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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님 안마하신다-142화 (142/286)

< 천마님 안마하신다 142화 >

“···이게 뭘까요?”

“일단은 의자처럼 보이는데요.”

방에서 안마의자를 발견한 두 남자.

그들은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의자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굉장히 낯선 형태의 전자제품이었으나, 그 용도는 금방 파악할 수 있었다.

“여기 프리미엄 마사지 체어라고 적혀있네요. 아마 마사지 기능이 달려있는 안마의자 같습니다.”

“오호··· 그래서 이렇게 크기가 큰 모양이군요.”

“근데 제가 아는 안마의자도 이 정도 크기는 아니었는데··· 상당히 본격적인 물건인가보네요.”

그렇게 똑같은 안마의자가 줄줄이 세 개.

의자 자체의 크기가 꽤 크다보니, 마치 담소를 위해 마련해둔 공간이 아니라 안마의자를 체험해보라고 마련된 공간처럼 느껴질 정도다.

“이런 걸 왜 파티장에다 갖다놓았는지.”

“마르케시의 파티엔 이런 뜬금없는 이벤트가 준비되어 있을 때가 종종 있지 않습니까. 하하하!”

솔직히 파티장과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물건.

그렇게 발견품에 대한 조사를 마치고 다시 자리로 되돌아갈 것 같았던 두 사람이었지만···

“···그래도 개최자가 준비해둔 성의도 있는데, 한 번 정도는 사용해볼까요?”

“크흠, 흠. 그럴까요?”

그래도 관심이 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원래 파티에 참가하는 사람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하나는 말 그대로 놀러 온 사람, 그리고 그렇게 내키지는 않지만 일 때문에 참여한 사람.

그리고 이 두 사람은 후자에 속하는 사람들이었다.

물론 아무런 재미도 느끼지 못하는 건 아니었으나, 그래도 번잡한 파티장에 서있던 것 자체가 그들에게는 피로가 쌓이는 일이다.

괜스레 다리 쪽이 뻐근한 느낌이고, 어깨랑 목도 살짝 굳어있는 듯한, 그런 피곤한 느낌.

그렇다보니 이 안마의자에 대단한 기대까지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호기심이 생기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럼, 어디 한 번···”

그 전까지 두 사람 사이에 오가고 있던 이야기가 있기는 했지만··· 그리 중요한 이야기도 아니었거니와, 이야기 정도야 안마의자에 앉아서도 충분히 나눌 수 있지 않겠는가.

두 사람은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거의 동시에 안마의자에 몸을 뉘였다.

“허어··· 확실히 편안하기는 하네요.”

“그러게요. 안락합니다.”

개인의 몸에 맞춰 의자가 형태를 잡아가는 단계.

얼핏 푹신한 것 같으면서도 안쪽에서 체중을 단단하게 받들어주는 느낌이 든다.

“이 리모컨으로 조종을 하는 모양입니다.”

“어디보자··· 활력모드가 좋겠네요.”

“저는 휴식모드로 해보죠.”

이대로 여기서 잠에 들어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이 시착감만으로도 상당히 만족도가 높다고 할까.

하지만 그건 말 그대로 의자로서의 기능일 뿐이다. 리모컨으로 각자 필요한 기능을 선택하고, 본격적인 안마가 시작되자.

“···오오오?”

“어어어억!”

두 사람의 입에서 감탄과 탄성이 터져 나왔다.

센서가 몸을 훑고 지나간 후, 감지해낸 정보에 따라 큰 줄기부터 세부적인 혈자리까지 동시에 지압을 시작하는 수십 개의 플라스틱 롤러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몸 곳곳에 뭉쳐있었던 근육들이 하나둘씩 풀어지고, 그 안쪽 깊은 곳까지 찌릿한 자극이 들어오고 있었다.

“호오오···!”

온몸을 타고 흐르는 이 시원한 느낌.

마치 메마른 강에 물줄기가 흘러들어오는 느낌이라고 할까. 잠들어있던 신경들이 한꺼번에 깨어나며, 전에 느끼지 못한 신선한 자극들이 밀려들어왔다.

“사, 상당한데요?!”

