침묵 속에서, 캘리버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먼저 입을 열었다. 그러고는 그의 말에 공감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사실 저도 비슷한 생각을 떠올리긴 했었거든요.”

천마안마는 이미 꽤 유명한 편이다.

다른 데서 찾을 것도 없이 본인이 그 증인이었다. 유명하지 않다면, 미국에 있는 그가 이곳을 알게 되었을 리도 없고 찾아올 수도 없었을 테니까.

하나 부족하다. 천마안마가 선사하는 이 기적 같은 체험을 생각하면, 이 정도는 아직도 턱없이 유명세가 부족한 수준이다.

“정말입니까!”

한편, 그 대답에 덴버정은 환호에 가까운 목소리를 내질렀다. 캘리버가 워낙 유명 인사였기에, 솔직히 그냥 내질러 봤을 뿐이지 정말 성사될 거라고는 크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다.

“예. 일단은 구단 쪽이랑 이야기를 해 봐야겠지만, 별 지장은 없을 겁니다. 선례도 있으니까요.”

그는 앞서 몇몇 왓튜브 채널에 출연한 적이 있는 동료 선수들의 일을 떠올리며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자세한 사항까지 알지는 못했지만, 아마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다만 조건이 있습니다.”

“아, 네. 얼마든지 말씀하시죠.”

덴버정은 경청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듯 그의 눈을 바라보며 수차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상황에서, 캘리버는 사뭇 진지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저는 천마안마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제안을 받는 겁니다. 그렇기에, 강 선생님도 이 이야기에 동의한다는 전제하에 이 제안을 받아들이겠습니다.”

강태한 덕분에 캘리버는 선수로서 살아갈 수 있는 희망을 얻었다. 그가 느끼는 감사함은, 은혜라는 말조차도 부족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하나 그가 강태한에게 보답한 것은 고작 돈, 그마저도 원래 천마코스에 매겨져 있는 가격뿐이었다. 뭘 따로 전하려고 해도 강태한이 한사코 거부한 탓이다.

그런 와중에 이런 식으로 도움이 될 수 있다면야.

그로서도 매력적으로 들리는 제안이다.

“그건 당연한 이야기죠, 스미스 씨.”

그리고 덴버정은 싱긋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그 또한 강태한에게 민폐를 끼칠 생각은 하나도 없었으며, 캘리버와 비슷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대박 콘텐츠, 채널의 확장, 구독자, 이런 욕심이 하나도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적어도 강태한에게 도움을 받고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는 건 그 또한 마찬가지였으니까.

* * *

김포 공항의 외진 곳에 위치한 별도의 터미널.

다른 터미널들과 비교적 멀리 떨어진 곳에 위치한 이곳은, 민간 항공사의 여객기들이 아니라 주로 개인 소유의 전용기들이 주로 이용하는 터미널이다.

그런 만큼 아무래도 대중적으로는 잘 알려지지 않은 공간이며, 배치된 직원들의 숫자도, 오고 가는 승객들의 숫자도 다른 터미널에 비하면 적을 수밖에 없는 조용한 공간이다.

하지만, 어느 곳이건 간에 간혹 예외는 있는 법.

“이야! 드디어 한국에 와 보는구만!”

“진짜 너무 와 보고 싶었다, 너무!”

“와 보고 싶었다니, 처음 온 것처럼 말하네? 바트, 넌 시즌 중에 훈련 빼먹고 혼자 갔다 왔었잖아?”

“허허, 내가 그랬었나?”

방금 착륙한 전용기 하나가 터미널과 연결되더니, 이윽고 줄줄이 잔뜩 몰려나오는 한 무리의 청년들.

하나같이 눈으로만 봐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잔뜩 들떠 있는 것이, 각자 한마디씩만 내뱉어도 온 터미널이 시끌벅적해지는 수준이었다.

“자자, 조용조용! 일단 짐부터 찾으러 가자고!”

“예, 가이드 선생님!”

“현지인 가이드가 있으니 든든하구만.”

그리고 그들을 인솔하듯 앞장서서 걸어가고 있는 한 한국인. 그는 다름 아닌 강주완이었으며, 그 뒤를 따르고 있는 이들은 에버튼FC의 선수들이었다.

하나같이 유명인이라 할 수 있는, 특히 이번 시즌을 마친 이후로는 한 명 한 명이 그야말로 엄청난 주목을 받고 있는 스포츠 스타들이었으나.

“선생님! 오늘 저녁은 어디서 먹나요!”

“너희 삼겹살 먹고 싶다면서? 그거나 먹자.”

“워후! 코리안 바비큐!”

“바 비 큐! 바 비 큐!”

조용했던 터미널을 잔뜩 들뜬 목소리로 꽉꽉 채우며 걸어가는 그들의 모습은, 마치 수학여행을 나온 남자 고등학생 무리에 비견될 만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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