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마님 안마하신다 140화 >
“···그래, 아저씨 일 좀 도와드리지 뭐.”
강태한의 자연스러울 정도로 담담한 반응.
그에 최성현은 저도 모르게 헛웃음을 터트렸다가, 팔짱을 끼면서 조수석 의자에 등을 기댔다. 그러고는 천천히 창가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건 그렇고, 잘 되신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새로 가게를 옮기신 것도, 그리고 이 정도로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는 것도.
가게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팀만 대여섯 팀은 되어 보이고, 주차장은 당연히 꽉 차있었다. 일반적으로 런치 타임의 피크대가 12시에서 1시 사이인 것을 생각하면 앞으로 좀 더 붐빌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새로 가게 여신지 며칠 안 됐거든.”
최성현의 반응에 강태한은 싱긋 웃으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사실상 오픈빨을 좀 보고 계시다고 봐야지.”
“그렇구만··· 그리고 난 하필 그 타이밍에 납치를 당해서 일을 하러 가고 있는 중이고?”
“납치라니, 이 친구 말을 이상하게 하네.”
강태한은 어깨를 으쓱이며, 인근 골목의 공영주차장 쪽으로 차를 몰았다.
* * *
“야··· 딱 봐도 바빠 보이네.”
가게 안으로 들어서서 주변을 둘러보는 두 사람.
테이블은 당연하다는 듯이 꽉 차있었고, 바쁘게 돌아다니는 종업원들은 딱 봐도 정신이 없어보였다.
“···오늘 시급 챙겨 주냐?”
“필요해?”
“이건 좀 받아야 될 거 같다.”
진담과 농담이 반씩 섞인 목소리로 말하는 최성현.
바쁜 홀을 지나쳐 주방 쪽으로 걸어가자, 한참 수타로 면을 뽑아내고 있는 주방장, 강호연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아저씨도 정정해보이셔서 좋네.”
텅, 텅 하며 홀까지 울려 퍼지는 소리.
방음이 되어 크게 울리지는 않았지만, 유리창 너머 보이는 기세만으로도 그 묵직한 타격음과 박력이 전해지는 듯한 느낌이다.
거기에다 탄탄하게 잡힌 기골과 반팔 소매 아래로 보이는 팔 근육은··· 그야말로 ‘정정하다’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모습이라 할 수 있었다.
“아버지, 저 왔어요.”
“아이··· 괜찮으니 집에 가있으라니까.”
“집에서 할 것도 없잖아요.”
어깨를 으쓱거리며 너스레를 떠는 강태한. 그 모습에 강호연은 헛웃음을 터트리며 고개를 저었다. 그러고는 옆에 있는 최성현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이야··· 혹시 성현이냐?”
“예, 아저씨. 오랜만이에요.”
“훤칠해져서 못 알아볼 뻔했네! 반갑구나!”
고등학생 때 종종 집으로도 놀러왔던 친구.
그를 알아본 강호연이 반가운 기색을 내비쳤지만, 이내 상황을 파악하고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혹시 태한이한테 붙잡혀서 온 거니?”
“에이. 아뇨. 그냥 제가 아저씨도 뵐 겸 일도 도와드리고 싶어서 온 거에요.”
방금 전까지는 납치 운운하며 억울함을 표했으나, 막상 강호연의 앞에서는 그런 티를 조금도 내지 않는 최성현이다.
“어디보자, 홀에서 서빙 도와드리면 되는 거예요?”
최성현은 강호연이 말리기 전에 앞장서서 앞치마를 집어 들며 말했다. 그렇게 먼저 상황이 진행되니 딱히 말릴만한 분위기가 아니었다.
“아··· 그럼 그래줄래?”
“제가 또 서빙 알바는 자주 했었거든요.”
그는 능숙하게 앞치마를 동여매며 홀 쪽으로 걸어 나가더니, 알아서 쟁반을 들고 빈자리로 가 테이블을 치우기 시작했다.
“성현이가 참··· 듬직해졌구만.”
그 모습을 지켜보던 강호연이 조용히 감탄을 터트렸다. 일을 하는 솜씨도 그렇지만, 자길 생각해주는 배려나 대처가 참 어른스러웠던 것이다.
“성현이가 원래부터 싹싹하긴 했죠.”
“친구가 싹싹하다고 이렇게 이용해먹으면 안 되지.”
강호연이 아들에게 핀잔을 주듯이 말했다.
최성현은 자기가 자진해서 온 거라고 말했지만, 그게 거짓말이라는 것 정도는 금방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이용했다고 하면 말이 이상하잖아요. 성현이 성격상 진짜 싫었으면 알아서 거절했을 거예요.”
“···그래도 그렇지.”
하지만 도움이 된 건 사실이다.