전신의 근육과 신경을 자극하여 활기를 불어넣어주는, 활력모드. 처음에는 별 기대를 안 하고 있었는데, 말 그대로 활력이 깨어나는 듯한 그 느낌에 남자는 저도 모르게 감탄섞인 목소리를 냈다.

“···아르닙?”

허나 옆에서는 대답이 돌아오지 않는다.

그냥 조용한 분위기. 살짝 걱정되는 마음에, 남자는 동행의 이름을 부르며 슬쩍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후으으으.”

그러자, 눈을 감은 채 안마의자에 몸을 맡기듯이 누워있는 동행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얼굴은 완전히 긴장이 풀어진 모습을 하고 있고, 몸은 얼핏 보기에 의자에 녹아내린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축 늘어져있었다.

그와 동시에 입에서는 정말 작은 목소리로 새어나오고 있는 신음소리.

어느새 안마의자와 한 몸이 된것마냥 편안히 누워있는 그 모습은, 마치 안락함이라는 개념을 직접 몸으로 표현해낸 현대미술이라 해도 좋을 정도였다.

‘저게··· 휴식모드라고 했었나.’

처음에는 그 모습에 사뭇 당황을 했었으나.

이내 자신도 같은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는 생각을 떠올리고, 남자는 리모컨을 집어 들었다.

곧이어, 온몸의 신경을 일깨우던 활력모드와 달리, 한층 부드러워진 안마의 손길이 그의 몸을 노곤노곤하게 풀어주기 시작했다.

* * *

“미스터 마르케시, 살짝 이상한 부분이 있는데.”

“음? 무슨 일이기에 그러죠?”

한참 즐거운 시간이 이어지고 있던 파티장.

그곳에서, 한 여성이 마르케시에게 다가오더니 조심스럽게 말했다.

“파티장에 사람이 좀 많이 적어진 것 같아서요.”

“···아하.”

마르케시가 개최하는 파티와 연회는 항상 참가자들이 많은 편이다. 그가 엘리펀트 인더스트리의 회장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마르케시라는 사람 자체가 사교계에서의 평판이 좋고 개인적인 인맥이 워낙 탄탄한 덕분이다.

그렇기에 오늘의 이 생일파티도 꽤 큰 규모로 이뤄졌으며, 그에 걸맞게 많은 축하객들이 모여 북적거리고 있었는데···

지금에 와서 주변을 둘러보면, 살짝 한산해진 감이 없지 않아 있다. 누가 봐도 회장 안의 사람 수가 꽤 많이 줄어들었다는 걸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였다.

“그렇군요.”

그녀의 말에 가볍게 주변을 둘러보는 마르케시.

하지만 그는 천천히 두어 차례 고개를 끄덕이더니, 손에 쥐고 있던 샴페인 잔을 마저 비웠다. 놀라기는커녕 당황조차 하지 않은 듯한 반응이었다.

짐짓 아무렇지 않은 척을 하는 것이라기엔 너무 자연스러운, 아니 오히려 이미 전부 알고 있었다는 것 같은 반응이었다.

“아무래도 오늘 다들 좀 피곤하셨나보네요.”

“하하··· 그럴 수도 있겠네요.”

그래도 마르케시를 달래듯 한 마디를 덧붙이는 여성. 그러자 마르케시는 뺨을 긁적이더니, 이내 히죽 웃으며 말했다.

“아마 다들 좋은 시간을 보내고 계실 겁니다.”

중앙의 파티장에서 사람들이 빠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마르케시는 오히려 웃을 수 있었다. 자기 계획대로 흘러가고 있다는 증거였기 때문.

“···뭔가 준비해놓으신 게 있으신 모양이군요?”

“이 파티장은 넓기도 넓지만, 각자 개인적인 담소를 나누거나 편안히 쉴 수 있도록 방이 많이 준비되어있는 것이 장점이죠.”

아직 방들을 들여다보지는 않았지만, 대충 어떤 상황일지는 눈에 보이듯이 훤했다. 애당초 바깥과 연결된 정문으로 나간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으니까.

“그 각각의 방들에다··· 최신 문물이라고 해야 할까요. 지쳐있는 손님들을 위한 깜짝 선물을 좀 준비해놨었죠. 와하하하!”

더 마이스터.

