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마님 안마하신다-204화 (204/286)

천마님 안마하신다 204화

“오, 오오, 오오오오!”

캘리버는 한동안 상황을 파악할 수가 없었다.

물론 자기가 안마를 받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그 안마가 꽤 많이 아플 거라고 한 것도 그리고 자기가 거기에 동의한 것도 알고 있었다.

다만 그 모든 생각이 한 번에 날아갔을 뿐.

온몸을 타고 퍼져 가는 이 고통. 그리고 몸 안 곳곳까지 흘러 들어오는 이 강렬한 자극은, 그의 머릿속을 새하얗게 만들어 버리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그만! 그만! 제발 그만!”

생각이 날아갔으니 머릿속에 남은 건 본능뿐이다.

고통에 저항하기 위해 본능적으로 몸부림을 치는 캘리버. 하나 그의 몸부림은 정말 미동에 불과한 수준에 불과했다. 어찌된 일인지 날뛰려고 해도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던 것이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비록 공을 던지는 쿼터백의 포지션이긴 하지만, 미식축구계에서 프로로 활동하고 있는 만큼 캘리버 또한 엄청난 근육질의 몸이다.

어지간한 일반인들과는 비교 자체를 할 수 없는 수준이고, 평상시에 힘 싸움에서 밀려 본 경험도 없다. 물론 그동안 운동량이 확 줄어들어 힘이 많이 빠지기는 했으나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런 남자 한 명의 손길을 뿌리치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한데 무슨 일일까.

딱히 몸을 제압당하고 있거나 눌리고 있는 것도 아닌데, 자기 마음대로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흐음. 확실히 힘이 좋긴 좋군.’

반면 그 모습에 강태한은 조그마한 감탄을 터트렸다. 원래라면 조금도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일 터인데, 미동이라도 하고 있는 것 자체가 그의 힘을 증명하는 셈이었다.

“저기, 미, 미스터…….”

그러던 중 강태한의 손이 잠깐 쉬고 있었을 즈음.

그나마 정신이 좀 돌아오고 진정된 캘리버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앞서 한참 비명을 내지르고 몸부림을 치려 했던 탓인지 힘이 빠진 목소리였다.

“왜 그러나?”

“혹시 마취 같은 건 없습니까……?”

현대 의학에선 고통이 심한 시술을 하거나 수술을 할 때에 환자를 마취시킨다. 물론 이건 단지 안마일 뿐이다. 하나, 적어도 캘리버가 느끼기에는 마취가 절실하게 필요한 상황이었다.

엄지손가락이 그의 몸을 누를 때마다 마치 꿰뚫리기라도 한 것처럼 아프고, 신경은 이상할 정도로 예민해져 감각이 증폭되어 있는 상황이다.

그냥 지압만으로도 이를 꽉 깨물어야할 정도로 아픈데 감각마저 예민하게 증폭되어 있는 상황이니, 그의 몸속은 마치 220V 전압을 연결해 놓은 것처럼 계속해서 고통과 자극으로 지져지는 상황이었다.

“마취라. 가능은 하다만…….”

단순하게 몸의 감각을 끊어 내는 것도, 어떤 자극에도 깨어나지 않을 정도로 깊이 잠재우는 것도 가능하다. 하나 강태한은 가볍게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지금은 아무래도 그렇게 해 줄 수가 없군.”

“왜, 왜죠?”

“자네가 절절하게 느끼고 있는 그 고통이 이 요법(療法)의 핵심이니까 말이야.”

당황스럽다 못해 원망마저 느껴지는 캘리버의 목소리. 그 목소리에 강태한은 담담한 목소리로 사실을 입에 담았다.

혈도는 일반적으로 인식할 수 없으나, 그럼에도 몸의 생명 활동을 유지하는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다.

그렇기에 혈도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몸은 최대한 이를 회복시키려 하며 실제로 어지간한 경우들은 스스로의 재생력(再生力)만으로 회복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재생력이 가장 크게 활성화되는 순간은… 다름이 아니라 몸이 위기를 느낄 때다.

그것도 단순하게 위협만 가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몸에 자극이 가해지고 혈도에 이상이 생겨 비상 상황이라 판단할 때. 그때 신체의 재생력은 가장 극대화되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지금, 강태한은 캘리버의 몸을 풀어 주기 위한 안마를 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몸에 위협을 가하기 위한 안마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아니, 이걸 안마라고 부르기엔 다소 애매했다.