작은 손 하나라도 아쉬운 상황이었으니까.
“사장님, 면 정리 끝났나요?”
“아, 바로 가져다줄게!”
아니나 다를까, 잠시 손을 멈추고 있자 곧바로 재촉이 들어오는 상황이다. 강호연은 일인분씩 면을 나눠 담은 쟁반을 들어올렸다.
‘그럼 나는···’
아버지도 자리를 비우고, 일거리를 찾아 주변을 둘러보는 강태한. 계속 손님이 밀려들어오는 탓일까, 일거리는 차고 넘쳤다.
‘알아서 하지 뭐.’
떨어져가는 재료들을 다시 채워놓거나 쌓여있는 설거지거리들을 처리하고, 주문표를 알아보기 좋게 정리해놓는다.
그렇게 시간이 좀 지났을까.
“···어라? 그새 손님이 좀 줄었나?”
주방에서 한참 일을 하고 있던 요리사 한 명이 의아한 목소리로 물었다.
“아니, 아까부터 계속 풀 테이블인데, 왜?”
“뭔가 좀··· 일거리가 확 줄어든 거 같아서.”
줄어들 낌새가 보이지 않았던 설거지거리도 전부 사라져있었고, 아무리 정리해도 금방 더러워질 수밖에 없는 도마도 아까 전부터 계속 깨끗하다.
“···그러게?”
어느새 여유가 돌고 있는 주방.
의아해하고 있는 요리사들 사이에서.
“원래 여기 아드님 일 솜씨가 기가 막히시거든.”
한 남자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들보다 두 달 정도 먼저 고용되었었던, 이전 가게에서도 강호연과 같이 일 해왔던 부주방장이었다.
“가끔 와서 일 좀 도와줄 때가 있는데, 그때마다 가게에 아주 그냥 여유가 흐른다고.”
그러면서 그는 멀리 떨어진 싱크대를 턱짓으로 가리켰다. 거기선 그새 쌓여있던 설거지거리들을 순식간에 정리하고 있는 강태한이 있었다.
‘싱크대 안쪽은 시야가 닿지 않아 편하단 말이지.’
음식점의 싱크대는 일반가정의 것보다 훨씬 더 깊이 들어가 있는 형태. 그렇기에 바로 옆에서 지켜보지 않는 한, 안쪽을 들여다보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다는 건, 강태한의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뜻.
손으로 접시 하나를 닦고 있는 와중에, 옆에서는 예닐곱 개의 그릇들을 동시에 닦고 행구는 중이었다.
허공섭물(虛空攝物) 일상적 응용!
물론 남들이 보는 곳에서 대놓고 사용하진 않았지만, 반대로 보이지 않는 곳에서라면 얼마든지 내공을 활용하고 있는 강태한이었다.
* * *
“후우우···”
에버튼 FC의 트레이닝 센터.
이제 막 샤워를 마치고 나온 고드윈은 수건으로 머리를 마저 털어내고는, 젖은 수건을 주변에 있는 바구니에다가 휙, 던져 안으로 집어넣었다.
그러고는 몸 상태를 점검해보듯, 신체부위 곳곳을 움직이며 가볍게 스트레칭을 해주는 고드윈. 곧이어 그는 아쉬움이 남은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직은 좀··· 뻐근하구만.”
운동 후에 적당한 온도의 물로 샤워를 하면, 긴장되어 있던 근육들을 서서히 풀어주는 효과가 있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피로감은 샤워를 해주는 것만으로도 얼추 사라지고 컨디션도 회복되기 마련. 원래라면 이 정도 상태로도 충분히 만족했겠지만···
“오늘따라 안마가 받고 싶구만···”
시험 삼아 몸을 움직이던 고드윈은 아쉬움이 담긴 목소리로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몸 곳곳에 남아있는 미묘한 피로감과 뻐근함.
원래라면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던 부분이지만, 지금은 불편하면서도 괜히 아쉽게 느껴진다. 강태한을 만나면서 이 느낌들이 깔끔하게 사라진 몸 상태를 한 번 체험해봤기 때문.
원래 식사도 맛있는 걸 먹게 되면 원래 먹던 게 맛없게 느껴지는 법이고, 편안한 침대를 쓰다 보면 전에 쓰던 침대가 딱딱하게 느껴지는 법이지 않은가.
“모르는 게 약이라는 게 이런 때 쓰는 말인가.”
허나 그렇다고 그냥 아무한테나 안마를 받아서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한국에 있을 마사지 마스터, 강태한 만이 이 갈증을 해소해줄 수 잇는 것이다.
차라리 몰랐다면, 아쉬울 일도 없을 텐데.