기존의 어떤 제품과도 비교를 불허하는, 그야말로 안마의자계의 혁명이라 부를만한 제품이다.

물론 파티장에 들어와 있는 안마의자가 다소 뜬금없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일단 마침 피곤했기 때문이건 단순한 호기심 때문이건, 앉아서 맛을 보기 시작하면 쉽사리 헤어 나올 수 없는 안락함에 빠지게 된다.

그렇게 해서 벌어진 것이 지금의 상황.

아직 직접 확인을 해본 건 아니었지만, 사실상 확신을 하고 있는 마르케시는 호쾌하게 웃음을 터트리며 웨이터의 쟁반에서 샴페인 한 잔을 새로 집었다.

‘슬슬 찾아올 때가 됐는데.’

그런 생각을 하며 주변을 살피던 와중.

아니나 다를까, 복도에서 파티장으로 돌아온 한 남자가 주변을 둘러보더니, 마르케시를 보자마자 빠른걸음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미스터 마르케시!”

“오, 아르닙! 내 친구! 무슨 일이라도 있나요?”

“그··· 다른 게 아니라···”

그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마르케시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가고는 조그마한 목소리로 말했다.

“방들에 있는 그··· 큼지막한 안마의자 말일세.”

“아, 더 마이스터 말이죠.”

“그래! 혹시 그거, 개인적으로 좀 살 수 있겠나?”

마르케시는 아르닙에게 보이지 않는 각도에서, 싱긋 미소를 지었다. 자기 예상대로 흘러가는 상황이 너무 뿌듯하고 마냥 즐거웠다.

“으음··· 그건 조금 난처하군요.”

하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그는 짐짓 곤란해 하는 표정을 지으며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지금 저 물건이 구하고 싶어도 구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니라서 말이죠. 저도 거래처에 부탁해서 어렵사리 빌려온 물건입니다. 일종의 렌탈이라 할까요.”

“그··· 그래? 어디서 파는 건데?”

“한국에서 들여온 수입품입니다. 이번에 저희 회사 백화점에 물건을 들여놓기로 했습니다만··· 본국에서도 물량이 부족한 상황이라 해서, 제대로 팔기 시작하려면 시간이 좀 필요할 것 같아요.”

마르케시는 취기가 올라있는 상태에서도 자연스레 술술 설명을 늘어놓았다. 처음부터 이런 상황을 예상하고 있었던 덕분이다.

“그런가··· 그럼 어쩔 수 없구만.”

아르닙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허나 납득한 듯한 대답과 제스처와는 달리, 그의 얼굴은 깊은 아쉬움이 묻어나오는 표정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하지만··· 제 소중한 비즈니스 파트너가 원하신다면야, 당연히 따로 준비를 해드려야겠지요.”

“그, 그래도 되겠나?”

“제가 개인적으로 받아둔 물건이 몇 개 있는데, 그 중 하나를 보내드리겠습니다.”

아무래도 쉽게 구한 물건보단 어렵사리 구한 물건이 더 귀하게 느껴지는 법이다. 어차피 선물하려 했던 물건이지만, 양념을 살짝 치는 마르케시.

“아, 그런데 말입니다.”

그러곤 살짝 고개를 숙이고 덧붙이듯이 말한다.

“방금 말씀드렸듯이 아직 물건이 들어오기 전이라서요. 다른 사람들에게는 비밀입니다.”

“아, 그야 물론이지!”

확답은 하지만.

원래 비밀만큼 소문이 잘 퍼지는 것도 없다. 게다가 아르닙은 주변에 자랑하길 좋아하기로 소문난 사람.

하지만 상관없다. 이번 파티를 기점으로 사람들에게 입소문이 퍼져나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마르케시가 의도하고 있는 부분이었으니까.

“···흠흠. 미스터 마르케시. 혹시 지금 시간 좀 내주실 수 있겠습니까?”

그렇게 아르닙이 돌아가고 난 직후.

이야기가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는지, 또 다른 사람이 마르케시에게 말을 걸어왔다. 왠지 모르게 개운해진 표정을 하고 있는 것이, 딱 봐도 아르닙과 똑같은 용건일 게 뻔한 모습이었다.

“케이지! 물론이죠. 무슨 일입니까?”

그리고 능숙하게 반가운 얼굴로 인사하는 마르케시.