안마는 상대방의 몸을 편안하게 만들어 주기 위한 행위. 반면에 이건… 궁극적인 목표는 따로 있다고 할지라도, 지금 이 과정만 떼 놓고 본다면 차라리 폭행이나 고문에 가까운 느낌이라 할 수 있었다.

‘어중간한 수준으로는 이도 저도 안 되니까 말이야.’

가벼운 자극으로는 생존 본능을 끌어 올릴 수 없다.

확실하게 고통과 자극을 가해 재생력을 끌어 올리고, 그 상태에서 실제로, 쓸데없이 복잡하게 엉켜 있던 혈도를 과감하게 끊어 낸다.

마치 엉켜 있는 매듭을 끊어 내는 듯한 느낌.

본래 혈도가 스스로 재생될 때에는 완벽하게 고치는 것보단 최대한 빠르게 복구하는 것이 목적이기에, 급하게 납땜을 하듯 엉성하거나 복잡한 모양새로 회복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뚫린 곳을 급하게 막아 놓거나 막힌 곳이 뚫리지 않아 아예 새로운 길을 내는 방식이라고 할까.

이게 한두 번이면 상관이 없지만, 수십 차례 반복되면 혈도 전체가 쓸데없이 비효율적인 구조가 되어 버리고 문제가 생기게 되는 것이다.

하나 그 주변의 혈도를 완전히 초토화시킨다면.

어디는 끊어지고 어디는 남아 있는 것이 아니라, 특정 혈로 이어지는 혈도의 길이 모조리 사라져 버린다면.

그렇게 되면 예전 혈도를 살려 내려 하지 않고, 가장 짧고 효율적인 혈도를 급하게 새로 만들어 낸다.

오랫동안 고쳐 쓰던 물건이 박살이 나서 완전히 새로운 물건을 만들어 내는 느낌이라고 할까. 복잡했던 예전 도로를 싹 다 밀어 버리고 깔끔하게 직진 도로를 뚫어 놓는 느낌이다.

“제 고통이 치료법의 핵심이라고요?”

“그래. 그래서 마취는 해 줄 수가 없다네.”

결국 이 요법의 핵심은 최대한으로 재생력을 끌어 올리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상당한 수준의 고통과 통증을 견뎌 내야 한다.

때문에 이 요법은 아무한테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고통을 견뎌 낼 체력도 필요하며, 끝까지 재생력을 이어 나갈 수 있을 정도의 충분한 생기(生氣)가 필요했으니까.

물론 되도록 피해나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도록 강태한이 보조를 하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상대방에게 큰 부담이 간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그럼, 다시 생각해 볼 시간을 주겠네.”

그렇기에 강태한은 캘리버에게 선택할 기회를 건넸다. 그는 등에 올려놓았던 손을 거두고, 팔짱을 낀 채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대로 이 고통을 감당하며 계속 받을 것인지, 아니면 처음 예정대로 비교적 편안한 안마를 받을 것인지.”

평소라면 손님에게 ‘엄살 피우지 말라’라는 정도로 말하며 강행했을 강태한이었으나, 이번에는 달랐다. 이번에는 정말로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었으니까.

게다가 잠깐 참으면 끝나는 것도 아니며, 이번 한 번으로 끝나는 것도 아니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씩 계속 찾아와 대략 삼십 분 동안 이 고통의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그뿐인가.

새로 연결된 혈도에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꾸준한 재활 훈련도 동반되어야한다. 그렇지 않는다면, 세 달의 시간은 보장할 수가 없다.

“천천히 생각해도 좋네.”

그렇기에 마냥 강요할 수는 없다.

회복할 방법이 이것밖에 없다면야 어쩔 수 없겠지만,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편안하게 갈 수 있는 길도 있었으니까. 강태한은 충분히 생각할 시간을 주겠다는 듯 옆에 놓인 의자에 천천히 앉았다.

* * *

하나 캘리버의 고민은 그리 길지 않았다.

한동안 입을 다물고 있던 그는 조심스레, 그러면서도 결심을 다진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이걸 참으면 세 달, 아니면 열 달인 거죠?”

“꾸준한 재활 훈련도 동반되었을 때, 세 달이지.”

“재활 훈련이야 뭐, 원래부터 하던 건데요.”

캘리버의 질문에 가볍게 고개를 저으며 정정할 부분을 지적하는 강태한. 조건 하나가 더 추가된 상황이었으나, 캘리버의 표정은 바뀌지 않았다. 그는 오히려 피식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해 봅시다, 까짓것.”