물론 그를 만난 덕분에 최고의 전성기를 누릴 수 있게 되었지만, 이렇게 몸의 피로를 느낄 때면 아쉽다 못해 상실감마저 느끼는 고드윈이다.
그렇다고 매주 한국에 가서 안마를 받을 수도 없으니, 그 상실감은 더욱 클 수밖에. 고드윈은 짧게 탄식을 뱉으며 휴게실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오, 고드윈!”
그렇게 좀 걸었을까.
자판기에서 음료를 뽑고 있던 남자가 말을 걸었다.
“바트, 오랜만에 보는 거 같다?”
“그러게 말야. 하하! 괜히 반갑네.”
바트는 웃으며 인사를 건네고는, 페트병의 병뚜껑을 곧바로 쓰레기통에 집어던졌다. 음료는 단 두 모금 만에 사라졌다.
“참, 봐도 봐도 신기하네. 하마냐?”
“운동 후에 마시는 음료가 또 각별하잖아. 그보다, 그 이야기 들었어?”
“그 이야기가 뭔데?”
고드윈은 시큰둥한 목소리로 되물었다.
큰 기대는 담겨있지 않은 목소리.
반면, 바트는 잔뜩 신이 난 얼굴로 말했다.
“이번에 구단주가 안마의자를 잔뜩 보내왔대!”
“···안마의자? 원래도 좀 있었잖아.”
정확히는 있었다가 다시 사라졌다.
선수들이 강태한의 안마를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샀는데, 하나같이 감질만 나고 별다른 효과가 없어 그냥 집의 창고로 옮겨놓거나 반품했던 것이다.
“그거 다 별 거 아니라고 그러지 않았나?”
“먼저 앉아본 애들이 그러는데, 이번에는 좀 다른가봐. 마르케시가 한국에서 직접 사왔다나, 뭐라나.”
“한국에서 만들면 뭐가 달라지나?”
여전히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고드윈.
하지만, 다음으로 이어진 바트의 말에 그는 확연히 달라진 반응을 보였다.
“그··· 뭐라고 하지? 기술고문? 아무튼 마스터 강이 직접 그걸로 제작에 참여했다는 모양이야.”
“···뭐? 정말로?”
그런 물건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말인가?
고드윈에게는 바트의 말이 ‘아서왕이 직접 제작에 참여하여 만든 식칼’처럼 비현실적인 느낌으로 들려왔다.
“그럴 수 있나? 선생님이 왜 안마의자를 만들어?”
“나야 모르지. 그럴 수 있는지 없는지, 가서 직접 한 번 확인해보면 되지 않겠어?”
그 말대로다.
고드윈은 고개를 끄덕이며, 아까 전보다 확연히 빨라지고 넓은 보폭으로 걷기 시작했다.
그렇게 도착한 휴게실.
“어어어···”
“흐어어어···”
거기에는 마치 우주선 조종석처럼 생긴 큼직한 의자 여섯 개와, 이미 거기에 앉아서 좀비마냥 탄식을 흘리고 있는 동료 선수들의 모습이 있었다.
“고드윈, 바트. 너희도 안마의자 쓸 거야?”
휴게실로 들어와 그 광경을 쳐다보고 있다 보니, 옆에서 명상을 하고 있던 이보르가 말을 걸어왔다.
“응? 어, 그렇지?”
어리둥절한 와중에도 고개를 끄덕이며 답하는 고드윈. 그러자, 이보르는 손목시계를 확인하고는 안마의자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메리치랑 마르코, 너희 둘이 비켜줄 차례야.”
“아··· 나 조금만 더 앉아있으면 안 되나?”
“너희도 그렇게 양보 받았잖아.”
그러자, 두 사람은 깊은 아쉬움이 남은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무래도 사람이 올 때마다 먼저 앉았던 순서대로 비켜주는 시스템인 모양.
“한 사람당 최대 이십 분간 이용하는데, 도중에 한 번도 안 받은 사람이 오면 가장 오래 받은 사람이 양보를 해줘야 해. 알겠지?”
“···알겠는데, 왜 이렇게 체계적이야?”
마치 시설의 관리자라도 되는 것처럼 보이는 이보르의 모습. 그 모습에 고드윈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조심스레 안마의자 위에 앉아 몸을 기댔다.
‘확실히 좀 편안하기는 한데···’
작동버튼을 누르자.
몸에 맞춰 의자가 주욱 펴지더니 편안하게 등을 받쳐준다. 큼직하고 거창한 외관이 괜한 건 아니라는 듯, 처음 앉을 때의 시착감부터가 다른 느낌.
“어디 한 번 보자고.”
허나 편안하게 눕는다고 해서 뻐근한 근육이 저절로 풀어지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역시 안마가 아니겠는가. 그런 생각으로 깐깐한 표정을 짓고 있던 고드윈이었으나···
“오오···?”
