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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님 안마하신다-194화 (194/286)

천마님 안마하신다 194화

세상에서 가장 과격한 스포츠를 꼽으라 하면 의견이 꽤나 갈리겠지만, 가장 과격한 구기 종목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아마도 미식축구가 꼽힐 것이다.

안 그래도 우락부락하게 생긴 거구의 근육질 선수들이, 갑옷을 연상시킬 정도로 큼지막하고 무거운 보호 장구들을 착용한 채로 필드 위로 나선다.

단순히 크기나 단단함을 떠나, 그 질량 자체가 꽤나 묵직하다. 평범한 일반인이 자전거라면, 시합에 나서는 그들의 모습은 중무장을 마친 장갑차 정도에나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육중한 장갑차들이 심판의 휘슬 소리와 함께 있는 힘껏 달려가 서로 부딪친다.

어깨로 박아도 되고, 있는 힘껏 밀어 버려도 상관없다. 가능하기만 하다면 집어 던져도 된다. 상대방을 땅바닥에 내팽개치는 것은 그들에게 훈장일 뿐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공을 던지는 쿼터백, 공을 들고 달리는 러너 등 몸싸움이 주목적이 아닌 포지션도 예외가 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들을 제압하고 공격권을 빼앗기 위해 코뿔소처럼 들이받는다.

물론, 그걸 미식축구의 매력이라고도 할 수 있다.

말 그대로 있는 힘껏 부딪치는 힘과 힘의 싸움, 그 격한 싸움 속에서도 찰나의 기지로 발휘되는 전략과 전술, 그렇기에 더욱 빛을 발하는 값진 승리…….

실제로 미식축구는 미국에서 오랫동안 최고 인기 스포츠의 자리를 지켜 오고 있었고, NFL 선수들의 연봉만 봐도 그들에게 향한 관심과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인기는 곧 동경을 불러오기 마련.

미국에서 운동에 재능을 가진 인재들은 대부분 미식축구로 몰려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고, 실제로도 프로의 레벨에 들어서면 진짜 말도 안 되는 수준의 재능과 피지컬을 가진 선수들이 득실득실하다.

…하지만.

그렇게 꿈을 이루고 NFL에 도달한 선수들이 그렇게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게 되는가, 하면 그는 좀 애매한 기분이었다.

확실히 돈은 많이 벌 수 있다.

NFL에 이름을 실은 수준이라면 별로 유명하지 않은 선수라도 돈방석에 앉을 수 있고, 팀의 에이스 수준이라면 거의 부르는 게 값이다.

하지만, 돈을 많이 주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물론 미국 최고 인기 스포츠라는 것도 있겠지만, 그만큼 선수 생명이 짧은 것이 결정적인 이유다.

의학이 발전해 가며 선수들의 은퇴 나이가 점점 늘어 가는 것이 현대 스포츠의 추세라지만, 어찌 된 게 미식축구만큼은 그 추세를 비껴 가는 모양이다.

사실 그럴 만도 하다.

매 시합마다 서로 맞부딪치는 그 엄청난 충격량.

보호 장구가 튼튼한 덕분에 시합 중 부상이 일어나는 일은 생각보다 많지 않지만, 그렇다고 정말로 몸이 멀쩡한 것은 아니다.

아무리 보호 장구가 뛰어나다고 해도 모든 충격을 흡수해 줄 수 있는 것은 아니고, 특히나 머리가 흔들리며 뇌에 영향이 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결국 이렇게 피해가 쌓이고 쌓여 서서히 누적되어 가다 보면… 어느새 몸이 망가져 있는 것이다.

예전에 은퇴한 복싱 선수들의 뇌 손상 문제가 화제가 되었던가. 의학적인 부분은 잘 모르지만, 미식축구 선수들의 뇌 손상 또한 그에 못지않은 수준이리라.

하지만 신체에 문제가 생겼다고 해서, 무작정 은퇴를 할 순 없다. 돈 문제도 있고, 선수 스스로의 자존심 문제이기도 하다.

결국은 그걸 억누르기 위해 마약성 진통제에 의존하고, 몸은 점점 더 망가지고, 진통제 투약량도 점점 늘어나고… 그렇게 일 년쯤 지나면, 거의 반폐인이 되어 은퇴하게 된다.