“괜찮겠나? 많이 고통스러워하던데.”

담담하게 말하는 캘리버의 모습에 강태한이 슬쩍 한마디 건넸다. 그러자 캘리버는 잠시 머뭇거리다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

“뭐 안 아프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비명을 질렀던 건 당황한 탓도 있었죠. 아무리 그래도 이 정도로 아플 줄은 몰랐었으니까요.”

“알고 맞으면 덜 아프다?”

“덜 아프진 않겠지만, 그래도 좀 각오가 달라질 수밖에 없죠. 그리고…….”

캘리버는 잠시 왼쪽 어깨를 들썩거렸다.

그러곤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주 조금이긴 하지만, 이미 맛을 봤으니까요.”

다름이 아니라 방금 전 강태한이 조치를 취해 놓았던 부분. 혈도가 재정비된 것은 극히 일부분에 불과했으나, 해당 부위뿐만 아니라 팔 전체의 움직임이 가벼워진 것이 벌써부터 효과가 나타나고 있었다.

결국 그의 결심은 바뀌지 않았다. 강태한은 한동안 그와 눈을 마주치고 있다가, 이내 한차례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계속 가 보자고.”

“예.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강태한이 손짓을 하기도 전에 침대에 엎드리는 캘리버. 그 모습에 강태한은 피식 웃음을 흘리고는, 다시 그의 등 위에 손을 올렸다.

“아, 마취는 해 줄 수 없지만 말일세.”

그러다 문득 떠올랐는지 넌지시 입을 열었다.

“원한다면, 비명 정도는 막아 줄 수 있네.”

“비명을 말입니까?”

“그래. 소리를 못 내도록 말이야.”

강태한의 말에 캘리버는 잠시 고민에 잠겼다. 그러더니 이내 천천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괜찮습니다. 참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가. 그렇게 말한다면 상관없겠지.”

그 대화를 마지막으로, 강태한의 손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엄지손가락으로 혈을 찌르고, 근육을 헤집고, 엉켜 있는 혈도를 끊어 내고…….

‘…정말로 열심히 참아 내는군.’

그 일련의 과정이 이뤄지는 동안, 실제로 캘리버가 방금 전처럼 비명을 내지르는 일은 없었다.

‘나는 캘리버… 사나이, 캘리버 스미스다……!’

그가 상상하고 있는 모습은, 마치 중국의 관운장.

뼈를 깎아 내는 동안 끝까지 바둑을 두었다는, 그 전설의 관운장처럼 근엄한 모습을 떠올리고 있었으며, 실제로 계속 비명을 참아 내고 있는 중이었다. 다만…….

“끄흐으읍… 어흡, 으그그극…….”

겉으로 보이는 모습이, 그가 생각하는 모습보다 훨씬 안타깝고 처량하게 보이는 것이었을 뿐.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문 채로 꾹 닫혀 있는 입에선, 비록 큰 소리는 아니지만 끙끙 앓는 듯한 신음 소리가 계속해서 새어 나오고 있었다.

* * *

잠시 후.

“으하, 좋구만, 아주 좋아.”

먼저 밖으로 나온 에드윈은, 라이너 빌딩의 입구 앞에서 기분 좋은 표정으로 기지개를 펴고 있었다.

“운동 후에 목욕이라… 아주 개운해.”

캘리버가 안마를 받는 동안 그가 찾아간 곳은, 다름 아닌 위층의 피트니스 클럽. 처음에는 별생각 없이 찾아갔지만, 생각보다 잘 갖춰진 시설들과 기구 덕분에 꽤 만족스러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하나 더욱 좋았던 것은 그 이후의 일이다.

피트니스 클럽의 위층에 위치해 있는 목욕탕.

처음에는 다 벗고 들어가야 한다는 것 때문에 꺼려지긴 했었으나… 뜨뜻한 탕 안에 몸을 담근 채 서울의 야경을 바라보고 있자니, 그런 생각들은 어느새 전부 사라져 있었다.

그 대신 남은 것은 이 개운함과 충족감.

하루를 건실하게 마무리한 느낌이라고 할까?

운동으로 땀을 빼고 목욕까지 싹 마치고 나오니, 건강한 만족감이 가슴 가득히 충만하게 차올라 있었다.

‘아예 숙소를 여기 호텔로 옮겨 볼까…….’