여러 개의 플라스틱 공으로 이뤄져있는 볼 센서.
그것들이 척추를 중심으로 꼬리뼈부터 한 차례 훑으며 올라오는데, 그 느낌부터가 왠지 남다르다.
다른 안마의자들에서는 느껴본 적이 없지만···
왠지 어디선가 몇 번 느껴본 적이 있는 것 같은, 미묘하게 기시감이 드는 그런 느낌.
“허어억···”
그리고 볼 센서가 목까지 훑고 올라간 직후.
온몸 곳곳에서부터 밀려들어오는 자극들에, 고드윈은 저도 모르게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근육 사이사이에 뭉쳐있는, 감각이 예민해져있는 부분들을 한순간에 모조리 관통당하는 듯한 느낌!
“후와아···”
허나 그것이 고통스럽냐, 하면 그건 아니다.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부드럽게 지속적으로 들어오는 압박. 처음에는 조금 당황스럽기도 했으나,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니 그저 편안할 뿐이다.
‘이건··· 틀림없구나.’
그렇게 좀 시간이 지나자.
고드윈은 자기가 느꼈던 기시감의 정체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비록 기계의 움직임에 불과했지만, 그 근간에는 다름 아닌 마사지 마스터, 강태한의 손길이 담겨있었던 것이다.
물론 몸 곳곳을 꿰뚫어보고 있는 듯한 섬세한 손길과 머리가 새하얘질 정도의 강렬한 자극은 없지만···
그래도 샤워를 마치고 스트레칭까지 해줘도 풀리지 않았던 그 미묘한 피로감이, 실시간으로 서서히 사라지고 있는 중이었다.
그 정도로도 충분하지 않은가.
다른 안마의자들에선 느껴보지 못한 충족감이다.
고드윈은 앞서 이곳에 앉아있던 이들처럼, 간간히 노곤함이 섞인 신음이나 터트리며 안마의자에 몸을 맡기고 있었다.
‘이보르가 관리자처럼 굴은 이유가 있었군···’
그게 아니라면 쟁탈전이 벌어지고, 한 번 앉으면 절대 양보해주지 않았을 것이다. 눈에 보이듯 뻔한 그림에 고드윈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거렸다.
“다섯 개··· 아니, 열 개는 사야겠다···”
그러던 와중, 옆에 있던 바트가 노곤한 목소리로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슬쩍 옆을 쳐다보니, 바트는 안마의자와 하나가 된 것마냥 얼굴 근육이 다 풀어진 모습을 하고 있었다.
* * *
“부러진 곳도 잘 회복되고 있네요.”
서울의 한 정형외과.
흰색과 검은색으로 이뤄진 엑스레이 사진을 들여다보면서, 의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온화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이 정도면 완치가 더 빠를 수도 있겠습니다.”
그 온화한 목소리 톤처럼, 부상의 회복속도는 상당히 빠른 편이었다. 의사의 긍정적인 말에 황지운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저, 그럼··· 혹시 이번 주까지 완치가 될까요?”
“음··· 아무리 그래도 이번 주까지는 무리죠.”
“그럼 어느 정도 걸릴까요?”
“아무리 빨라도 다음 주까지는 봐야 됩니다. 혹시 급한 일이라도 있으십니까?”
“제가 곧 중요한 공연이 있어서···”
얼마 전 계단에서의 실족으로 골절을 겪었던 뮤지컬 배우, 황지운.
그는 요즘 한참 인기를 끌어 모으며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었고, 이번 공연 [황혼의 수레바퀴]는 그 인기에 힘입어 그를 중심으로 기획된 무대였다.
그로서는 중요할 수밖에 없는 자리.
의사에게 질문하는 목소리에 간절함이 새어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허나, 의사는 단호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설령 이번 주까지 뼈가 다 붙는다고 해도··· 과격한 행동은 금물입니다. 하물며 공연에 나가는 건 불가능하다고 봐야겠죠.”
“···어떻게 안 되겠습니까?”
“걸어 다니고 노래만 부르신다면야 괜찮을 수 있겠지만, 그건 또 아니지 않습니까.”
의사가 넌지시 묻자, 황지운은 착잡한 표정으로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작품에 따라선 그럴 수도 있겠지만, 황혼의 수레바퀴는 그런 작품이 아니다. 하물며 주연은 더더욱.
“그럼··· 아무래도 공연은 무리인가요.”
“의사로선, 그렇게 말씀을 드릴 수밖에 없습니다.”
착잡한 목소리로 한 번 더 물어보는 황지운.
그 말에, 의사는 고개를 저으며 다시 한 번 쐐기를 박아 넣었다. 말을 꺼내는 그 또한 표정이 그리 밝아보이지는 않았다.