물론 모든 선수가 그렇게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업계에서는 쉬쉬하면서도 분명하게 존재하는 케이스들이며, 지금 그의 앞에 있는 캘리버 스미스 또한 그 케이스의 한 명이라 할 수 있었다.

“그래서, 아픈 건 좀 어때?”

“그거야 항상 아프죠.”

코치의 말에 캘리버는 피식 웃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가만히 있어도 몸 곳곳에서 느껴지는 의문의 고통. 뇌에 문제가 생기고 신경계가 손상되었을 때 종종 나타나는, 생각보다 흔한 증상이다.

선수들이 진통제를 입에 달고 다니게 되는 가장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할까. 애써 가벼운 말투로 말하는 캘리버의 모습에 코치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진통제 좀 갖다 줘?”

“괜찮아요. 약은 최대한 줄여 보려고요. 그리고…….

캘리버는 자기가 앉아 있는 안마 의자를 살짝 내려다보더니, 팔 받침 부분을 가볍게 쓸어내리며 말했다.

“그래도 이게 효과가 있기는 한가 봐요. 직후에는 잘 몰랐는데, 확실히 몸이 좀 편안해진 느낌이네.”

“…그래?”

“예. 사실 계속 팔다리를 떨어서 그런가 여기, 요 부근 근육들이 뭉친 느낌이 있었는데… 이제 보니 그게 감쪽같이 사라졌네요.”

캘리버는 신기하다는 듯이 어깨를 살살 돌리며 말했다. 여전히 손을 떨고 있기는 했지만, 그냥 센 척만 하는 것은 아닌지 움직임이 꽤나 가벼워 보였다.

‘어찌 됐거나 효과가 있단 말이지…….’

이 안마 의자를 구매하자 한 것은 그의 의견이었다.

솔직히 스포츠업계에서 ‘승리의 비결’ 운운하며 떠도는 소문들은 하나같이 별 쓸모가 없는 것들이지만, 그래도 일단 뭐라도 해 보자는 느낌으로 제안을 꺼냈던 것이다.

다른 선수들은 둘째 치더라도, 캘리버의 몸 상태가 좀처럼 나아지질 않고 있는 상황이었으니까.

온갖 병원과 교수들을 찾아다녔지만 크게 나아지는 부분은 없었고, 기껏해야 근육 이완제나 진통제를 어떻게 처방해 주느냐 정도의 차이밖에 없었다.

결국 뭔가 제대로 된 성과를 얻은 적은 없고, 그냥 막막한 기분으로 기적을 바랄 수밖에 없었는데…….

뭔가 효과가 있었다니.

물론 그냥 기분 탓일 수도 있다. 정말 효과가 있었다고 할지라도, 그냥 굳어 있던 몸이 풀어지는 정도일 뿐이지, 근본적인 증상까지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은 결코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알고 있었다.

처음 이 안마 의자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 들었을 때 같이 들었던 이야기다.

‘이 안마 의자도 진짜 엄청 좋기는 한데… 그래도 이걸 만든 개발자 본인의 솜씨에는 발끝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하더라.’

자기도 어디서 들은 이야기라며 말하던 지인.

그게 마냥 없는 말을 지어낸 건 아닌 것 같은 것이, 실제로 그 사람이 운영하는 마사지 숍이 페르모 가이드에도 이름을 싣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것도 1성도 아닌 3성으로다가 말이다.

지인의 말로는 하반신 마비도 일으켜 세웠다던가.

아무리 그래도 그건 헛소문일 것 같지만, 그래도 이 안마 의자보다 안마사 본인의 솜씨가 더 뛰어나다는 것은 사실일 것이다.

“…캘리버.”

그렇다면.

“예?”

“혹시 멀리까지 가서 마사지 좀 받아 볼래?”

어쩌면 캘리버에게도 뭔가 조치를 취해 줄 수 있을 지도 모른다. 그런 막연한 기대감을 품고, 코치는 자기도 긴가민가하는 목소리로 넌지시 입을 열었다.

* * *

“이걸로… 됐다.”

황 실장은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키보드의 엔터를 탁, 하고 눌렀다. 그러고는 옆에 있는 스마트폰을 집어 들더니, 어딘가 설레어하는 표정으로 화면을 조작하기 시작했다.

“과연, 적용이 잘 되었으려나…….”

스마트폰 화면에 나타난 것은 이번에 새로 개발된 천마안마의 예약 어플리케이션.