그 만족감의 수준은, 이것만으로도 숙소를 옮겨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 지금 묵고 있는 호텔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아니었지만, 거기엔 야경을 볼 수 있는 목욕 시설이 없었다.

듣기로는 여기 호텔도 나쁘지 않다던데.

혹시 캘리버도 괜찮다고 한다면야, 한번 이곳으로 숙소를 옮겨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리라. 에드윈은 그런 생각을 떠올리며 평가라도 하듯 빌딩을 위아래로 한차례 훑어보았다.

“오, 캘리버.”

한참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을 무렵, 기다리던 사람이 도착했다. 에드윈은 건물 안쪽에서 걸어 나오고 있는 캘리버에게 손을 흔들었다.

“아… 코치님.”

“…뭐야? 너 왜 이렇게 기운이 없어?”

한데 무슨 일일까.

딱 보면 알 수 있을 정도로 캘리버의 기운이 빠져 있었다. 반쯤 정신을 놓고 온 듯한 느낌이라고 할까.

“괜찮은 거 맞아? 혹시 무슨 이상한 짓이라도……?”

괜히 걱정이 들어 이곳저곳을 살펴보던 에드윈.

하나 그의 팔뚝을 살펴본 그는, 저도 모르게 말을 흐릴 정도로 당황하고 말았다.

‘…이거 왜 이래.’

탄탄하기 짝이 없는 근육.

캘리버는 원래부터 근육질의 몸이긴 했으나, 오랫동안 이어진 휴식기 때문에 서서히 근육이 빠져나가고 있는 중이었다.

꾸준한 재활 훈련을 통해 애써 어느 정도 유지되고 있기는 했었으나, 바람이 한참 빠진 풍선처럼 후줄근하고 탄력이 사라진 것도 사실이다.

한데 지금 이건… 그야말로 탱탱해진 팔뚝이다.

뭐랄까. 생기가 넘친다고 할까. 물론 부상을 입기 전 시절에 비하면 여전히 부족하긴 하지만, 그래도 환자의 팔뚝이라곤 생각하기 힘든 물건이었다.

“뭐냐, 너. 안마받는다고 해 놓고 어디서 근육 강화제라도 맞고 온 거야?”

“하하… 저 약 안 맞는 거 아시잖아요.”

그걸 몰라서 물어보는 에드윈이 아니다.

그저 강화제라도 맞은 게 아니라면 설명할 수가 없는 변화였을 뿐이다. 고개를 갸웃거리는 에드윈에게 캘리버가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안마받고 나오니까 이렇게 되어 있더라고요. 몸도 훨씬 가벼운 느낌이고, 떨림도 이젠 거의 없어요.”

“하, 하하… 진짜로?”

가볍게 이곳저곳 몸을 움직이며 말하는 캘리버.

그 말에, 에드윈은 믿기 어렵다는 듯이 되물었다. 그러는 그의 입꼬리는 기쁨으로 양쪽 귀를 향해 치솟아 올라가고 있는 중이었다.

“미쳤다, 미쳤어! 이게 말이 돼?”

“그러게요. 원장님 말로는, 세 달 정도면 원래대로 회복할 수 있을 거래요.”

“세, 세 달?!”

올해 시즌은 당연히 불가능하고, 내년 시즌에라도 복귀할 수 있다면 다행이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와, 와하하하! 이게 기적이지, 이게 기적이야!”

고작 세 달이라니.

그 정도면 올해 리그에 참가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기간이다. 심지어 중간부터이긴 하지만 팀 훈련에도 참가할 수 있는 시간이다. 에드윈은 저도 모르게 두 팔을 쫙 벌리며 큰 소리로 웃음을 터트렸다.

하나 아까 전부터 이상한 부분이 하나 있었다.

한동안 웃음을 터트렸던 에드윈은, 앞에 서 있는 캘리버에게 다가가 의아한 목소리로 물었다.

“…근데 넌 왜 이렇게 기운이 없냐?”

그야말로 기쁜 일투성이인 상황.

평소라면 캘리버도 한창 신이 나서 뛰어다니고 있어야 할 타이밍이다. 하나 그는 입가에 미소를 짓고 있을 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그야… 기운이 없으니까요.”

그런 에드윈의 말에 캘리버는 여전히 힘이 잔뜩 빠진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까 다 썼거든요.”

맨 정신으로 그 고통의 시간들을 이겨 낸 캘리버.

그의 신체는 건강해졌을지언정, 그의 정신은 마치 탈수를 마친 빨랫감처럼 탈탈 털려 있는 상황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