인도 상류층 인사들 사이에서, 한국에서 수입해오는 고급 안마의자가 유행하기 시작한 것은 그리 멀지 않은 일이었다.

* * *

“난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 태한 씨.”

“흐음···”

천마안마의 사무실.

점심시간이 거의 끝나갈 무렵에, 황 실장과 강태한은 서로 마주 앉은 채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체인점이라···”

보다 정확히는, 앞으로의 사업 방향에 관한 논의.

방금 전 황 실장이 꺼낸 말에 잠시 생각을 하고 있었던 강태한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

“근데 안마원이 체인점을 내는 경우가 많나요?”

“솔직히, 그리 많지는 않지.”

동일한 브랜드 간판과 영업 노하우, 비결 같은 것들을 공유하며, 본사로부터 제품 등을 공급받아서 영업하는 가게.

이제 와서는 어느 업종에서나 보기 쉬운 형태지만, 안마업계에 도입하기는 다소 어색할 수밖에 없다.

결국 안마원의 만족도는 안마사 개인의 실력에 따라 달라지기 마련이기에, 같은 간판을 내걸고 있다 해도 가게마다 만족도가 천차만별로 갈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만··· 이곳, 천마안마의 경우에는 조금 다르다.

강태한이 안마사들의 교육을, 황 실장이 생각했었던 것보다도 체계적으로 진행하고 있기 때문.

“그래도 태한 씨가 교육과정을 본격적으로 체계화 한다면··· 난 충분히 해볼만하다고 생각해.”

실력이 좋은 안마사를 장인코스로 올리고, 거기서 충분히 실력이 올랐다고 판단되면 다시 다음 단계로 올라간다. 그리고 거기서부턴 체인점을 낼 수 있도록 허가를 내준다.

체인점을 낼 수 있기는 하지만, 내부기준으로 실력을 인정받은 사람만이 허가를 받을 수 있는 것.

지극히 단순하지만 그렇기에 일목요연하다.

“···문파의 지부 같은 느낌인가.”

“지부?”

“아닙니다. 아무것도.”

황 실장의 말에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무림에서의 문파 지부의 개념. 강태한은 머릿속에 떠오른 말을 입 밖으로 꺼냈다가, 천천히 손을 저었다.

“그거 나쁘지 않네. 무협 컨셉으로 가는 거야.”

황 실장은 그게 무슨 소리인가 하다가, 이내 손가락을 튕기며 좋은 생각이라는 듯이 말했다.

“···꼭 이런 건 잘 들으신다니까.”

“아니, 정말 괜찮아보여서 그래. 어차피 우리 가게 이름도 천마안마잖아?”

강태한은 머쓱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황 실장이 진심으로 말하는 것 같아서 오히려 더욱 난감한 기분이었다.

“어찌됐거나, 당장 급한 안건은 아니니까요.”

“그렇지. 아무래도 시간이 필요하니까.”

강태한의 말에 황 실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 계획대로 실행을 하려면, 일단 실력 있는 안마사들의 숫자가 그만큼 확보가 되어야하지 않겠는가.

“전 그럼 손님 좀 받으러 가보겠습니다.”

당장 결정할 필요는 없고, 결정할 수도 없다.

강태한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벌써 그럴 시간인가?”

“손님이 좀 일찍 오신 거 같네요.”

빙긋 웃으며 밖으로 나가는 강태한.

아니나 다를까, 안내를 하러 오고 있던 직원과 복도에서 마주쳤다.

“원장님, 손님은 2번방으로 안내했습니다.”

“2번방이요. 알겠습니다.”

강태한은 직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이내 그는 한자로 二가 적혀있는 방문 앞에 멈춰 섰다.

똑똑.

가볍게 두드리는 노크.

“네.”

곧이어 안쪽에서 대답이 들려오자, 강태한은 천천히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다음 순간, 강태한은 침대에 앉아있는 손님의 모습에 저도 모르게 나지막한 침음을 흘렸다.

‘이건··· 또 보기 드문 손님이구만.’

그 손님은 다름 아닌 뮤지컬 배우 황지운.

강태한이 그를 알아본 것은 아니었지만, 다리에 두르고 있는 두꺼운 깁스가 그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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