그리고 그가 방금 전까지 하고 있었던 작업은, 기존의 액셀 파일에 정리되어 있던 예약 일정과 기타 필요한 내용들을 서버 내로 옮겨 넣는 작업이었다.

작업은 마무리되었으니, 이제는 성공적으로 잘 이뤄졌는지 확인해 볼 차례. 잠시 조용히 화면을 쳐다보고 있던 그는, 화면에 나와 있는 ‘예약하기’ 버튼을 조심스레 눌렀다.

“…키야, 확실하네.”

임의로 눌러 본 다음 주 금요일.

바로 전날에 취소자가 나와, 비록 한 타임이나마 천마 코스의 예약이 비어 있는 몇 안 되는 날이었다.

그리고 스마트폰의 화면에는 그 비어 있는 시간이 정확하게 표시되어 있었고, 우측에 있는 ‘지금 예약’ 버튼이 활성화되어 있었다.

일단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다른 날짜, 다른 안마사들의 예약까지 몇 번 더 훑어보는 황 실장.

어느 것이건 간에 문제가 있는 부분은 보이지 않았고, 시험 삼아 아무 날에 예약을 한번 잡아 보니 그것도 문제없이 잘 적용되어 나타나고 있었다.

‘이제 일을 좀 덜어 낼 수 있겠구만.’

원래라면 일일이 전화를 받아 안내를 하고, 하루에도 몇 번씩 일정을 확인하고, 무슨 놈의 예약이 두 달까지 밀려 있냐’라는 소리도 한 번씩 들어야 했는데.

이제는 그냥 프로그램에 맡기면 그만이다.

물론 그렇다고 전화 예약을 아예 없앨 수는 없다.

기존 손님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고, 무엇보다 가게에 찾아오는 손님들 중에는 나이 지긋한 어르신분들도 꽤 많기 때문이었다.

요즘은 어르신들도 전부 스마트폰을 갖고 다닌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아직까진 이런 게 생소한 분들도 계시기 마련. 그런 분들을 생각해서라도, 기존의 전화 예약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다.

하지만 어쨌거나 많은 일손을 덜어 낸 것도 사실.

페르모 가이드 쪽에서도 ‘그쪽이 원한다면 기존 안내에 실려 있던 전화번호를 어플리케이션 다운로드 주소로 바꿔 주겠다’라는 답변을 줬었으니, 외국인 손님들의 전화도 자연스레 줄어들 것이다.

“작업 다 끝나셨나 봐요?”

그때쯤, 맞은편 쇼파에 앉아 있던 강태한이 넌지시 물었다. 아까 전부터 계속 들려왔던 키보드 소리가 뜸해지자 슬쩍 물어본 것이다.

“응? 방금 끝냈어. 태한 씨도 한 번 시험해 볼래?”

황 실장의 말에 강태한은 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어플을 켜고 이리저리 살펴보기 시작했다. 확실히, 기존에 임의로 입력되어 있던 데이터가 사라지고 가게의 일정이 들어가 있었다.

“한번 예약도 해 봐. 어디 보자… 다음 주 월요일, 일반 코스 경현 씨 것 중에 아무거나 예약해 봐.”

“잠깐만요.”

강태한은 잠시 입을 다물고는, 해당되는 날짜에서 적당한 시간을 골라 예약 절차를 진행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황 실장이 짤막한 감탄사와 함께 입을 열었다.

“오… 바로 적용되는 걸 직접 보니 뭔가 신기하네. 태한 씨, 5시 타임으로 예약했지?”

“…맞기는 한데, 저 아직 예약 완료 안 했는데요?”

“알아. 근데 진행 중인 것도 뜨더라고.”

황 실장은 노트북을 강태한 쪽으로 돌리고는, 자기 스마트폰 화면도 앞으로 내밀었다. 그 말대로 ‘진행 중’이라 나와 있는 해당 항목. 거기서 강태한이 예약을 마치자, 곧바로 ‘예약 완료’라는 글자로 바뀌었다.

“흐음… 사실 예약 어플이라고 하면 이런 게 당연한 걸 텐데, 그래도 뭔가…….”

“이렇게 직접 보니 신기하지, 그렇지?”

자기도 알 것 같다는 듯이 끼어드는 황 실장. 그 말에 강태한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넌지시 입을 열었다.

“그래서, 이거 언제부터 시작하실 거예요?”

“음? 그야 오늘부터 바로 들어가야지.”

모든 변화는 반발을 가져오기 마련이다.

그 변화가 아무리 뛰어나고 혁신적인 것이라 할지라도, 그에 대한 의견은 갈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고작 한 안마원의 예약 시스템을 바꾸는 것이라 해도 예외일 수는 없다.

하지만 그래도 바꿔야 하는 부분이라면.

되도록 빠르게 도입하는 편이 좋다. 그래야 그만큼 적응도 빠르게 할 수 있을 테니까. 황 실장은 본인의 스마트폰 화면을 앞으로 내밀며 말했다.

“게다가 이거, 앱 마켓에 등록하는 것도 생각보다 그렇게 어렵지 않더라고. 아까 전에 이것도 같이 해 놨었지.”

그가 내민 화면에는 정식으로 앱 마켓에 업로드된 ‘천마안마’ 어플의 다운로드 화면이 나타나 있었다.

“…진짜네.”

고개를 갸웃거리며 자기 스마트폰으로도 한번 검색을 해 보는 강태한. 그러자 정말로 나타난 검색 결과에, 그는 헛웃음을 터트리며 미소를 지었다.

“하여간 행동력 하나는 끝내주신다니까.”

“사장님이 끝내주는 물건을 가져왔으니, 나는 그걸 빨리 써먹을 궁리를 해야지. 안 그래?”

솔직히 이게 뭐 그리 대수겠는가.

대기업 그룹 회장에게 직접 예약 어플을 부탁할 수 있는 게 진짜 능력이지. 황 실장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이고는, 저도 모르게 피식 웃음을 흘렸다.

* * *

“스으읏… 후우우우…….”

한동안 입을 다물고 있던 최성현은, 그동안 참아 왔던 숨을 몰아쉬듯 깊이 내쉬었다.

가게에서 밤새 명상에 빠져들었던 그날.

그는 미약한 수준으로나마 기의 운용을 해냈고, 그로부터 작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그 덕분에 스스로 생각해도 제법 많은 성장을 이뤄 냈다.

예를 들자면, 이 호흡법.

전에는 심호흡을 하더라도 그저 내면을 가라앉히고 집중력을 높이는 정도였는데, 지금에 와서는 혈도의 흐름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줄 수 있게 되었다.

들이쉴 때는 맑은 기운을 받아들이고.

내뱉을 때는 탁한 기운을 빼내고.

아직 많이 미숙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기(氣)’를 다루는 데에 있어 호흡의 역할을 어느 정도 이해했고, 조금씩 그 감을 익혀 가고 있는 중이었다.

그래서 그런 것일까.

오늘의 최성현에게는 조금 자신이 있었었다.

“후우우우우…….”

오늘이야말로 사우나에서 강태한보다 오래 버틸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이.

“…아, 뜨끈~ 하니 좋네.”

이미 꽤나 버거워 점점 호흡이 잦아져 가고 있었으나, 최성현은 애써 여유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조용히 있던 강태한도 슬쩍 입을 열었다.

“그러게. 역시 가끔은 사우나도 좋단 말이지.”

그 목소리는 그냥 담담할 뿐이었다.

힘든 기색은 조금도 없고, 최성현처럼 뭔가 억지로 꾸며 낸 듯한 기색도 없다. 그냥 평소 그대로의 목소리였다.

“근데, 괜찮냐?”

“…뭐, 뭐가?”

“평소보다 오래 있는 것 같은데, 너.”

강태한은 최성현을 쳐다보며 내심 걱정 어린 말투로 물었다. 그러자 최성현은 짐짓 아무렇지 않다는 듯 손을 저으며 말했다.

“와, 완전 괜찮은데? 오늘은 사우나가 좀 이상한가 봐. 뭔가 미적지근하네.”

“아까는 뜨끈하다고 하지 않았냐?”

“그랬나? 하하하.”

살짝 당황하며 웃음을 흘리는 최성현.

이게 의미 없는 짓이라는 건 알고 있다. 애초에 강태한은 경쟁을 한다는 생각도 없을 테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지금 여기서 뛰어나가기엔, 아직까지 버티고 앉아 있었던 시간이 괜히 아까웠다.

‘에휴.’

그는 강태한의 반대편으로 고개를 살짝 돌리고는, 힘에 겨운 듯 덧없는 한숨을 한 차례 푹, 쉬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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